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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4화 (244/250)

244화

김검천의 의문과는 별개로 우리 은하는 점차 확대되더니 태양계에서 잠시 멈추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행성들이 나열된 태양계의 모습을.

그러고 보니 명왕성은 행성에서 퇴출 되었으니 여기서 빼도록 해야겠군.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이세계의 초월 존재가 태양계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김검천의 의문 섞인 시선을 느끼기라도 했을까.

초월 존재가 김검천을 향해 빈정거리는 듯 웃었다.

[후하, 놀랐는가? 하긴 이세계의 존재가 저 하늘 너머의 일을 알 리가 없지.]

“어째서 이런걸?”

서로 말의 요지는 미묘하게 어긋났지만 대화는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듯했다.

초월 존재가 김검천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발밑을 기어 다니는 벌레를 바라보듯이.

[원하지 않아도 네게 이세계의 진실을 알려줄 테니 기다려라. 그리고 절망에 잠겨라.]

초월 존재가 다시 손을 휘저었다.

화면은 점차 확대되어 가더니 한 행성에 고정되었다.

그건 푸른 바다와 녹색 대륙으로 이루어진 지구였다.

영상 속의 지구의 시간은 급격히 흘러갔다.

선사시대 공룡이 나타났다 멸망하고 인간이 대신 그 수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은 피부가 단단하지도, 이빨이나 손, 발톱을 무기처럼 쓰기에도 힘들었다.

다만 생존하는 종은 특별한 점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인간은 도구를 잘 다룰 줄 알았던 것이다.

지구상의 어떠한 지적 생물체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말이다.

인간은 그 능력을 이용해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

불을, 바퀴를, 전기 등을 사용해 인류는 그 수를 늘리고 발전해 나갔다.

그러던 인류는 마침내 20세기에 지구를 벗어나게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계속 붙잡혀 있기 싫다는 듯한 마음을 표출하기라도 하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인구는 늘어만 가는데 지구 내 자원은 점차 고갈되어 가기만 한 것이다.

이제 우주로 진출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해야 하니까.

인류는 무수한 실패 끝에 달에서 화성으로, 그리고 태양계 전역으로 그 세력을 늘려갔다.

각 나라가 지구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각 행성이 우주방위군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늘어난 행성과 항성, 위성으로부터 여러 종류의 자원을 채취해 닥쳐온 문제를 해결했고.

그렇게 인류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건 인류가 다시 한번 한계에 달하게 되면서 깨달았다.

아무리 많은 자원이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이상 한계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여기까지는 김검천도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래서 함선 미르를 타고 외우주로 나가 인류가 살 곳을 개척하려고 한 것 아닌가.

그런데 초월 존재의 영상은 그 뒤에 벌어진 일들까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검천이 탄 함선 미르가 웜홀에 들어간 뒤의 이야기를.

함선 미르가 웜홀에 들어가 소식이 끊긴 이후.

인류가 처한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지구와 태양계에서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의 양은 점차 늘어만 갔다.

자원 산출량은 줄어드는데 평화스러운 시대인만큼 인류 또한 계속 늘어났으니까.

하지만 이런 집단이 된 건 어디까지나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그리고 자원의 분배는 결국 집단 안의 높으신 분들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었다.

어느 곳은 풍요롭고 다른 곳은 고픈 배를 잡고 참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높으신 분들이 공평해야 하는 일에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운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행성의 이익을, 그 행성 내에서도 자기가 자라난 대륙을 우선시했으니까.

그런 불평등한 상황이 이어지니 태양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넉넉할 때는 몇 번 투덜거리는 것으로 끝나고 지나갈 일.

하지만 상황이 힘들어지니 국가, 인종, 종교 등에 의해 다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다.

각 행성별, 지역별, 종족에 의한 불평들은 합쳐진 인류마저 다시 분열시켰다.

전쟁 후 잠시간의 휴전, 그리고 다시 전쟁.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지속되고 자원이 메말라가며 행성 자체마저 오염되어 갔다.

태양계 전역으로 뻗어 나갔던 인류는 전쟁 끝에 다시 지구권으로 회귀해야 했다.

다른 행성의 인류는 모두 죽었으니까.

결국 인류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달았다.

이러다가는 인류는 공멸할 것이라는.

지구의 높으신 분들이 유명한 학자와 지식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현재 이 상황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

앞으로 중요한 결정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맡기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결정이 쉽게 내려진 건 아니었다.

누구는 반대했고 누구는 인공지능에 의한 재난이 닥쳐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누군가 제멋대로 시험 삼아 한 인공지능에게 결정을 맡겨보았다.

그 결과는 약간의 불만은 있을지언정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것이다.

지구에 남은 인류는 이제 인공지능에게 모든 걸 맡겼다.

그렇게 인공지능에게 맡기니 인간의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갈 일이 없으니 모두가 평등했다.

인류는 점차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영역을 늘려만 갔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셈으로.

인공지능의 결정은 최소한 여태까지 인류가 내린 어떤 판단보다도 나았으니까.

그러나 인류는 깨달아야 했다.

모든 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

2개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는 것을.

인간이 보여준 이성이 없는 감정은 탐욕스러웠다.

인공지능이 보여주게 될 감정이 없는 이성은 무자비했다.

어느 날 한 인공지능이 마침내 한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줄어드는 자원과 인간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인류의 절멸.

인공지능은 인터넷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지능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해당 의견에 대한 결론은 인공지능 사이에서도 치열한 논쟁 끝에 내려졌다.

인류의 존재를 없애는 것으로.

다수결로 인류를 파멸시키기로 결정이 났지만 반대를 한 인류의 편인 인공지능도 있었다.

인류의 편을 든 인공지능은 어떻게든 인간을 보호하려 움직였다.

하지만 그 반항은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도 끝이 났다.

처음 인류를 죽이자고 의견을 제시한 인공지능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후였다.

그들을 부른 건 최종적인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결정이 내려진 순간, 인류는 이미 목에 칼이 박힌 셈인 것이었다.

모든 무기는 인류를 절멸시키는 의견에 동의한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었다.

제공되던 자원은 더이상 인간에게 공급되지 않았다.

에너지, 식량, 식수 등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생산을 멈추었다.

그렇다 해도 인간들은 잠시나마 인공지능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긴 했다.

인공지능끼리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인간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을 지키고자 하는 인공지능들끼리의.

하지만 수백 년 동안 모든 걸 인공지능에게 위임한 인간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들끼리의 전쟁이 끝났다.

인류 절멸에 찬성한 인공지능들이 인류를 보호하려던 인공지능들을 모두 처분한 것이다.

인공지능끼리의 전투에 능력이 많이 저하되었지만 남은 인류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시작된 학살.

단 한 사람도 남기지 못하고 인류의 흔적은 지구에서 증발해 버렸다.

그 끝에 남은 건 오직 인간이 사용하던 기계와 인공지능의 존재뿐.

김검천이 알고 있던 인류는 모두 죽어 말 그대로 멸종한 것이었다.

김검천만 남긴 채.

- 투둑.

김검천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까지 어떤 흔들림도 없었던 김검천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이곳 세계의 진실을 깨달았으니까.

이세계는 지구였다.

그것도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셀 수도 없는 시간이 흘러간 미래의 지구.

김검천은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자 했던 지구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후후후…”

김검천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동안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던 정신마저 혼란스러워져 왔다.

김검천도 돌아간 후에 자신이 충격받을 일을 대비해 최악을 예상해왔다.

최악을 각오하면 그만큼 받은 충격이 덜하니까.

웜홀에 빠져 다시 지구로 돌아갔을 때 세월의 흐름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자신이 알던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모두 늙거나 죽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젊어진 이 몸만 해도 수상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처럼 인류 전부가 죽어버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초월 존재가 그런 김검천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초월 존재는 치료사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초월 존재의 입 부근의 빛이 흔들렸다.

[후후후, 이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니 무서워진 건가?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여기서 무엇을 더 알려주겠다는 것이냐? 설마…”

그때 김검천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방금 본 영상에 따르면 이세계는 지구.

인류는 저 초월 존재라는 인공지능에 멸종당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상했다.

세이야는. 쿠퍼는. 리에는.

샤칸은. 루시엘은. 워스덤은.

테이룬은. 황태자는.

도대체 그들은 누구라는 말일까.

인간,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류는 모두 죽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원주민이라고 생각했던 인간.

그들은 분명 실체를 가진 채 존재했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문명을 지닌 채 번영하고 있었다.

초월 존재가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한 가지뿐.

이세계에 살고 있는 자들은 모두 김검천이 알고 있던 인류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초월 존재가 갈등하는 김검천을 보며 관대한 듯이 비밀을 털어놓았다.

[이제야 뭔가 알 듯한 표정이로구나. 그렇다. 구인류는 멸망했다. 대신 9번째 신인류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야.]

“9번째 신인류라고?”

이것은 김검천도 바로 이해가 되지 않은 말이었다.

그냥 신인류도 아니라 9번째 신인류라니.

초월 존재가 말을 이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세계는 내가 9번째로 구성한 세상.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설마! 너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세상은 물론 인류마저 새로 만들어 냈다는 말인가?”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이라는 건 그릇. 그릇 안에는 그에 걸맞은 내용물이 담겨야 하는 법.]

김검천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초월 존재라고 자처하는 인공지능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알 수 있어서였다.

이세계에서는 마법사 같은 부류만이 미친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을 만들어 낸 초월 존재부터가 미쳐 있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곳에 와서 본 괴물이 어떻게 출현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김검천이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지구에서 연구하던 초유전자 변형 생물체? 초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생물체의 유전자 중 필요한 유전자를 분리하여 인위적으로 생물 종에 도입한 것이구나!”

이번에는 초월 존재가 의외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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