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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07화 (207/250)

207화

예전에도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김검천이 미리내를 불렀다.

“혹시 지금 주변이 정상적으로 파악 가능한가?”

[시야에 들어오는 거리 밖의 범위라면 탐색이 어렵습니다.]

“어딘가 느낀 적이 있다 싶었더니 블러드 타워 때와 비슷한데.”

[그때 상황을 참고하자면 결계라는 것에 영향을 받은 모양입니다.]

“결계도 결국 마나를 사용해 만든 걸 테니까. 귀찮게 된 건가?”

말과 달리 김검천의 표정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

탐색은 몰라도 전투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어차피 루시엘이 있으니 가는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손님을 맞이하러 주인이 마중 나올지도 몰랐고.

무인차량은 말 그대로 목적지까지 그대로 직진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김검천을 포함한 사람들이 무인차량을 위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

무인차량에서 기계 팔이 튀어나오더니 정면에 있는 나무를 힘껏 밀어붙였다.

나무가 나오면 나무를 부수고, 수풀이 걸리적거리면 수풀을 깔아뭉개면서.

기계팔의 힘에 못 이긴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밑동부터 부러져 내렸다.

- 우드득. 쿠쿵.

무인차량의 바퀴가 밑동만 남은 나무를 그대로 깔아뭉개고 지나쳤다.

마지막으로 무인차량의 뒤편에서 노란 가루가 뿌려지며 지면 위에 그 흔적을 남겼다.

손이 많이 갔기에 무인차량의 이동 속도는 사람이 걷는 정도로 많이 느려졌다.

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길이 없는 숲속을 이동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복잡한 숲 속 길이었으니 내려 걷는다해도 이것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체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얌전히 탑승해 있는 게 나았다.

엘프와 만나면 대화를 할지 싸울지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무인차량에서 대기 중이던 워스덤이 조심스럽게 김검천에게 물었다.

“이렇게 지나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엘프가 사는 숲이라서 신경쓰이는 건가?”

“마을 밖이라도 숲 또한 그들이 사는 장소니까요. 그런 곳을 부수고 있으니까요.”

워스덤이 걱정할 만했다.

김검천 일행은 엘프들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 온 셈이었다.

조금이라도 잘 보여야 하는데 엘프가 소중히 하는 숲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김검천이 아무렇지 않게 워스덤을 다독였다.

“숲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도록. 이미 조치 중이니까.”

워스덤은 무인차량을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가루 같은 게 뿌려지고 있긴 했다.

그 가루를 이용해 무인 장비와 수리용 구슬이라는 게 열심히 지면을 다지고 있었고.

괜히 불안해진 워스덤이 루시엘에게 물었다.

“엘프인 당신은 지금 무인차량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게 아무 걱정도 안 됩니까?”

루시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말렸을 겁니다. 김검천님이 하시는 일이니 다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요.”

무인차량의 속도가 느려진 만큼 몸 상태가 좋아진 샤칸도 거들었다.

“고작 나무 몇 그루 벤 것 가지고 쪼잔하기는! 드워프라면 불태우고 시작했을 거라고?”

워스덤은 차라리 안 들었으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태연한 모습에 워스덤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었고.

아니면 다들 그만큼 김검천을 믿는 것인지도 몰랐다.

루시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옵니다.”

김검천도 바로 반응했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루시엘쪽의 반응이 빠르군. 다들 준비를.”

금속망치를 먼저 집은 샤칸이 별생각 없이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워스덤도 지팡이를 부여잡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엘프가 나타난 거겠지요. 진입했을 때부터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곽 결계라고 해도 결계는 결계.

마을에서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경보는 진작에 울렸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김검천 일행은 바로 엘프 마을로 향하고 있었으니 막기 위해 나선 모양이었다.

워스덤이 김검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들을 불러내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신 겁니까?”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나치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지. 시끄러운 쪽이 관심 끌기에는 더 좋다고.”

지나가다가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한 번쯤 관심을 갖는 게 사람이다.

그런 소음이 사는 곳 근처에서 들린다면 더욱 신경 쓰일 테고.

엘프 마을의 결계를 상대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기는 싫었다.

손님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라면 주인에게 초청받으면 되는 일.

그게 어떤 방식이든지 말이다.

- 타탁.

루시엘의 경고대로 잠시 후 허리에 검을 찬 엘프 3명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무인차량 앞에 착지해 움직임을 막은 그들은 전사 타입으로 보였다.

하얀 피부에 금발, 푸른 눈의 잘생겨서 허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날렵한 몸집.

그들 중 상급자로 보이는 엘프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어디서 온 누구길래 이런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앞을 가로막힌 무인차량이 속도를 늦추었다.

루시엘이 무인차량에서 내리기 전 간단히 상대방에 대해 말했다.

“마을에서 나온 경호부대인듯합니다. 보통 침입자를 격퇴하는 역할입니다.”

막 김검천과 루시엘이 내리려고 하는데 샤칸이 금속망치를 들고 먼저 뛰어내렸다.

엘프인 루시엘보다 앞서 행동하는 게 샤칸이 좋아하는 행동이었다.

“소란은 무슨 소란이야? 이 귀쟁이들아.”

샤칸을 본 경호대장 엘프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저런 흉물스러운 걸 타고 다니나 싶었는데 역시 난쟁이 족속이었나.”

“이것 어디가 흉하게 생겼다는 거냐? 이렇게 늘씬하고 각이 진 윤기 나는 장비가!”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그보다 이런 외진 곳까지 무슨 일이지?”

“아, 그것 말이야? 너희 마을로 가던 참이라고.”

경호대장 엘프의 잘생긴 얼굴이 찌푸려졌다.

인상을 구겨도 잘생긴 것이 과연 엘프다웠다.

“앞도 뒤로 못 가리는 난쟁이답군. 우리 마을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인 줄 아나?”

“마을에 금이라도 발랐냐? 못 갈 게 뭐가 있다고.”

“누가 난쟁이 아니랄까 봐. 지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건가?”

- 쿵!

샤칸이 푸른빛이 감도는 금속망치를 힘껏 내려찍었다.

그사이 샤칸의 실력이 더 늘어난 모양이었다.

내려놓는 그 짧은 순간 금속망치에 마나를 불어넣는 모습이라니.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힘을 만들어내는 건 그만큼 자유롭게 힘을 다룬다는 증거.

샤칸은 혼자서도 엘프 모두를 상대할 듯 기세를 뿜어냈다.

“너희야말로 셋 정도로 이 샤칸님을 어쩔 수 있을 거 같으냐?”

마석이 박힌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나타난 워스덤이 말렸다.

“양쪽 다 침착하시길.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마법사는 마법 도구만 봐도 어느 정도 실력인지 알만했다.

능력이 부족하면 지닌 마법 도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다.

워스덤의 모습을 본 경호대장 엘프가 검에 손을 얹었다.

“최소 상급으로 보이는 마법사가 드워프와 동행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샤칸의 등 뒤에서 루시엘도 모습을 드러냈다.

댕댕이도 무인차량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었고.

“샤칸, 3명이 아닙니다. 나무 위에서 활을 겨누고 있는 자들까지 포함하면 8명이지요.”

댕댕이도 그 말에 동의하듯 짖었다.

“왕왕!”

경호대장 엘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루시엘을 노려보았다.

코폴드는 그렇다 치고 여기서 엘프가 왜 나온다는 말인가.

“엘프가 이런 자들과 동행을 해? 설마 이 숲을 찾아온 건 네가 주도한 일이냐?”

루시엘을 향한 경호대장 엘프의 시선은 마치 배신자를 노려보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검천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대답했다.

“아, 루시엘은 잘못 없다. 내가 원해서 안내한 것뿐이거든. 8명이 아니라 9명이고.”

엘프들이 웅성거렸다.

번식력 외에는 인간보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엘프였다.

그런 엘프가 한낱 인간의 말에 복종하다니 그들의 상식으로는 믿을 수 없는 일.

결계 안에서만 살아가 제한된 지식을 가진 엘프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엘프에게 명령을 내리는 인간이라고?”

“설마 저 루시엘이라는 엘프는 저 인간에게 목숨이 잡혀 있기라도 한 건가?”

“그러지 않고서는 엘프가 엘프를 팔아넘길 리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바깥에서는 엘프를 노예로 부리는 인간들이 있다더군.”

“저기 난폭한 드워프도 그래서일까?”

“아니, 드워프는 원래 그런 종족이거든. 우리가 알 바 아니야.”

“그건 그런가?”

“자, 악독한 인간으로부터 엘프를 구하자고!”

엘프들의 기세가 점차 드세져 갔다.

그들이 보기에 눈앞의 인간은 루시엘이라는 엘프를 유린해 원하는 바를 얻어낸 자였다.

인간으로부터 타락한 엘프를 구하는 건 엘프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루시엘이 급히 나섰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드릴 것과 할 말이 있습니다.”

루시엘이 등 뒤의 화살통에 손을 가져갔다.

이들에게 돌려주려고 챙겨 온 화살이 거기 있었다.

그걸 보면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릴지 몰랐다.

루시엘은 그 행동이 오히려 오해를 깊게 만들게 할 거라는 건 미처 생각 못 했다.

자신뿐이라면 몰라도 김검천과 워스덤, 샤칸과 같이 있다는 것을.

루시엘에게 있어 다른 이들은 동료.

특히 김검천과 샤칸은 루시엘에게 있어서 공기와 같이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에 비해 숲의 엘프들은 엘프가 아닌 자들은 적대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루시엘을 제외하면 다른 자들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침입자인 것이다.

적어도 이곳 엘프들이 초대해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었으니까.

거기에는 엘프인 루시엘마저도 포함되었다.

검에 손을 가져가면서 경호대장 엘프가 경고했다.

“조심! 저 엘프는 세뇌당했을지도 모르니 바로 공격할지도 모른다!”

- 쉬익.

경호대장 엘프가 검을 뽑음과 동시에 나무 위로부터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나무 위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엘프 한 명이 긴장하는 바람에 외침에 실수한 것이었다.

경계하라는 말을 공격 신호로 착각한 것이다.

- 태앵!

금속망치로 화살을 쳐낸 샤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필이면 성격 급한 샤칸에게 화살이 날아간 것이다.

샤칸이 제자리에서 금속망치를 휘둘렀다.

- 부웅!

10미터는 떨어진 경호대장 엘프의 머리카락이 금속망치가 만든 바람에 날려 나부꼈다.

“이 귀쟁이 놈들이 가만히 있는 드워프를 화나게 만들어? 어느 놈부터 박살 내줄까!”

경호대장 엘프의 얼굴색이 변했다.

금속망치로부터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싶더니 얼음처럼 겉을 덮어나가서였다.

“설마 망치의 칭호를 받은 드워프인가? 그런 자가 왜 인간하고?”

샤칸이 남은 손으로 코밑을 쓰윽 훑었다.

“흥! 그걸 알아서 뭐하게? 본인 실력도 이제야 알아보다니 눈이라고 달린 게 아깝다!”

“이 난쟁이가 어디 대고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쳐라!”

샤칸을 보아하니 어차피 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경호대장 엘프가 신호를 보냈다.

- 쉬익! 피잉!

나무 위로부터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실수가 아니라는 듯 사방으로부터 십여 개의 화살이 한꺼번에 말이다.

그중 몇 개가 푸르게 빛나는 걸 보면 마나까지 실려 있었다.

이번 공격은 위협이 아니라 죽이기 위해 전력이 동원된 것이다.

이거야말로 전투를 알리는 신호.

공격을 위해 뛰쳐나가려는 샤칸 앞을 워스덤이 가로막았다.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

워스덤의 전투 준비는 누구보다 먼저 끝나 있었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워스덤이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지팡이의 마석으로부터 빛이 두 갈래로 나뉘어 뿜어져 나왔다.

워스덤이 동시에 2가지 주문을 함께 영창했다.

“나는 건 힘을 잃는다. 비행 추락!”

“빛은 힘이 될지어다! 연쇄 번개!”

- 툭, 파치칙!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한 갈래의 하얀 빛이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십여 개의 마나가 실린 화살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또 하나의 빛은 백열하면서 그 모습을 바꾸더니 엘프가 숨은 나무 위로 뿜어져 나갔다.

나무 위의 엘프는 피하려 들었으나 번개는 집요하게 따라가서 적중시켰다.

연쇄 번개는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근처 나무 위에 있던 나머지 엘프들을 모두 덮쳤다.

- 파치치치칙! 쿵!

“갸갸갸갸갸각…”

번개를 맞은 엘프들 모두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새카맣게 탄 몸에서는 고기가 타는 냄새가 났다.

“이중영창! 역시 상급 이상의 마법사였군! 타핫!”

지상에 있어 마법을 피한 경호대장 엘프가 검을 뽑아 들고 워스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몸 주위에 반투명한 바람 정령이 보조하고 있었다.

- 휘우웅.

뽑아든 검에 푸른 빛이 번뜩인다 싶더니 바람이 검신에 집중되었다.

엘프는 천성적으로 마나 뿐만 아니라 정령에도 익숙한 체질.

정령과 마나가 합쳐진 마령검이 발동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남은 엘프 2명도 검을 뽑아 각각 맡은 상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워스덤이 빠르게 마법을 발동했다.

“바람이여! 바람 방패!”

바람이 워스덤 주위에 강하게 불었다.

공중에 뜬 경호대장 엘프를 그대로 날려버릴 듯이.

경호대장 엘프는 그대로 마령검을 옆으로 그었다.

- 쓰윽.

마령검이 바람 방패를 갈랐다.

바람 정령과 마나가 검으로 집중된 힘은 상급 기사의 마나 플레임 소드보다 한수 위.

급히 만들어낸 바람 방패를 가르기 충분했다.

바람 방패 너머로 워스덤의 모습이 드러났다.

경호대장 엘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주면 특히 위험한 자가 마법사.

그래서 나머지 둘에게 암시를 주었더니 눈치 빠르게 다른 자들을 막아 섰다.

가장 강한 자신이 마법사를 공격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경호대장 엘프는 인간 세계에서 말하는 마스터 나이트와 상급 기사 사이의 실력자.

일반적인 마법사는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었다.

설사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할지라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상대가 부담스러워지는 법.

더군다나 그와 워스덤과의 거리는 몇 걸음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워스덤을 향해 검을 내리치려던 경호대장 엘프의 눈앞에 김검천이 나타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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