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장 - 기자 이차원 (3.) >
“······왜 쓸데없는 얘기까지 하신 거예요?”
신문을 보며 건넨 이찬의 질문에, 신수영은 빙그레 웃었다.
“저는 사실만을 말했습니다, 판사님.”
“상황극 하지 마시고요.”
“그렇지만 사실이잖아? 마이 찬, 누나는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널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라고.”
“그거야 당연한 일이고요.”
“앗······ 전혀 감동하질 않잖아? 이 귀여운 큐트 찬!”
상체를 들이밀고 껴안으려 드는 동거인을 피해 거실을 몇 바퀴 돌았을 때쯤, 정창영 실장이 아파트에 들어섰다.
“어라? 하하, 둘이 무슨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거 아닌데요. 무슨 일이세요?”
오랜만에 둘 모두 촬영이 없는 날이었다. 예보보다 빠르게 온 장마로 <미스 스캔들>의 로케이션 촬영이 취소된 까닭. 덕분에 염수진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있다.
그녀를 푹 쉬게 놔두고 느긋하게 신문 들춰보고 있던 이찬을 향해, 정창영은 해맑은 미소로 답해줬다.
“극단에서 연락이 왔다. <떠돌이의 죽음>이 문광부 상반기 우수작품에 선정돼서 재공연 올라가게 됐대. 무려 예술의 전당이야. 대극장이라기엔 좀 작은 300석 규모긴 하지만, 8회짜리 일정이라더라. 어떻게 할래? 올라갈래?”
전날 걸려온 임희재의 전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실. 그렇지만 이찬은 새삼 그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심성윤 아저씨가 기회 되면 연극도 한 번 더 출연하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지금 찍는 작품들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쪽저쪽 촬영해야 될 씬이 많은 상황에서 중규모 연극이라.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여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을하늘> 쪽은 이른 장마로 주요 씬들의 촬영이 빠르게 이뤄졌고, 합숙을 통해 리허설 시간을 줄인 덕에-주로 신수영 쪽의 연기력이 향상되어- <미스 스캔들>의 촬영도 순조롭다. 그러니 연극을 위해 일정을 8일쯤 빼도 큰 무리는 없을 터.
문제는 손익이었다.
“하게 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우선 네 인지도를 제법 늘릴 수 있겠지. 연극 애호가들 가운데에는 드라마 시청인구도 많아. 그 사람들이 통신이랑 인터넷 커뮤니티? 그런 데에 홍보를 해줄 거야. 매번 만석이 다 안 차더라도 2천 명은 넘길 거 아니겠니? 그럼 팬클럽도······ 어, 생길 수도 있어. 그들이 영화를 앞장서서 홍보해줄 거야.”
말하던 도중 정창영은 한 차례 코끝을 찡그렸다. 그를 통해서, 이찬은 그의 심리에 기만이 섞여 있음을 알아챘다.
‘악의는 아니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 이야기에서 숨길 게 뭐가 있지?’
하지만 굳이 추궁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정창영이 자신에게 헌신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기에 소년은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
“2천 명이라고 해봤자 소수잖아요.”
“어······ 추가로, 동고동락했던 극단 사람들과의 의리도 지킬 수 있지. 널 빼면 거지 씬이 죽는다고, 단장이 간곡히 부탁하더라. 그리고 전에 말했었잖니? 임희재 그 친구, 곧 우리 쪽으로 데려올 예정이야. 내가 팀장 올라가게 되면 곧바로.”
이미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해 여러 기획사에서 눈독을 들인 임희재지만, 그 본인이 이찬이 들어간 나라엔터를 강하게 희망하는 중.
더불어 정창영 역시 절실했다. 이찬이 믿고 의지할 만한 인물이라는 판단도 있었고, 담당 배우를 늘려 가칭 ‘이찬팀’의 파워를 확대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도 있었기에.
이찬에게는 불편하고도 반가운 이야기였다.
‘그 누나는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굴어서 좀 싫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해. 곁에 두고 익숙해져야지. 처음엔 민망하고 부끄럽겠지만, 그렇게 노력을 해야 좀 더······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임희재가 소속사 없이 뛸 마지막 연극을 함께하는 거라면, 구태여 피할 건 없지 싶었다.
“알겠어요. 일정 조율해주세요.”
“오케이! 그럼······ 들른 김에 아침밥 먹고 회사로 가보려고 했는데, 수진이 얜 어디 있냐?”
“누나 자요. 대충 라면 먹으려고 했는데.”
“뭐? 우리 배우님들이 그래서야 쓰나. 오늘은 그럼 내가 솜씨를 부려보마. 어디보자, 냉장고에 뭐가 있었지?”
처음으로 맛보는 정창영의 자취요리는 예상외로 맛이 있었다. 뒤늦게 일어난 염수진이 몇 남지 않은 반찬을 맛보고 입맛을 다셨을 정도로.
“왜 저 안 깨우셨어요? 소시지부침 완전 맛있네!”
“담당배우가 일어나서 신문 볼 때까지 코 골면서 자고 있는 로드를, 뭐가 예쁘다고 깨워서 밥을 먹이냐?”
“그야······ 정말 너무하세요.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마치 가족 같은 그 대화에 신수영이 쓰게 웃었다. 그녀를 괴롭게 만든 진짜 가족도 한때는 그렇게 정다웠기에.
그 표정을 곁눈질로 살피며, 이찬은 생각했다.
‘피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이런 것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수영 누나한테는 이 시간이 의미가 있을 거야. 외부인의 시선에서 가족에 대해 고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게도······. 나도 언젠가 이런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낙관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전망이었다.
염수진에게 라면 한 젓가락 뺏어먹으려다 손등을 맞고 찡찡대는 톱스타 신수영을 보면서, 소년은 그저 눈살을 찌푸렸다.
*
이차원이 작성한 이찬의 첫 기사는 꽤나 주목을 받았다.
아역배우 한 명에겐 걸맞지 않게 칸을 그리고 들어간 기사였고, 야구면과 바로 붙은 페이지의 상단이었던 까닭.
그런데다 내용은 조혁수, 이소연, 신수영 같은 유명 스타들의 격찬이었다. 특히 신수영은 이찬을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며, 그 재능에 반해 합숙까지 자청했다고 밝혔다.
자연히 그 기사를 읽은 모든 이들이 이찬이란 이름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2000년. 인터넷기사 조회수가 수백 건에 지나지 않는 시대에, 방영되지도 않은 드라마 아역이자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의 주연이 빅이슈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차원은 호시탐탐 이찬의 기사를 쓸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맸다. 소년이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마음에.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름이 되어 소극장 연극이 휴식기에 든 뒤, 이찬은 오직 촬영장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짧은 장마가 그치고 7월이 되었을 때 희소식이 들려왔다. <떠돌이의 죽음>이 예술의 전당에서 재공연을 올린다는 이야기였다.
직후에 이차원은 인터넷을 검색했다. 기존에 연극을 본 이들의 관람평을 찾아 기사를 쓰는 데 용이하도록 큰 그림을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의외의 검색결과에 당황했다.
「 소년배우 이찬 팬 모임 」
대형 웹사이트인 프리챌의 커뮤니티였다. 평이한 디자인에 규모도 작았지만, 기성배우들조차도 가진 사람이 몇 안 되는 인터넷 팬클럽이 이미 2000년 3월에 개설되어 있었다.
‘연극 배역으론 주연도 아니고 대사도 몇 마디 없었다고 했는데, 그게 그토록 강한 인상을 줬던 걸까? 아무리 연극판에 소년배우가 없다고 해도,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라니.’
검색창의 상단에 뜨는 커뮤니티인 덕인지 작성된 글 자체는 많았다. 대부분 연극을 실제로 보고 이찬에게 관심을 가진 이들이 남겨놓은 호평들이었다.
다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활동량이 뚝 떨어져 있다. 꾸준히 글을 쓰던 운영자가 4월 중순부터 나타나지 않게 된 탓으로 보였다.
‘아이디가 chanlove······ 대놓고 찬이 팬인걸? 이걸 회사에서 몰래 운영하는 거라면, 이렇게 방치해놓지는 않았을 텐데. 혹시 가족이 만든 걸까? 그런데 활동이 뜸해졌다는 건······?’
느티나무 아래에서 소리 없이 오열하던 이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말도.
‘······그런 거였군. 맞아. 스탭들 인터뷰 중에 가족상 얘기도 있었지. 사생활이라고 생각해 기사에선 배제했지만, 확실히 기억이 나. 가족 중 누군가가 커뮤니티까지 만들면서 그 아이의 연기를 응원해줬는데, 그 일로 더는 할 수 없게 된 거야.’
그 추측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그토록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다음날에는 촬영장에 나왔다는 이찬이, 그야말로 연기에 모든 걸 바친 순교자처럼 느껴졌다.
‘찬이는, 그만큼 절실한 거야. 그래서 신수영 아빠를 설득해서 우리 오 부장과 사이다자리까지 했던 거야. 그건 결코 음흉한 속내 같은 게 아니었어. 그토록 진한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잠시라도 의심했다니, 내가 정말 바보였지.’
이찬이 안다면 꽤 재밌어할 의견이었다. 결코 순수한 열정만으로 가득한 아이가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하지만 타자인 이차원으로선, 소년의 복잡한 내면에서 싸우는 천사와 악마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조카를 위하는 삼촌의 마음으로 마우스를 꼭 쥐었다.
‘이건 취재해야 돼! 찬이를 처음으로 조명한 게 나란 말이야. 그 아이를 더 널리 알릴 의무가 있어. 극단 배우들도 인터뷰하고 찬이가 연습하는 모습도 마구 찍어서, 아주 대단한 기획기사를 만들어야 해. 그러려면 우리 오 부장님을 설득해야 하는데,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한참 고찰한 뒤에, 이차원은 오정민 부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IMF 이후로 위기에 빠진 한국 연극을 살리기 위해 메이저 언론인 스포츠고려가 연극인들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논했고, 그 뒤에 이마를 한 대 맞았다.
“이 사차원아! 이찬 그 아이는 그쯤 했으면 됐어. 나중에 드라마 방영되고 나면 터뜨리게, 자료만 수집해놔. 그런 것보다 제발 스캔들 좀 찾아내면 안 되겠냐? 요즘 ‘스포츠라인’한테 밀린다고 위에서 마구 쪼고 있단 말이야.”
“부장님, 그거야 야구부 쪽에서 인터뷰를 못 따는 탓 아닙니까? 전 스캔들 싫습니다.”
“싫다고 마다할 입장이냐, 네가? 꼬마애 기사는 나중에 유명해지면 마음껏 쓰게 해줄 테니까, 우선은 부수에 신경을 쓰란 말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이차원은 그 말을 알아듣는 동시에 알아듣지 못했다.
97년 겨울에, 한 배우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동기는 정신적 스트레스.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이란 찌라시 1면기사 때문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 배우의 친구였던 이차원은 더욱 자세한 정황을 알고 있었고.
‘······그놈의 스캔들! 국민의 알 권리니 뭐니 개소리를 하면서 수익을 위해 영혼을 내다 파는 짓거리지. 그런 건 안 해.’
부글거리는 속내를 감추고 자리로 돌아와, 이차원은 키보드를 잡았다. 그리고 촬영현장에서 접한 무수한 비하인드스토리를 잘 구성된 한 편의 에세이로 만들어, 이찬 팬 모임의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새 시대를 주도할 천재배우의 대극장 공연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는 추신과 함께.
‘아마 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여기 운영자가 이런 글을 올렸겠지. 나라도 대신 해주는 거야. 지금은 일단 이 정도만. 하지만 다음엔 다를 거야. 버티고 또 버티자. 몇 달만 더 기다리면 온 세상이 그 아이에게 주목하게 될 테니까.’
이차원의 그런 생각은, 그러나 곧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마침내 <떠돌이의 죽음> 재공연이 첫선을 보이게 된 7월 15일. 억지로 출장을 따내 찾아간 예술의 전당에서 이차원은 스캔들만큼이나 흥미로운 소재를 발견했다.
‘오덕환에 신수영에 남······ 태영인가 태형인가, 그 녀석이군. 인터뷰 때도 그러더니, 정말 팬처럼 이찬의 공연을 응원하러 왔어. 거기에 저쪽은 심성윤에 조혁수에 명진아랑 정신혜! 저기도 아예 촬영을 하루 취소한 모양이군. 관객들도 벌써 알아봤는지 아주 소란들을 떨고 있······어?! 아, 안정록 교수?’
300석. 연극이란 게 발성 문제로 규모에 제약이 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광부 지원사업으로 재공연이 걸린 작품일 뿐 커다란 인지도를 가진 대작이 아니었다.
그런 공연에 대배우로 명성이 자자한 안정록이 나타났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지도 않고, 관객들에게 손인사까지 하며.
‘맙소사. 대체 왜지? 안정록이 극단 ’별빛‘ 출신이라곤 하지만, 이 공연은 소극장 때 이미 보고 갔다고 들었는데. 구태여 재공연에 시간을 낼 필요가······? 아니, 잠깐만. 제2의 강정후- 그러니까 이찬은, 강정후와 마찬가지로 별빛에서 나라엔터에 캐스팅된 사례야. 어쩌면 그 아이도 강정후처럼······?’
혼란 속에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잠시 후에 안정록이 등장했을 때보다도 더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하나 둘 뒤쪽을 바라본 관객들이 입을 떡 벌리고 탄성을 낸다.
20세기 최고의 하이틴스타, 천재배우 강정후의 등장이었다.
‘······이건 도대체······? 스캔들보다도 어마어마한 사건이야!’
그 상황을 어떻게 기사로 엮어낼지 고민하며 이차원은 연극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그저 이찬이 나올 때만 시선을 돌려, 그 철두철미한 연기에 감탄했을 뿐.
‘역시, 역시 대단해. 저런 아이니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모조리 몰려오고 마는 거지. 300석짜리 큰 공연장인데도 소리가 정확하고 풍부해. 거기에 안지성과도 심지호와도 전혀 다른 거지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으니······.’
그런 특장점들을 또 어떻게 기사에 녹일지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연극이 막을 내렸다. 이차원은 황급히 관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렇게 세 명의 멘트를 딴 뒤에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복도로 들어섰다.
이제는 대기실에서 이찬을 축하하는 배우들을 직접 취재할 차례였다. 무려 안정록과 강정후라는 스타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막 이찬의 대기실 앞에 도착했을 때, 이차원은 굳은 얼굴로 걸어 나오는 강정후를 보게 되었다.
“어, 강정후 배우님? 저기, 죄송한데 인터뷰를 좀-”
“죄송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
씹어 뱉듯 말하고 급히 걸어가는 강정후는,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얼핏 이찬이 연기했던 안지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애수와 절망이 섞여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관객들 반응 따고 오느라 겨우 3분 정도 지체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혼란 속에서 들어선 이찬의 대기실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성공적으로 대극장에 데뷔한 배우를 축하하는 느낌이 아니다. 안정록, 조혁수, 신수영 같은 톱스타들이 굳은 얼굴로 문 쪽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저······ 스포츠고려 이차원입니다. 오늘 찬이 연극을 취재하러 왔는데, 선배 배우들의 축하도 좀 담아볼까 하는데요.”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한 뒤에야 분위기가 풀렸다. 이찬을 위한 취재라는 사실에 마음을 가다듬은 듯, 여러 배우들이 이차원을 향해 밝은 웃음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묘한 분위기를 눈치 챈 이차원은 응당 호기심에 불타올랐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이유를 캐묻진 않았다.
스캔들로 인해 친구를 잃었던 기자에게, 스타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똥파리’ 짓은 지양해야 할 악의였기에.
그렇게 정석적으로 취재한 기사는, 그럼에도 오정민 부장을 만족시켰다. 취재에 응한 인물들의 네임밸류에 손뼉까지 치면서 감동한 부장이 부랴부랴 1면 상단 지면을 요청했다.
다만 그 헤드라인에는 취재기자 이차원의 의견이 들어갈 수 없었다. 이차원이 만든 소스 위에 편집장과 부장들이 모여 무수한 논쟁을 벌였다. 윤전기 전원 올리기 직전까지.
그렇게 짜깁기로 완성된 헤드라인에는, 인터뷰의 핵심이었던 ‘이찬’보다도, 기자가 취재하지 못한 인물의 이름이 더 강조되었다.
< 14장 - 기자 이차원 (3.)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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