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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39화 (239/250)

239화

함선 미르의 엔진실.

그곳에서 설치된 시설 하나로부터 열기가 서서히 더해져 가고 있었다.

보조엔진이자 열핵융합 동력로.

열핵융합 동력로는 그동안 여유 있을 때 모아둔 에너지들까지 사용 가능하게 변환 중이었다.

김검천의 지시를 받은 미리내에게 가능한 한계까지 동작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 쿠웅쿠웅.

주엔진이자 핵심 코어인 초신성 반응로가 봉인된 상태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에 반응했다.

수리용 구슬로 도금된 초신성 반응로 부근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더 이상 이런 곳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는 듯한 몸부림.

그런 이상 현상을 알아챈 열핵융합 동력로 시스템은 수리용 구슬 쪽에 에너지를 전달했다.

- 쯔큥!

초신성 반응로를 봉인한 수리용 구슬의 결합이 더욱 강해지자 검은빛 세기도 줄어갔다.

아무리 강한 힘이 내재된 주엔진이라도 그 힘을 사용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했다.

김검천이 이미 주엔진에 투입될 에너지 경로는 다 막아둔 상태.

수리용 구슬에 의해 지속적인 수리를 받아온 열핵융합 동력로의 힘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압박을 받은 주엔진이 다시 침묵을 유지하자 보조엔진은 원래 임무로 돌아갔다.

보조 엔진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는 파이프 라인을 따라 푸른 빛이 흘러갔다.

그 빛은 엔진과 연결된 에너지 파이프를 따라 내부에 위치한 대함 무기실로 이동했다.

푸른 빛은 함선의 주무장, 하전 메가 입자포로 흘려 들어가 그 밝기를 더해갔다.

3000mm에 달하는 구경과 가변 형식으로 변형 가능한 200미터 길이의 거대한 대포.

엔진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모인 에너지로 가동된 화력만 해도 파워드슈츠의 화력은 가볍게 넘어서는 힘.

푸른 빛이 함선의 하전 메가 입자포의 게이지 눈금이 표기된 에너지팩에 모여들었다.

엔진실에서 보내는 푸른 빛이 증가할수록 게이지 눈금의 색도 점차 붉게 변해갔다.

점차 늘어난 번개가 뭉쳐 함선 하전 메가 입자포 안에서 거대한 번개 기둥이 만들어졌다.

함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번개 기둥의 힘에 이끌려 하늘 곳곳에서 번개가 쳤다.

함선의 하전 메가 입자포는 그렇게 떨어지는 번개의 힘마저 빼앗아가며 그 덩치를 불려 나갔다.

미리내가 흉폭하고 날뛰기를 원하는 폭력적인 이 힘에 대해 김검천에게 알려왔다.

[경고. 현재 가용 가능한 에너지가 한계에 달했습니다.]

“상태는?”

[발사 준비 완료. 명령을.]

나중에 이 함선포를 사용할 순간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도 사용해야 할 순간.

아끼다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다 사용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게 나았다.

김검천은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목표는 마탑. 하전 메가 입자포 발사!”

김검천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지상의 한 곳에서 태양이 떠오른다 생각된 순간.

- 퀴이이잉턍!

대함선 전용, 하전 메가 입자포가 발사되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가 기동 가능한 함선 최강의 무기에 의해 발출 된 것이다.

고르바 탑주가 만약을 대비해 미리 준비한 공간이동 마법 도구를 쥔 순간이기도 했다.

거대한 번개의 기둥은 앞을 막는 건 산이든 대지든 그대로 으깨며 마탑으로 날아들었다.

번개의 기둥이 마탑 아래쪽 무게축인 가장 뚜거운 부위에 비스듬한 각도로 부딪혔다.

그 충돌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결과로 나타났다.

- 쩌저적.

마탑의 아래쪽 한복판에 날아든 번개 기둥보다도 더욱 큰 구멍이 생겨났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예상했던 대로 하전 메가 입자포는 마탑과 근처 산 몇 개를 으깨고 우주 너머로 사라졌을 뿐이다.

마탑을 박살 낸 후라면 그나마 대륙 자체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게 맞았다.

그렇기에 김검천도 오히려 마음 편히 공격 신호를 내릴 수 있었다.

김검천은 방금 전이라면 산이라고 불려야 했던 평지를 보았다.

앞으로 근처 사람들은 힘들게 산을 넘을 필요가 없어 진 걸 보니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샤칸이 기분 좋게 웃었다.

“으하하! 무슨 공격인지는 몰라도 김검천님이 저 무식하게 큰 마탑에 한 방 먹이신 것 같군!”

갑자기 김검천이 그런 샤칸의 뒷덜미를 잡고 하늘을 솟아올랐다.

“엨?”

느닷없는 일에 샤칸이 고개를 돌리자 워스덤과 루시엘도 급히 하늘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워스덤은 마법을 쓰는 데 문제가 생겼는지 루시엘의 도움을 받아 날아 오를 수 있었다.

그 곁에서는 무인차량마저도 배틀 머신을 공중으로 견인 중이었다.

샤칸이 물었다.

“갑자기 다들 왜 이래?”

옆에서 루시엘이 대꾸했다.

“마탑에 거대한 구멍이, 그것도 아래 부위 한복판에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건축물에 대한 거니 샤칸이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대답했다.

건물 아래에 저런 구멍이 났는데 하중이 견딜 리가 없었다.

“그러면 당연히 무너지겠지. 그런 건 왜 물어?”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거대한 마탑이 무너지는데 주변이 멀쩡하겠습니까?”

- 쿠지지직.

루시엘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제자리에 버티고 있던 마탑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 붕괴 속도는 무섭게 가속되었다.

안 그래도 치명적인 공격이 하필이면 무게 중심 부위를 파괴하고 간 것이다.

구멍 사이로 마탑의 살아남은 마법사들이 난리를 치며 마법으로 도주할 준비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는 마탑의 건물 파편에 의해 저지되었다.

어떻게든 밖으로 도망친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도 결국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마탑의 잔해들을 피할 수 없었다.

- 쿠콰콰콰쾅!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대지가 갈라지며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마탑 주변에 있던 지면은 평평하던 아까와는 달리 쩍쩍 갈라져 그 속을 환히 드러냈다.

그 갈라진 틈 속으로 살아남은 마법사들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행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 극히 드물었다.

설사 비행 마법에 성공했다 해도 떨어지는 건물 파편과 마법사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은 함선의 공격 한 번에 몰살당한 셈이었다.

그 광경에 루시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차라리 마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피해 있는 게 나았을 텐데요. 마탑을 너무 믿고 있었군요.”

마탑에 모든 전력이 모여있다가 하전 메가 입자포 한방에 다 날아간 것이다.

차라리 전력을 분산시켜 두었다면 전멸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워스덤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김검천님의 공격도 막아낸 마탑의 보호 마법입니다. 그걸 날려버린 게 상식 밖의 힘이지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그 어떤 것이 방금 자신들의 두 눈으로 확인한 저 파괴력을 이길 수 있겠는가.

초월 존재의 힘이라 해도 저럴 수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마탑은 마도 왕국 마법사들과 함께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투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되자 다들 하늘에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이들 중에서 가장 눈이 좋은 루시엘이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누군가가 다 찢어진 로브를 입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혈석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저기를 보십시오. 고르바 탑주인 듯합니다.”

마탑이 날아간 이 난리 속에서도 살아 있다니.

샤칸은 황당한지 입을 벌렸다.

“햐? 아직도 살아 있어? 저 놈도 참 끈질기네.”

“잠깐. 고르바 탑주 말고도 2명은 더 살아남은 것 같은데.”

김검천이 미리내에게 말했다.

“13D 홀로그램. 저쪽을 볼 수 있도록 반영해줘.”

[알겠습니다.]

허공에 고르바 탑주 주위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김검천의 눈이 반짝였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 것이다.

“치료사? 그리고 펠우테라니. 과연 이 둘은 서로 관계가 있었어.”

그때 치료사가 김검천을 향해 손을 들었다.

마치 김검천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하하, 이거 오랜만에 뵙는군요.”

김검천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나서다니.

치료사는 마탑이나 고르바 탑주를 믿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어쩌면 이제야 자신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드러내려는 건지도 몰랐다.

워스덤도 놀란 표정이었다.

아직 마탑이 붕괴된 여파가 모두 사라지지도 않았고 거리도 멀었다.

그런데 치료사는 마치 김검천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마법을 쓴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이상하군요. 저자 주변으로 어떤 마나의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워스덤의 말에 샤칸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마탑과 함께 마법사들이 모두 날아갔는데 저 둘만으로 뭘 하겠는가.

“뭐, 미리 주문이라도 외어두었겠지. 그쪽도 이중영창이니 뭐니 해서 쉽게 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워스덤은 치료사가 언제 주문을 외웠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기에 든 의문이었다.

그랜드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자랑하던 고르바 탑주마저 주문을 외우는 모습은 보였는데.

하지만 그런 의문은 빠르게 사라졌다.

눈앞에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 푹.

펠우테가 손을 뻗더니 갑자기 나타난 칼로 고르바 탑주의 등에 칼을 쑤셔 박은 것이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 치료사가 펠우테에게 급하게 말했다.

“펠우테!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치료사의 태도에 희미하게 희망을 품은 고르바 탑주가 힘들게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방금 펠우테의 공격은 치료사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던 모양.

펠우테가 왜 이러는지는 몰라도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치료사… 저놈을 죽여! 어서!”

치료사가 애절하게 간청하는 고르바 탑주는 내버려 둔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감히 스스로 초월 존재와 같다고 한 저자를 고작 한 번의 칼질로 끝낼 생각입니까? 그건 제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어이가 없어 저절로 벌어진 고르바 탑주의 입으로부터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니까 치료사가 펠우테를 야단친 건 자신에게 칼을 박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공격이 성공해 죽을 것이 확실하자 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손을 멈추어서 그런 것이었다.

혼이 난 펠우테가 고르바 탑주의 몸에 박힌 칼은 놔둔 채 다른 칼을 만들어냈다.

고르바 탑주가 더 이상의 칼질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칼이 몸에 박히는 감각은 죽을 만큼 불쾌했던 것이다.

“자…ㅁ!”

- 서걱. 푹.

펠우테는 망설이지 않았다.

펠우테의 칼질은 자비가 없었고.

그가 뻗어낸 칼은 고르바 탑주가 내민 손을 자르고 다시 등을 그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차근차근 베어나갔다.

칼질이 고르바 탑주가 손끝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이어진 후에나.

고르바 탑주의 잘려나간 손목과 전신에서 흐르는 피가 웅덩이가 될 지경.

땅에 머리를 처박은 채 꼼짝도 못 하게 된 고르바 탑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쿨럭, 초월 존재가 그렇게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던가…“

항상 온화한 얼굴로 상대를 대하던 치료사라 고르바 탑주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치료사가 꿈틀거리는 고르바 탑주에게 침을 뱉었다.

“퉷, 당연하잖습니까? 생각만으로도 불경한데 그 저급한 입에 초월 존재를 입에 담다니.”

“감정이 폭발해서 나온 한순간의 실언이었는데…“

죽기 전 마지막 기적인지 그런 상처를 입고도 고르바 탑주의 입은 열심히 움직였다.

치료사가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아하,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게 그게 억울해서였습니까? 초월 존재께 실수를 저지른 것과는 별개로 당신은 죽을 예정이었습니다. 이거면 위로가 되셨는지?”

“우리 사이에 어찌…“

치료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우리가 어떤 사이였습니까?”

“평범한 마스터 매지션이었던 본인을 마탑의 탑주에, 그리고 그랜드 마스터 매지션에 도달하도록 모든 걸 제공하지 않았더냐! 드디어 결실을 맺었는데 이렇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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