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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20화 (220/250)

220화

김검천은 단순히 처리할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마충에게 겁을 먹지는 않았다.

그 나름대로 준비를 해둔 것도 있었고 상대할 방법도 미리 생각해두었으니까.

김검천이 팔을 내밀었다.

“벌레 퇴치에는 불과 연기가 효과적이라지? 그러면 일단 화염 방사기부터 가볼까.”

[특수형 화염 방사기 선택. 초고압축가스 연결.]

- 푸화확!

김검천의 팔에 튀어나온 대롱에서 분출된 붉은 불꽃이 방사선으로 공중을 훑어나갔다.

공중을 메운 마충들이 화염에 닿자 활활 불타오르며 무더기로 땅바닥에 추락했다.

개조되었다고 하지만 생물체의 몸을 한 이상 2000도가 넘는 화염을 견딜 리가 없었다.

견딘다면 그게 과연 생물인지 아닌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었다.

떨어진 마충들 중 몇 마리가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고 있기는 했다.

가장 연약한 날개 부분은 진작에 타버려 바닥에서 뒹구는 게 한계였지만.

- 콰직.

김검천은 화염 방사기를 방출하면서 바닥에 놓인 그런 마충들을 사뿐히 밟고 지나쳤다.

마충 보기가 역겨워 갈 때 확실히 처리한 것이다.

갈색 마법사가 팔을 내저었다.

“호오, 과연 믿는 구석이 있었군. 하지만 마충들의 수가 더 많아지면 어떨까?”

- 부우애앵.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디선가 늘어난 마충들이 다시 빈 자리를 메꾸었다.

시간이 갈수록 메꾼 정도로 그친 게 아니라 더 늘어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건 미리내가 증명해주었다.

[9890, 9950, 10000… 화염 방사기로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마충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제 한번 당해서 그런가. 기다리는 동안 벌레 늘릴 준비를 열심히 해둔 모양이야.”

점차 늘어나는 마충들을 보며 갈색 마법사는 승리를 확신했다.

김검천이 보여준 공격은 놀라웠다.

그에게 무수한 구멍을 내버린 원거리 공격이나 저 화염 공격만 봐도 알만했다.

어제 보낸 마충들도 가볍게 처리한 걸 보면 김검천은 마스터 나이트 이상의 실력자.

하지만 자신은 그에 비견되는 마스터 매지션.

또한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이기도 했다.

마법사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원래 실력의 몇 배 이상을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애초에 자신들은 하이엘프를 잡기 위해서 마을의 엘프 전부 상대할 생각으로 왔다.

와보니 엘프가 문제가 아니라 결계가 방해라서 전력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어제, 결계 안으로 보냈었던 마충들로부터 묘목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결계는 곧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계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는데 하이엘프가 제 발로 숲을 나선 것이다.

스스로 여기까지 왔으니 남은 건 방해자들을 없애고 잡아가기만 하면 끝.

지금 상대하는 김검천과 그 일행들이 생각보다 강하기는 했다.

그래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갈색 마법사가 외쳤다.

“수백 마리로 안 되면 수천 마리, 그것도 안 되면 수만 마리로 상대하면 그만이다!”

확실히 이대로 놔두면 마충이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는 노릇.

김검천은 화염 방사기의 작동을 중단했다.

갈색 마법사가 그 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

“으하하! 벌써 포기한 걸 보니 상황판단이 빠르군. 그런 의미에서 제안 하나 할까?”

“이런 상황에서 제안이라. 별로 듣고 싶지는 않군.”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하이엘프를 순순히 넘겨주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김검천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어딜 보아도 마충들로 득실거리고 있기에 도망칠 길은 없었다.

김검천과 시선이 마주치자 하이엘프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말게나. 다 죽어가는 늙은 엘프 같은 건. 우리 리피엘이나 신경 써주게.”

곁에서 가끔씩 날아드는 마충을 막아내던 리피엘이 소리쳤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하이엘프이시여! 노망이라도 드신 겁니까?”

“아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저는 경호대장입니다. 마을뿐만 아니라 하이엘프님도 지키는 게 제 사명인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날 지키려고 생각하다니?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예. 저는 멍청이입니다. 그러니 하이엘프님의 말씀도 못 들은 척할 수 있겠지요.”

둘의 대화에 갈색 마법사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로서는 죽었다 다시 부활해도 저런 바보 같은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남을 돕다가 희생한다는 일 같은 건 말이다.

“킁,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라고.”

저기 있는 김검천이라면 몰라도 엘프들만의 힘으로는 도망도 칠 수 없었다.

엘프들로서는 당연히 목숨이 위협받고 있으니 어떻게든 살려고 들지 않겠는가.

그래서 생명을 미끼로 김검천과 엘프들을 충돌시켜 틈을 만들어 낼려고 했다.

그런데 저 엘프들은 뭐가 좋다고 자기를 희생시켜서라도 남을 살리려고 드는 것이었다.

자기 희생이라는 단어 같은 건 모르는 갈색 마법사를 향해 김검천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게 좋은 거지. 이세계에서는 저런 모습을 어디 가서 볼까나.”

“네가 최후에 보는 광경이 이런 것일 텐데. 네 공격으로는 이 몸을 어쩔 수 없지 않나?”

“화염 공격이 다가 아니거든? 준비는 너만 한 게 아니야. 이제는 그걸 보여줄 차례고.”

- 딱.

김검천이 손가락을 튕겼다.

김검천도 마충들에게 공격받은 어제부터 준비한 것들을 선보일 시간이었다.

도구는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걸 마법사들이 나타난 장소까지 다시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게 발동할 때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갈색 마법사가 느닷없는 김검천의 행동을 보고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뭘 하려는 거냐?”

“모르면 지켜보기나 하라고.”

- 키이잉.

은색으로 빛나는 금속대롱이 지면으로부터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충들을 대비해 액체 금속인 수리용 구슬로 만든 연막 소독기였다.

마충들이 김검천과 엘프들을 포위했다면 은색의 소독기는 마충을 포위한 형세.

소독기로부터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 치익치익.

연기가 주변을 덮어나가자 김검천이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뭐가 튀어나올지 잠시 흠칫했던 갈색 마법사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설마 독 연기라도 뿜어낸 건가? 소용없는 짓을. 마충은 독에도 높은 저항력을 가진다!”

독연기라고 해도 이런 넓은 곳에서 사용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거기다 탁 트인 장소인 만큼 연기는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갈색 마법사의 착각에 불과했다.

코를 막고 있던 김검천이 다른 한 손을 내저었다.

“이건 독이 아니야. 코를 막은 건 냄새가 싫어서지. 하지만 너에게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얀 연기가 주변을 점령한 마충에게 닿았다.

마충들은 연기와 접촉하자마자 힘을 잃고 바로 추락했다.

바닥에 떨어진 마충들은 몇번 몸을 떨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건 갈색 마법사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몸도 마충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허물어지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몸을 감싸 안은 갈색 마법사가 경악했다.

“이런 바보 같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마충은 온갖 물리적 힘과 마법에 대해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데 별 대항도 못하고 죽어나가다니?”

“이건 어느 쪽도 해당 안 되니까. 이건 특제 분무형 살충제야. 벌레만을 죽이는 약이지.”

마충이 마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벌레가 원본인 것만은 피할 수 없는 사실.

김검천이 살던 시대마저 아무것도 없이 뭔가를 탄생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이세계에서 기적처럼 보이는 마법이라는 힘도 마나라는 에너지가 필수였다.

보다 단단하고 덩치가 커졌다고 해도 생물체로서 근본적인 체질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큿, 그렇다면 피해서 너희만 공격하면 그만이다. 아니?”

주변의 연기를 피해 하늘을 솟아오르던 마충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하늘 쪽은 어느새 날아오른 중계형 드론이 은색 금속대롱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제 갈색 마법사는 공격은 물론 도망갈 구석마저 다 막힌 상태.

갈색 마법사가 눈동자를 굴렸다.

갈색 마법사 자신만 살 수 있다면 마충 같은 건 수십만 마리도 더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주변의 마충을 향해 갈색 마법사가 다급하게 명령했다.

“연기만 처리해! 연기가 계속 뿜어나오지 않게 몸으로 막으라고!”

- 부우애앵.

마충들이 공처럼 뭉쳐서 연기가 나오는 연무기 쪽으로 날아갔다.

하늘을 날던 중계형 드론쪽도 마찬가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을 덮치니 당연히 마충 무리는 연기를 뒤집어썼다.

마충으로 만들어진 공은 겉부분부터 급속히 죽어 나갔다.

하지만 공 안쪽의 마충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그것들은 날아간 속도를 이용해 그대로 연무기 구멍 속을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

그 바람에 10000마리가 넘던 마충들의 수가 순식간에 10% 이하로 줄여버렸지만.

갈색 마법사가 주변에서 뿜어내던 연기를 모두 처리하자 김검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보았느냐? 이제는 네 차례…헉?”

어느새 김검천의 전신이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김검천의 한 손에 모여 응축되어 갔다.

김검천이 손바닥 위로 맑고 투명한 빛의 육각형의 큐브를 띄었다.

김검천이 천천히 주먹을 뒤로 당겼다.

“내가 아니라 네 차례겠지. 저건 어디까지나 시간 끌기 용이었거든.”

“젠장할!”

- 부우애앵.

김검천이 만들어낸 큐브로부터 불길한 느낌을 받은 갈색 마법사가 날아올랐다.

몸을 마충들의 둥지로 개조한 그로서는 하늘을 날아 피하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날기 위해 가벼워진 만큼 힘과 몸무게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검천이 넓은 지역을 막기 위해 얇게 크게 늘린 실드도 못 뚫을 정도로.

- 쾅!

마충처럼 날아서 빠져나가려다가 실드에 부딪힌 갈색 마법사가 떨어져 내렸다.

실드에 충돌해 바닥에 충돌한 갈색 마법사는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연기를 들이마셔 몸도 제 상태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에게 있어 정말로 최악의 순간은 지금부터였다.

김검천이 큐브를 향해 주먹을 후려갈겼다.

“반입자 큐브. 산개형!”

- 콰직.

주먹에 맞은 반입자 큐브가 갈색 마법사를 향한다 싶더니 중간에서 큐브가 폭주했다.

폭주한 큐브는 한 부분에 힘을 집중하지 않고 전면을 향해 응축된 에너지를 뿜어냈다.

몸은커녕 팔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갈색 마법사가 눈에 악독한 빛을 띄웠다.

자신은 도저히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후의 발악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갈색 마법사가 입을 크게 벌리며 기묘한 소음을 냈다.

아직 살아남은 마충들이 그 소리에 반응하더니 엘프 마을 쪽으로 날아갔다.

그게 갈색 마법사가 할 수 있던 마지막 행동이었다.

- 콰르르릉!

- 쩌정. 쿠아앙!

김검천이 가볍게 손을 털었다.

반입자 큐브는 갈색 마법사를 말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다.

단 일격으로 공격 범위에 있던 건 바위든 땅이든 모조리 날려 버린 것이다.

“이쪽도 끝이다!”

샤칸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검천이 고개를 돌려보니 황색 마법사는 몸 절반이 떨어져 나간 채 얼어 있었다.

절반이나 몸이 사라졌는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모습이 괴기스러워 보였다.

그때 황색 마법사가 얼어붙은 몸을 강제로 움직이며 마법 도구를 꺼냈다.

움직일 때마다 몸 일부분이 얼음이 되어 떨어져 내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있어보았자 남은 건 갈색 마법사처럼 죽음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그대로 마법 도구를 으깼다.

- 고르바 탑주가 준 걸 쓴 날이 오다니. 이 무슨 치욕! 으아아!

아직도 움직이는 황색 마법사를 향해 마법과 마나 애로우가 날아들었다.

다만 마법 도구 발동에 의한 붉은 빛이 번뜩이는 게 먼저였다.

마법과 마나 애로우는 애꿎은 땅만 파고 들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샤칸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쳇,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었나? 진짜 끈질기네. 이제 다 끝난 건가?”

- 콰직, 끼이익.

샤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엘프의 숲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엘프 마을에 있던 세계수 묘목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기울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본 하이엘프와 리피엘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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