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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37화 (237/250)

237화

고르바 탑주가 손가락을 뺨에서 떼었다.

뺨에서 흐르는 피는 이미 멎은 상태.

날씨가 추워서인지 빰의 상처는 이미 아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3명을 내버려 둔 채 고르바 탑주가 김검천에게 몸을 돌렸다.

“김검천, 그렇게도 관심을 끌고 싶었더냐? 그래도 일을 잘 해주었으니 적어도 마지막에 죽여 주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그거 고마운 말인데. 하지만 난 너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싶었거든.”

메테오 스웜을 저지하러 온 자들인 만큼 자신이 목표가 되는 건 당연했다.

과정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자신이 죽으면 메테오 스웜이 중단되기는 했으니까.

고르바 탑주가 궁금한 듯 물었다.

“네가 처리할 자가 여기에 또 있던가?”

김검천이 고르바 탑주 어깨너머로 시선을 보내며 대답했다.

“치료사. 그자도 마탑에 있지 않나?”

“호오,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나?”

“아니, 몰랐었지. 하지만 지금은 알겠군.”

잠시 그 답변을 생각하던 고르바 탑주의 얼굴이 슬쩍 달아올랐다.

김검천은 치료사가 이곳 마탑에 있다는 걸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대답함으로써 치료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 된 것이다.

고르바 탑주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깐 속아 넘어간 셈이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김검천은 이제부터 새롭게 얻은 자신의 위대한 힘에 의해 죽을 테니까.

그 동료들은 김검천이 죽은 후에 그 곁으로 보내주면 될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고르바 탑주는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죽은 자에게 몇 가지 대답해주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뭐, 좋다. 김검천.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혹시 살려줄지 누가 알겠나?”

“좋아.”

“하하하, 그렇지. 누가 이런 상황에 무릎을…뭐?”

예상하지 못한 대답.

그리고 김검천이 다리를 굽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려줄 생각은 없었지만 순순히 말을 따르는 모습에 조금 더 목숨을 붙여둘까 싶기는 했다.

살려서 실험체로 굴린 끝에 죽이는 게 여러모로 유용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고르바 탑주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순간이었다.

김검천의 파워드슈츠 다리 부분에서 노즐이 튀어나왔다.

다리에 힘을 주며 김검천이 외쳤다.

“부스터!”

김검천의 앞으로 실드가 유선형으로 생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다리 부근에서 압축공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추진력을 받은 김검천이 폭풍에 버금가는 속도로 고르바 탑주에게 돌진했다.

고르바 탑주에게 있어서는 정말 자연재해와 같은 일.

그에게 있어 다행인 건 아까 전부터 혈석을 꺼내둔 채 있었던 것이다.

- 쾅!

고르바 탑주가 펼친 방어 마법 같은 건 그 돌격 앞에 얇은 얼음처럼 깨져나갔다.

혈석 6개가 한군데로 모여 겨우 김검천의 돌진을 막아냈다.

“하압!”

하지만 김검천은 돌진이 막힌 상태 그대로 밀어붙였다.

혈석 자체는 부수지 못했더라도 혈석 뒤의 고르바 탑주는 계속 밀려 나가고 있던 것이다.

고르바 탑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계속 뒤로 밀려 나가다가는 등 뒤의 마탑에 충돌할 것이다.

각종 마법으로 보호 중인 마탑이야 어떤 충격에도 멀쩡할 것이었다.

고르바 탑주의 몸이 버텨 줄 리는 않겠지만.

이 기세로 보아 방어 마법을 등 뒤에 발동시킨다고 해도 충격을 막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앞쪽의 혈석을 빼내면 그대로 김검천에게 뭉개져 버릴 것 같았다.

고르바 탑주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적어도 입만큼은 아직 자유로웠으니까.

“터진다. 지면. 대지폭발!”

- 쾅!

김검천의 발밑 주위가 터져나갔다.

김검천은 팔에서 금속 채찍을 뻗어 고르바 탑주를 잡아 거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했다.

혈석이 회전하며 금속 채찍의 움직임을 막았다.

폭발의 충격에 의해 튀어 오른 암석 파편과 눈 덩어리도 김검천을 방해했다.

버티기가 애매했던 김검천은 별수 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고르바 탑주도 또한 스스로 사용한 마법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밀리는 중이었는 데다가 동시에 김검천을 날려 버려야 했던 상황.

그런 만큼 정확하게 마법을 발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르바 탑주는 마탑 쪽으로 튕겼다.

그 와중에 비행 마법으로 몸을 공중에 띄워 고정시켰다.

고르바 탑주도 몸을 개조한 상태지만 다른 마법사와는 약간 달랐다.

그에게는 마법을 더 강하게, 더욱 빠르게 사용 가능하게 해주는 6개의 혈석이 있었다.

고르바 탑주는 혈석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체 개조한 것이다.

그렇기에 마스터 매지션인 워스덤도 놀랄 정도로 빠른 마법 영창이 가능했던 것이다.

대신 인체를 개조한 다른 마스터 매지션에 비해서는 육체가 강한 편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중급 기사 정도의 수준.

그것만 해도 충분히 강한 육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고르바 탑주의 상대는 김검천이다.

파워드슈츠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마스터 나이트나 오우거 같은 괴물보다 강력했다.

단순히 힘을 겨룬다면 고르바 탑주같은 건 손가락만으로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고르바 탑주도 방금 공격으로 김검천과 접근전을 펼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고르바 탑주가 한 팔을 내밀며 다섯 손가락을 폈다.

혈석 3개가 떠오르더니 고르바 탑주 손가락 앞에 머물렀다.

아깝다는 표정의 고르바 탑주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산 자는 흙으로. 죽은 자는 재로. 죽음의 광선.”

불길한 느낌이 든 김검천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완전히 회피는 힘들었는지 파워드슈츠 팔 장갑 부위에 붉은 표시 하나가 떠올랐다.

그건 고대 대마법 중 하나, 죽음의 광선의 목표가 되었다는 표시였다.

죽음의 광선.

대인 마법으로서는 최강의 반열에 있는 고대 마법 중 하나였다.

맞으면 무조건 죽고 상대가 산 자라면 맞을 때까지 추격한다.

절대 명중과 절대 죽음이 결합된 마법인 것이다.

심지어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라도 그 영향력은 유지된다.

마법이 적중한 부위로부터 전염병처럼 마법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전신 갑옷을 입고 있다면 잠깐은 버틸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갑옷 벗기도 전에 마법이 번져나가 착용자가 죽어 버리니 별 차이는 없었다.

위력만큼이나 마나와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마법이었기에 싸우는 도중에 쓰기 힘들었다.

그런 마법을 고르바 탑주는 혈석을 이용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어디 한번 죽을 때까지 재롱이나 떨어보거라.”

파워드슈츠의 희미하던 표적이 선명해지며 그곳을 목표로 죽음의 광선이 발사되었다.

팔쪽을 향해 죽음의 광선이 다가오자 김검천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자 죽음의 광선 또한 그 움직임에 맞춰 좌우로 휘어졌다.

파워드 슈츠로부터는 빛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회피 중인 상태에서도 1차 봉인 해제는 이미 끝나 다음 단계로 이행 중이었다.

“미리내. 2차 봉인 해제까지 시간은?”

[약 1분가량 남았습니다.]

“2차 봉인 해제 후 바로 아음속 기동을.”

[맡겨 주십시오.]

고르바 탑주가 열심히 회피 중인 김검천을 슬쩍 보며 중얼거렸다.

“흥, 잘도 피하는군.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김검천의 몸에서 빛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그는 다른 쪽에 더 정신이 팔려 있었다.

주위에서 맴도는 혈석 1개의 빛이 사그라든 채로 힘이 다한 듯 비틀거리고 있었으니까.

김검천이야 죽음의 광선이 발사되었으니 죽는 건 밤이 오면 달이 뜨는 것만큼 당연한 일.

그러니 힘의 원천인 혈석이 약화된 것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죽음의 광선 주문을 발동시킬 때 소모되는 마나를 혈석 3개로부터 비슷하게 뽑아 썼다.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혈석 1개가 벌써 힘을 잃다니.

원할 때 강한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심했다.

고르바 탑주는 혈석을 쳐다보며 양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직 마나가 남은 혈석 5개 모두 팔 앞에 위치했다.

혈석의 에너지 보충은 일이 끝나면 마탑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을 잡아다 쓰면 될 일.

어차피 김검천과 그 일행만 처치하면 더 이상 고르바 탑주에게 대들 상대는 없었다.

혈석을 모두 소모한다고 해도 김검천 일행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끝내는 게 나았다.

마무리를 짓는 건 책을 보고 새로 얻게 된 그 힘을 사용하는 게 좋을 듯했다.

고르바 탑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네 녀석도 느끼게 해주지. 마스터 매지션의 경지를 넘게 되자 쓸 수 있게 된 이 힘을!”

팔 앞에 위치한 혈석으로부터 반투명한 검은 기류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는 전 구역을 덮었다.

그러자 아직까지 마법에 저항하고 있던 샤칸마저 무릎을 꿇었다.

“크흑… 이게 뭐길래 이렇게 몸이 무거워진 거야?”

마법이 발동한 범위 안에 들어선 건 김검천도 마찬가지.

순간적으로 김검천의 몸놀림이 둔해졌다.

그 바람에 추격하던 죽음의 광선이 파워드슈츠 팔 장갑에 적중했다.

마법에 맞은 장갑 부위가 회백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김검천은 지체없이 외쳤다.

“장갑 분리!”

- 펑!

그 순간 죽음의 광선이 표시된 파워드 슈츠 팔 장갑 부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분리된 장갑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그대로 맞았다면 김검천도 무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르바 탑주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호오, 마갑이 저렇게 간단히 분리되던가? 흥미롭군. 저 녀석이 죽은 후 살펴봐야겠어.”

고르바 탑주는 죽음의 광선이 무효화 되었지만 신경 쓰지 않은 눈치였다.

이미 김검천은 자신이 발동한 마법에 확실히 걸려든 상태로 보였으니까.

김검천의 발은 암석과 단단한 흙으로 다져진 지면을 발목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김검천은 그 상태로 고개만 들어 다가오는 고르바 탑주를 쳐다볼 뿐이었다.

고르바 탑주가 마법의 영향권 밖에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어떤가? 새로운 경지를 연 이 힘이! 이게 바로 중력의 힘이라는 거다!”

김검천이 묘한 표정으로 고르바 탑주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단어를 고르바 탑주가 말한 듯했으니까.

“방금 중력이라고 했나?”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며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 너 같은 자에게 이런 놀라운 힘의 비밀을 말해줘도 이해가 갈지 모르겠군.”

고르바 탑주가 아이가 비밀을 털어놓는 듯이 들뜬 얼굴로 대답했다.

다 잡아 놓은 사냥감 앞에서야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는가.

거기다 고르바 탑주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이 위대한 힘을 얻은 걸 말하고 싶은 참이었다.

“어떻게 네가 쓰는 마법이 중력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

“이게 다 치료사가 준 책 덕분이지. 위대하며 앞으로도 위대하신 분께 받았다는 그 힘을.”

“초월 존재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이제 이 몸은 초월 존재와 같은 반열에 서게 된 것이다. 드디어 마스터 매지션의 벽을 넘어 이세계의 진리에 닿게 된 것이지!”

고르바 탑주는 자신이 초월 존재라도 된 듯이 으스댔다.

김검천이 물었다.

“그래서 위대하신 마법사께서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참이지?”

“후후후, 이제는 적이 공격해 올까 마탑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게 된 거지. 이 6개 혈석의 힘은 마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최상급 마석보다도 훨씬 낫거든.”

“이대로 세계 정복이라도 나설 생각인가 보군.”

“대륙을 횡단하며 각 나라마다 메테오 스웜을 떨구면 알아서 허리를 굽히지 않겠나?”

“그 와중에 죽게 될 사람들은 어쩌고?”

“그거야 본인에게 빠르게 항복하지 않고 버틴 벌을 받는 것이지. 그랜드 마스터 매지션이 된 이 위대한 존재에게 말이야! 이제 이 몸과 초월 존재가 다를 것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떠드는 고르바 탑주였다.

하긴 고대의 대마법을 자신 혼자서도 발동할 정도의 힘을 얻은 그였다.

마스터 매지션의 경지에 머물러 있을 때도 제국 수도 사람들을 몰살시키려고 든 자.

고르바 탑주에게 있어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같은 건 땅을 기는 개미보다도 못할 것이다.

김검천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아무래도 나도 제대로 힘을 써야 하겠군.”

고르바 탑주가 김검천을 비웃었다.

“크하하, 중력 마법에 걸려 꼼짝도 못 하고 있는 네가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김검천 함장님. 앞으로 3초, 2, 1…]

파워드 슈츠에서 뿜어지던 빛이 한곳을 향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승리를 만끽하는 고르바 탑주를 향해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반중력 장치 기동. 2차 봉인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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