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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25화 (225/250)

225화

김검천도 워스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법에 대한 건 마법사가 잘 아는 법이니까.

“저게 정말로 마탑인지 의심스럽다는 거군. 함정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결계에 이어 대규모의 환상 마법이 펼쳐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법사다운 워스덤의 대답이었다.

확실히 저렇게 높고 거대한 마탑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게 의심스럽기는 했다.

차라리 워스덤의 말대로 마탑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이 펼쳐졌다는 게 더 그럴듯했다.

루시엘이 워스덤에게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마탑 방향으로 오지 못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으음, 제국 수도에 잡혔던 마법사들의 말에 따르면 저게 마탑이기는 한데…”

마탑이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든지 평범한 건물 같았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건 마탑이라고 드러내고 있으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샤칸이 투덜거렸다.

“아! 뭐가 그렇게 복잡해!”

루시엘이 핀잔을 주었다.

“샤칸.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 집중할 수 있게 좀 조용히 하십시오.”

마법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만큼 오히려 신경을 덜 쓰는 샤칸이었다.

그런 만큼 샤칸은 별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아무려면 어때! 그래서 안 갈 거야? 저기에 마탑이 있잖아!”

막나가는 샤칸답게 짧지만 그 안에 지금 중요한 모든 게 담겨 있었다.

목적지인 마탑이 저기 있으니 가야 한다.

다들 공감이 갔다.

어차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한가지 아닌가.

마탑으로 가서 마법의 진행을 중지하는 것.

이런 곳에서 저기가 마탑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도 좋았지만 행동하는 건 더 나았다.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루시엘이 샤칸을 칭찬했다.

“가끔은 당신의 말도 쓸모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샤칸이 오랜만의 칭찬에 턱을 치켜들고 우쭐거렸다.

“헹, 이 샤칸 님의 말이 어디 틀린 적이나 있었어?”

루시엘이 딱 잘라 말했다.

“예. 꽤 많습니다만. 몇 번이나 그래왔는지 장소와 횟수도 따로 말해 드립니까?”

“이럴 때는 예의상이라도 그냥 맞다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투닥거리던 둘이 곧 조용해졌다.

결국 최종 결정은 김검천이 내려야 했다.

모두의 의견을 들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지금으로서는 마탑으로 보이는 저곳을 향하도록 하지.”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러 가지 생각과 다양한 의견을 단번에 정리하는 역할은 역시 김검천의 일이었다.

그리고 김검천은 몇 마디를 덧붙였다.

“다만 가는 길 중간에 사람이 사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일단 들리도록 할 거다.”

워스덤이 아는 척했다.

“현지에서 정보를 파악하자는 것이군요.”

“맞아. 우리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저게 마탑이겠지. 다만 우리가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좀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해.”

워스덤이 말했다.

“김검천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있습니다만 어차피 결계가 해제되었으니 늦든 빠르든 그들이 알아챌 겁니다.”

루시엘도 한마디 했다.

“엘프 마을 때도 결계에 침입하자 엘프들이 요격하러 나선 것 처럼 말이지요. 이곳은 적들의 본거지인 마도왕국. 위험 부담은 각오해야 합니다.”

샤칸이 외쳤다.

금속 망치가 그 외침에 동참했다.

“얼마든지 오라고 그래! 이 금속 망치가 그놈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일단 움직이자고. 가는 길은 마탑까지 직진. 자동 운행 시작.”

[방향 조정. 직선 코스 이동 개시.]

무인차량이 마탑으로 보이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 나무가 있든 바위가 있든 일직선으로 말이다.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은 적들이 언제 나타나든 상관없다는 각오를 굳힌 얼굴이었다.

***

암흑 마탑주가 자신들의 집무실에 모인 파벌의 마스터 매지션 4명을 향해 입을 열었다.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를 들었소.”

모여있던 4명의 마스터 매지션 중 한 명인 청색 마법사가 먼저 말을 받았다.

“혹시 하이엘프와 만난 그 김검천이라는 자와 그 일행들이 벌인 일이 아닐까요.”

청색 마법사의 반응에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도 한마디씩 했다.

“저도 들은 바에 의하면 일행 중에는 워스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결계 해제는 못할 텐데 어떤 방법을 쓴 걸까요?”

“그 엘프 마을에는 하이엘프가 있었지요? 하이엘프는 오래된 지식의 보고 같은 존재. 어떻게든 결계를 뚫을 방법을 찾아줬겠지요.”

“허어, 그렇다면 큰 문제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그 하이엘프를 처리해야 하는 걸까요?”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암흑 마탑주를 마도왕국의 국왕으로 모시는 듯했다.

고르바 탑주가 아니라.

- 탕탕.

딴 사람의 말이 길어질 거 같자 암흑 마탑주가 책상을 두들겼다.

다들 급히 입을 다물자 암흑 마탑주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결계나 하이엘프가 아니요. 김검천이라는 자가 문제지.”

마스터 매지션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르바 탑주와의 이야기도 있고 하니 김검천에 대한 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입을 열려는데 암흑 마탑주가 먼저 은밀하고 재빠르게 속삭였다.

누가 듣기라도 하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듯이.

“그런데 말이요. 본인은 언제까지 김검천을 처리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소이다.”

암흑 마탑주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빛이 교차하고 모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세상이 자신들 마음대로 돌아가기를 바랬다.

그건 이 자리의 모두가 원하는 것이기도 했고.

한 마스터 매지션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암흑 마탑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약속한 내용 중에는 기한 같은 건 없었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런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살다 보면 가끔 중요도가 낮은 건 천천히 처리해도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자리의 분위기는 암흑 마탑주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청색 마법사가 쐐기라도 박듯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더구나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그곳이 있지 않습니까?”

“하긴 이곳 마탑으로 찾아오려면 꼭 들려야 하는 중간 장소가 있지요.”

“아, 그 마을 말씀이군요. 훌륭한 곳이지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마스터 매지션 한 명이 미소를 지었다.

마도왕국의 마법사에게 있어 그만큼 좋은 곳은 드물었다.

거기는 결계 밖을 나갔다가 돌아온 마법사들이 모이게 되는 곳이었다.

마도왕국을 벗어나 돌아온 마법사들이 마탑으로 오기 전 휴식을 취하는 마을.

위치뿐만 아니라 결계에 작용 된 마법의 힘으로 모이게 되도록 유도되는 장소였다.

김검천 일행이 침입한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안전장치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암흑 마탑주가 지나가는 것처럼 말을 흘렸다.

“거기에다 그곳은 고르바 탑주 파벌의 마스터 매지션이 담당한다고 하지 않았소?”

암흑마탑주의 말에 마스터 매지션들이 저마다 호응했다.

“오오,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생기는 건 고르바 탑주 쪽이겠군요.”

“허허, 우리 쪽 마스터 매지션도 2명이나 당했으니 그래야 평등한 게 아닐까요?”

“옳소! 같은 마도왕국 마법사로서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세력의 불행은 곧 자신 파벌의 행복.

암흑 마탑주 파벌로서는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 리 없었다.

한껏 달아오른 와중에 마스터 매지션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 김검천 일행들은 마을을 떠난 후에는 이 마탑으로 잘 찾아올까요?”

동료 마법사가 피식 웃었다.

“뭐, 이곳이야 눈이 달려 있다면 그 누구도 찾아올 만한 곳이지 않습니까?”

말을 꺼낸 마스터 매지션이 변명하듯이 대답했다.

“너무 머리를 굴리면 오히려 찾아오기 힘든 곳이니까요.”

“하긴 우리가 적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마탑이 의심스럽기는 할 겁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자 암흑 마탑주가 회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도 좋을 것도 없었고.

“거기에 대해서는 차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아, 대마법 주문을 얻는 건 어찌 되었소?”

청색 마법사가 얼른 대답했다.

“메테오 스웜의 주문 조각도 다 모아갑니다. 며칠 정도면 모두 회수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뭐요?”

“고르바 탑주는 연구실 말고는 집무실에만 처박혀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대마법 주문이 적혀 있는 고대의 유물 같은 것이라도 가지고 노는 가보군.”

“정보를 전해주는 마법사가 하는 말로는 실제로 본 자도 있다더군요. 마법서 같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호흡마저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

고대 대마법들의 주문이 기록된 유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니.

이건 김검천의 문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일이었다.

고르바 탑주와 목숨을 걸고 심각하게 따져볼 만한 일이기도 했고.

“오늘은 정말 운수가 좋은 날이로군. 이런 좋은 정보마저 듣게 되다니. 그러면 다들 며칠 후의 결론을 위해 힘을 모아두시구려.”

마스터 매지션들의 입가가 반월형으로 휘어졌다.

“알겠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암흑 마탑주가 내린 결론이 대단히 마음에 든 모양.

암흑 마탑주 자신의 입가도 저들 같은 미소가 지어졌을 것이다.

이제 슬슬 이 지겨운 세력 다툼의 끝을 볼 때가 다가온 것이다.

***

무인차량이 눈으로 덮여가는 지면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 안의 김검천 일행들은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따분한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특히 고개를 꾸벅거리며 반쯤 졸았다 깨는 걸 반복하고 있던 샤칸이 그랬다.

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마도왕국은 그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방향을 잘못 잡아서인지 아니면 마도왕국에 사는 사람이 적은 건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여태까지 사람 하나 못 본 건 이상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지루했기도 했고.

그때 미리내가 새로운 정보를 알려왔다.

정찰을 보낸 중계형 드론으로부터 영상이 보내져 와서였다.

[전방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주의를.]

- 쿵.

졸다가 무인차량 문에 머리를 부딪친 샤칸이 귀찮은 듯 물었다.

“혹시 동물인가? 그것도 아니면 괴물? 이틀 동안 찾은 건 그런 것밖에 없었다고.”

[아닙니다. 먼저 영상을 보시지요.]

무인차량 안에서 13D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크기만 조절했을 뿐 색과 냄새, 맛뿐만 아니라 심지어 질량까지도 구현한 화상이었다.

김검천이 나타난 13D 홀로그램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영상 안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건 김검천만이 아니었다.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도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다.

마도왕국의 모든 것을 경계해야겠다는 김검천 일행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경계심이 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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