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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14화 (214/250)

214화

김검천과 그가 장착한 파워드슈츠로부터 빛이 발산되었다.

엘프들뿐만 아니라 마충마저도 눈이 부셔 잠시 움직임을 멈출 정도로 강렬한 빛.

이어 김검천이 눈에 안 보일 정도의 속도로 양팔을 잡아당겼다.

- 쩌쩍.

이제까지 잘도 버텨온 수갑이었지만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뜯겨 나갔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 앞에서 부서져 버린 것이다.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대장로가 경악했다.

“묶인 채로 수갑을 찢어버리다니? 그것도 오러같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힘만으로?”

대장로가 기억하는 수백 년의 세월 속에서도 이런 일은 들은 적이 없었다.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고.

“수갑이 오래되어서 망가지기 직전이었나 본데?”

일행들 앞에 다가선 김검천은 그대로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자신이 풀 때처럼 수갑을 풀다가는 힘이 넘쳐버려 일행들 팔도 같이 뜯겨 나갈지도 몰랐다.

광선검 같은 무기는 기본적인 위력이 있기에 힘 조절하기에는 더 좋았다.

- 부우웅. 서걱.

광선검은 사람들의 수갑과 수갑 사이를 정확하게 잘랐다.

겨우 수갑에서 풀려난 샤칸이 저린 팔을 주무르며 투덜거렸다.

“아, 조금만 있으면 알아서 스스로도 풀었을 텐데!”

언제봐도 패기 넘치는 샤칸이었다.

루시엘이 샤칸의 옆구리를 찔렀다.

“조금이 평생이 될지도 몰랐습니다만? 김검천님에게 먼저 고맙다고나 하시지요.”

워스덤은 김검천에게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인 후 빠르게 탐지 마법을 영창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숨겨져 있던 무기들이 푸른 빛을 발했다.

“우리들의 무기가 저기 있군요.”

“가져오는 건 이 몸에게 맡기라고!”

안 그래도 몸이 근질거렸던 샤칸이 여러 걸음에 달려가 각자의 무기를 집어 던졌다.

무기는 눈이라도 달린 듯 정확하게 각자의 앞으로 떨어졌다.

활과 화살통을 받아 든 루시엘이 고개를 돌렸다.

“워스덤.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마충에게 쫓기는 엘프들을 보던 워스덤이 지팡이를 들면서 대답했다.

“무엇이든지 말만 하시구려.”

“마을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마충을 처리 가능한 범위 마법이 있습니까?”

“있긴 하지만 범위가 한정적이라서 마충들이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면 실패할 겁니다.”

“충분합니다. 마충을 한 자리에 모으는 건 제게 맡기고요.”

“그렇다면 남은 건 잠시 마충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일만 남았… 아, 필요 없겠구려.”

혹시 샤칸이 마법에 말려들까 걱정되어 시선을 돌린 워스덤은 바로 주문을 영창했다.

샤칸은 누구보다 앞서나가 금속 해머로 마충을 때려잡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쌓였던 화를 풀기라도 하듯이.

저 위치에 있다면 워스덤의 마법에 휩쓸릴 위험은 없어 보였다.

루시엘이 화살통을 살피더니 화살 하나를 꺼내 들었다.

단순히 적을 공격하는 마나 애로구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공격하기 위해서.

루시엘이 화살에 마나를 깃들게 했다.

활에 올려둔 화살이 푸른 빛을 띤 채 스스로 몸을 떨자 루시엘이 입을 열었다.

“워스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이쪽도 끝났소!”

둘 다 준비가 끝나자 루시엘이 활시위를 힘껏 튕겼다.

화살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마충들의 중앙으로 날아갔다.

“마나 드로우!”

- 퍽.

마나 드로우가 발동되자 공중에 뜬 화살이 저절로 터져나갔다.

그러더니 푸른 구가 형성되면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빨아들였다.

- 휘르륵.

“으억?”

“조심해! 끌려간다!”

방금 전까지 마충에 정신이 팔려 있던 엘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상대를 차별하지 않는 푸른 구가 마충말고도 엘프들의 몸마저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마충보다는 무겁다지만 엘프들도 키에 비해서는 가벼운 체중.

키에 비해서 무거운 편이지만 키가 작으니 몸무게는 엘프와 비슷한 샤칸도 함께였다.

같이 끌려가지 않기 위해 금속 해머에 매달린 샤칸이 고함을 질렀다.

“이 귀쟁이야! 적어도 미리 말은 해줘야지!”

“마구 날뛰고 있었는데 말한다고 귀에 들어가기나 했겠습니까? 근성으로 더 버티십시오!”

“네 일 아니라고 그러는거냐!”

엘프와 드워프들이 이 모양인데 마충이라고 별수 있을 리 없었다.

더구나 하늘을 날기 위해 마충은 덩치에 비해서도 가볍게 만들어진 존재.

엘프나 드워프도 발에 힘을 줘서 버티지 않으면 끌려갈 정도의 흡입력이었다.

작은 마충이 아무리 힘을 써도 마나 드로우가 만들어 낸 힘에 저항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마충들은 마나 드로우가 펼쳐진 장소에 한 무더기 공처럼 뭉치게 되었다.

루시엘이 외쳤다.

“지금입니다!”

워스덤이 지팡이의 마석에 마나를 집중했다.

마석이 이글거리는 듯한 붉은 빛을 뿜어냈다.

워스덤은 한정된 마나로 좀 더 강력한 위력을 내기 위해 마나를 한 점에 모았다.

“불의 힘, 위력을 과시한다. 화염 폭발!”

지팡이 끝에서부터 붉은 화염이 점점 뭉치더니 노란색의 불꽃으로 변했다.

불꽃의 덩어리가 지팡이를 떠나 마충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한 순간.

- 쾅!

지표면이 흔들리는 폭발음과 함께 마충들을 그대로 태워버렸다.

폭발로 반 이상의 마충들이 단번에 터져나갔고 운 좋은 마충들도 그 여파로 불타 올랐다.

타닥거리며 불타는 마충들을 보면 살아남은 게 오히려 불행한 일인지도 몰랐다.

워스덤이 편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 끝난 건가?”

루시엘과 샤칸이 동시에 외쳤다.

“그 말을 하면 안 돼!”

“안 됩니다!”

“음? 다들 왜 그러오?”

그때였다.

- 이놈들! 다 끝난 일을 망쳐 놓다니!

활활 타오르던 마충들의 덩어리로부터 거동이 가능한 몇몇 마충들이 튀어나왔다.

보통 마충보다 좀 더 크고 좀 더 강해 보이는 붉은 녀석들.

그 마충들은 몸이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워스덤을 향해 날아들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워스덤은 급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다.

“어억?”

“지건!”

- 타타타타타탕!

가장 앞에 날아든 마충이 김검천이 쏘아낸 지건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어느새 워스덤 앞을 가로막고 선 김검천이 손을 뻗었다.

“미련은 적게 가질수록 좋은 법인데. 벌레가 알 리가 없나? 약식 반입자 큐브!”

번쩍이던 빛이 손안으로 응축되더니 작은 큐브를 발출해 냈다.

연사가 가능해 위력은 낮았지만 마충들을 상대로는 단번에 재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위력.

그뿐만 아니라 아직 불타고 있던 마충들마저 모조리 집어삼킨 채 하늘 높이 사라졌다.

-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두고 보자!

마충을 다루던 마법사의 목소리가 허공에 맴돌다 사라졌다.

마충들이 모두 쓸려나갔으니 뭘 어떻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겠지만.

김검천이 목소리가 흩어진 하늘 너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다시 안 보는 게 좋을 텐데? 보고 싶다면 먼저 이쪽 일이 끝난 후 약속을 잡던지.”

김검천이 발걸음을 옮겼다.

잿더미로 변한 마충 위를 밟고 걸음이 향한 방향은 검사 엘프들이 있는 곳이었다.

마충들에 의해 형편없이 당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자들에게.

그나마 멀쩡한 검사 엘프들도 다가오는 김검천을 보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자신들은 죽을 고생을 해도 어쩌지 못한 마충들이었다.

그런 상대를 김검천과 그 일행들은 밥 먹는 것보다도 쉽게 처리했다.

검사 엘프들은 김검천과 일행들이 얼마나 그들을 관대하게 상대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물론 어디에서나 현실에 눈을 돌리는 자들도 있는 법.

마충이 사라지자 여유가 생긴 장로 엘프 중 두 명이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마나를 제법 소모했으니 혼자서는 힘들지만 둘이라면 상급 정령에 힘을 부여할 수 있었다.

장로 엘프 한 명이 다른 장로 엘프 등 뒤에 접촉해 마나를 넘겨주기 시작했다.

엘프들 중에서도 나무 계통에 친숙한 자들만 가능한 비전 기술.

“바람의 상급 정령이여! 저자를 막아라!”

- 크봐나!

마나가 다시 공급되자 상급 정령이 다시 현세에 몸을 드러냈다.

정령을 불러낸 장로 엘프는 승리를 자신했다.

정령은 상대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일단 물리적인 공격에는 무적이라고 할 정도의 내성을 자랑했다.

마나에 의해서만 타격을 입는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피해를 받는다 해도 정령 자체가 소멸되는 건 아니었다.

정령은 마나가 있어야 구현되는 존재.

죽는 게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실제로 마충과 상대할 때도 마나를 공급하는 엘프 장로만 위협받았다.

정작 마충을 상대한 상급 정령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그런 상급 정령이 김검천을 향해 사람 몸통만 한 주먹을 휘둘렀다.

“덩치가 큰 만큼 빈틈이 많아.”

또한 덩치가 큰 만큼 때릴 구석도 많았고.

김검천이 주먹을 피하며 그대로 상급 정령의 허리 부분을 후려갈겼다.

- 휘잉.

김검천의 공격은 상급 정령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그러자 상급 정령이 아예 방어를 포기하고 양 주먹으로 김검천을 내려쳤다.

상대가 자신에게 피해를 못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검천은 맞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상급 정령에게 돌진했다.

주먹에 영향을 안 받았으니 몸으로 부딪친다고 해도 결과를 같을 것이었다.

생각대로 김검천은 거칠 것 없이 상급 정령을 통과해 버렸다.

“지건.”

- 타타타타타탁.

김검천의 손 끝으로부터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탄환이 상급 정령에게 날아갔다.

총탄은 그대로 상급 정령을 통과해 주위 나무에 박혔다.

공격을 받은 상급 정령은 다리가 아니라 상반신만 180도로 돌렸다.

정상적인 실체가 없기에 가능한 괴기한 모습이었다.

김검천이 중얼거렸다.

“역시 정령은 정령일뿐인가? 이 녀석이 더 크고, 더 강할 뿐.”

김검천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걸 본 장로 엘프의 눈이 승리에 대한 기대로 커졌다.

“마나도 제대로 못 쓰는 자였나? 수갑을 푼 건 단순히 힘만 세서 그런 거였어!”

마나를 못 쓴다고 해도 정령을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힘만 센 게 아니라 힘도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겠군. 다중 실드.”

- 윙윙윙.

김검천의 주먹 끝으로 실드 여러 장이 튀어 나왔다.

상급 정령이 아니라지만 김검천은 이미 정령과 싸워본 경험이 있었다.

제국에서 주술사와 싸운 때 겪었으니까.

상급 정령에게 그냥 주먹을 휘두른 건 그 정령과 어디가 다른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상급 정령이 큰 덩치를 이용해 아예 김검천을 깔아뭉갤 듯이 달려들었다.

김검천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음속 가속.”

- 쿠왕!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검천은 상급 정령을 지나쳐 그 뒤에 서 있었다.

소리와 비슷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김검천을 놓친 상급 정령이 미처 반응을 못 하고 있는 상태.

김검천은 그대로 다중 실드가 맺힌 주먹을 상급 정령에게 꽂았다.

그것도 사타구니 쪽에.

- 쿠와왕륵…

상급 정령이 사타구니 쪽을 잡은 채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타격이 컸는지 모습마저 희미해져 갔고.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고의는 아니야. 마침 주먹을 때려 넣을 만한 높이의 타격점이 딱 거기였거든. 미리내.”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미리내가 슬쩍 모습을 나타내더니 상급 정령의 뺨을 갈겼다.

상급 정령의 머리가 한 바퀴 돌더니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김검천이 없어도 미리내 혼자서도 상급 정령쯤은 가볍게 처리할 수 있어 보였다.

물리적인 힘은 없다시피 한 미리내였지만 이런 쪽에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 크오옹…

상급 정령은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완전히 투명하게 돼버린 채 한 줄기 바람만 남기고 사라졌다.

상급 정령이 강제로 이세계를 떠난 것이다.

“커헉!”

“켁!”

상급 정령에게 마나를 불어넣은 장로 엘프들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주저앉았다.

자신들과 연결돼있던 상급 정령이 박살 났으니 그 여파를 함께 받은 것이다.

김검천은 비틀거리는 장로 엘프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굴러다니던 칼을 집어 들어 부러뜨린 후 손으로 압축해 대롱을 만들어냈다.

길고 얇은 강철 대롱의 형태는 마치 빨대처럼 생겼다.

어딘가에 꽂으면 구멍 난 부위로부터 혈액 같은 게 새어 나오기라도 좋을 것 같이 보였고.

김검천은 그에 멈추지 않고 그 강철 대롱을 화염방사기로 달구었다.

- 화르륵.

엘프들이 불과 함께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강철 대롱을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 김검천이라는 인간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런 흉악한 도구를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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