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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50화 (완결) (250/250)

250화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으로 모두에게 인정받게 된 김검천이었다.

김검천의 손에 초월 존재가 쓰러졌다는데 반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김검천은 그들에게 여태까지의 일에 대해 가능한 설명해 주었다.

함선 내 있는 자들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김검천이 말해준 이야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세이야가 김검천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왕국의 테이룬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거기에 대해 김검천님은 어떤 미안한 감정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분은 그저 정해진 수명을 다하신 것뿐이니까요."

무례라는 건 알지만 세이야가 김검천의 말을 막아섰다.

김검천에게는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건 세이야만이 아니라 이제 세상을 떠난 국왕도 그랬고.

“세이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방금 김검천님이 말씀하신 이세계의 비밀. 그걸 국왕 전하인 할아버지께서 테이룬에게 비밀리에 남기셨다는 겁니다. 테이룬은 그걸 보고 저에게 연락한 거였고요. 뭐, 그건 김검천님이 방금 말씀해 주신 내용과 별 다를 게 없었네요.”

김검천에게 세이야가 허리를 굽힐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께서 침상 위에서 편한히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실 수 있게 해주셔서요. 다만 저는 지금부터 왕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세이야가 허리를 폈다.

김검천을 향한 얼굴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서렸다.

무슨 말을 해도 꺽이지 않을 불굴의 의지와 더불어.

“모든 일이 끝났으니까요. 그러니 고집을 부려 제 소임을 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함선을 떠나면 끝이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세이야가 소년에서 성장해 어른이 된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후계자인 제가 왕입니다. 그러니 왕으로서 책임을 다해야지요.”

“아니, 그러니까 네가 돌아갈 필요 없이 그들이 이곳으로 오면 되는 일 아닐까 싶어서.”

“에?”

“에?”

김검천과 세이야가 마주 보았다.

김검천이 웃는 모습에 세이야의 단호한 의지는 단번에 꺽여나갔다.

급히 생각을 정리한 세이야가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요?

“넌 내 사람이잖아. 내가 내 사람을 죽을 자리에 보낼 수는 없지.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이 함선 내로 돌아오라고.”

“김검천님. 하지만…”

이번에는 김검천이 세이야의 말을 잘랐다.

지금은 겉치레 같은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허락한 일이니. 그리고 가든지 오든지 어차피 그들은 움직여야 하겠지? 그러니 네가 꼭 왕국까지 갈 필요도 없어. 테이룬도 있잖아.”

“아! 테이룬 경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해야겠군요. 그래도 저 혼자 안전한 곳에 있기에는…”

김검천이 기분좋게 웃었다.

세이야가 벌써부터 자신의 사람을 이렇게나 아끼는 모습을 보이다니.

소년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세이야가 왕이 되면 왕국의 사람들 모두는 항상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마도 왕국의 그들처럼 협박받지 않고도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그러니 세이야는 좋은 왕이 되겠지.

물론 우선은 당장 살아남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해주었다.

“정 그들을 위해 뭔가 하기를 원한다면 중간 지점에서 그들을 맞이해 여기까지 데려오는 건 어때?”

“아! 바로 그겁니다. 저는 길잡이 역할로서 왕국민들을 데려오면 되겠네요!”

김검천은 그 일에 함선 내 사용할 수 있는 무인 차량을 가능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세이야가 기뻐하며 급히 움직일 준비를 했다.

왕국민들은 오는 길에 마물의 숲도 거쳐 자유 마을의 사람들도 동반해 올 예정이기도 했고.

김검천은 세이야의 문제는 일단 해결된 듯하자 쿠퍼를 불렀다.

쿠퍼도 뭔가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다.

김검천이 쿠퍼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쿠퍼, 넌 제국에 연락해 황제에게 이쪽으로 피난 오라고 해. 그와 동반할 수 있는 제국민들이 있다면 그들과 같이 와도 괜찮다고 전해.”

쿠퍼가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김검천이 도착하기 전 제국 황제로부터 연락이 닿은 참이었다.

그가 고민하고 있던 것도 이런 사태에 황제에게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였다.

은퇴했다고 해도 쿠퍼, 그는 제국의 기사였던 것이다.

리에를 위해서라도 황제와 제국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고.

“헉!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함선이 아무리 크다 해도 왕국과 제국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정도는 아닐 텐데요. 왕국 사람들도 모두 탑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만.”

쿠퍼의 걱정은 타당했다.

하지만 김검천은 쿠퍼와 생각이 약간 달랐다.

그는 쿠퍼보다도 더욱 현실적인 면을 봐야 했으니까.

김검천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오지는 못할 거야.”

김검천이 초월 존재가 봉인되어 있는 그림을 들어 올려 보였다.

“초월 존재가 시도한 재난이 본격적으로 발동한 건 우리가 마도 왕국에 도착하기 전부터였다고 했거든.”

“아!”

초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워스덤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 모양이었다.

현재 사태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은 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 얼마나 살아남는 게 문제라는 것도 말이다.

워스덤이 가볍게 신음을 발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서 함선에 도착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안 그래도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선 내에 있으면 잘 모른 일이지만 김검천은 방금 전 함선 밖에 나갔다 온 참이었다.

김검천이 손을 들어 올려 얼굴 부위를 쓸어내렸다.

그러자 파워드슈츠 손끝 장갑 부근에서 살얼음이 떨어져 내렸다.

25도라는 적정온도를 유지 가능한 생존 기능이 달린 파워드슈츠를 장착하고도 이 정도였다.

그것도 잠깐 밖의 상황을 느끼기 위해 잠시만 나갔다 왔는데.

그러니 멀리서 여기까지 오게 될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을 터.

집 안에서 버틴다고 해도 이런 추위에서는 굶어죽든 얼어 죽든 2가지 결과밖에 없었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

김검천이 쿠퍼에게 말했다.

“갈수록 날씨가 악화될 테니 그 여파로 통신이 두절 될지도 몰라.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황제에게 연락하도록.”

“알겠습니다!”

연락 방법을 알려주자 쿠퍼가 황제와의 통신을 위해 급히 자리를 옮겼다.

쿠퍼에게도 함선 내 이동 수단을 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김검천은 초월 존재가 봉인되어 있는 종이를 들어 올렸다.

함선 엔진실의 고장 난 주엔진.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능 일부 정도는 초월 존재를 이용하면 사용 가능할 것이다.

이거야말로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는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너를 함선의 에너지원으로 삼아주는 걸 영원토록 기뻐하라고.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어떤가? 초월 존재시여.”

이제 초월 존재는 이 함선에서 반영구적으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김검천이 죽은 후에도 초월 존재, 그 자신의 존재가 소멸할 때까지.

이것이 김검천이 초월 존재를 봉인해 함선까지 데려온 이유였던 것이다.

함선에 부족한 에너지를 초월 존재의 몸으로 갚아야 했으니까.

인류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에 대해서.

다음으로 김검천은 샤칸을 찾았다.

그 샤칸도 이런 상황에서는 긴장한 모습이었다.

“넌 가능한 많은 드워프들을 데려와.”

“오! 당장이라도 떠나지!”

마지막으로 김검천은 루시엘을 불렀다.

다른 엘프 부족은 위치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

하지만 그 하이엘프와 그의 엘프 부족은 여기서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그들을 함선에 들인 후 왕국과 제국의 다른 사람들을 돕도록 협조를 요청하도록 해.”

“맡겨만 주십시오. 김검천님은 어찌하실 겁니까?”

“상황에 맞게 함선을 적절하게 이동시킬 작정이야.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도록.”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소모도 만만치 않을 테니 미리내의 도움도 필요했다.

김검천은 나가려고 하는 댕댕이도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댕댕이도 이 근처에 데려오고 싶은 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워스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김검천님. 초월 존재가 말한 바에 따르면 함선 내에 머문다고 해도 그냥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지금 이세계에서 함선 안이 가장 안전하다고 해도 앞으로 괜찮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스덤이 걱정하는 이유를 알만 했다.

함선 내에 있는 10명도 안 되는 사람이라면 길고긴 빙하기라도 함선 내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함선에 사람들을 받아들인다고 결정한 뒤였다.

이대로는 함선 안에 수용할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몰랐다.

단순 계산으로 수용인원이 10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난다면 1만 배나 더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가.

김검천 일행이라면 30년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고작 며칠 사이에 다 써버리는 셈이었다.

식량, 식수같이 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물론 추위를 막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

그런 요인들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을수록 생존 확률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밖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에너지나 자원들을 얻을 수 없을 테니까.

언제 이 추위가 끝날지 모르는데 무작정 함선 내에서 머물 수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함선의 전 기능이 동작하는 것이 아니기도 했고.

그렇다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김검천은 단호하게 말했다.

살아남을 다른 방도를 떠올리면서.

“내게 생각이 있다.”

***

마물의 숲과 자유 마을.

왕국과 제국의 사람들.

엘프와 드워프 부족들.

그들은 함선에서 나온 사람들을 따라 함선으로 모였다.

모두를 살리기 위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기가 힘들었기에 최적의 위치를 점유했는데도.

김검천이 기회를 주어 살아남은 그들의 수는 모두 해야 10만 명이 되지 않았다.

제국 수도만 해도 10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이었다.

초월 존재가 일으킨 기후 이상이 함선까지 오기도 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예상대로 사람이 늘어나자 함선 안에서도 무작정 버틸 수는 없게 되었다.

10만 명이 소모하는 식량와 식수,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었으니까.

함선에 비축한 것뿐만 아니라 생산되는 것들을 합쳐도 소모되는 양이 더 많은 것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빙하기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일.

대륙 자체가 결계로 봉쇄되어 이곳 밖으로는 벗어날 수 없었다.

함선 내로 사람들이 대피한 뒤로 추위는 점차 더 심해져만 갔다.

그렇기에 김검천은 마지막으로 함선으로 온 사람들을 모두 싣고 이동을 개시했다.

김검천이 생각한 바에 따르면 그나마 에너지가 충분한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이동한 후 도착한 곳은 이런 추위 속에서 아직도 활동할 열기가 남아 있는 곳.

어느 거대한 활화산의 분화구 위였다.

- 콰르릉, 쿠륵.

마치 알 수 없는 존재가 기이한 신음을 흘리는 듯한 소음이 분화구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물론 언제 활동을 멈출지 모르는 이세계 활화산 용암 열기로 빙하기를 버틸 생각은 아니었다.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말했다.

“다들 준비되었겠지?”

“예. 김검천님.”

“아니! 이제부터는 날 김검천 함장님이라고 불러라! 알았나? 세이야 승무원!”

“예! 김검천 함장님!”

“좋아! 모두에게 곧 작전에 들어간다고 알리도록.”

“Yes Sir! 예썰!”

세이야에게 지시를 다 내리자 김검천은 미리내에게 말했다.

“화산의 폭발 위력을 전부 끌어내도록 해. 화산 활동 분출 촉진제 투하.”

[투하 예정까지 1000, 999, …0. 발사.]

함선 밑면 발출구가 열리더니 폭탄 모양의 촉진제가 화산 분화구로 떨어져 내렸다.

분화구 안에서 꿈틀거리던 용암이 탐욕스럽게 촉진제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 투투투투투퉁.

김검천이 소리쳤다.

웜홀에 들어갈 때처럼.

“모두 안전에 유의를!”

콰콰쾅---!

직후 화산이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용암과 화산재가 발생했다.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이를 감싸고 있는 지각이라는 달걀 껍질을 뚫고서.

진정한 의미의 대재앙이 지각을 뚫고 올라온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를 아우르는 암석의 흐름의 에너지가 표면으로 분출된 것이다.

김검천이 조작해 핵무기보다 수십 배는 강력한 폭발이 만들어졌다.

김검천이 미리내에게 지시했다.

“지금이다! 엔진 출력 최대로!”

[출력 최대.]

엔진실에서 주엔진과 보조엔진이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최대 출력을 발했다.

보조엔진인 열핵융합 동력로는 물론 주엔진인 초신성 반응로마저 일부가 동작하고 있었다.

그 초신성 반응로에는 리에가 넘겨주었고 미리내가 봉인한 초월 존재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초월 존재는 별일 없는 한 평생 이렇게 주엔진의 에너지가 되어야 할 것이었다.

- 쿠콰콰콰콰.

폭발한 화산의 위력과 모든 힘을 끌어내 엔진에 밀어 넣은 함선 미르였다.

함선은 높게 더 높게 날아올랐다.

대륙의 옆이 아닌 행성의 위로.

함선은 곧이어 지구 중력권을 빠져나갔다.

세이야가 소리쳤다.

“성공입니다!”

탑승한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정신을 빼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압축 밀폐 창문을 통해 보이는 우주의 광경.

생전 처음보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람들은 지금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중인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몸이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건 에너지가 부족해서 함선 내 중력상태를 유지 못 하고 있는 상태라는 말이었다.

미리내가 경고했다.

[엔진 출력 저하. 일시적 단절.]

김검천이 말했다.

“행성 중력권 내를 벗어났으니 잠시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직 아니라서 문제가 됩니다. 다시 중력에 잡혀 이끌려 가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런 젠장! 다들 정신 차리고 추락 대비를! 이건 몇 번을 거듭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익숙해지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군. 실드 전개---!”

[에너지 부족.]

- 고오오오오.

김검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함선도 다시 행성으로 서서히 끌려가기 시작했다.

함선 엔진 노즐로부터 금속도 녹일 정도로 강렬히 뿜어져 불꽃은 이제 촛불처럼 작아졌고.

모든 에너지가 일시적으로 다 떨어지자 행성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잡힌 것이다.

대기권에 진입하자 공기와의 마찰로 함선 앞부분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함선은 그렇게 예전과도 같이 다시 한번 커다란 불꽃의 별이 되어 지상으로 추락했다.

***

커다란 구덩이.

예전 김검천이 마물의 숲에 불시착했던 것처럼 추락한 충격으로 만들어진 구멍이었다.

충격으로 함선 미르의 외장 장갑 일부가 파손된 것이 눈에 띄였다.

- 쾅, 쾅, 쾅!

그렇게 망가진 외장 차단문이 통채로 박살 난 채 하늘을 날았다.

활짝 열린 차단문 너머로 새로운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김검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단문을 나서며 시원한 기분이 든 김검천이 심호흡을 했다.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얼굴을 달구는 뜨거운 태양 빛의 열기는 약간 차가운 주변 공기가 어루만져 주었고.

함선이 추락해 만들어 낸 구덩이를 오르자 주변에는 황금색 물결이 치고 있었다.

김검천이 근처에서 흔들리는 황금의 일부를 주워 올렸다.

그건 김검천도 익숙한 작물이었다.

“설마 이건 벼인가? 이곳에서 키우는?”

여긴 조금 춥기는 했지만 모두 얼어붙던 빙하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설마 그 짧은 시간동안 다시 오랜 세월이 흐른 건 아닐테고.

다른 건 몰라도 초월 존재의 영향이 미치던 대륙을 벗어난 것이 확실했다.

이곳은 겨울이 지나 봄이 왔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접어 들은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자신도 한 때 주식으로 삼던 쌀이 되는 벼를 만지작거렸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껄끄러운 감각.

그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꿈에서 깨었다면 지금 보는 것보다는 더 잔인한 현실이 펼쳐져야 했으니까.

김검천의 곁으로 어딘가 부자유스럽게 행동하는 미리내가 다가왔다.

다가선 미리내는 김검천의 손을 잡았다.

미리내의 손끝에서 따뜻한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건 기분 탓도 아니고 착각도 아니었다.

김검천은 예상하지 못한 감각에 흠칫했다.

“이 느낌은?”

“함선이 추락하면서 새로 열린 차단문 구역에서 미리내는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인공 육체를 찾아냈습니다. 반응을 보니 제대로 동작하는가 봅니다.”

“그동안 범용 안드로이드를 찾아낸 건가. 개조가 가능한.”

“예. 이로써 미리내는 김검천 함장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랬나? 이런 게 없더라도 우리는 항상 함께였는걸.”

그 말을 듣자 미리내가 부끄러웠는지 손을 풀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몸이 있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욱 감정이 풍부해진 느낌이었다.

미리내가 떨어지자 세이야와 쿠퍼, 그 손을 잡은 리에가 샤칸과 루시엘과 함께 김검천에게 다가왔다.

그 뒤를 테이룬과 황제, 옆에서 워스덤과 데탈이 따랐다.

마지막으로 함선에 타고 있던 탑승객들이 따라 나왔다.

신인류와 엘프, 드워프 같은 이종족과 댕댕이가 거느리는 드문드문 섞여 있는 괴물들까지.

그 추락 속에서도 함선 내에 탑승했던 자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이제는 함선 밖에서 생존할 차례.

세이야가 다가와 김검천에게 물었다.

“이제 모든 게 다 끝난 건가요? 그러면 지금부터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검천이 들고 있던 벼 이삭을 세이야에게 넘겨 주었다.

세이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검천과 벼 이삭을 번갈아 보았다.

김검천은 광활히 심어져 있는 벼 이삭 방향을 바라보았다.

황금색 물결 너머로 김검천 일행과 함선을 향해 다가오는 자들을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자들일터.

이제부터 김검천과 일행들도 여기서 그들과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끝은 다음 시작의 준비단계일 뿐이지. 그러니 모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는 되었나!”

“예!”

“그러면 다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가보자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우리 미래를 위해서!”

황금색 물결이 끝나는 곳.

거기서 김검천과 10만 명에 달하는 인원들은 여러 어려움과 힘든 일도 있었지만.

새로운 만남과 함께 모두가 활짝 웃을 수 있는 미래를 손에 쥘 수가 있었다.

그건 지구에서 출발했을 때 함선 미르에 탑승한 모두가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마침내 김검천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새롭게 열린 세상에서 희망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꿈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 完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밥앤라면입니다.

그동안 제 글이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격려해주시고 좋은 댓글 달아주신 독자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차기작으로 다시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태까지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러면 그날까지 건강하시고 좋은 일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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