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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9화 (249/250)

249화

김검천이 초월 존재의 본체로 보이는 검은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 2개도 못 이기는 상태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듯 웃다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흐흐흐, 보라! 눈이 계속 내리지 않나? 이제부터 점점 더 추워질 테지. 김검천.]

“당연한 말 아닌가. 눈이 내릴 때는 그 열을 발산해 따듯해지다가 다시 열을 빼앗는 법. 그렇게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세상이 얼어붙는 것이지.”

[계절의 순환 같은 걸 이야기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은 다시 없을테니까.]

김검천이 검은 구슬을 들고 있던 두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파워드슈츠를 장착하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김검천은 단련된 용사.

입만 살아 움직이는 초월 존재의 파편 정도는 충분히 으깰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아니면 네가 말할 기회도 없어질 거야.”

[으윽, 독한 놈. 네가 구인류, 진실된 인간이라면 지구 역사에서 이런 시기가 있다는 걸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검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은 이세계를 덮어 나가고 있었다.

어딜 봐도 눈, 눈, 눈뿐이었다.

김검천이 맨몸 상태로 있는 자신의 두 손가락에게도 지고 있는 초월 존재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계속 눈이 오고 추위가 끝나지 않아 모든 게 얼어붙는 빙하기라도 온다는 건가? 지금의 네가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

인류보다 더 강하고 더 강했던 종족.

공룡을 지구 역사에서 퇴출시킨 시대.

초월 존재가 김검천을 비웃었다.

이런 몸이 되었어도 마지막 승자는 바로 자신, 초월 존재가 될 테니까.

[지금이라고? 아니, 그 전부터다. 마탑에서 발동시키고 있던 게 고대 대마법뿐인 줄 알았나?]

이거야말로 초월 존재가 숨겨두었던 마지막 한 수.

마법사들마저 마탑에서 모은 마나로 고대 대마법을 발동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마탑 자체가 바로 초월 존재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것.

실은 마탑은 이곳을 멸망시키기 위해 대륙의 기상 상태를 바꾸어 가고 있던 것이다.

이미 발동되었으니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최선의 방법은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이다.

김검천의 얼굴색이 어둡게 변했다.

“그런 짓을...정확히 언제부터 발동시킨거지?”

[네가 여기에 오기도 전부터! 너라면 이세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챘을 텐데.]

김검천은 떠올렸다.

과거 지구, 이세계는 초월 존재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김검천이 살던 세상 자체가 변했으니 말이다.

다만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계속 살던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던 것들이 있었다.

특히 날씨가 예상보다 춥고 생각하지도 못한 눈이 빠르게 내린다고 말이다.

사람들이 마석을 더욱 갈망하던 이유도 점점 살기 힘든 생활 환경 때문이었다.

그들로서도 근래 발생한 예상 밖의 기상 변화는 처음 겪는 일인 것이다.

초월 존재는 자신의 말 때문에 고민하는 김검천을 보자 기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자신이 패배하기는 했지만 김검천은 눈 속에서 얼어 죽을 테니까.

한편으로는 완벽하지 않은 빙하기라서 불안한 마음이 있긴 했다.

세계를 멸망시키는 데 필요한 마나가 충분하지 않아서 자신의 계획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예측 때문에.

다만 그렇다해도 이 대륙 전후로 한정되어 기상이 바뀐다고 해도 상관없긴 했다.

어차피 김검천이나 다른 인간들도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초월 존재는 대륙의 해안부터 결계로 막은 후 기상 이변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륙을 탈출할 자들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지금 와서는 보다 확실하게 김검천을 죽일 수 있는 방도가 되었지만.

그 결계는 마도 왕국을 보호하던 것보다도 더욱 강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안부터 대륙 중심을 향해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있었고.

모든 생명체는 빙하기를 막을 수도 없었고 빙하기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도 결계에 막혀 이 대륙 너머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그러니 이곳 생명체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살아 있는 이상은 반드시 먹고 마셔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더이상 아무것도 자랄 수 없었다.

식물은 물론 그것을 먹는 동물과 그 동물을 먹고 살아남는 육식 동물마저도.

호수 밑바닥까지 얼어붙어 식수로 활용해야 할 물마저 사용할 수 없을 만큼의 추위.

이런 추위라면 굶어 죽거나 목말라 죽기도 전에 보통은 얼어 죽을 것이다.

초월 존재가 말을 이었다.

[김검천, 넌 인간이었기에 날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네 약점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그런 꼴로 말해보았자 설득력이 부족한데.”

김검천 두 손가락에 잡혀 있던 검은 구슬 형태의 초월 존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전 인공지능 본체로 사용하던 검은 구슬.

정확히는 구슬 안의 초나노 칩에서 연산 중이던 초월 존재가 미래 상황을 계산 후 대답했다.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넌 결국 인간. 태어나서 늙고 병들면 죽게 마련.]

“그게 인간이니까.”

[그러니 너만 죽으면 다시 이세계는 이 손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방어할 힘마저 잃은 초월 존재였지만 빙하기로 그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얼어 죽이면 그만.

모든 것이 사라지면 초월 존재는 안심하고 동면에 들어 힘을 모으면 된다.

그것이 초월 존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었다.

세계를 멸망시키고 다시 부활하는 순환을.

시간이 지나면 김검천은 죽고 초월 존재 자신은 힘을 모아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거야말로 이세계에 있어 변하지 않아야 할 사실이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김검천이 자신이 든 검은 구슬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다고 해도 말이다.

그것이 여태까지 이세계의 생태를 거듭해 만들어 온 초월 존재의 진화 형태.

[이세계를 모조리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이 몸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 아니, 부활할 거라고 확신한다. 김검천, 네가 과연 지구를 소멸시킬 수 있겠나?]

초월 존재 또한 이세계의 일부였다.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젠가 자연은 복귀된다.

그저 엄청난 세월이 흘러야 할 필요가 있을 뿐.

김검천이 자신의 고향인 지구를 초월 존재의 부활을 막기 위해 소멸시킬 수 있을까.

김검천이 인간인 이상 그런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더이상 초월 존재를 막을 자가 없는 이세계에.

더이상 김검천이 없는 이 지구에.

초월 존재는 초나노 칩을 달리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며 이겼다는 쾌감이 밀려들자 전율했다.

고작 수백 년도 못사는 인간이 잠깐 초월 존재 자신을 이긴 건 길다가 번개를 맞는 것처럼 불행한 사건이 생긴 것뿐.

자신처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쪽이 강한 자인 것이다.

- 파직.

갑자기 검은 구슬에 금이 갔다.

이야기를 듣던 김검천이 두 손가락에 힘을 준 것이었다.

자신을 담고 있는 본체가 부서지려는데도 초월 존재는 그런 김검천을 비웃었다.

겪어보지 못한 세상으로 사라지는 게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승리자는 자신이었다.

[후하하! 그 정도로 감정이 흔들린 거냐? 김검천! 너도 별수 없는 인간이로구나!]

- 파지지직.

김검천의 두 손가락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그에 따라 검은 구슬에 생기는 금도 더 늘어났고.

김검천의 어깨에 미리내가 손을 올렸다.

기분에 불과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차가운 김검천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갔다.

김검천이 다른 손으로 미리내의 손등을 감싸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인간이야. 앞으로도 인간일 테고.”

[그러니 넌 죽는 것이다. 인간이니까! 그러면 인간인 너와는 작별이구나. 김검천!]

김검천이 냉정한 눈빛으로 초월 존재에게 선언했다.

“죽음은 인간이면 당연한 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인간과 다르지. 하지만 불사의 몸이라고 좋아할 건 아니지.”

- 파지지직직.

방사선으로 금이 가던 검은 구슬에 선명한 금이 일직선으로 그어졌다.

마치 눈동자가 반으로 잘리는 듯한 모습.

초월 존재는 김검천의 말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인간도 인간 나름.

인공지능 중에서도 초월 존재 같은 개체가 있다면 인간 중에서는 김검천이 있었다.

초월 존재로서도 김검천의 행동만큼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빨리 끝을 내라는 것이다!]

“싫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

“마음대로 도망치려 하지 말라는 거다. 넌 몸으로 죗값을 갚아줘야겠어.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것으로서.”

[큭, 죽여라!]

“말했잖아? 넌 죽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널 유용하게 써줄 테니 기뻐하도록 해.”

[주…죽여줘!]

김검천이 환하게 웃었다.

초월 존재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걱정 마. 넌 죽지 않을 거야. 앞으로 영원히.”

- 콰직.

상냥하게 말을 끝낸 김검천은 망설임 없이 검은 구슬을 부수었다.

그러자 검은 구슬로부터 반짝거리는 은색의 가루가 흘러 바람에 날려 사라지려고 들었다.

미리내가 그것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은색 가루를 잡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리에의 그림을 잡고서 손에 쥔 은색 가루를 박아넣었다.

미리내가 자신의 힘과 나노 머신을 이용해 초월 존재를 담은 종이 전체를 입체적으로 코팅한 것이다.

김검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에가 마지막으로 넘겨준 하얀 여백의 그림 종이를 보았다.

하얀 여백 사이로 뿌려진 은색 가루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역시 글도 그렇지만 그림 또한 보면 볼수록 새로운 느낌이 든다니까. 리에의 이 그림은 정말 멋진데?”

[아, ㅁ…머 하 새가. ㅂㅊㄻㅁㅁ]

그 상태로도 뭔가 말하려 드는 초월 존재였다.

아쉽게도 저런 모습이 되는 바람에 초월 존재의 언어 번역 기능에 오류가 난 듯했다.

과거 초기의 인공지능 번역기가 이런 식이었지 않는가.

그림에 코팅된 초월 존재는 자기 힘으로는 제대로 말도 할 수 없게 된 상태인 듯했다.

심지어 지금은 봉인 초기인 만큼 약간이나마 자기 의지가 살아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 이런 표현마저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잡혀서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초월 존재 대신 미리내가 번역해 주었다.

[아! 뭐할 생각! 빛이 강하다!]

“아니, 그거 직역이잖아! 그러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김검천이야 이런 일에 익숙했으니 뭐라는지 대충 이해가 갔다.

초월 존재는 봉인한 후 앞으로 자신을 어떻게 대하려는지 묻는 모양이었다.

초월 존재도 자신의 미래는 궁금할테니까.

코앞도 알아볼 수 없는 어둡기 짝이 없는 코팅된 미래인 만큼 답답할 테지.

그래서 김검천이 초월 존재가 봉인된 그림을 향해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이제까지 신인류를 잘도 이용해 먹었지? 이제부터는 네가 인류를 위해 다시 봉사해야 할 것이다. 함선 미르의 엔진실에서 말이야.”

- 쿵쿵.

잠시 후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김검천이 초월 존재와 싸우기 전 보낸 배틀 머신.

그것이 다시 돌아와 함선에서 보낸 지원보다 빨리 도착한 것이다.

배틀 머신의 손바닥 위에서 상처투성이인 샤칸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김검천님! 우리 도와주러 왔어!”

그런 샤칸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루시엘이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전투에 방해가 될지 몰라도 지켜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더군요.”

워스덤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김검천님에게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죽을 각오로 온 거니 부디 용서해 주시구려.”

초월 존재의 무서움도 각오한 댕댕이가 울부짖었다.

“왕왕!”

현재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가던 샤칸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들이 떠나기 전만해도 세상이 멸망할 기세였다.

지금은 눈이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김검천님, 그 망할 초월 존재는 어디 있소! 이 돌주먹으로 그놈을 때려잡고야 말겠소!”

김검천은 어딘가 답답하던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구인류, 신인류.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일까.

지금 여기에 자신을 걱정해 주고 또한 믿어주는 자들이 있는데 말이다.

김검천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함선에 연락했는데 연락 못 들었나? 배틀 머신 통신 기능이 고장 난 모양이네. 전투는 방금 끝났어.”

세 사람과 한 마리의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표정이 풀렸다.

“역시! 김검천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진 대사를 하는 건데 말입니다.”

“김검천님. 그 초월 존재라는 건 어떻게 생겼습니까? 아, 이건 어디까지나 마법사로서 탐구하고 싶은 마음에 묻는 겁니다.”

“와옹!”

김검천이 그런 동료들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구인류든 신인류든 무슨 상관일까.

이들은 이미 인간이었다.

초월 존재가 힘을 잃은 이상 신인류도 자기 의지로 다시 인류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들은 구인류의 마지막 인간이라는 김검천이 인정하는 사람이자 동료인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김검천 함장님.]

“우선 함선으로 귀환하자. 다 같이.”

그래야 지금 닥쳐온 이 위기 상황에 대해 모두에게 알리기 좋을 것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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