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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06화 (206/250)

206화

루시엘은 굴러다니다 자신에게 부딪힌 샤칸의 머리를 때리지 않았다.

대신 깨지기 쉬운 물건처럼 살살 어루만졌다.

“몰랐습니까? 샤칸. 엘프의 숲도 결계로 보호되고 있는 장소인 만큼 드러나있지 않습니다.”

“으헥!”

샤칸이 벌떡 몸을 세워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루시엘이 만진 머리를 탁탁 털었다.

“차라리 머리를 후려갈기지 상냥하게 쓰다듬고 난리야. 끔찍하잖아!”

“그래서 한 겁니다만? 멀미 중인데 그런 판단은 빨리하는군요.”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아서잖아! 그보다 빨리 결계가 뭔지나 말하라고.”

“이미 말했는데 당신을 위해 또 해줘야 합니까?”

“물론!”

김검천이 중재에 나섰다.

“한 번 정도 더 말해주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반복적인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샤칸도 보기 드물게 집중해서 들을 자세를 취했다.

루시엘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검천님이 그리 말하신다면야. 자, 결계라는 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샤칸이 손을 들었다.

“루시엘 선생. 그게 안 보이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모르면 손 내리고 듣기나 하시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결계는 상자같은 겁니다.”

루시엘은 아예 차량 안에 있던 두껑 달린 상자를 가져와 샤칸에게 보여주었다.

흥미가 생긴 워스덤이 루시엘에게 물었다.

“엘프들은 결계를 그런 식으로 보는 겁니까? 인간 마법사들은 검고 두꺼운 천으로 주위를 가린다는 게 일반적인 학설입니다.”

“종족이 달라 그런 것만은 아닐 겁니다. 진실은 하나라도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니까요.”

“그건 그렇지요.”

루시엘이 샤칸을 보며 말을 이었다.

“뚜껑 있는 상자 안에 들어간 물건은 보일 수도, 안 보일 수도 있는 건 당신도 알 겁니다.”

“물론 알지.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잖아.”

보는 각도에 따라 상자 내부가 보이는 곳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샤칸의 의견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괜찮은 대답입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상자에는 뚜껑이 달려있다는 겁니다.”

뚜껑으로 덮으면 상자 안을 알 수 없고 열어야만 내부가 보인다.

결계의 종류가 나뉘는 건 그것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였다.

결계라 해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기본적인 것부터 공간이 분리된 것까지 다양했다.

루시엘은 말은 결국 결계로 보호받는 숲도 엘프가 들어있는 상자나 다름없다는 것.

마침내 샤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어. 결계는 결계라서 그렇다는 걸. 그래서 엘프가 산다는 숲은 왜 안 보인데?”

“하하하, 알 때까지 계속 알려 드려야겠군요. 밤샐 준비나 하시지요.”

“흥, 이 몸이 못할 거 같나? 하지만 그런 건 이쪽의 인간에게 양보해야 할 거 같은데.”

샤칸이 루시엘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워스덤을 가리켰다.

안 그래도 입이 근질거리던 워스덤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루시엘과 샤칸의 대화를 듣자 엘프들이 사는 숲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아챈 것이다.

“제한된 구역에 결계를 친 후 마나를 집중해 숲을 만들어 낸 겁니까? 스스로 살아갈 공간을 엘프들 스스로 만들어내다니요.”

워스덤이 말하는 틈을 타서 샤칸은 슬쩍 자리를 비켰다.

워스덤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루시엘은 샤칸을 놔둔채 입을 열었다.

“정령과 마법, 그리고 종족 특유의 능력이 동원되어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엘프가 아니라면 불가능했겠지요. 엘프라는 종족은 정말 대단하군요.”

워스덤이 보기에도 확실히 엘프라는 종족의 개체 단위는 인간보다 뛰어났다.

만약 엘프가 인간같이 번창할 수만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밀려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엘프가 이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그들의 결계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말대로 루시엘이 결계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기에 제가 외부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해도 여기까지 근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요.”

그 말을 하던 루시엘은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본질적으로는 엘프의 결계라도 결계는 결계.

힘들기는 하지만 자신처럼 위치를 알고 있다면 인간이 찾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마스터 매지션 급의 마법사가 전력으로 탐지하면 가능성은 있었다.

보통 그 정도 되는 마법사가 힘들게 엘프가 만든 결계를 찾을 일은 없다고 봐야 했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찾는다면 또 모를까.

워스덤은 루시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 무인 차량이라는 것도 우리와 함께 엘프의 결계를 넘을 수 있습니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라도 하듯이 루시엘은 즉시 대답했다.

“숲 외부 결계는 넓은 공간에 퍼져 있겠지요. 눈만 속일 정도니 문제없을 겁니다.”

“그 말은 찾아가는 엘프 마을에 강력한 상위 결계가 따로 설치되어있다고 들리는군요.”

상위 결계는 물리적으로 침입을 막거나 아예 공간 자체를 분리하는 능력도 있었다.

엘프들이 사는 마을 자체는 분명 그런 종류의 결계로 보호받고 있을 터.

마도왕국의 결계를 통과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지만 엘프의 그런 결계는 어찌 통과할까.

루시엘은 김검천을 슬쩍 응시했다.

김검천의 얼굴에는 불안하다는 감정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김검천의 모습을 본 루시엘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일단은 가봐야 할 일이지요. 무슨 종류의 결계인지는 가보고 걱정해도 될 듯 합니다.”

“허허, 그 말이 맞소. 괜히 걱정 먼저 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차피 처리될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해결될 것이다.

대비를 미리 하는 것과 계속 불안에 떠는 것과는 다른 일인 것이다.

또한 루시엘이 이번 일행에 포함된 건 길잡이 말고도 중계자 역할도 맡기 위해서였다.

루시엘은 엘프이니 아무래도 엘프와 대화 나누기가 쉽지 않겠는가.

적어도 인간이나 드워프보다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김검천도 궁금한 부분이 생겼는지 워스덤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 결계라는 걸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던데?”

“예. 엘프가 사는 마을 규모만 해도 마스터 매지션이 2명은 달라붙어야 할 겁니다.”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거군. 그런데 마도 왕국의 마법사들은 무슨 수를 쓴 걸까?”

“어떤 걸 말입니까?”

“마도왕국의 결계. 그게 마도왕국의 마법사들만으로도 가능한 일인지 궁금해지더군.”

도대체 어떤 수단으로 마도왕국 전체를 결계로 감싼 것일까.

신생 왕국이니 마도 왕국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명색이 왕국.

적어도 엘프가 사는 숲보다는 몇 배는 클 것이었다.

면적이 늘어나는 만큼이나 들어가는 마나는 급증할 테고.

그건 김검천이 아니더라도 워스덤도 궁금하던 점이었다.

그래서 수도로 찾아왔다가 체포된 마도 왕국 마법사들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 부분은 잡혀 온 마법사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고대 대마법이 발동된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마법사들도 말이다.

“듣자 하니 대마법을 시전할 때 10명이 넘는 마스터 매지션이 협조했다더군요.”

“그래서 그쪽 생각은 어떻지? 가능할 걸로 보이나?”

“아니요. 안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마스터 매지션이 백여 명쯤 있다면 또 모를까요.”

워스덤도 김검천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다만 마도왕국이라는 결과물이 이미 나왔으니 불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되었다.

그렇기에 워스덤도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왔던 가설을 내놓았다.

“아마도 최상급 마석이 그들의 마나를 증폭시켜 가능했던 일일 겁니다. 그걸로 메테오 스웜도 발동했다고 했으니까요.”

“치료사가 가져온 상급 마석으로 만들었다는 그것 말인가.”

“김검천님도 들은 부분이 있으시군요.”

“최상급 마석이 놀랍긴 하군. 그것만으로 결계와 대마법 둘 다 발동 가능하다니.”

“아, 결계는 처음 생성해 낼 때 마나가 많이 필요하고 유지하는 건 쉬운 편입니다.”

결계를 지속하는 건 마스터 매지션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 워스덤이 덧붙였다.

김검천이 보기에 마법에 관해서는 마스터 매지션인 워스덤의 주장이 옳을 것이다.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었지만 엘프와의 일부터 끝내고 나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마도 왕국으로 넘어가지도 못한 상태였으니까.

김검천이 중얼거렸다.

“어떤 복잡한 일이라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결국 끝이 보이는 법.”

지금까지도 그렇게 일을 처리해 왔고.

그렇게 김검천 일행을 태운 무인 차량은 서리와 모래가 섞인 바닥을 뭉개며 이동했다.

루시엘은 곧 도착할 엘프의 숲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다.

사람의 경우 감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시각이었다.

인간과 유사한 엘프도 비슷했다.

눈을 감으면 평소보다 다른 감각이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다.

결계를 감지하는 기능마저.

루시엘이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중 심심해진 샤칸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그런데 김검천님. 궁금한 게 있다.”

“뭐가 말이지?”

“지금 타고 있는 게 무인차량이라고 들었는데. 사람이 없어도 운행 가능한 물건이라고.”

“그 말대로야.”

무인차량은 사람이 손을 대지 않고서도 엘프의 숲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타고 다녔던 마차처럼 사람 없이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탈 것인 것이다.

다만 운전석에 댕댕이가 앉아서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고 있긴 했다.

무인차량은 그 움직임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있었고.

샤칸이 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람이 없어도 움직일 수는 있다지만 저렇게 댕댕이가 운전해도 되는 건가?”

샤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알아들었는지 댕댕이가 몸을 돌려 대꾸했다.

“왕왕!”

샤칸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때? 똑똑한 게 기특하지 않아? 귀엽기도 하고.”

루시엘의 신호에 방향을 바꾸는 정도는 전직 코폴드, 댕댕이에게도 가능한 것이다.

댕댕이가 실수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수정하면 되는 일이었고.

어느새 눈을 뜬 루시엘이 댕댕이에게 한쪽 방향을 가리킨 후 샤칸에게 대답했다.

“불만 있습니까? 그러면 당신이 운전하십시오.”

“아니, 불만이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잖아. 그보다 눈은 왜 떴어? 길 찾는다며?”

샤칸이 슬쩍 주제를 돌렸다.

루시엘이 등을 편하게 좌석에 기대었다.

“방금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댕댕이에게만 맡겨두면 됩니다.”

“왈왈!”

댕댕이가 루시엘의 말을 알아듣고 오른쪽 패널에 발을 올려놓자 속도가 줄어들었다.

샤칸이 어이없는 듯이 중얼거렸다.

“무인차량이라는 게 알고 보니 사람이 조종하지만 않는다는 의미였던 거야? 그런 거냐고.”

샤칸의 질문에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를 발견한 듯 루시엘이 한 곳을 향해 손을 내밀어서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렸다.

“다들 주의하시길. 이제 결계 내로 진입합니다.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질 것입니다.”

- 퀴잉.

무인차량은 루시엘의 말에 따라 아무것도 없는 평야 한 곳에 돌진했다.

그러고 나서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주변 광경은 확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던 평지였는데 나무와 수풀로 가득 찬 숲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에 따라 무인차량의 속도가 줄어들자 샤칸의 멀미도 한결 나아졌다.

결계를 통과할 때 느낀 이질감도 얼마 안가 사라졌고.

- 짝.

밖을 보던 샤칸이 갑자기 자신의 뺨을 힘껏 때렸다.

루시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디어 미쳤습니까? 샤칸?”

샤칸이 투덜거렸다.

“아냐! 뭔가 얼굴에 붙어서 그랬다고! 이걸 보라고.”

샤칸이 팔을 뻗자 손 위에 제법 큰 벌레 같은 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겹눈에 날카로운 집게 턱, 거기에 살에 박아 넣기 좋게 생긴 기다란 대롱까지.

루시엘은 벌레를 보면서 의외라는 듯 응답했다.

“제법 단단한 벌레군요. 샤칸이 힘껏 때렸는데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니.”

상급 기사 이상의 실력자인 샤칸이 힘껏 때렸는데도 모양이 남아있는 곤충이라니.

평범한 벌레 같지는 않았다.

김검천이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여기에도 뭔가 있는 모양이야. 입구부터 이런 게 우리를 맞이하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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