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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38화 (238/250)

238화

김검천의 눈과 손에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곳에 집중된 강한 빛은 눈을 감아도 한순간 시력을 잃을 정도의 밝기.

고르바 탑주도 피할 수 없는 사태에 앞이 보이지 않는 눈을 부여잡고 뒷 걸음질 쳤다.

“내 눈… 내 눈이! 으아아!”

이 와중에도 고르바 탑주 주위를 돌고 있던 혈석 5개는 자동으로 방어 태세를 취했다.

고르바 탑주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보호 상태로 들어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김검천도 아음속모드를 발동했다.

상대의 방어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고 김검천 또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몸을 날린 것이다.

반중력 장치를 기동한 이상 고르바 탑주의 중력 마법은 김검천에게 제약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중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반중력 장치인 것이다.

고르바 탑주는 자신하던 중력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고대 대마법을 계속 발동하는 쪽이 더 나았던 것이다.

그건 잠시나마 김검천을 위기로 몰아넣기라도 했으니까.

무적의 힘이라고 생각했던 중력을 무시하는 김검천을 보며 고르바 탑주가 후회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이었고.

- 쾅!

단순한 몸통 박치기라지만 수백 킬로가 넘는 무거운 금속 덩어리를 걸친 돌격이었다.

그것도 시속 10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충돌해 왔고.

아까 김검천에게 공격받았을 때도 완전히 충격을 해소 못 한 고르바 탑주였다.

이번에는 마탑으로 밀리는 정도가 아니라 방어하던 혈석이 아예 박살 나려고 했다.

“난다! 비행!”

가능한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고르바 탑주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접근전으로는 절대로 불리하다는 걸 이번 공격으로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김검천도 원거리 공격은 가능한 걸 봤지만 그 정도는 혈석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르바 탑주의 판단은 여태까지 그가 겪어온 전투 경험에 따르자면 옳은 결정이었다.

적어도 고르바 탑주의 상식에 의하면 말이다.

김검천이 2차 봉인까지 풀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게 고르바 탑주의 불운이었다.

김검천이 손을 꽉 쥐었다 다시 폈다.

손안에서 날뛰던 작은 빛들은 희미한 모습의 큐브가 되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약식 반입자 큐브!”

김검천이 손가락을 튕기자 손에 모였던 약식 반입자 큐브가 고르바 탑주를 향해 날아갔다.

고르바 탑주는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자 5개의 혈석이 다시 방어로 들어가 약식 반입자 큐브와 부딪혔다.

- 쿠오옹!

혈석과 약식 반입자 큐브가 격돌하자 충격파로 인해 주변에 있던 것이 모두 날아갔다.

굴러다니던 돌 같은 것뿐만 아니라 중력 마법에 잡혀있던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까지도.

방금 충돌로 인해 걸려있던 중력 마법이 사라졌다.

이제야 겨우 자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르바 탑주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번 충돌로 인해 혈석 2개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죽음의 광선을 사용하는 바람에 상태가 나빠진 혈석이 힘을 다한 것이다.

“쿨럭.”

그제야 시력이 돌아오자 고르바 탑주는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주위를 경계하는 그의 눈가에서 다치기라도 한 듯 피가 새어 나왔다.

약식 반입자 큐브라고 해도 힘을 잃어가는 혈석으로는 모든 충격을 막기 힘들었던 것이다.

애초에 혈석이 아니었다면 신체가 그대로 분해돼버렸을 것이다.

이제 제대로 된 혈석은 겨우 3개가 남은 상태.

5개일 때도 김검천을 어떻게 하지 못했는데 3개만으로 뭘 어쩌겠는가.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직감한 고르바 탑주가 이를 갈았다.

“네 이놈! 김검천! 잘도 여기까지 해주었구… 헉!”

고르바 탑주는 눈앞에서 느껴지는 가공할 에너지의 파동에 숨이 막혔다.

김검천이 정식으로 반입자 큐브를 만들어 막 날리려는 참이었던 것이다.

방금 약식 반입자 큐브의 공격은 인사 같은 것.

고르바 탑주는 김검천의 그런 인사치레에 맞아 죽을 뻔한 것이다.

김검천이 반입자 큐브를 향해 주먹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지금부터가 진짜니 잔뜩 긴장해. 죽지는 말라고. 더 잘해줄테니!”

- 투쾅!

“으아아!”

눈 깜빡할 사이 코앞까지 날아온 반입자 큐브였다.

고르바 탑주의 생각 같아서는 유체이동 마법이라도 써서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르바 탑주는 반입자 큐브로부터 느껴지는 가공할 힘에 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도망을 치다가는 아무 반항도 못 하고 그대로 세상에서 소멸될 것 같다는 무서움을.

고르바 탑주의 눈 앞에 허무하게 죽어간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은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보다 더 화려하게, 더 마음껏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고르바 탑주는 회피를 하는 대신 모든 혈석을 방어에 집중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가진 모든 마나를 방어 마법에 퍼부었다.

- 투콰파카걍!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몰아쳤다.

대지 위로 잔뜩 쌓인 눈이 순식간에 물이 되어 지면을 적셨다.

중력 마법에서 해방된 루시엘이 하늘을 보며 가리켰다.

“고르바 탑주가 마탑으로 도주합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고르바 탑주가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마탑으로 피하는 게 보였다.

혈석은 물론 남은 힘을 모두 동원해 어떻게든 반입자 큐브에서 살아남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서는 김검천을 이길 수 없다고 결론이 났는가 보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탑으로 도주한 걸 보면 말이다.

샤칸이 소리쳤다.

“마탑 안에 갇힌 마법사야! 더이상 어디 도망도 못갈걸!”

워스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받은 마탑의 공격을 생각해보면 이제부터 진짜 문제일 겁니다.”

그에 맞춰 고르바 탑주의 목소리가 마탑으로부터 울려 퍼졌다.

- 과연 워스덤이야. 이 마탑이야말로 너희 같은 자들을 대비하기 위한 장소거든.

고르바 탑주는 비록 자신이 밀리긴 했지만 마탑이 있는 한 절대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이 마탑의 최상층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최상급 마석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 마탑은 내부 통로와 외부 벽 모두 방어 마법과 각종 죽음의 함정으로 도배한 곳.

김검천 일행들이라고 해도 마탑을 상대로는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샤칸이 투덜거렸다.

“에잇! 알기 쉽게 말해! 이 겁쟁이 놈아!”

- 겁쟁이라? 어디 한번 그 겁쟁이의 공격을 받아 보거라!

마탑 꼭대기 부분에서 어딘가 익숙한 붉은빛이 번뜩였다.

- 구오옹. 푸슉.

붉은빛은 샤칸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워스덤이 급히 방어 마법을 외었다.

“주변 위험한 걸 막는다. 범위방어!”

- 그 정도는 어림도 없을 터. 이 공격은 최상급 마석 마나의 힘을 빌린 것이니!

- 파칙.

고르바 탑주의 말대로 붉은빛은 워스덤의 방어 마법을 유리처럼 깨며 지나쳤다.

김검천이 다가오는 붉은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으로부터 5개의 실드가 비스듬히 형성되었다.

“실드 5중첩!”

- 위잉. 쿠우우.

5겹의 실드가 날아온 붉은빛을 맞이하며 허공에 생성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붉은빛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 김검천이 만들어낸 5중첩 실드로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김검천은 애초에 정면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고무처럼 몸을 굽히며 붉은빛을 받아들인다 싶던 5겹의 실드가 그것을 그대로 튕겨냈다.

상대의 힘을 흘려 반격하는 건 김검천의 특기인 것이다.

5겹의 실드가 부서짐과 동시에 튕겨 나간 붉은빛이 마탑에 적중했다.

- 구오옹. 콰앙!

붉은빛이 마탑 주위로 산란하며 주변을 감쌌다.

샤칸이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루시엘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샤칸. 그 말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만.”

“하지만 저건 마탑이잖아. 건물은 죽은 녀석이 부활하는 것과 다르거든?”

“흐음, 그건 그럴듯하군요.”

“그치?”

사람들은 혹시나 싶어 기대에 찬 눈으로 마탑을 바라보았다.

붉은빛의 힘은 아까 보았듯이 마스터 매지션의 마법보다도 강력했다.

그 정도 파괴력이라면 저 무식하게 큰 마탑이라도 붕괴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잠시 후 연기가 걷히고 나타난 마탑.

그것은 방어 마법의 여러 가지 빛을 발한 채 멀쩡해 보였다.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말이다.

워스덤이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탑에 걸린 보호 마법의 개수만큼이나 마법의 힘은 강대하기 짝이 없군요.”

대지를 찢어발기던 저 붉은빛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마탑이라니.

워스덤이 볼 때 김검천의 반입자 큐브라도 저 마탑만큼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설사 김검천이 마탑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도주했다지만 고르바 탑주도 아직 멀쩡히 살아 있었다.

김검천이 마탑을 상대로 힘을 다 써버리면 나머지 마법사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워스덤의 그런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고르바 탑주가 음험하게 웃었다.

- 흐흐흐, 마탑이야말로 우리 마도 왕국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마법의 정화니까 말이다.

잘난 척 나타났다 죽어라 도망친 주제에 무슨 말이 많은 건지.

그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든 샤칸이 소리쳤다.

“김검천님께 한 대 맞고 도망간 주제에 말은 잘해요. 어디 다시 짖어 봐라!”

샤칸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힌 고르바 탑주가 잠시 후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

- 이 난쟁이가. 너만큼은 곧게 죽이지 않으마.

“흥, 할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기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듯이 샤칸이 들고있던 금속 해머를 힘껏 휘둘렀다.

그런 샤칸의 옆을 김검천이 지나쳐갔다.

- 저벅.

김검천이 앞으로 나서자 마탑 꼭대기 층에서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이번에는 김검천을 목표로 붉은 파괴 광선이 발사될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아까와 다르게 붉은빛이 마탑 여러 군데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붉은 파괴 광선 하나는 김검천이 튕기는 걸 보았으니 여러 개를 쏘아내려는 것이다.

김검천도 지금 공격은 튕겨내기도 힘들어 보였다.

튕겨낸다고 해도 마탑의 방어 마법은 못 처리할 것 같았고.

김검천이 말했다.

“외부에서 마탑을 공격해도 소용없으니 우리보고 내부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건가?”

- 보다시피 이 마탑 외부는 보다시피 온갖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으니까. 선택은 자유다.

“마법인가. 마법사들의 힘만으로 이런 마탑을 만들어 낼 수 있던 건 아닌 듯 한데.”

- 통찰력 한번 대단하군. 이런 마탑은 마법사의 힘만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치료사의 도움을 받기라도 한 건가?”

마탑의 최상급 마석도 치료사가 협력해서 만들어낸 것.

어떻게 보면 마탑이 이런 형태가 된 것도 치료사의 힘이 들어갔는지도 몰랐다.

지금 같은 비상식적인 마탑의 내구도도 그자가 협조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 호오, 눈치가 빠르군. 그렇다 이거야말로 초월 존재께서 내리신 기적의 산물이다.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어떤 마법도 어떤 힘으로도 마탑을 침범할 수 없게 만들었다.

1층부터 꼭대기까지 수백 층에 달하는 곳에는 마법사와 함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는 고르바 탑주도 자신할 수 없는 가공할 죽음의 함정도 있었다.

당연한 말인데 고르바 탑주가 인심이라도 쓰듯이 말했다.

- 마지막까지 온다면 마도 제국의 지배자인 다시 이 고르바 탑주님이 상대해 주도록 하지.

마탑 최상층까지 도달하면 도망갈 구석도 없으니 어차피 만날 것인데 말이다.

고르바 탑주는 그들이 절대로 마탑 꼭대기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자신했다.

진작에 이럴 걸 괜히 혈석의 힘을 믿고 나섰다는 후회스러운 감정도 같이 들었다.

고르바 탑주는 한 때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단번에 무너뜨린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도 할 수 없었고 알 수도 없는 인간이었다.

저런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났다는 건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라도 한 것 같은 이상한 존재 아닌가.

그런 고르바 탑주를 향해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거절하기로 하지. 난 누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건 싫거든.”

- 하지만 본인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결국 메테오 스웜이 발동할 것이다. 기다릴 텐가?

고르바 탑주의 말대로 시간을 끌면 유리한 쪽은 결국 마도 왕국이었다.

김검천 일행은 메테오 스웜을 막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 아니었던가.

“아니, 네 말을 듣기 싫다는 거지. 내 방식대로 할 생각이야.”

- 햐? 이 몸을 이겼다고 해도 이 마탑을 어찌할 수 있을까? 마도 왕국 힘 그 자체를!

“그 힘이 얼마나 허무한가 보여주지. 미리내. 함선과 연락은?”

[모든 준비 완료.]

“함선 미르 접속 동조. 전 에너지 함선 무기, 하전 메가 입자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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