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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22화 (222/250)

222화

“무슨 일이지?”

김검천이 움직이자 댕댕이는 묘목의 남아있던 그루터기 부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부서져 주변에 널린 나무 조각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은 공간에 코를 들여 밀었다.

사람보다 1000배 이상 좋은 코폴드의 후각이 아니라면 일부러 찾아보기도 힘든 위치.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이나 엘프는 무심코 지나칠 듯한 장소였다.

“컹! 컹!”

김검천은 댕댕이 옆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구멍 안을 살펴보았다.

이걸 보니 댕댕이가 왜 짖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김검천이 하이엘프를 보며 손짓을 했다.

자신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전문가인 하이엘프는 제대로 알아볼 것 같았다.

하이엘프가 그루터기를 올라가려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올려줘! 높아서 못 올라가!”

김검천은 하이엘프를 옆구리에 낀 채로 그루터기 한쪽에 나 있는 구멍 앞으로 데려왔다.

하이엘프가 투덜거렸다.

“거참, 전처럼 조금만 상냥하게 대해 주면 큰일이라도 나는가?”

“그쪽 취향 같은 건 나중에. 그보다 댕댕이가 찾은 이것부터 빨리 확인해 보자고요.”

하이엘프가 입을 삐죽 내민 채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저 녀석이 찾아낸 거라고는 뼈다귀나 풀 정도겠지. 역시 초록색이네. 아니, 이것은!”

- 쾅!

놀란 하이엘프가 급히 몸을 일으키다 머리를 구멍 위쪽 그루터기에 박았다.

구멍 속에서 몸을 뺀 하이엘프가 눈물을 글썽이며 김검천에게 부탁했다.

“구멍 안 내용물이 손상하기 않도록 구멍 윗부분을 제거 해주면 안 될까?”

“그런 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부탁 안 하셔도 됩니다만.”

“아니, 이건 머리를 부딪쳐서 아파서 그런 건데?”

김검천은 더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하이엘프의 말에 따랐다.

조심스러운 손길에 의해 찾아낸 건 아이도 꺾을 정도로 작고 연약하게 생긴 새싹이었다.

김검천이 물러서자 하이엘프가 떨리는 손을 새싹에 가져갔다.

새싹은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하이엘프의 손길을 느끼며 몸을 움직였다.

- 두우우.

어디서 들어본 소리였다.

예전 것보다는 좀 더 연약한 음향이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이엘프가 감격한 얼굴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이 새싹은… 세계수 묘목의 새싹이구나! 댕댕아! 잘했어!”

“컹컹!”

칭찬을 받은 댕댕이가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칭찬은 코폴드의 꼬리도 춤추게 했다.

그 후 세계수 묘목의 새싹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엘프들 사이에 바람처럼 퍼졌다.

엘프들로서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의 희망이었던 묘목을 박살내버린 김검천을 원망하던 엘프들도 사라졌다.

만약 김검천이 묘목을 부수지 않았다면.

그리고 댕댕이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현재의 희망인 새싹은 절대로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누구도 발견 못한 채 엘프들의 절망을 영양분 삼아 함께 말라 죽어갔을 테고.

김검천이 하이엘프와 같이 온 일행에게 돌아오니 워스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재 상황에 기뻐하는 엘프들과 다른 기분인듯했다.

이걸 보고도 그냥 넘어가면 사람이 아닌 무언가 일 것이다.

김검천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나?”

“숲 밖에서 마법사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더 이상 위협이 안 될 텐데.”

“그 마법사가 아니라 도주할 때 사용한 마법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슨 마법이길래 마스터 매지션인 네가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거지?”

“장거리 공간이동 마법 같아서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급박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다니.”

“그게 그렇게도 이상한 일인가?”

“그냥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마법이니까요. 그래서 결국 사라진 마법이었고요.”

장거리 공간이동 마법은 성공 확률이 낮았다.

한때 마법사들은 그걸 다른 말로 죽고 싶을 때 권장하는 마법이라고도 했다.

이동 거리가 멀면 멀수록 마법은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사람 시야 밖의 거리로 이동하는 것도 보통 실패했다.

공간을 다루는 마법인 만큼 실패하면 죽거나 더이상 마법을 못 쓰는 폐인이 되기도 했다.

“죽기 전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게 아닐까 싶은데.”

워스덤도 김검천의 말에 동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마법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용할 만한 게 아니었다.

워스덤은 그때 한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 마법사가 자신이 도주 때 발동한 마법이 어떤 건지 모르고 사용한 것이라면.

워스덤이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을 정리했다.

“제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마도왕국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마스터 매지션들 사이에서요.”

***

고르바 탑주의 연구실.

마법사가 연구를 할 때는 집중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이 장소에서 필요한 대화 이외의 침묵은 어느 마법사나 지켜야 할 규율 같은 것.

그런 장소에 암흑 마탑주는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고르바 탑주!”

살아있는 오우거의 눈에다가 막 마나로 만든 액체를 붓던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가 저런 성격인데도 마스터 매지션이 되고도 남아 탑주의 자리를 얻다니.

마법이 성격을 바꾸는 건지, 성격이 마법과 적합한 것인지.

어찌되었든간에 암흑 마탑주가 더 시끄럽게 굴기 전 고르바 탑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중요한 실험 중인데 이게 무슨 난리인가? 탑주라는 호칭이 아깝네.”

“지금 실험이 문제인가? 마스터 매지션 중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불구가 되었는데?”

마스터 매지션들이 다치거나 죽다니.

연구실 마법사들은 안 듣는 척하면서 둘의 대화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 마법사들의 마음을 고르바 탑주가 모를 리 없었다.

“자네 목소리가 너무 크군. 아랫것들이 보고 있다네. 이건 본인뿐만 아니라 자네에게도 유쾌한 내용은 아닐 텐데.”

“크흠. 아무튼 당장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소. 김검천은 또 누구요?”

“침묵은 금이다. 소리장악.”

고르바 탑주는 대답을 하는 대신 주변에 들리는 걸 막기 위해 먼저 주문을 발동했다.

그러자 연구실 내의 소음이 사라졌다.

암흑 마탑주가 놀란 눈으로 고르바 탑주를 바라보았다.

일정 영역에 침묵을 유지시키는 소리장악 주문은 중급 마법.

이 마법을 사용한 것에 암흑 마탑주가 놀란 게 아니었다.

암흑 마탑주가 놀란 건 소리장악 주문이 자신을 경계로 칼로 베듯 펼쳐졌다는 것이었다.

이건 사람이나 특정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단일 대상 지정 마법이 아니었다.

일정 범위 안에 펼쳐지는 마법인데 한 명을 목표 삼아 이렇게까지 정밀하게 사용하다니.

이것만 봐도 고르바 탑주의 마법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고르바 탑주는 필요에 따라 마법을 변형해서 사용할 정도의 실력자인 것이다.

안 그래도 고르바 탑주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던 암흑 마탑주로서는 짜증 나는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르바 탑주를 확실히 꺾으려면 다른 자와 합공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고르바 탑주가 물었다.

“뭘 그리 생각하는가?”

“별거 아니요. 그보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거요?”

“책임? 무슨 책임?”

“마스터 매지션이 당한 일!”

“아, 그거 말인가. 그게 왜 이쪽 책임인가?”

“뭐라고?”

“이번 일은 부탁한 끝에 당신이 들어주기로 한 거였지. 그게 본인 잘못이라는 건가?”

암흑 마탑주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다른 걸로 시비를 가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하이엘프를 잡으러 갔다 돌아온 황색 마법사가 김검천이라는 이름만 내뱉고 있소. 김검천이 누구냐고 물으니 대답은 못 하고 게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더군.”

그 말에 고르바 탑주는 속으로 꽤 놀라워했다.

김검천이 강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마스터 매지션 2명 모두를 처리할 정도일 줄이야.

물론 같이 있던 일행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암흑 마탑주의 태도로 보아 김검천 일행들의 피해는 별로 없어 보였으니까.

그래서 고르바 탑주는 알려 줘도 되는 정보까지는 솔직하게 대답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김검천을 모른다고 해도 어차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

그에 대해서 적당히 아는 척하는 게 암흑 마탑주를 상대하기에 더 나아 보였다.

“도플갱어에게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지. 그자가 마침 하이엘프와 같이 있었나 보군.”

암흑 마탑주는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하필이면 고르바 탑주가 알고 있는 사람이 하이엘프와 같이 있어서 일을 실패하다니.

“또한 김검천이라는 자는 심지어 그 워스덤과 같이 있다고도 하더군요.”

“음, 김검천은 제국의 일에 관여한 적이 있다고 들었소. 그래서 동행하고 있는 거겠지.”

“제법 많이 아는 듯한데 김검천에 대한 다른 정보는 더 없소?”

“듣자 하니 무술대회에서 운 좋게 우승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듯하구려.”

암흑 마탑주가 팔짝 뛰었다.

“제국 무술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면 마스터 나이트는 될 텐데? 왜 진작 말 안 해준 거요?”

암흑 마탑주의 불만 섞인 말투에 고르바 탑주가 피식 웃었다.

애초에 하이엘프라는 말에 미끼를 덥썩 물고 본 건 암흑 마탑주 본인 아니던가.

어찌 되었든 이로써 암흑 마탑주는 좋든 싫든 김검천의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르바 탑주는 조금 더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기로 했다.

“암흑 마탑주께서는 그런 자가 상대라서 무섭소? 이 몸은 아닌데.”

간결하지만 상대방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건드리는 말투.

그것도 일방적으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고르바 탑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암흑 마탑주도 일반적인 마스터 나이트는 눈 아래로 깔아보는 실력자.

방금 전까지 의심스럽게 다가서던 태도와는 다르게 발끈했다.

“마스터 매지션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오러 좀 쓴다고 자랑하는 놈들과 비교하다니?”

“그러면 김검천이라는 자에 대한 정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아니요? 마스터 매지션이 2명이나 몰려갔는데.”

암흑 마탑주가 생각해보니 한심스러운 일이기는 했다.

워스덤이 포함된 일행이라지만 그런 자들에게 마스터 매지션이 2명이나 당하고 왔다니.

같은 마법사로서 창피한 일이었다.

암흑 마탑주 자신이 갔다면 혼자서도 처리했을 텐데.

당한 동료가 한심스러워진 암흑 마탑주는 가장 따지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 들기로 했다.

“으음, 그건 그거고 여기를 찾아온 진짜 문제는 그쪽이 준 비상용 탈출 도구 때문이요.”

“아, 그걸 사용했던가. 그러니 무사히 귀환한 거였군.”

“무사히? 현재 그는 온몸의 마나가 흐트러져 있소. 그러니 자리에서 못 일어나는 거요.”

“그래서?”

“아니, 그래서라니! 알고 보니 그 마법 도구에는 장거리 공간이동 마법이 내재되어 있더군! 공간이동, 특히 장거리일수록 위험하다는 건 상식 아니요!”

그 덕분에 겨우 살아 돌아온 황색 마법사도 반쯤 정신이 나가서 쓸모가 없어졌다.

김검천에 대한 정신적 충격도 마법을 못 쓸 정도로 망가진 몸 상태 때문에 그럴 것이다.

고르바 탑주가 별 것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어찌되었든 살아서 돌아왔지 않소? 그거면 된 거지.”

“뻔뻔하기는!”

암흑 마탑주의 말은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한 고르바 탑주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상대방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관심을 돌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수작.

생각대로 넘어간 암흑 마탑주는 고르바 탑주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그건 죽을지도 모르는 비상 상황에 쓰라고 준 것 아니요?”

“그래도 그렇게 위험한걸…”

암흑 마탑주의 목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확실히 장거리 공간이동 마법 도구가 없었다면 황색 마법사는 그냥 죽었을 것이다.

몸이 망가졌다고 해도 살아있으니 하지 않는가.

몸 안에서 날뛰는 마나를 잡으면 다시 마법도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었고.

“하지만 썼지요. 능력 있었으면 사용할 일도 없었겠고. 그러니 못난 놈 책임 아니겠소?”

“하긴 능력 없는 게 잘못이긴 하오.”

고르바 탑주의 말에 암흑 마탑주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 마탑주도 당한 사람이 자기 세력의 마스터 매지션이 아니었으면 올 생각도 안 했다.

고르바 탑주의 따끔한 말에 기세를 잃은 암흑 마탑주였다.

원래 매섭게 다룬 후 다정하게 다독여 주면 보통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따라주게 마련.

고르바 탑주가 달콤한 미끼를 던졌다.

“당연히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 안 해준 이 몸도 잘못이 있긴 하오. 대가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메테오 스웜과 장거리 이동마법에 대한 주문을 차례로 넘겨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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