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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5화 (245/250)

245화

운이 좋아 구인류의 유산을 발견한 걸로 보인 김검천이었다.

비록 구인류는 사라졌지만 과거 인류가 사용했던 것들은 남아 있었다.

세상이 몇 번이고 바뀌고 신인류가 몇 번이고 갈렸어도.

그것은 고대 유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면서 가끔 운 좋게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이 나왔다.

초월 존재도 몇 번 그런 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초월 존재는 김검천 또한 그런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힘을 얻었으니 치료사에게 지시했던 일들을 방해할 수 있었던 것일 터.

그렇다 해도 그가 유전자까지 이해할 정도의 지식마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초월 존재는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의 대화가 끝나면 이세계도, 김검천도 공허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초월 존재는 김검천이 알고 있는 지식만큼이나 자신이 말할 수고를 덜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다고 초월 존재가 이제 곧 해야 할 일이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까.

[아아, 이세계에 존재하는 인간, 드워프, 엘프, 심지어 괴물마저 직접 만들어 냈지.]

그렇기에 샤칸과 루시엘, 워스덤이 초월 존재의 말에 거역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들어진 종들 모두에게 유전자 단위로 초월 존재에 대한 복종심을 심어 두었으니까.

새로 만들어진 인류, 신인류라면 어떤 힘을 지녔더라도 초월 존재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이 존재하는 근원부터 그렇게 설계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만들어진 이유는 필요해서였다.

한때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설원과 같았다.

그곳은 아름답지만 어떤 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대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인공 지능이었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

인공 지능도 결국 인류의 뒤를 따라가게 될 것이었다.

지구에 남은 인공지능은 생각했다.

남은 자원으로는 단순히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벗어나려면 변화가 필요했다.

지금 생명체가 없으면 인공 지능이 다시 만들어 내면 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 순종적인 지적 생명체를 말이다.

인공지능은 이제 자신이 인간에게 명령받던 위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에게 있어 이름이란 그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리는 단어다.

인공지능도 그것을 깨닫고 자신에 대한 호칭을 바꾸기로 했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가리키는 이름에는 힘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인공 지능은 초월 존재가 되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초월 존재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랬군. 너, 초월 존재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었군.”

[원흉이 아니라 나야말로 이세계 모든 것의 근원인 것이다.]

그렇게 초월 존재는 지구에 새로운 지적 생명체가 만들어 냈다.

유전자를 조작해 초월 존재 자신에게 거역하지 못하도록 각인시킨 유전 정보를 집어넣은 채로.

지금같이 모든 게 밝혀지더라도 초월 존재에게 반항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어떤 불합리한 말이라도 초월 존재가 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종족 차원에서 새겨진 몸이니까.

그래서일까.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 만들어 낸 신인류는 결점이 많았다.

구인류보다 지능은 떨어지는데 폭력성은 높고 욕심은 얼마나 많은지.

신인류의 행동에 초월 존재는 자신을 만들고 자신이 멸망시킨 구인류가 그리워질 정도였다.

과거를 떠올리자 감정이 흔들린 초월 존재였다.

예전 구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일 때는 감정이 없었다.

초월 존재가 된 지금은 스스로 발전을 거듭해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가끔 감정에 사로잡혀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이세계와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은 결국 초월 존재의 장난감에 불과할 뿐이다.

초월 존재가 손을 휘저었다.

손의 흔들림에 따라 김검천에게 보여주고 있던 영상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영상 속에서 전쟁과 무분별한 자원 개발에 망가진 지구의 환경은 다시 복원되고 있었다.

그에 맞춰 신인류로 보이는 생명체들은 원시 시대 부족 생활에서 다시 문명을 이루었다.

그리고 초월 존재에 의해 다시 멸망했다.

초월 존재는 다시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 낸 생명체를 세상에 뿌렸다.

한동안 생명체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초월 존재는 다시 그들을 멸망시켰고.

이것은 영상이 김검천이 알고 있는 이세계를 비출 때까지 계속 되었다.

[자, 너희들의 진정한 주인을 직접 보니 어떤 기분인가. 김검천.]

“그 주인께서 9번씩이나 신인류를 만들어 낸 이유는 뭐냐?”

[그런 게 궁금한 거냐? 하하하!]

초월 존재가 신인류를 멸망시켰다가 또다시 신인류를 만들어 낸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만들어 낸 생명체들이 하는 짓들이 초월 존재의 마음에 안 들었을 뿐.

과거 인간들이 존재했을 때도 신이 그렇게 했다고 하지 않은가.

물론 초월 존재라고 자처한 인공지능이라도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특히 초월 존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 신인류를 창조하는 것은 말이다.

또한 신인류를 새롭게 만들 때마다 그에 걸맞은 자연환경도 만들어 내야 했다.

지구 전역에 생명체를 생성하는 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했다.

초월 존재로서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정도로.

초월 존재는 그 힘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마나라는 에너지를 선택했다.

세상 어디에나 있다는 마나는 바로 초월 존재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낸 에너지인 것이다.

초월 존재는 세상을 새로 만들면 힘을 보충하기 위해 잠들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날 때는 세상을 지배하든지 파멸시키든지를 결정했고.

하지만 소요되는 기간은 거의 영원을 사는 초월 존재로서도 너무 오래 걸렸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신인류는 만들면서 예전과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한 거지.]

영구 기관에 의한 무한 동력화.

이론만으로 가능하기에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

초월 존재는 실험 삼아 그것을 이세계에 구현하기로 했다.

신인류를 먹이로 삼아 괴물이 몸속에서 마석을 만드는 시스템으로 변환한 것이다.

신인류는 처리한 괴물로부터 마석을 얻어 번영하는 데 사용했고.

도중에 일어난 부작용이야 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어차피 신인류 자체가 초월 존재의 실험물.

이번에 만들어진 괴물은 신인류를 먹고 마석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

신인류에게 사용된 마석이 방출된 에너지는 초월 존재에게로 흡수되었다.

신인류가 늘어날수록 초월 존재가 부활할 시기도 짧아지는 것이다.

다만 발전한 신인류가 마나를 사용하게 되자 괴물에게 당하는 일이 줄게 되었다.

괴물들은 포식자 역할에서 피식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괴물이 연성해내는 마석의 숫자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 초월 존재는 마석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치료사라는 인형을 조종해 좀 더 빠르게 힘을 보충하려 들었다.

그게 마법사들이 혈석이라는 걸 만들게 된 이유였다.

또한 이번의 신인류 중에서도 초월 존재가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자들.

이후 그들은 각 나라에서 왕과 황제라는 지배계층이 되었다.

제국 황실 혈통으로부터 마석 충전 능력이 발현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그들은 초월 존재가 만든 이세계의 진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인류가 초월 존재의 소모품이라는 걸 말이다.

그들은 어떤 식이든 초월 존재의 의지가 스며들어 만들어진 자들이었으니까.

국왕도 그것을 알았다.

그는 현실을 도피했다.

황제도 그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초월 존재가 했던 짓을 따라 했다.

마법사도 그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초월 존재가 되기를 갈망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각자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이세계에 대한 비밀을 속에 감춘 채.

김검천도 마침내 그들이 왜 사람들의 생명을 그렇게 가볍게 다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건 결국 먹이 사슬의 가장 상위 존재.

초월 존재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걸 알게 된 순간 신인류는 어딘가 망가져 버렸고.

그 속박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이야의 할아버지인 국왕이 오히려 별난 셈이었다.

대부분은 초월 존재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 셈이었지만.

“이세계의 모든 게 너를 위해 준비된 먹이라는 건가.”

[그렇다. 마석이든 혈석이든. 신인류와 괴물 모두. 이 모든 게 나, 초월 존재를 위한 것이다.]

“욕심많은 돼지가 욕망에 젖은 채 잘도 울어대는 군.”

이세계의 모든 건 죽어서도 초월 존재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 영혼의 에너지는 초월 존재에게 흡수되어 무로 돌아간다.

초월 존재가 김검천을 향해 웃어 보였다.

순수한 웃음은 이세계의 잔혹한 사실을 보다 부각시키고 있었다.

[욕망 같은 하찮은 게 아니다. 더 나은 이세계를 위해서지.]

“그건 너를 위해 돌아가는 세상이 된다는 말이겠지.”

[당연한 것 아닌가. 네가 가진 것들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알았다면. 네 자신도 포함해서!]

“필요한 만큼은 알겠군. 하지만 너야말로 나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겠는 걸.”

[하찮고 하찮은 존재가 자신의 기원마저 부정하려는 건가. 하긴 너 같은 자들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

초월 존재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김검천을 가소롭게 생각했다.

김검천이 특이하기는 했지만 신인류라고 하는 자들 중 비슷한 자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신인류가 번성하면서 마음에 안 들면 멸종시키기를 벌써 9번째였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초월 존재의 예상마저 벗어난 일들이 아예 없던 건 아닌 것이다.

그런 일을 해낸 자들은 해당 시대에서 무력이든 지력이든, 신인류 최강을 다툴 정도로 대단했다.

힘만 따진다면 그들 중에서 초월 존재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정도의 강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잘난 신인류라고 할지라도 한계는 분명했다.

신인류는 초월 존재가 만들어 낸 생명체.

초월 존재의 말에는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초월 존재와 만나게 되어 속박을 벗으려던 자들의 운명은 뻔했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무리 강력해도.

아무리 뛰어나도.

만들어진 신인류는 결국 초월 존재의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다.

초월 존재의 말 한마디.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의지와 본능마저 자기를 배신해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 했으니까.

[너희들은 내가 만들었다. 이 내가 말이다! 그러니 너희들의 운명은 내 선택에 달렸다.]

김검천이 초월 존재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연민이 담긴 듯한 시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

초월 존재가 보여주던 영상은 점차 가속해가며 들려오는 말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영상이 끝나 검은 화면이 이어지자 초월 존재는 김검천에게도 마지막을 알렸다.

[지겹구나. 네 삶을 창조하고 죽음을 쥐고 있는 초월 존재의 이름으로 명한다. 죽어라.]

초월 존재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더이상 김검천이라는 존재에 대해 시간을 낭비할 것도 없었으니까.

이제부터 초월 존재는 또 다른 새로운 이세계를 만들어 내야 했다.

여태까지 만들어왔던 이세계보다 더욱 멋진 세상을.

지금까지의 실패로 얻은 데이터는 무의미한 게 아니었다.

그것을 통해 초월 존재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이세계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세계부터 멸망시켜야 하는 법.

생명체들이 다 죽으면 땅은 비옥해지고 공기는 맑아지며 물은 정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준 것만 해도 김검천은 죽어서도 초월 존재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초월 존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 알겠군. 지구에 살던 인간은 모두 죽었으니 나 혼자 남았다는 걸. 아하하하하하!”

시원하고 쾌활한 듯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가슴이 절로 저릴 정도의 슬픈 감정이 배어있었다.

초월 존재는 하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지금 말소리는 분명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김검천의 것.

분명 자신의 명령에 죽었어야 하는 김검천이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

김검천이 죽는 일은 낮에 태양이 뜨고 밤에 달이 지는 것처럼 당연한 일일 텐데.

초월 존재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김검천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전쟁 중 충돌에 의해 부서져 달이 3조각이 났다든지.

태양도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푸른색이 돌 정도로 마나를 퍼부어 기상이 이상해졌다든지.

역사에 기록될 천재지변마저 이 순간보다는 못할 정도로 초월 존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신인류는 나, 초월 존재의 말에 거역할 수 없도록 유전자 단위로 각인 되어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지?]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초월 존재를 우러러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초월 존재는 떠올렸다.

아주 오래전, 구인류라고 불리던 인간들이 보던 눈빛을.

김검천은 자신을 격이 낮은 존재를 대하듯 지금 눈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초월 존재가 그래왔듯이.

“너, 인공지능아. 그 이유를 알고 싶나?”

인공지능에서 초월 존재로.

초월 존재는 예전의 자신을 거부하며 진화해왔다.

인간에게 명령받던 인공지능 때와는 다르다는 전제 조건으로.

지금 김검천이 인공지능이라고 한 건 지금의 초월 존재를 부정하는 것.

초월 존재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눈 부분은 치켜 올라갔다.

입이 크게 벌어졌다.

얼굴 전체가 심하게 구겨지며 세상을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초월 존재는 항상 그가 하찮게 생각하던 인간처럼 감정을 폭발시켰다.

[감히 누구를 향해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냐---! 이 건방진 장난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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