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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32화 (232/250)

232화

녹색 마법사는 자신이 말하고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암흑 마탑주의 파벌 마법사라고 해도 상대는 마스터 매지션이었다.

그런 마법사를 인체 실험의 실험체라고 지칭하다니.

마스터 매지션이라면 마도 왕국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귀중한 인재.

녹색 마법사는 자신의 말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고르바 탑주의 재촉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하다니.

그런데 고르바 탑주는 그런 녹색 마법사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을 받았다.

“호오, 정답이야. 황색 마법사로 지금 실험 중인 것이지. 곧 결과도 나올걸세.”

녹색 마법사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고르바 탑주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무사하다는 안도감이 들자 녹색 마법사는 이제 고르바 탑주가 뭘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암흑 마탑주 소속의 마스터 매지션으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말이다.

“무슨 결과 말입니까?”

“생명체를 혈석으로 만드는 건 알겠지. 마스터 매지션으로 혈석을 만들면 뭐가 나올 것 같나?”

어딘지 찐득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고르바 탑주의 목소리.

녹색 마법사가 그 잔인한 열기에 긴장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마법사도 그랬지만 녹색 마법사 또한 필요하다면 누구든 강제로 데려다 실험했었다.

그런 그가 마스터 매지션으로 실험하는 일에 대해 흥미 없을 리 없었다.

다만 같은 마도 왕국 마법사들에 대한 제약이라든지 능력의 한계 때문에 못 했을 뿐.

녹색 마법사에게도 상대방 파벌의 마스터 매지션이 저런 꼴이 된 것 흥미로운 일.

다만 이건 암흑 마탑주가 안다면 고르바 탑주라도 그냥 넘어갈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이 합공해서 고르바 탑주를 죽인다 해도 누구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녹색 마법사가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에게 한마디만 한다면 다음 일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고르바 탑주는 파멸할 것이다.

이제 녹색 마법사는 고르바 탑주의 약점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다.

마도 왕국 최고 권력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자유 무료 이용권이라니.

앞으로 녹색 마법사의 마탑 생활은 즐겁기 짝이 없을 것 같았다.

화려한 미래에 정신을 뺏긴 그는 고르바 탑주가 왜 이걸 보여줬는지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뭐, 마스터 매지션으로 혈석을 만들면 상급 마석 못지않은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요?”

“상급 마석보다는 나을 걸세. 최상급 마석보다는 좀 못할지 몰라도. 그걸로 뭘 할 것 같나?”

“그 정도의 혈석이라면 고대의 대마법을 더 빠른 기간에 사용할 수도 있겠군요.”

최상급 마석에 마스터 매지션들의 마나를 더해서 마침내 메테오 스웜이 발동했다.

저것이 혈석이 된다면 마법을 발동하고도 남는 마나가 생긴다.

넘치는 마나는 마법 발동 시간을 몇 배나 단축시킬 것이다.

“그렇지. 더욱 빠르게 고대 대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혈석이 늘어나는 만큼!”

고르바 탑주가 묘한 눈빛을 녹색 마법사에게 보냈다.

녹색 마법사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어째서 고르바 탑주는 저런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는 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에 차서 미처 못 알아보았다.

슬슬 화가 가라앉고 머리가 차가워지자 고르바 탑주가 한 일이 기억났다.

아까 고르바 탑주가 마법으로 집무실 문을 닫은 것.

그건 고르바 탑주의 마법 실력으로도 불가능한 마법 영창 속도였다.

아니, 세상 어떤 마스터 매지션도 그렇게 빨리 마법을 빨리 외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마법의 시전 속도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것 말인가? 드디어 본인이 마스터 매지션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증거 중 하나일세.”

고르바 탑주의 눈이 불길한 빛을 발했다.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녹색 마법사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킬 정도로.

그 와중에도 생겨나는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은 입이 열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다른 사람도 가능할까요?”

“마스터 매지션이라면 당연한 질문이겠군. 치료사는 자네도 알겠지?”

“메테오 스웜을 발동한 그 장소에 본 그 자 말입니까?”

“그가 본인을 위해 마도서를 빌려줬다네. 그걸 익힌 덕이지.”

“치료사가 그런 귀중한 마법책을 가지고 있었다니?”

녹색 마법사가 깜짝 놀랐다.

마스터 매지션 중에서도 최고라는 고르바 탑주의 경지를 더 높여주는 책이라니.

녹색 마법사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그도 한 사람의 마법사인 만큼 마스터 매지션 너머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그 책이 탐났다.

“혹시 저도 고르바 탑주님과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녹색 마법사는 고르바 탑주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거절한다면 황색 마법사의 일을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에게 알릴 테니까.

“물론이지. 마침 잘 되었군. 한 사람 정도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던 참이었거든.”

고르바 탑주의 눈에서는 붉은 색이 섞여 일렁거리고 있었다.

특히나 뭔가를 갈망하는 듯이 빛났다.

녹색 마법사가 저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하게.

녹색 마법사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고르바 탑주를 바라보았다.

“설마 무슨 위험한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녀석과 다르게 당신 편인데?”

고르바 탑주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래서 평범한 사고를 가진 마법사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고르바 탑주는 녹색 마법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책이란 말일세,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그냥 놔두면 죽은 지식에 불과해. 누군가 적절하게 그 지식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녹색 마법사의 말투가 거칠어졌다.

고르바 탑주는 이해한다는 듯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어허, 이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험이 최고라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결국 거기에는 자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거지.”

고르바 탑주의 눈빛이 뱀처럼 녹색 마법사를 훑었다.

말로는 협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강제로 집행할 모양이었다.

녹색 마법사가 애원하듯이 외쳤다.

“방금 전 함께 하자는 건 협력해 달라는 말이 아니었던거요? 뭐든지 전력으로 협조하겠소!”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군. 내가 자네를 잘 써주는 게 함께 한다는 뜻이지. 자네는 그저 내게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네.”

- 턱.

녹색 마법사는 더이상 발을 뒤로 옮길 수 없었다.

녹색 마법사의 등 뒤로 차가운 기운이 전해져왔다.

그가 도망갈 구석은 벽에 의해 막혀 버린 것이다.

소름이 돋을 때와 같은 서늘한 느낌에 녹색 마법사의 고개가 무의식적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황색 마법사가 있던 자리.

그곳에는 이미 혈석 하나만이 남아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고르바 탑주도 벽 너머를 보며 만족한 듯 웃어 보였다.

김검천 일행들이 마탑으로 오기 전에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녹색 마법사가 몸을 부여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둬!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녹색 마법사의 마지막 발악같은 외침에 고르바 탑주가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군. 마나가 꼬여 마법도 못 쓰는 자네가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추하게 굴지 말게.”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고통은 많이 심할 테지만 처음에는 다 그런 법이지. 먼저 가서 기다리게나.”

“이 미친 놈아!”

그것이 녹색 마법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

- 쾅!

암흑 마탑주의 집무실에도 마스터 매지션 한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암흑 마탑주의 호출로 회합을 준비 중이던 마스터 매지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방금 입수한 중요한 소식입니다! 꼭 들어야 하는!”

암흑 마탑주가 인상을 썼다.

가장 늦게 집무실로 온 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다니.

다들 이 자리에서 얼마나 그를 기다렸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고르바 탑주의 일로 약간의 시간이라도 아쉬운 때 아닌가.

안 그래도 성격이 좋지 않은 암흑 마탑주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너 이 새…”

그냥 놔뒀다가는 암흑 마탑주의 입에서 욕이라는 욕은 다 튀어나올 거 같았다.

청색 마법사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암흑 마탑주님. 먼저 그가 늦은 이유라도 들어보도록 하지요.”

“…후, 우, 그래.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도록 하지. 말해봐!”

심호흡을 하며 화를 참은 암흑 마탑주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마스터 매지션을 노려보았다.

지각한 마스터 매지션은 암흑 마탑주가 어떤 기분인지 눈치 못 챈 채 입을 열었다.

방금 들은 소식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도 괜히 늦은 게 아닌 것이다.

“얼마 전 녹색 마법사가 엉망이 된 채 돌아온 걸 마법사들 중 한 명이 보았다고 합니다.”

“누가? 자네도 그쪽에 정보원이 있었나?”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이런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암흑 마탑주라고 해도 비밀.

마스터 매지션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 채 대답했다.

그러자 청색 마법사도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흐음, 제가 얻은 정보와도 같군요. 다양한 경로에서 얻은 정보가 같다면 진실일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모두 모이면 정보를 풀려고 했는데 저렇게 언급을 해주니 다들 말하기가 쉬워졌다.

회의에 미리 도착해있던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도 한마디씩 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들었습니다. 운 좋게 얻은 정보로 마침 이야기하려던 참인데요.”

“이쪽도 그렇습니다. 이제보니 다 아는 정보인가 싶군요.”

회의에 지각한 마법사가 어색해진 표정으로 슬쩍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신만 알게 된 최신 정보인 줄 알았는데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도 알고 있는 듯했다.

암흑 마탑주가 청색 마법사에게 턱짓을 했다.

“그쪽이 정리해서 말해보게나.”

“예. 다들 아실 듯합니다만 오늘 녹색 마법사가 돌아와 고르바 탑주를 찾아갔다 합니다.”

긴장한 것처럼 보였던 암흑 마탑주가 몸에 힘을 빼고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흥, 뭔가 했더니 그냥 녹색 마법사가 자기 파벌의 수장을 찾아간 것 아닌가?”

“아닙니다. 녹색 마법사를 부축해 데려간 자의 말에 의하면 다 죽어가는 모습이었답니다.”

암흑 마탑주가 크게 웃었다.

“녹색 마법사가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돌아와? 하하하! 꼴 좋군. 예상한 대로 김검천과 그 일행들에게 당한 모양이야.”

“그럴 겁니다. 금색 마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금색 마법사는 죽었나 보군. 녹색 마법사는 장거리 이동 마법 도구로 탈출한 것이고.”

암흑 마탑주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로써 고르바 탑주와 함께 하는 마스터 매지션도 2명이 줄어든 셈이었다.

다만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암흑 마탑주가 고르바 탑주와 같은 상황인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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