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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8화 (248/250)

248화

에너지 반응로의 힘을 빌려 13D 홀로그램 연출에 의해 나노 머신으로 만들어진 날개들.

그 6장의 푸른 빛 날개가 김검천을 감싸 안았다.

날개에서 떨어진 빛의 깃털이 바람에 날리듯 흩어지더니 달려들던 초월 존재의 감각을 흩트렸다.

빛의 날개는 미리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합쳐진 기술의 집합체.

그것이 초월 존재의 시야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지 수단을 방해했다.

심지어 초월 존재가 조종하는 세상 공간의 배열마저 흩트렸고.

그 바람에 전투 예측이 가능한 초월 존재마저도 일순간 김검천의 모습을 놓칠 정도였다.

그렇게 잠깐 시간을 번 사이 빛의 날개가 뭉쳐 원형의 고치 형태로 변했다.

고치가 개화하며 그 속에서 날개를 단 미리내가 나타났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인간을 초월한 외모를 갖춘채.

그녀의 이마와 눈에서는 빛의 문양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외모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초월 존재가 저도 모르게 관심을 미리내에게 돌릴 정도.

미리내는 나타나자마자 거인 형상의 초월 존재에게 주먹을 빛의 속도로 내지르고 보았다.

- 툭.

[쿠오옹!]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때릴 곳이 넘치는 거인 형상을 한 초월 존재였다.

구름을 목 아래에 두고 산과 키를 겨룰 정도로 커다란 거인.

그 초월 존재가 인간 크기에 불과한 미리내의 가느다란 주먹에 맞아 비틀거렸다.

거인의 가슴 부근에서 힘을 내뿜던 초월 존재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거인이 타격을 입는 만큼 에너지원 역할을 하던 초월 존재의 힘도 깎여나가는 것이었다.

크기와 무관하게 정령 형태의 초월 존재라면 미리내가 가장 상대하기 쉬운 타입이었다.

아쉽게도 그게 한계였지만.

미리내의 힘으로는 정령 같은 초상적인 상태의 초월 존재를 물러나게 만들 수는 있었다.

다만 초월 존재를 소멸시킬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은 줄 수 없던 것이다.

미리내의 물리적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미리내도 그 점만큼은 극복할 수 없었기에 김검천을 찾았다.

[김검천 함장님. 다음 지시를.]

안 그래도 이런 교착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김검천은 고민 중이었다.

마지막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초월 존재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입혀두는 게 유리한 상황.

그러기 위해서는 평범한 공격으로는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초월 존재가 재생하면서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쓰게할만한 충격은 줘야했다.

최후의 일격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붇기 위해서.

에너지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초월 존재를 제대로 견제하기 힘든 상황.

뭔가 다른 타개책이 있어야만 했다.

현재로서는 김검천이 약간 유리한 상태.

다만 인간인 김검천은 초월 존재만 한 지구력과 재생 능력이 없었다.

전투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중이라 몸 안의 나노 머신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도 벅찬 상태.

함선에서 원거리 에너지 공급을 받는다고 해도 거리만큼이나 효율이 떨어졌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에너지가 다한 순간 김검천이 패배할 게 당연한 일.

초월 존재도 거기까지 계산이 끝났는지 미리내를 상대로도 여유 있는 태도로 바뀌었다.

어차피 거인의 모습이야 초월 존재 본체가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김검천이 결단을 내렸다.

“더 강한 물리적인 힘을 미리내가 사용 가능했다면 뭔가 방법이…이런! 실드 9 중첩!”

- 콰콰쾅!

김검천의 양팔에서 생성된 실드 9개가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막아냈다.

초월 존재를 없애는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이라 모든 공격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다.

한 곳에 힘을 집중한 탓에 지상으로부터 뻗어온 거대한 암석의 창에 당한 것이다.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 집중하다 보니 정신력이 소모되어 김검천이 지친 탓이기도 했다.

미리내가 거인 상태의 초월 존재를 견제하고 있는 중이라 동작하지 않기도 했고.

- 콰직.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김검천의 파워드슈츠 장갑 부위의 20%가량이 단번에 박살났다.

부서진 장갑 너머로 김검천의 맨살이 나타났다.

같은 곳에 방금과 같은 공격을 맞는다면 김검천도 확실하게 죽을 것이다.

장갑이 부서지자 파워드 슈츠에 넣어두었던 리에가 준 그림이 팔랑거리며 공중을 부유했다.

현재 눈이 내리고 있는 세계를 묘사하기라도 한 듯한 하얀 여백의 종이가.

그걸 본 김검천이 갑자기 눈을 빛냈다.

“미리내! 저 그림을 이용해!”

물리력이 없다시피 한 미리내라도 종이 하나 겨우 들 수 있는 물리력 정도는 가능했다.

순수하게 물리력만 따지면 사람이나 괴물에게는 간지럽히는 수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거인이 된 초월 존재의 힘을 받아내는 미리내였다.

그런 미리내의 손에 저 그림 조각이 들렸다.

[확인. 모든 물리력 동원.]

빛살같이 움직이던 미리내가 바람에 날려 주변에 날아다니던 그림 한 장을 그 손에 쥐었다.

하얀 여백의 그림 종이.

지금 생각하면 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금 같은 기후 이상을 예견했던 건지도 몰랐다.

미리내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림 종이에 스며들었다.

[고오오!]

자신에 대한 위험이라도 감지했는지 거인의 손이 활짝 펴진 채 미리내를 향해 휘둘러졌다.

미리내는 순간 공간을 단축하기라도 하듯이 거인 가슴에 있는 초월 존재 눈앞에 나타났다.

초월 존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건 감히 김검천 함장님에게 대든 인공지능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 철썩.

미리내의 손에 쥐어진 그림 한 장이 초월 존재의 뺨을 가격했다.

고작 종이 한 장을 들고 내려쳤을 뿐이다.

그런데 정신이 혼미해질만한 충격이라도 받은 듯 거인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본체 피해. 연산 불가. 나노 머신 침투. 에러, 에러.]

초월 존재가 약점을 보이자 김검천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야 끝을 볼 기회를 찾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친다면 초월 존재를 쓰러트릴 기회 같은 건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미리내! 이번 일격으로 끝을 낸다. 실탄 포구 전 개방! 하단 장갑 개방! 광선검!”

-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파워드 슈츠와 배틀 머신, 외장 파츠에 달려 있던 모든 실탄 무기가 개방되었다.

그와 동시에 배틀 머신의 하단 장갑이 열리며 거대한 원통형의 물체가 나타났다.

파워드슈츠와 같이 배틀 머신에서도 내장되어 있던 광선검이었다.

김검천이 그걸 들자 푸르스름한 빛이 솟구치더니 백열하는 빛의 검이 만들어졌다.

김검천은 들고 있던 광선검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사용가능한 실탄 무기를 퍼붓기로 했다.

“전탄 발사!”

- 콰콰콰콰콰콰콰쾅--!

숄더 캐논과 미사일, 천뢰 및 지뢰 같은 모든 실탄 무기가 초월 존재에게 날아갔다.

지금까지 실탄 무기를 남겨든 건 초월 존재에게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잠시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초월 존재의 주의를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하단 배틀 머신 및 외장 파츠 분리! 광선검 결합!”

- 부우웅. 파칭.

분리된 파츠가 배틀 머신에서 뽑은 원통형의 광선검에 하나씩 달라붙기 시작했다.

검자루 끝부터 손잡이, 검의 날 밑을 지나 백열하는 광선검의 검신마저도.

파워드슈츠 광선검만 해도 오러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하물며 그것보다 강한 배틀 머신의 광선검의 위력은 산도 관통할 정도.

거기에 외장 파츠가 달라붙어 힘을 더하고 있었으니 배틀 머신의 장갑이라도 멀쩡할 리 없었다.

- 치이익.

[경고, 경고, 에너지 과부하, 자체 장갑 피해 증가.]

광선검이 발출한 빛의 칼날에 달라붙은 장갑 부위로부터 금속이 녹아내린 액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검천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 빠르게 끝내야겠지! 멈추지 않는다! 출력 최대로!”

[출력 최대.]

- 키이잉. 파치치치칙.

김검천은 거대 광선검을 움직일 팔힘만 남긴 채 남은 에너지 전부를 빛의 칼날에 집중했다.

지금 김검천은 오러가 아니라 마나에 맞아도 전투력을 잃은 정도로 방어력을 낮추었다.

반대로 주먹만 내질러도 마스터 나이트도 즉사할 정도로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

- 치치치치치익.

출력이 올라간 만큼 광선검과 그걸 둘러싼 파츠는 물론 육체마저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극한 출력이라는 증거로 무리를 한 김검천의 입과 손에서부터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장갑을 타고 흐르던 인간의 피는 빛의 칼날에 닿자마자 연기로 증발했다.

김검천이 힘들게 빛이 이글거리는 광선검을 들어 올렸다.

치켜 올린 광선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하늘에 둘러싼 검은 구름을 뚫고 솟아올랐다.

구름이 걷히자 하늘에서 미약한 빛이 김검천 주위를 향해 내려앉았다.

빛에 휩싸인 김검천이 초월 존재를 향해 광선검을 힘껏 그어 내렸다.

“내가! 모든 것을 돌린다! 빛이여!”

김검천이 휘두르는 천재지변을 뛰어넘는 미지의 힘을 느낀 것일까.

초월 존재는 미리내를 어떻게든 떼어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 위로 상승한 김검천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번개!]

- 번쩍.

하늘에서 김검천을 향해 번개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그 무수한 번개 다발들은 김검천을 향해 떨어지다 빛의 칼날로 끌려갔다.

번개는 마치 원래 주인을 대하는 것마냥 그 빛의 칼날에 머물러 그 힘을 증폭시켰다.

수십 미터에 불과하던 빛의 칼날이 그 힘을 빌려 100미터는 될 듯이 커다랗게 늘어났다.

모든 것을 반으로 조각낼듯한 빛의 칼날이 초월 존재에게 내려꽂혔다.

안 그래도 김검천의 전탄 공격과 미리내에게 막히던 초월 존재였다.

방어를 포기하고 선택한 번개 공격마저 실패하자 초월 존재는 두 눈을 부릅뜨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크오오옹!]

- 카카카카칵!

“우오오오오!”

김검천의 기합에 맞춰 빛의 칼날은 거인 형상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베고 지나쳤다.

그러고도 힘이 남았는지 지면을 내려친 빛의 칼날은 호수가 들어가고도 남을 칼자국을 대지에 남겼다.

“후, 하, 후…”

김검천이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팬 구멍 옆의 대지로 하강했다.

비틀거리는 김검천의 곁으로 미리내가 다가와 몸을 부축하려다 허공을 휘저었다.

미리내는 실체가 없는 자신의 손을 원망스러운 듯 내려다보았다.

미리내의 행동을 눈치 못핸 김검천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한계 출력으로 인해 망가진 배틀 머신 장갑을 분리했다.

고장난 이상은 현재 장착한 장비들은 무거운 짐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 쿵, 쿵, 쿵.

김검천의 뒤로 배틀 머신과 무인 차량의 부서진 파츠가 나뒹굴었다.

가장 기본 장비 파워드슈츠의 동력원인 에너지 반응로마저 금이 가 언제 고장 날지 몰랐다.

김검천은 파워드 슈츠의 탈출 모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긴급 회피 모드.”

- 철컹.

김검천이 파워드 슈츠에서 튕겨져 나왔다.

공중에서 떨어져 낙법으로 착지한 김검천이 양손으로 팔을 쓰다듬었다.

파워드슈츠 없이 맨몸으로 이 추위에 있자니 당장 얼어 죽을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파워드슈츠 없이 맨몸으로 밖에 있는 건 정말 오래간만인데.”

[괜찮으신가요? 아직 어떤 위험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데 파워드슈츠를 벗다니요.]

- 펑!

때마침 망가질 대로 망가진 파워드슈츠가 폭발했다.

김검천과 미리내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무 말없는 미리내의 얼굴이 왠지 쑥스러운 듯이 보였다.

“아무래도 벗는 게 잘한 거 같지?”

[생각해보니 이런 날씨에 함선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찮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여기서 살아남아야겠지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추워하는 김검천을 위해서라도 미리내는 전투가 끝나자 바로 함선에 연락을 넣었다.

조금만 이곳에서 버티면 곧 구원의 손길이 도착할 것이다.

제대로 만질 수 없는 손이지만 미리내가 옆에서 김검천을 쓰다듬었다.

김검천도 허상에 불과한 손길이라는 건 알았지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난 지금이었다.

미리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김검천이라고 순순히 얼어 죽고 싶을리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고생했다. 파워드슈츠. 마지막으로 널 기억해 두도록 하지.”

할 게 없자 괜히 감상에 잠긴 김검천이 무릎을 굽혀 발밑까지 날아온 파워드슈츠의 잔해를 손에 쥐었다.

그러다가 김검천은 그 근처에서 굴러다니던 반투명한 검은 구슬 같은 걸 발견했다.

그 검은 구슬은 김검천의 손이 다가오자 몸을 움찔했다.

별생각 없이 구슬을 지나치려던 김검천이 검은 구슬을 노려봤다.

검은 구슬은 아까 전 일은 착각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김검천이 검은 구슬을 노려보았다.

“미리내. 이것 좀 확인해 보겠어?”

[검색. 스캔 완료. 이것은 아까 초월 존재라고 자칭하던 인공지능의 일부로 보입니다.]

“일부라. 내가 보기에는 이거야말로 초월 존재라고 주장하던 놈의 본체를 담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 말을 들었는지 검은 구슬이 필사적으로 김검천으로부터 떨어지려고 들었다.

달팽이처럼 기어가는 구슬이 굴러보았자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겠는가.

느긋하게 다가간 김검천이 검은 구슬을 잡았다.

그리고는 손을 펴서 다른 손의 두 손가락으로 구슬을 집어 눈앞에 들어 올렸다.

김검천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조차도 못한 채 용광로에 들어가게 해주지.”

[초월 존재는 죽지 않는다.]

검은 구슬에서 초월 존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체를 들켰으니 더이상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초월 존재? 아니, 너는 수 많은 인공지능 중 하나일 뿐이야.”

[아니야! 난 초월 존재,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며 오직 하나인 존재다!]

“내 손에 잡혀서 앙앙거리는 존재는 네가 하나있긴 하네. 굳이 따지자면 인공지능 중에서는 우리 미리내만이 오직 유일한 존재인데?”

[들었습니까? 삼류 인공지능. 꼬우시면 저 같은 초고성능 인공지능이 되십시오.]

갑자기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웃기 시작했다.

악에 받쳐 무슨 행동이라도 할 수 있는 상태.

초월 존재가 김검천을 저주했다.

[으…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 어리석은 놈. 그걸 아는가? 마지막에 웃는 자는 바로 나, 초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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