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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36화 (236/250)

236화

순순히 집으로 돌아가라는 건 아닌 듯한 싸늘한 어조.

예상대로 고르바 탑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탑 꼭대기 부분에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 마법진이 회전하더니 중앙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 구오옹. 푸슉.

김검천 일행의 무인 차량과 거리를 둔 채 붉은빛은 약 100미터 가량의 지면을 할퀴었다.

빛의 발톱이 지나간 눈이 쌓인 지면에는 사람만 한 깊이와 넓이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섬뜩한 빛이 번뜩이자 움찔했던 샤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멍 안을 보려고 했다.

“엥? 뭐야. 이게 다야?”

김검천은 그런 샤칸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샤칸이 예상하지 못한 일에 몸이 굳었다.

김검천은 그를 옆구리에 끼고서 무인 차량 뒤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모두 저곳으로부터 떨어져!”

김검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깊은 구멍으로부터 폭발이 일어났다.

- 쿠와앙!

대지 밑에서 화산이 폭발하기라도 하듯이 근방에 쌓여 있던 눈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눈 뿐만 아니라 단단하게 얼어있던 흙과 지표면의 암석과 같이.

김검천과 일행들 주위에 있던 눈들이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김검천의 옆구리에 끼어있던 샤칸이 답답한지 발버둥을 쳤다.

김검천이 그제야 샤칸을 내려주었다.

“미안하군. 워낙 급해서 말이야.”

“아니, 그건 김검천님 잘못이 아니다. 느닷없이 공격한 저놈이 문제지.”

샤칸은 화난 표정과는 다르게 발로는 흙이 드러난 바닥을 만족스럽게 발로 밟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머리끝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루시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도 대지에 바로 선 것이다.

샤칸은 뿌듯한 기분으로 힘껏 소리쳤다.

“야! 누군지 모르지만 여기 샤칸 님과 떨거지 귀쟁이인 루시엘은 안 보이는 거냐?”

여기까지 온 건 4명이었는데 자신을 포함한 2명의 이름을 안 부르다니.

방금 죽을지도 몰랐던 건 이미 기억에도 없었다.

샤칸의 목소리가 주변을 울리다 허공으로 사그라 들었다.

샤칸이 루시엘을 보며 투덜거렸다.

“와, 누군지 모르지만 무시해? 열받네.”

“그러게 말입니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저마저 같은 취급을 받았군요.”

“어라,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데.”

그때 마탑 꼭대기에서 한 사람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눈이 좋은 루시엘이 먼저 발견해 알렸다.

“마법사 같은 누군가 떨어집니다.”

그렇게 추락하는 듯 보이던 사람은 중간에서 멈추더니 하늘을 날아 이쪽으로 왔다.

루시엘의 말을 들은 워스덤이 다시 투영 마법으로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자는 고르바 탑주입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이거 의외군. 높으신 마법사분은 맨 마지막에 나올 줄 알았는데. 마탑에서 편안하게 공격도 가능한 것 같던데.”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온 고르바 탑주가 그 말을 받았다.

“후후, 원래 계획은 그랬지. 하지만 인사 정도로 그치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김검천.”

“너와는 오늘 처음 만났다. 그런데도 나를 아는가 보군.”

“아아, 치료사에게 너에 대한 이야기를 짜증 날만큼 들었거든. 우리 측 마스터 매지션들도 너에게 많이 신세를 졌었고.”

“그래서 직접 이 자리에 행차하신 건가? 바뀐 생각이나 말해보시지.”

김검천은 대화의 흐름을 끊기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부터 했다.

단순한 대화라고 해도 고르바 탑주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없었으니까.

김검천이 마음대로 하자 고르바 탑주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순순히 김검천이 원하는 대로 응하기로 했다.

곧 죽을 자에 대한 예우로.

“이유는 간단하지. 본인 혼자만의 힘으로도 너희 모두를 다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간결한 이유였다.

하긴 혼자서 김검천 일행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데 다른 힘을 빌릴 필요가 있겠는가.

고르바 탑주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너희들이 잘해준 보답이라 생각해라. 죽은 후에도 말이야.”

샤칸이 금속 망치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노망이라도 났나. 무슨 헛소리야. 이거나 먹어라! 오러탄!”

금속 망치로부터 푸른 빛이 뭉쳐지더니 공처럼 튕겨 나갔다.

검이 아닌 망치로 경지에 오른 샤칸의 오러는 일반 마스터 나이트에 비해 위력이 강했다.

고르바 탑주는 날아드는 오러탄을 보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튀어나온 반투명한 푸른 구체가 사람 머리만큼이나 커지더니 다시 주먹 크기로 줄어들었다.

- 투퉁.

날아드는 오러탄과 부딪힌 푸른 구체는 오러탄을 박살 낸 채 그대로 샤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샤칸은 흔들림없이 오러가 어린 금속 망치를 힘껏 휘둘렀다.

- 퍽.

푸른 구체는 금속 해머에 맞아 사라졌다.

샤칸은 방금 휘두른 금속 해머를 내려다보았다.

푸른 구체와 격돌한 금속 해머는 휘어져 있었다.

고르바 탑주가 발출한 푸른 구체 한 방에 부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간 금속 해머였다.

그것도 3대 금속도 으깨는 오러로 보호받고 있던 중인 금속 해머였는데.

저 구체를 직접 맞았다면 붉은 피만이 남아 대지에 샤칸이었던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고르바 탑주가 히죽 웃었다.

“어떤가? 극한까지 압축한 물의 공은? 별것 아닌 물이라도 이렇게 압축하니 네가 든 금속 해머보다도 무겁고 단단하지 않은가?”

- 피웃.

루시엘이 말하는 중인 고르바 탑주를 향해 아무 말없이 마나 애로우를 쏘았다.

그 마나 애로우는 고르바 탑주의 앞에서 바로 튕겨나갔다.

마법사답게 고르바 탑주는 미리 방어 마법을 전개해둔 것이다.

루시엘도 그 정도는 예상했는지 마나 애로우 뒤로 화살통에서 꺼낸 화살을 발사한 뒤였다.

쏘아진 화살은 몸에 바람을 두르고 맹렬히 회전해나갔다.

루시엘은 마스터 매지션이 발동한 방어 마법마저 꿰뚫는 힘을 가진 화살을 날린 것이다.

기대한 대로 화살은 마나 애로우가 막혔던 방어 마법을 뚫고서 고르바 탑주로 날아갔다.

박히기도 전에 몸에 구멍이 날듯한 살인적인 위력의 화살.

코 앞까지 다가온 그런 화살을 보고도 고르바 탑주는 여전히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고르바 탑주의 로브를 뚫고 혈석 하나가 튀어나왔다.

- 탁!

화살은 혈석에 막혀 그대로 튕겨 나갔다.

혈석은 고르바 탑주의 주위를 회전하면서 또다른 화살이 날아드는 걸 막아냈다.

루시엘의 화살 공격이 끝나자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저었다.

“대화 중 공격하다니 예의가 없군. 그 정도로 되겠나? 마스터 매지션이라면 또 몰라도.”

“그러면 이건 어떻소!”

워스덤의 외침과 함께 강렬한 열기가 하늘로부터 느껴졌다.

고르바 탑주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방금 고르바 탑주가 내뱉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워스덤의 마법이 발동된 것이다.

머리 위로 거대한 화염구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모습은 화염구에 불과했지만 그 크기는 평범한 화염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보통 화염구라고 하면 사람 머리만 한 불의 공.

중상급 마법사도 펼칠 수 있는 화염계 범위 마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화염구는 집채만 한 크기.

단순히 화염의 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뜨거웠다.

크기만큼이나 강한 열기는 저 아래에 있는 지표면까지 닿아 눈이 녹고 있었다.

워스덤이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마나를 주입하던 지팡이를 아래로 휘둘렀다.

“세상이 불로 덮일지어다. 화염태양!”

- 화르륵.

거대한 불의 구체가 고르바 탑주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눈 근처에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샤칸과 루시엘의 얼굴마저 벌겋게 익어갔다.

그만큼 화염태양의 위력은 무서웠다.

마스터 매지션의 방어 마법이나 저 혈석으로도 절대로 막지 못할 듯이 보였다.

고르바 탑주는 그제야 약간 표정이 달라졌다.

“어떤 공격도 이 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지. 가라!”

- 파파팍.

고르바 탑주의 몸에서 5개의 혈석이 더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각자 삼각형과 역삼각형을 만들더니 혈석으로부터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빛은 6개의 방향으로부터 서로 중첩하며 화염 태양을 막아 나섰다.

떨어져 내리던 화염태양이 6개의 혈석이 뿜어낸 붉은빛과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 쿠우웅, 치치직.

기세가 좋던 화염태양은 금방 물속에 떨어진 불꽃 같은 소리를 내며 덩치가 줄어 들어갔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힘을 다한 촛불처럼 사라져 버렸다.

워스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고르바 탑주가 마도 제일 마법사라도 해도 자신과 같은 마스터 매지션.

이렇게까지 실력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아니면 고르바 탑주 주위를 맴도는 저 6개의 혈석이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 도구든가.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이쪽 3명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으니까.

워스덤이 빠르게 한쪽 눈을 깜빡였다.

셋이서 합공하자는 신호.

샤칸이 뭔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아프냐? 이상하게 눈을 깜빡이게.”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던 루시엘이 활 끝으로 샤칸의 옆구리를 찔렀다.

“합공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빨리 준비나 하시지요.”

“아하! 그러면 눈으로 말고 입으로 말할 것이지.”

각자 다시 공격 준비에 들어간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을 본 고르바 탑주였다.

고르바 탑주가 활짝 웃었다.

그에 맞춰 혈석이 다시 한번 붉은빛을 뿜어냈다.

“합공인가? 이제야 좀 즐거워지겠군. 하지만 진작에 했어야지.”

이번에는 고르바 탑주의 손에서 반투명한 검은 구체 하나가 3명을 향해 날아들었다.

주문을 준비 중이던 워스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별다른 준비 없이 혈석으로 마법을 막은 건 미리 준비해두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의 마법마저 시간차 없이 바로 공격을 하다니.

“이미 이중영창은 다 사용했을 텐데. 빠르게 마법을 발동하는 고속영창인가? 하지만 이 속도는…?”

워스덤의 의문은 마법사로서 당연한 것.

마법이라는 건 마나를 주문이라는 절차를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주문이 길면 길수록 강해진다.

강한 마법사일수록 그 주문의 길이를 짧게 줄일 수 있었고.

마스터 매지션쯤 되면 중급 마법 정도는 몇 초도 안 되어 발동할 수 있었다.

그걸 감안한다 해도 고르바 탑주의 마법 시전 속도는 너무 빨랐다.

방금 전 푸른 구체만으로도 오러로 보호되던 샤칸의 무기를 무력화시켰다는 걸 생각하면.

마스터 매지션이라도 불가능한 일을 고르바 탑주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워스덤의 머릿속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하지만 머릿속과 반대로 그의 입은 주문이 완성되자 저절로 움직였다.

“바람은 모든 것을 튕겨낸다. 폭풍결계!”

“소용없다. 화염, 물, 바람, 땅 그 어떤 속성 마법이라도 이 힘 앞에서는!”

고르바 탑주의 손을 떠난 검은 구체가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부서지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순간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 모두 뭔가에 짓눌린 듯이 몸을 지면으로 향했다.

- 쿠쿵.

맨 처음 무릎을 꿇은 건 워스덤이었다.

마법사인 그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크게 차이가 없었으니까.

마나를 사용해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건 기사 계급의 마나 유저들 정도.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해도 마나의 양뿐만 아니라 종족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했고.

다음으로 무너진 건 루시엘이었다.

마나로 근력보다는 기동성을 우선하는 엘프로서는 밀려드는 중압감을 버틸 수 없었다.

샤칸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오던 고르바 탑주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호오,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니. 드워프라는 종족은 다리가 짧아서 그런 건가?”

어떻게 드워프에게 다리가 짧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샤칸이 고르바 탑주에게 화를 냈다.

“다리가 짧은 게 아니라 대지 친화적인 육체를 지녀서 그런 거다!”

“흠, 너무 관대하게 손을 썼던가. 아직도 뻣뻣하게 서서 큰소리를 칠 수 있다니.”

- 쿠웅.

말 한마디 잘못한 댓가로 샤칸이 느끼는 압박감이 더욱 늘어났다.

샤칸이 딛고 있는 돌로 된 지면 부위가 발자국 모양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샤칸의 입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새어 나왔다.

다리 근육은 아까보다 2배는 될 듯이 부풀어 올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칸의 다리는 아직까지 꺾이지 않았다.

샤칸이 당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입을 놀렸다.

“크, 이 정도로 되겠나? 누가 허약한 마법사 아니랄까 봐. 좀 더 힘 좀 써봐!”

고르바 탑주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꼼짝도 못 하는 주제에 잘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머리까지 근육이라는 드워프로부터 마법사가 도발을 당하다니.

“오냐. 네 소원대로 해주지. 어디 이것도 견디나 한 번 볼까?”

여태까지 손가락만 놀리던 고르바 탑주가 손바닥을 폈다.

검은 기류가 손바닥 전체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 검은 기류가 샤칸의 몸에 직접 닿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고르바 탑주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샤칸의 얼굴을 붙잡으려 들었다.

그때 혈석이 미친 듯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음?”

- 타타타탕.

혈석의 움직임이 멈추자 고르바 탑주가 자신의 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건 한 방울의 피.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팔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여기를 보는구나? 널 상대할 사람은 여기 있는 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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