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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29화 (229/250)

229화

마을 한가운데에 서있던 거대한 금속 동상.

그것이 기세 좋게 움직여 김검천 일행을 공격한 것이다.

금속 동상은 크고 아름답게 반들거리는 금속 몽둥이를 거둬들이며 몸을 일으켰다.

자세를 잡은 동상의 머리 부근으로부터 사람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 한심하군. 녹색 마법사. 하긴 그러니까 나무 계열 마법이나 다루고 있는 거겠지.

여전히 배틀 머신의 손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녹색 마법사가 신음을 흘렸다.

“금색 마법사! 네 놈이나 제대로 해라! 적도 다들 멀쩡하고 이 몸은 계속 잡혀 있잖아!”

이미 김검천에게 당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주제에 무슨 말이 많은 건지.

언제부터 마도 왕국 마법사들 사이에 동료애가 있었던가.

적을 처리하는 거라면 몰라도 이런 일로 손을 내밀다니.

금색 마법사가 그런 녹색 마법사를 비웃었다.

- 거기서 알아서 벗어나는 건 네 일이겠지. 이 무능한 것아.

이세계의 골렘은 상급 마석을 사용하지 않는 한 높이가 5미터가 넘을 수 없었다.

상급 마석은 나라에 따라 마스터 나이트처럼 여길 정도로 귀중한 소재.

또 상급 마석으로 5미터 이상의 골렘을 만들 바에야 다른 용도로 쓰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금색 마법사는 마석으로 이 거대한 금속 동상을 골렘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마도 왕국 마법사는 한계에 달한 마법의 벽을 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개조하고는 했다.

개조한다고 해도 보통은 자신의 몸을 기반으로 삼아 바꾸는 것.

마법사라고 해도 자신만큼은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제한을 거는 것이다.

미친 자도 자신의 몸만큼은 아끼는 것이다.

광기에 물든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서도 금색 마법사는 좀 더 화끈하게 미친 부류에 속했다.

금색 마법사는 자기 몸이 개조 가능해지자 살아 있던 자신의 몸을 아예 버릴 생각을 했다.

그는 3대 금속으로 만든 동상이 완성되자 거기에다가 아예 자신의 몸을 융합해버렸다.

금속 동상이 살아 움직이는 건 마스터 매지션인 금색 마법사의 마나에 의한 것.

이 거대한 금속 동상은 금색 마법사 그 자체라는 말인 것이다.

“적어도 너만큼 미치지는 않았지! 누가 상급 마석 대신 자기 몸 마나로 대신 움직이려 드냐!”

- 상급 마석이 없다면 자신이 곧 상급 마석이 되면 되는 법이지! 네게는 불가능할 터!

“당연히 미쳐버린 너같이 되고 싶지는 않는다. 금속 좀 다룬다고 잘난척 하는 것이냐?”

- 금속이야말로 모든 물질들의 정점. 본인이 왜 이런 몸이 되었겠나? 아아, 난 아름다워.

금색 마법사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황홀해했다.

겉보기에 거대한 금속 동상이 자신을 보며 감탄하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감겨 있던 금속 동상의 눈은 어느새 떠진채 번들거리는 무기질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워스덤은 처음 마을에 들어설 때 중년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렸다.

이 동상이야말로 마을의 책임자이신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했던걸.

워스덤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거짓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구나. 좀 더 귀를 기울일 것 그랬어.”

처음에는 녹색 마법사가 이 마을을 책임지는 마스터 매지션인 줄 알았다.

나타난 얼굴은 동상과 달랐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동상을 만드는 과정에서나 인체를 개조하면서 원래 얼굴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들었던 말 그대로 금속 동상이야말로 금색 마법사라는 마스터 매지션이었던 것이다.

인체 개조를 통해 그들이 쓰는 특성 마법을 극대화하면 이런 것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동료에게 버림받은 녹색 마법사가 이를 갈며 그나마 자유로운 한 팔을 내밀었다.

팔은 고체에서 액체가 되듯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무수한 나무줄기를 뿜어냈다.

녹색 나무줄기는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며 배틀 머신의 손을 감아쥐었다.

나무줄기는 질기면서도 유연한 재질을 이용해 최대한 힘을 뽑아냈다.

하지만 녹색 마법사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배틀 머신의 손아귀 힘이 녹색 마법사가 내뿜은 줄기를 합친 것보다 더 강했으니까.

녹색 마법사가 나무줄기로 변한 팔로 자신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결국 고르바 탑주가 넘겨준 그걸 써야 한다는 건가?”

그때야 자신에 대한 감상을 끝냈는지 금색 마법사가 녹색 마법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 크, 아직도 못 벗어난 것이냐? 한심하기 짝이 없군. 이런 나약한 자가 마스터 매지션?

“큭.”

녹색 마법사는 분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기에 분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무방비상태의 금색 마법사에게 2발의 포탄과 1발의 미사일이 각각 날아갔다.

지건으로는 통할 것 같지 않았기에 김검천이 좀 더 강한 위력의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표적은 지금까지 본 어떤 상대보다도 컸으니 빗나갈 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 쾅! 쾅!

예상한 대로 직격한 부분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곧 드러난 금색 마법사의 금속 신체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가슴과 등 쪽 중간에 움푹 들어간 자국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큰 피해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이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체였다면 저것만으로도 피를 토하고 주저앉을 만한 상처였지만.

김검천은 상대의 방어력을 추정하면서 다음 공격의 준비 태세에 들어섰다.

서서히 빛을 발한 파워드슈츠의 김검천이 금색 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상대가 여기 있는데 다른데다 신경을 쓰면 되겠나?”

- 크크크, 이거 미안하군. 벌레가 물어 보았자 본인에게는 별 피해 없어서 말이지.

“벌레라는 건 네 동료가 부리는 것들의 이야기겠지.”

- 음? 혹시 네가 말한 그건 마충을 말하는 것이더냐?

금색 마법사가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사람이 상대라면 표정으로 좀 더 확실히 알아보겠지만 동상인 만큼 알아보기 힘들었다.

김검천에게 있어서 상대의 반응 같은 건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지금 네가 신경 써야 할 건 그게 아닐 텐데. 나도 시작해볼까?”

[자율 기동. 전투 모드 개시.]

- 쿠르릉.

무인차량의 뒷쪽 짐 칸에 실려있던 배틀 머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한쪽 손은 녹색 마법사를 잡는 데 썼기에 배틀 머신에 달려있는 손은 하나뿐이었다.

물론 한쪽 손을 못 쓴다해도 본체가 기계였으니 전투력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금색 마법사를 두들겨 패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자신만큼이나 큰 배틀 머신을 보고 멍하니 있던 금속 마법사였다.

그런 금색 마법사의 얼굴을 배틀 머신이 오른쪽 주먹으로 가격했다.

금색 마법사가 충격으로 들고 있던 5미터짜리 금속 몽둥이를 떨어뜨렸다.

배틀 머신의 공격력은 금색 마법사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까와왕! 쿠쿵!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충격파.

시끄러운 금속음이 마을 전역에 울려 퍼졌다.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이 저절로 인상을 쓸 정도로 큰 소음.

숄더 캐논의 포탄과 미사일에도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던 금색 마법사가 물러섰다.

그건 10미터 이상의 거대한 금속 동상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덮친다는 말이기도 했고.

거대한 금속 거인끼리 주먹다짐을 한다면 피해 보는 건 그보다 작은 존재들인 것이다.

- 쿵, 쿵, 쿵!

“으아아!”

기둥같은 거대한 다리가 바로 옆을 내려찍자 샤칸이 다리를 열심히 놀려 거리를 벌렸다.

이제 마스터 나이트에 도달한 샤칸이라고 하지만 저기에 깔리면 살아날 길이 없었다.

아무래도 다리가 짧은 만큼 빠르게 거리를 벌리거나 좁히는 일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피하는 일에 신경 써야 하는 몸이었다.

주문 외울 시간만 있다면 워스덤마저도 샤칸보다는 더 쉽게 회피가 가능한 것이다.

샤칸이 비명을 지르듯 목소리를 높였다.

“왜 하필이면 저런 게 내 곁에서 싸우는 거냐고?”

- 투쾅!

한 대 맞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금색 마법사가 배틀 머신의 배 부분을 가격했다.

신장만큼은 금색 마법사가 배틀 머신보다도 더 큰 편.

그에 걸맞은 중량은 그만한 파괴력을 동반했고.

금색 마법사의 공격에 배틀 머신도 그냥은 버티지 못하고 쭉 밀려 나갔다.

배틀 머신마저 밀려 나가는 데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건물 따위가 견딜 리 없었다.

- 와르르륵! 쿠쾅!

김검천과 일행들이 머물던 3층 건물이 장난감이 박살나듯 무너져 내렸다.

거대 금속 덩어리들을 피했더니 이제는 샤칸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건물 잔해였다.

거듭되는 재난에 금속 망치를 휘두르며 파편을 막아내던 샤칸이 다시 억울해했다.

“젠장! 이 몸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근력은 드워프보다 떨어져도 기동성은 엘프가 훨씬 우위.

루시엘이 금속 망치와 건물 잔해를 피해 샤칸의 뒷덜미를 잡고 뛰어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당신의 다리가 짧은 걸 탓하시지요.”

그렇게 둘이 몸을 피하는 사이에도 배틀 머신과 금색 마법사의 다툼은 이어지고 있었다.

금색 마법사가 배틀 머신의 턱 부분을 가격했다.

- 깡!

타격은 있었지만 감당 못 할 충격은 아니었는지 배틀 머신은 밀려나면서 주먹을 날렸다.

배틀 머신의 팔 부분에 튀어나온 배기구에 폭발하듯이 불이 뿜어져 나왔다.

추진력을 얻은 팔은 금색 마법사가 방어를 위해 교차한 팔 사이를 그대로 파고 들었다.

- 크콰악!

금색 마법사의 비명인지 금속이 비틀리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괴음이 울려 퍼졌다.

금색 마법사는 배를 잡고 구부린다 싶더니 떨어졌던 5미터 금속 몽둥이를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대각선으로 배틀 머신을 후려갈겼다.

배틀 머신의 하반신에서 튀어나온 배기 노즐이 회피를 위해 동작했다.

금속 몽둥이는 배틀 머신을 맞추지 못한 채 허공을 갈랐다.

금색 마법사의 공격 범위에는 아직 배틀 머신의 손에 잡혀 있던 녹색 마법사가 있었다.

품 안을 뒤적거려 막 마법 도구를 사용하려던 녹색 마법사가 비명을 질렀다.

“금색 마법사! 이 새끼야!”

- 쾅!

대답은 필요없다는 듯 건물 기둥만 한 금속 몽둥이가 녹색 마법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금속 몽둥이가 다시 들리자 그 자리에는 꽉 쥐인 배틀 머신의 주먹만 남아있었다.

배틀 머신이 금속 몽둥이 못지않은 두꺼운 다리를 들어 금색 마법사를 걷어찼다.

다리 관절 부근을 걷어차인 금색 마법사가 제자리에서 떠 한 바퀴 돌더니 바닥에 추락했다.

- 쿠우우웅!

덩치가 큰만큼 떨어지는 충격도 컸는지 금색 마법사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그 틈을 이용해 다시 본체로 돌아와 합체한 배틀 머신의 손이었다.

적이 행동을 멈춘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땅을 치며 후회할 일.

두 팔이 원래대로 돌아온 배틀머신은 주변에 있던 가장 큰 건물을 통째로 안아서 뜯었다.

뜯겨진 건물 안에서 탁자와 의자, 각종 물건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다리 배기구에서 불꽃을 뿜은 배틀 머신은 건물을 든 채로 떠올랐다.

곧이어 떨어지더니 그 힘을 이용해 들었던 건물을 힘껏 내려찍었다.

- 쿠쿠쿵! 쿠쿵!

누운 금색 마법사를 깔고 앉은채 건물채로 찍어 내리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건물 잔해를 쳐내며 뿌연 먼지 사이로 질렸다는 표정의 샤칸이 루시엘에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

“전투 식량이나 드시며 기다리시지요. 당장 이쪽이 할 일은 없습니다.”

방어 마법을 펼쳐 주변을 보호 중이던 워스덤도 입을 열었다.

“금색 마법사에게 타격을 줄 정도의 공격은 배틀 머신에게도 피해를 줄지 모르니까요.”

루시엘이 그 말에 동의했다.

“결국 우리가 함부로 끼어들기 힘든 상황이니까요.”

김검천은 기회가 없으면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김검천이 손에서 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찾아볼 차례겠군. 다들 준비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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