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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08화 (208/250)

208화

당황한 경호대장 엘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대체 어느 사이에 자기 앞에 김검천이라는 인간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심지어 자기 코앞에 나타날 때까지 다가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경호대장 엘프의 검만큼은 놀란 마음과 다르게 흔들림없이 휘둘러졌다.

이곳 엘프들 중에서는 가장 실력자다운 손놀림이었다.

그 검은 워스덤이 아닌 김검천을 향해서 움직였다.

워스덤이 아니라 김검천을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인식한 것이다.

앞을 가로막은 김검천을 떨구어야 워스덤을 공격하는 게 가능하기도 했고.

바람의 정령으로 공중에서도 행동할 수 있는 엘프나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김검천이 경호대장 엘프의 검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어갔다.

경호대장 엘프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어리석은 인간!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손채로 잘라주마!”

기척을 없애고 다가온 것에는 놀랬지만 정면 충돌은 결국 힘과 힘의 대결.

경호대장 엘프의 마령검은 마나 플레임 소드보다도 더 강한 위력을 가졌다.

비슷한 마나의 힘이라면 정령을 합친 마령검이 한수 위인 것이다.

마스터 나이트라고 해도 그대로 손이 잘려나갈 위력.

상대가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김검천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김검천이 뻗은 손과 경호대장 엘프의 마령검이 부딪혔다.

- 빠까가깍.

마령검의 검신이 검끝부터 검자루까지 과자처럼 부스러져 내렸다.

경호대장 엘프는 상상도 못 한 사태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억?”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목이 김검천에게 잡힌 뒤였다.

정신을 잃지 않았더라도 별수 없었을 테지만.

경호대장 엘프는 김검천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김검천이 경호대장 엘프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다들 그만!”

안 그래도 둘에게 달려든 다른 엘프들도 막 박살이 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루시엘과 샤칸은 붙어 있던 엘프들을 떨치고 그냥 물러섰다.

죽다 살아나서인지 경호대장 엘프가 잡혀서인지 엘프들도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 둘 외에는 모두 제압당했으니 그들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했고.

지금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현명해 보였던 것이다.

김검천이 경호대장 엘프를 든 채로 워스덤을 돌아보았다.

“이런, 보아하니 내 도움이 필요없는데 괜히 끼어든건가?”

“무슨 말씀을. 흉악한 칼날을 코 앞에서 휘두르는 걸 막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워스덤은 등 뒤에서 하얀빛이 맺힌 손을 꺼내 들었다.

워스덤은 일부러 약한 마법을 발동해 일부러 경호대장 엘프를 끌어들인 것이었다.

마법사가 근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 맞았다.

워스덤은 그 약점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려고 든 것이다.

워스덤은 마스터 매지션 중에서도 실력자.

지팡이 같은 마법 도구 없이도 몇 번 정도는 강력한 마법을 발동할 수 있었다.

방심하고 달려드는 자는 워스덤의 마법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로군.”

김검천은 여전히 한 손으로 경호대장 엘프를 든 채로 어느 나무 옆으로 다가섰다.

남아 있는 검사 엘프 2명은 주춤거리며 김검천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기만 했다.

쓰러져 있는 엘프까지 합치면 모두 8명.

샤칸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하나, 둘…어라? 총 8명인데. 9명이 아니고. 김검천님도 실수할 때가 다 있군.”

“나도 사람인 이상 살다 보면 실수할 때도 당연히 있겠지. 다만 지금은 아니야.”

“응? 그러면 이 몸이 엘프를 잘못 센건가?”

당당한 김검천의 대답에 오히려 샤칸이 잘못하기라도 한 듯이 굴었다.

그 순간 느닷없이 김검천이 남은 한 손을 나무에 찔러넣었다.

김검천의 손은 나무가 두부라도 된 듯이 파고 들었다.

- 푸욱.

“엣?”

관통당한 나무 뒤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제대로 세었다. 9명이라는 것도 맞고. 여기 숨어있던 녀석이 마지막 9번째 엘프거든.”

마지막 엘프가 당한 소리를 들었는지 경호대장 엘프가 다시 한번 바둥거렸다.

“그를 놓아라. 차라리 이 몸을 죽여! 크흑!”

김검천의 손은 엘프의 필사적인 저항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철로 만든 족쇄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잠시 상황을 보던 김검천은 갑자기 손에 힘을 뺐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산 엘프의 소원도 못 들어줄까. 원하는 대로 해주지.”

김검천은 경호대장 엘프를 검사 엘프들이 있는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경호대장 엘프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착지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그 결과 검사 엘프 2명은 경호대장 엘프와 부딪혀 뒤로 쭉 밀려나갔다.

“큭, 억!”

- 쿠지직.

김검천은 그 틈을 타 나무를 관통한 팔을 잡아 댕겼다.

관통당한 나무 몸통이 종이처럼 찢겨나가며 뒤에 숨어 있던 엘프의 모습이 드러났다.

백금색의 머리, 어느 엘프보다도 하얀 피부에 작은 체구.

적어도 겉보기만큼은 어떤 짓도 못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샤칸이 옆에 다가와 자신의 머리와 그 엘프의 머리 위치를 손으로 비교해보며 말했다.

“흠, 이 몸보다도 작은 엘프인가. 아직 어린 녀석이로군.”

김검천이 엘프 아이를 이리저리 살폈다.

“이곳 엘프 마을에 사는 아이인가?”

엘프 아이가 잡힌 걸 본 다른 엘프들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엘프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이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엘프의 아이를 잡고 있자 경호대장 엘프가 다급히 소리쳤다.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인간!”

아이는 그 사회의 미래와 같았다.

닫힌 사회 속의 아이라면 더욱 그런 것이고.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생각보다도 더 격렬한 반응이긴 했다.

김검천은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든지 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아이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김검천은 무릎을 굽혀 엘프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세상을 모두 담고 있는 듯한 맑고 티 한 점 없는 눈동자.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는 겁을 먹은 표정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한 얼굴.

김검천이 손을 뻗어 엘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용서해 주겠니?”

쓰다듬을 받자 놀란 듯한 엘프 아이었다.

주변의 엘프들도 놀란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고.

엘프 아이는 말없이 김검천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검천이 보기에도 귀여운 녀석이었다.

“고맙구나. 그러면 어른들에게 가보렴.”

엘프 아이는 다시 한번 김검천을 살펴보더니 경호대장 엘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경호대장 엘프에게 손짓을 했다.

경호대장 엘프가 무릎을 굽히자 귀에 대고 뭔가를 소근거렸다.

“에? 다 무사하다니? 그렇다면…”

인상을 편 경호대장 엘프가 일어서며 검사 엘프들에게 살펴보라고 손짓을 했다.

검사 엘프들이 바닥에 쓰러진 동료 엘프들을 챙겼다.

잠시 후 밝은 표정으로 검사 엘프들이 차례로 말했다.

“모두 살아 있습니다! “

“번개를 맞아 그 충격으로 기절한 것뿐이었습니다.”

경호대장 엘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로군. 크게 다친 자는 있는가?”

“생명에 지장이 있는 자는 없습니다. 며칠 푹 쉬면 다들 자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경호대장 엘프의 얼굴이 밝아졌다.

싸워봐서 알았지만 김검천 일행들이 자신들을 많이 봐준 셈이었다.

아까보다 편안해진 얼굴로 경호대장 엘프가 김검천에게 말을 걸었다.

“적어도 우리 마을에 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모양이로군. 손 쓴 걸 보니까 말이야.”

“이제야 대화할 생각이 들었나? 우리는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거야. 돌려줄 것도 있고.”

“뭐지?”

김검천이 루시엘에게 눈짓을 했다.

루시엘이 화살통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엘프들이 움찔하는 모습에 루시엘이 그들을 다독였다.

“싸우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럴 거면 마나로 화살을 만들어 날렸을 테지요.”

그러고 보니 검을 든 자신을 루시엘이 활로 막아섰는데 근접전에서 오히려 밀렸었다.

엘프가 주로 활 같은 무기에 강하다는 건 일반적인 특성.

저 활을 쏜다면 얼마나 대단한 솜씨를 발휘할까.

그 말을 들은 검사 엘프 중 한 명이 감탄사를 발했다.

“대단하군요. 마나 애로우가 가능한 실력자라니!”

검도 아닌 활에 마나를 뭉쳐 화살처럼 사용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형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일수록 그만큼 마나를 다루기 힘들었다.

동료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경계를 완전히 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루시엘은 화살을 꺼낸 후 화살 깃 부분을 경호대장 엘프에게 향한 채 넘겼다.

적의가 없다는 걸 확신한 경호대장 엘프가 화살을 받았다.

화살 깃을 보고 만지작거리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 이 화살은?”

“이곳에 사는 엘프의 유품이 맞습니까?”

“그렇소. 어디서 이걸…”

기껏 싸움이 끝낸 다음인데 이곳 엘프를 죽였다는 오해라도 사면 곤란했다.

루시엘이 확실하게 말했다.

“우리가 거주하는 마물의 숲 근방에서 발견한 겁니다. 주인은 이것만 남긴 채 죽었고요.”

경호대장 엘프가 눈을 감았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완전히 김검천 일행을 믿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이러는 걸 보니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하아, 결국 그렇게 되었군. 그래도 마물의 숲까지 갔다니 반이라도 꿈을 이룬 셈인가?”

경호대장 엘프가 루시엘을 향해 가슴에 양손을 얹었다.

엘프끼리 적의가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한 엘프의 예의에 따른 행동이었다.

“10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군요. 주인은 못 왔지만 그 물품이라도.”

“제자리를 찾아가게 도와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게 다 김검천님 덕분이지요.”

김검천이 경호대장 엘프와 시선을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하지만 무엇이든지 간에 당사자의 생각은 남들과 다를 수 있었다.

경호대장 엘프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김검천을 불렀다.

“인간.”

“김검천이다.”

“이거 실례했군. 입에 붙어서 말이지. 김검천이라고 했나?”

“그렇다.”

“고맙다. 이렇게 먼 곳까지 유품을 돌려주러 와서.”

경호대장 엘프가 김검천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가 폈다.

옆에 있던 검사 엘프들이 깜짝 놀랐다.

“도대체 그 화살이 누구의 것이기에 이러시는 겁니까?”

“대장님! 어찌 인간에게?”

날카로운 눈빛의 경호대장 엘프가 검사 엘프들을 꾸짖었다.

“그렇다. 이 자는 인간. 거기다 숲을 무단으로 침입하기까지 했지.”

“그러니 우리는 이 자를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호대장 엘프가 손에 쥔 화살을 들어 올렸다.

“마물의 숲에서 발견한 우리 부족 엘프의 유품을 가져온 것도 사실 아닌가?”

이 화살은 100년 전 헤어졌던 경호대장 엘프와 친한 친구의 유품이었다.

경호대장 엘프도 그때 친구를 따라 엘프 숲을 빠져나가고 싶었었다.

그는 결국 여기에 남았고 오늘 친구의 마지막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고.

그렇기에 경호대장 엘프로서는 김검천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

김검천을 마을로 데려간다는 부분은 공적인 일이었다.

경호대장 엘프가 고민하는 모습에 검사 엘프들도 일단 입을 다물었다.

무슨 목적으로 엘프의 숲에 들어선 건지는 몰라도 경호대장 엘프가 말한 건 사실이었다.

엘프는 원한을 잊지 않지만 은혜도 잊지 않는다.

김검천 일행과 아직 풀지 못하는 원한을 맺은 건 아니었다.

허락 없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애초에 먼저 살의를 가지고 공격한 건 엘프 쪽이었다.

잘못을 따지자면 엘프들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거기다 실제 싸워보니 김검천 일행은 자신들보다 훨씬 강했다.

죽이려 든 자신들을 살려주었으니 자비를 베푼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검사 엘프들 중 보다 원칙에 충실한 한 명이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저들은 침입자입니까? 손님입니까?”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히 해야 김검천 일행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경호대장 엘프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네가 이 일행들을 대표하는 모양이로군.”

“그런 셈이지.”

“그렇다면 네가 대답해 줄 수 있겠군.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마을에 오고 싶은가?”

김검천이 선뜻 대답했다.

“그게 목적이었으니까.”

“좋다. 그러면 책임지고 데려가주지.”

검사 엘프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지금 경호대장 엘프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벌이려는 것이다.

“경호대장님!”

“장로 엘프들께서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경호대장 엘프가 손을 치켜 올렸다.

검사 엘프들이 침묵했다.

명색이 대장인 그가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 없었다.

다만 친구의 마지막 유품은 그럴 위험을 무릅쓸만한 이유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아직 어린 두 검사 엘프는 모르겠지만 장로회도 이 유품을 보면 참작해 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엘프 장로회를 대표하는 대장로만큼은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경호대장 엘프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단, 이대로는 갈 수 없다.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데려가지. 김검천, 네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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