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19화 (219/250)

219화

황색 마법사가 바닥을 쓰러진 갈색 마법사를 보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서로 인사를 나누기 전에 먼저 공격부터 하다니. 추위에 벌벌 떨면서 기다렸는데 너무 하지 않느냐!”

“말은 똑바로 하자고. 기다린 게 아니라 결계 때문에 못 들어온 거겠지.”

김검천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려 무기가 발사된 파워드슈츠를 살펴보았다.

황색 마법사가 앞에 있든지 말든지 관계없다는 행동.

“오랜 여행이라 그런지 무기 반응이 조금 느려진 것 같은데. 조정이 더 필요하겠어.”

“이… 이놈이?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느냐!”

무시당한 황색 마법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기습 공격에 동료가 손도 못 쓰고 당했으니 억울한 참이었다.

거기다 상대는 쓰레기라도 처리한 듯 대응하고 있었으니 드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자신들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최고 실력자라는 마스터 매지션인 것이다.

그런 실력자치고 한 명은 허무하게 바닥을 뒹굴고 있었지만.

김검천 대신 황색 마법사와 대응하기 위해 나선 건 샤칸이었다.

무인차량에서 짧은 다리로 힘차게 뛰어내린 샤칸.

그는 갈색 마법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침을 뱉었다.

“퉷, 모를 리가 있겠냐? 저 마법사의 몸에서 어제 마충인가 하는 벌레의 악취가 나잖아!”

샤칸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부여잡았다.

마법사들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김검천 일행들을 습격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씻지도 못하고 이 자리에 있었으니 정말로 냄새가 배었나 싶었던가.

황색 마법사는 정말로 냄새가 나는지 자신의 로브에 코를 가져다 대었다.

추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냄새는 별로 나지 않았다.

엉뚱한 행동을 하는 그를 향해 워스덤도 옆에서 조용히 한마디 했다.

“당신들도 어제 마충으로 습격할 때 인사부터 하고 나서 공격한 건 아니지 않소?”

“큼, 그건 그렇지만…”

루시엘은 활을 들어 황색 마법사를 향해 겨냥했다.

푸른 빛의 마나 화살이 만들어져 활시위에 걸렸다.

남은 건 이제 한 명.

그것도 눈앞에 무방비로 서 있는 마법사뿐.

“그러면 할 말은 다 끝난 것 같군요. 이만 시야에서 사라져 주시길. 마나 애로우!”

- 슈욱.

갈색 마법사에 이어 황색 마법사의 머리통에 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렸다.

황색 마법사도 갈색 마법사의 옆에 사이좋게 나뒹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리피엘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있어 보이던 자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어제는 마충을 부리던 갈색 마법사 한 명에게도 엘프들이 다 당할 뻔했는데.

“뭘 믿고 마법사가 정면에서 나타난 걸까. 그리고는 이대로 죽어버리다니.”

이들이 아무리 실력이 있었으면 뭐하겠는가.

김검천 일행의 간단한 공격 몇 번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렸는데.

하이엘프가 딱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리피엘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 죽은 게 아니다.”

“무슨 말씀을? 한쪽은 몸에 구멍이 났고 다른 쪽은 머리에 구멍이 났습니다만?”

“하지만 살아는 있지. 저기 갈색 로브를 걸친 마법사를 봐라.”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이엘프의 말대로 갈색 마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김검천의 공격이 환상이 아니라는 듯 여전히 로브에 수많은 구멍이 뚫린 채로.

바람구멍이 난 갈색 마법사가 이를 드러냈다.

“이것들이 좋게 말로 하려고 했더니. 역시 마법사가 아닌 놈들은 마법으로 다스려야 해.”

워스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 몸은 마법사로소이다.”

“아니, 네 녀석은 적이잖아!”

“진정해. 어차피 다 죽이면 그만이라고.”

말할 사람이 없는데 들려오는 말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갈색 마법사 옆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황색 마법사가 머리에 구멍이 난채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샤칸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으앗? 저놈들 설마 언데드인가? 언데드는 싫은데!”

하이엘프가 입을 열었다.

“언데드는 아니야. 그랬다면 이 몸이 모를 리 없었겠지. 이런 쪽에는 민감하거든.”

“그러면 저것들은 정체가 대체 뭐라는 거요?”

갈색 마법사가 말했다.

“보면 모르나? 마법사지. 마법사 중에서도 위대한 경지에 달한 마스터 매지션이고!”

지팡이를 손에 쥐고서 워스덤이 대꾸했다.

이건 마스터 매지션에 도달한 마법사 이전의 문제였다.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할지라도 몸에 구멍이 뚫리고서 살아남을 수는 없소. 인간이라면!”

“우리는 너 같은 평범한 마스터 매지션이 아니니까. 마도왕국에 들어온 이후 이런 능력도 얻게 된거지.”

갈색 마법사가 입고 있던 로브를 집어던졌다.

갈색 로브를 벗은 마법사는 맨몸도 갈색이었다.

그건 어딜봐도 인간의 신체가 아니었다.

마충들이 모여 인간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워스덤이 신음했다.

평범한 인간의 몸이 저런 식으로 생겼을 리 없었다.

적어도 붉은 피와 말랑거리는 살은 붙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설마 마도왕국이 마법사들은 금단의 인체 실험까지도 손을 댄 건가?”

“그래도 마스터 매지션답게 알아보는구나. 그렇다. 이 몸이야말로 인체 실험의 정화지.”

마석을 대체하기 위한 혈석.

사람들과 이종족, 괴물마저 가리지 않는 실험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마도왕국의 마스터 매지션들은 스스로의 몸을 인체 개조한 것이다.

갈색 마법사가 자랑스럽게 손으로 몸을 쓰다듬었다.

몸에 붙어 있던 마충들의 일부가 떨어져 내렸다.

- 부우애앵.

아니, 떨어져 내린다 싶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갈색 마법사가 쉬지 않고 몸을 쓸어내렸다.

그때마다 갈색 마법사의 몸은 허물어져 갔고 주변의 마충들은 점차 늘어갔다.

마충은 갈색 마법사의 몸이고 그의 몸이 곧 마충 둥지인 것이다.

워스덤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 몸을 보아하니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육체는 아닌 것 같소만.”

“알아보는 건가. 이 몸을 만들기 전 여러 종족으로 인체 실험을 했지. 수백 명은 썼을걸.”

갈색 마법사의 입가가 비틀렸다.

각 종족의 인체 실험을 통해 쌓아온 연구결과의 정화가 자신의 몸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모한 실험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성공한 것들도 있었다.

성공하기까지의 기록과 그 성과는 바로 인체 개조로 이어졌다.

그 덕분에 갈색 마법사도 자신의 몸을 실패 없이 개조할 수 있었고.

원하는 대로 몸을 강화시킨 후에는 실험체들은 모두 폐기처리 되었다.

고작해야 실험체들에게 마스터 매지션과 똑같은 영광을 안겨줄 수는 없었으니까.

“실험 내내 죽여달라고 하던 놈들이니 원하는 대로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야.”

잔인한 실험 끝에 죽였다는 걸 자랑하는 마법사라니.

이런 자들이 어떻게 마법사, 그것도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자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법사로서 더욱 나아지려는 게 아니라 인간을 버림으로써 강해지는 걸 선택하다니.

워스덤이 움켜쥔 지팡이에 힘이 들어갔다.

“너희 같은 자들 때문에 마법사들이 욕을 먹는다. 마스터 매지션까지 된 자가 어째서?”

“마스터 매지션이니까! 지금보다 어떻게 더 나아진다는 거냐? 이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갈색 마법사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마법사의 정점이라는 마스터 매지션.

모든 마법사가 원하는 경지.

그런 경지에 도달한 후의 마스터 매지션들은 모든 걸 다 이루었을까.

아니, 오히려 마스터 매지션에 도달하기 전보다 더한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세상의 진리를 알기 위해.

마도 왕국의 마법사들은 더 많은 마법 지식에 영혼을 판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네 몸도 개조한 것이냐?”

“약점을 없애기 위해서야. 약해빠진 인간의 육체는 더이상 필요 없거든.”

워스덤이 불쌍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갈색 마법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선택된 자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후, 마도왕국의 마법사는 다 너희들처럼 몸을 마법으로 개조한 건가?”

“다는 아니지. 자신에게 맞은 실험의 결과가 나와야지 가능한 거니까. 이 친구처럼.”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황색 마법사가 손가락을 구멍 난 자신의 머리에 가져갔다.

구멍을 통해 반대편이 보일 정도니 마나 애로우에 관통당한 확실했다.

그는 구멍에 천천히 손가락을 넣었다.

그러고 나서 손가락을 빼니 구멍 난 부분은 깨끗하게 메워져 있었다.

인간을 버렸기에 황색 마법사도 죽지 않았던 것이다.

황색 마법사는 천천히 팔을 내렸다.

그러자 팔이 진흙처럼 녹아내리더니 지면으로 스며들었다.

황색 마법사의 몸마저도.

모습이 감춘 황색 마법사의 목소리가 지면 아래로부터 울려 퍼졌다.

- 이제 너희들은 엘프 숲 안에서 마충들에게 죽는 게 더 좋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부우애앵.

김검천이 루시엘과 워스덤, 샤칸에게 말했다.

“그쪽은 황색 마법사를 맡아줘. 갈색 마법사는 내 쪽에서 준비한 게 있거든.”

그것을 쓸 일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 일은 벌어졌으니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

후방을 맡은 워스덤이 자신이 알아낸 부분을 모두에게 알렸다.

“조심하시길. 녀석들은 몸을 개조하면서 특기인 마법의 효용을 극대화시킨 모양입니다.”

갈색 마법사는 벌레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는 패밀리어 마법.

보통은 하나 정도를 움직이는 게 한계인 마법으로 수백 마리 이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대지 마법이 특기인 황색 마법사는 자신이 흙처럼 변했다.

대지에 녹아드니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마법사를 잡을 수 있는지나 의문이었다.

그렇게 각자 대응할 준비를 갖추는 와중에 김검천이 하이엘프에게 말했다.

“그쪽을 노리는 것 같으니 무인차량 안에 숨어있는 게 어떨까?”

“본인의 일인데 너희들에게 맡기고 몸을 숨기라니? 이 몸도 할 때는 한다고.”

하이엘프가 소매를 걷으며 말랑거리는 팔뚝을 내밀었다.

툭 치면 꺾일 것 같은 팔뚝을 외면하며 김검천이 리피엘에게 말했다.

“능력 있는 하이엘프는 네가 잘 보살펴야겠는데? 가능한 지면에 발을 디디지 말라고.”

“들었습니까? 하이엘프이시여. 꼼짝 말고 무인차량 위에 계시지요.”

“응!”

그때 폭음과 함께 후끈한 열기가 무인차량까지 몰려왔다.

- 쿠왕!

- 부우애앵.

마충들이 미친 듯이 이리저리 날뛰는 모습과 함께.

워스덤이 황색 마법사가 있을 만한 장소에 화염계 범위 마법을 던진 것이다.

그 와중에 죄가 많은 마충도 휘말린 것이다.

갈색 마법사가 황색 마법사에게 괜히 화를 냈다.

“뭐하는 거야? 널 잡으려는 공격에 이쪽의 귀여운 아이들마저도 당하잖아!”

- 흥, 고작 백 마리쯤 죽는 것 가지고. 네가 다루는 마충 숫자에 비하면 별거 아니잖아?

황색 마법사를 노리고 있던 샤칸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샤칸이 땅바닥에서 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향해 푸른 금속망치를 힘껏 내려찍었다.

“여기냐!”

- 쾅!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땅바닥이 움푹 파이며 흙먼지가 자욱이 피어났다.

그런데도 황색 마법사는 별 피해가 없던 모양이었다.

샤칸이 후려친 곳에서 좀 떨어진 지면 위에 머리를 내밀 걸 보면.

- 그런 솜씨로는 지나가던 마충 한 마리도 못 맞추겠…컥?

황색 마법사가 천천히 루시엘이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를 덮친 마나 애로우 때문에 머리에 새로운 구멍이 다시 생겨나서였다.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또 다른 구멍 하나가 더 만들어졌고.

조금만 더 있으면 황색 마법사의 머리 너머로 풍경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루시엘이 활에 새로운 마나 애로우를 생성하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는 걸 보니 타격은 입는 것 같아 보이긴 한데 죽거나 치명적인 상처로 이어지지는 않는군요.”

“그거면 충분하오. 흙이 뭉쳐 솟아오른다. 지면 융기!”

워스덤의 지팡이가 번뜩이자 황색 마법사 주위의 지면이 모두 부풀어 올랐다.

황색 마법사가 비웃었다.

- 이게 다인가?

“물론 다일 리 없지. 흐르는 물은 정지할지어다. 얼음의 대지여!”

- 쩡.

워스덤이 이중영창으로 준비하던 얼음 광역 마법을 발동했다.

그러자 황색 마법사의 얼굴부터 시작하더니 물론 주변의 대지마저 모두 얼어붙었다.

“지금!”

“맡겨둬!”

잠시 거리를 두고 있던 샤칸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황색 마법사에게 비장의 수단이 있더라도 적어도 밀리지는 않을 걸로 보였다.

전황을 확인한 김검천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남은 건 내 몫의 한 마리뿐인가.”

그 말을 들은 갈색 마법사가 온몸의 마충을 쓰다듬으며 움직였다.

그의 몸에 있던 마충들 전부가 한 마리씩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겠지. 이 몸을 선택한 걸 후회하게 해주마.”

- 부우애앵.

갈색 마법사의 말에 동조라도 하듯이 하늘 주변으로 늘어난 마충들이 날갯짓을 했다.

김검천이 미리내를 불렀다.

“미리내. 마충은 몇 마리나 있지?”

[현재 관측된 바에 의하면 9957마리입니다. 여기서 계속 늘어나는 중이고요.]

마을을 덮쳤을 때 마충들의 수는 백여 마리 정도.

단순히 숫자만 가지고 생각하면 그때보다 100배는 더 위험해진 상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