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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1화 (241/250)

241화

“후후.”

김검천의 입에서 조금씩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치료사의 대답에 기가 차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 것이다.

김검천의 실소를 들은 치료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펠우테를 쓰러트린 걸로 모든 일이 끝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 뭐든지 초월 존재 이야기를 꺼내면 모든 게 해결되는 듯한 네 태도가 웃겨서.”

방금 전까지 웃음이 넘치던 치료사가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당신은 이세계에서도 두 번째라면 슬퍼할 정도로 강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오, 내가 강한 것도 초월 존재의 뜻이라는 건가?”

“물론입니다. 이세계의 모든 존재는 초월 존재께서 의도하신 것. 제가 해왔던 모든 행동도 다 그분의 의지인 겁니다.”

“진심으로 날 즐겁게 만드는 군.”

치료사가 과장되게 몸을 젖히며 여전히 웃는 얼굴로 김검천에게 물었다.

“이제는 제 말도 웃기시는 겁니까?”

“네가 말하는 초월 존재가 웃겨서 말이야.”

어느새 굳어진 표정으로 치료사는 김검천을 노려 보았다.

화를 내는 얼굴보다 감정이 보이지 않는 치료사가 더 지독한 살의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라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 김검천이었다.

마치 치료사가 못 들으면 슬프기라도 하듯이.

김검천은 하고 싶은 말을 한자씩 힘을 주어 입 밖으로 내었다.

“모습도 안 비추는 초월 존재 따위가 세상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면 안 되겠지. 심지어 우리 댕댕이도 네가 그토록 찾는 초월 존재보다 나아.”

“이 불신자 놈이?”

치료사가 목에 굵은 핏줄이 설 정도로 분노에 물들어갔다.

김검천은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사이인데 상대의 약한 부분을 못 건드릴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적을 효율적으로 이기려면 상대의 약점부터 노리는 게 전술인 것이다.

치료사의 주장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간단하게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김검천이 치료사를 공격해 살아남으면 초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걸로 끝이었고.

“어디 한번 보여주라고. 그 초월 존재라는 것을! 미리내. 무기 연속 사격 모드!”

[지건. 숄더 캐논. 미사일. 연속 발사 모드. 종료 후 배틀 머신 기동.]

파워드슈츠 전신 장갑이 열리며 발사 준비를 마친 무기들이 치료사를 겨냥했다.

김검천에게 있어 착한 적이라는 건 죽은 적뿐.

치료사는 아직도 남아 있는 두껍게 쌓인 눈 위에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김검천으로부터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김검천도 좋게 말로 끝낼 생각은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연속 발사!”

- 타타타타탁, 콰쾅! 푸슉!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무수한 탄환.

오우거도 단번에 날릴 위력의 연속으로 발사되는 숄더 캐논.

마스터 나이트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어버릴 수 있는 미사일.

실탄 무기의 폭풍우가 치료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운이 좋아 실탄 무기를 견딘다 해도 마무리는 배틀 머신이 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 때였다.

“크와앙!”

- 펑!

두껍게 쌓인 눈이 허공에 솟아오르며 치료사 앞으로 수십 마리의 오우거가 나타났다.

치료사를 향해 쏟아지던 실탄 무기의 태풍은 오우거로 만들어진 육체의 벽에 막혔다.

- 콰콰쾅!

물론 아무 피해가 없을 수는 없는 일.

나타난 대부분의 오우거들은 찾기도 힘들 작은 고기 조각으로 변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나마 살아남은 오우거들도 여전히 날아드는 지건의 총알을 몸으로 막아갔고.

“저 덩치로 잘도 여태까지 숨어 있었군. 하지만 너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 딱.

김검천이 손가락을 튕겼다.

[신호 입력. 자율 전투 모드. 전투 기동.]

- 쿠쿠쿵.

무인 차량의 뒤에서 배틀 머신이 그 몸을 일으켰다.

전투를 거치면서 파손된 부위가 일부 보이기는 했지만 전투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

적어도 치료사 같은 건 한 손으로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배틀 머신이 거대한 몸집을 일으켜 치료사 앞으로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배틀 머신이 걸을 때마다 대지가 울부짖으며 지면에 깊게 흔적을 남겼다.

- 쿵쿵. 쿵.

배틀 머신의 커다란 그림자가 치료사를 덮었다.

치료사는 다가온 배틀 머신의 무릎에도 닿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치료사의 시선은 배틀 머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배틀 머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배틀 머신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서자 치료사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기껏 하는 게 배틀 머신에 대한 감상이었다.

“제국에서 보았던 그 거대한 금속 골렘이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장난감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가지고 계시다니요.”

“네 말대라로면 이건 거대한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건가?”

“이렇게 키만 큰 골렘은 정말로 힘을 써야 할 상황이 되면 쓸모가 없는 법이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배틀 머신이 마스터 매지션인 금색 마법사를 박살 낸 것은 알고 있을터.

그런데도 치료사는 저렇게 침착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저게 자신의 실력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나.

직접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어디 한번 보도록 하지. 이걸 장난감 취급한 네 실력을. 배틀 머신!”

- 기이잉, 쿵.

신장 10미터 이상, 중량 100,000킬로그램을 가볍게 넘는 배틀 머신이었다.

뛰어오른 정점에서 배틀 머신이 자신의 무게를 무기 삼아 힘껏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그 모든 무게를 한발에 집중한 상태로.

이 정도면 배틀 머신 밑에 있는 게 3대금속이라도 해도 납작하게 짓눌려 버릴 것이다.

치료사 같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면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치료사는 떨어지는 배틀 머신을 보면서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당신이 봐야 하는 건 제 힘이 아닙니다. 그분께서 내려주신 권능이지요!”

치료사가 소리치자 주변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사람 몸통보다도 더 두꺼운 팔이 솟아났다.

그렇게 팔부터 시작해 공간 너머로 머리, 몸통, 다리 순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싸이클롭스.

평균 신장 7미터 이상이라는 괴물 대형 종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4마리가 동시에.

오우거들과 실탄 병기의 격돌로 치료사 주위는 분명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던 평지였다.

그런데 정령처럼 공간 너머에 존재했다는 듯이 출현하다니.

갑자기 싸이클롭스가 나타난 것도 놀라웠지만 더 큰 문제는 4마리나 나타났다는 것이다.

1마리라면 당연히 배틀 머신의 승리겠지만 4마리라면 승부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싸이클롭스 1마리가 두려움 같은 건 느끼지 못한다는 듯 망설임 없이 맨 앞에 나섰다.

그 뒤를 다른 싸이클롭스가 껴안듯 가까이 접근했다.

그렇게 한곳에 뭉친 싸이클롭스의 8개 팔이 떨어지는 배틀 머신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 콰지직.

배틀 머신은 가장 앞쪽 싸이클롭스 2개의 손과 팔을 다리로 가볍게 으깨며 돌파했다.

대형 종인 싸이클롭스라도 해도 충분한 속도에 의해 파괴력이 증가한 배틀 머신의 발차기를 견딜 리 없던 것이다.

- 뚜두둑.

그다음으로 대기 중인 2개의 손과 팔은 남아있던 배틀 머신의 힘에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그 대가로 배틀 머신의 돌파력은 크게 떨어진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가볍게 싸이클롭스의 팔을 으깼는데 지금은 팔을 부러뜨렸을 뿐인 것이다.

3번째로 뻗어 나온 2개의 손에 배틀 머신의 다리가 잡혀 버렸다.

치료사를 향하던 배틀 머신의 공격은 이대로 막혀 버린 것이다.

그래도 배틀 머신의 힘이라면 싸이클롭스 하나 정도는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다.

남은 싸이클롭스가 모두 4마리만 아니었다면.

마지막으로 행동을 개시한 싸이클롭스는 양손으로 배틀 머신 팔을 단단히 고정했다.

여기 모인 싸이클롭스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흉포하게 보이는 놈이었다.

“쿠오오!”

신호라도 된듯이 함성을 들은 다른 싸이클롭스가 배틀 머신에 달라붙었다.

팔이 멀쩡한 싸이클롭스 2마리는 우선 배틀 머신의 양팔을 봉쇄했다.

팔이 박살난 싸이클롭스 2마리는 움직일 수 있는 다리로 배틀 머신의 양다리를 휘감았다.

그런 후 4마리가 뭉쳐 몸으로 배틀 머신을 깔아뭉갰다.

배틀 머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한계가 있었는지 헤어날 수 없었다.

일대일로는 상대가 안 되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팔, 다리 하나씩 잡고 늘어지자 배틀 머신도 어쩔 수 없었다.

빠져나가려고 분리를 하려고 해도 싸이클롭스가 몸으로 막아선 상태.

내장된 무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무기 개방을 물론 공격할 곳도 없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배틀 머신이 제압된 동시에 마탑 주변으로부터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야 중력 마법의 충격에서 벗어난 워스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이건 그랜드 마스터 매지션이라고 주장하던 고르바 탑주도 못하는 일인데?”

공간 격리로 다른 공간으로 움직이는 유체이동 마법이 고위 마법에 속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니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마나가 많이 소모되는 마법이었으니까.

존재의 크기나 지닌 마나에 비례해 마나가 더욱 늘어나기도 하고.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정령을 소환할 때와 비슷한 경우였다.

그나마 정령은 몸 자체가 마나에 가까운 존재라서 공간을 넘는 일이 쉬운 편이었다.

인간의 경우 공간을 넘어갈 때 달라지는 환경에 입도 벙긋 못한 채 죽을 수 있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중력이 급속히 증가해도 의식을 사라지기도 한다.

생존 가능한 온도 내라도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이세계의 공간이 아닌 다른 세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인 것이다.

인간보다는 낫다지만 괴물 또한 생명체기에 위험 부담이 컸다.

그런데 치료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이 수많은 괴물들을 공간을 넘어 불러낸 것이다.

마법사인 워스덤이 지금 일어난 일들을 믿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치료사가 자신은 관대하다는 듯이 워스덤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게 제 힘만으로 한 게 아니라면 이해가 가시겠지요.”

워스덤이 마른침을 삼켰다.

치료사가 하는 말은 신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초월 존재가 실존한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치료사가 말한 게 진실이라는 걸 알리고 있었다.

“정말로 초월 존재라는 게 존재해 네게 힘을 빌려주고 있다는 거란 말인가?”

치료사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대꾸했다.

“초월 존재가 아니시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그 잘난 마법사들이?”

치료사가 마법사 전부를 비웃었지만 워스덤은 반박할 수 없었다.

잠시였지만 그랜드 마스터 매지션의 경지를 보여준 고르바 탑주도 못하는 일.

그걸 치료사가 해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을 넘은 힘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치료사가 장난이라도 치듯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김검천을 가리켰다.

“아니면 저기 있는 김검천이 이런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겁니까? 한낱 인간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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