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훔치는 연기자-63화 (63/250)

< 23장 - 배우 명진아 (1) >

실미도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이찬은, 멀게만 생각했던 미래를 조금씩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안정록과의 문답을 통해 자신감을 제고할 수 있었던 까닭.

‘남태형 아저씨도 신혜 누나도 전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지. 믿어도 될 거야. 나보다 훨씬 이 판을 잘 아는 아저씨가 그렇게 말한 거니까. 부작용 걱정할 것 없이 당장 연기지도를 시작해도 괜찮다는 거지.’

정신혜가 정체된 상황을 인지하고 이젠 주의하자고 생각했지만, 과도한 조심성이었다. <여름들판>의 여중생 ‘오진주’ 역에 캐스팅된 소녀가 현장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고 했으니.

소년은 그 드라마 주연인 강정후의 매니저 전태양 실장을 통해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작용이 없다면, 이 이찬 선생님은 만병통치약이시지. 연기지도로 수많은 배우들한테 마음의 빚을 지워줄 수 있을 거야. 진아 누나처럼 혼자서도 쑥쑥 크는 배우는 극소수고, 대부분은 재능이 있어도 발휘를 못하고 썩히게 마련이니까. 나한테는 그걸 강압적으로 끌어올릴 능력이 있단 말이야.’

순간적인 관찰로도 한 인간의 모든 표현양식을 알아보는 관찰력에, 그걸 몸으로 재현해 가르칠 수 있는 통제력.

거장인 안정록조차도 갖지 못한 트레이너의 재능이다.

이찬은, 상황만 받쳐준다면, 무수한 배우를 적어도 조연상감으로 키워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집념으로 따라와야만 할 일.

남태형이나 구진철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향상심과 의지력이 있는 배우들만이 이찬의 교습을 따라올 수 있다.

그러나 완성된 연기천재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열망 가득한 신인을 모집하는 게 훨씬 쉬울 것은 자명했다.

그 판단 덕분에 소년은 현실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원래는 10년 정도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인지도를 더 쌓고 배우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야, 추후 안정적인 지도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이젠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드라마 <어사>와 영화 <684>를 성공시키고 나면, 그는 유례없는 16세 스타가 된다. 5년차 배우로서 후배들 역시 무수히 생길 것이고.

그때쯤엔 아역배우나 신인급 성인배우를 뽑아서 직접 지도한다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일찌감치 ‘이찬 사단’을 키우기 시작한다면, 레퀴엠 계획은 수 년 이상 앞당겨질 터였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독립. 나라엔터 안에서도 정 팀장님이나 허성윤 홍보팀장은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똥구녕 때문에 제약이 많단 말이야. 내 입맛에 맞는 신인들을 데려올 수가 없다는 거지. 독립을 하면, 당장 굴지의 기획사까지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얼추 라인업은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따로 회사를 만들어서 내 말 잘 듣는 후배들을 잔뜩 뽑아 키운다면······?’

천재소년의 머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플랜A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어른들 사이의 역학관계와 자신의 인맥을 상정하여 무수한 상황이 시뮬레이트된다.

그렇게 고찰한 결과, 화려한 가능성만큼이나 큰 장벽 하나가 도출되었다. 이군영이라는 관건이었다.

이찬은 슬슬 그 미래에 대비하기로 했다.

“정 팀장님. 독립 생각해보신 적 있어요?”

코트 단추를 풀며 차에 오른 소년배우의 질문.

정창영은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당연히 있겠죠? 모든 매니저들의 지향점이 결국 기획사 독립일 테니까. 나라엔터 소속이라면 더하겠죠.”

“하핫. 그거야 그렇지. 이군영 대표 밑에서 일하다보면, 내가 기획사 차리면 저러지 말아야지 싶은 적이 많지.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야? 회사에 뭔가 불만이 있니?”

“글쎄요. 불만하고 독립이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생각하며 정창영은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소년의 의중을 떠봤다.

“음······ 그래도 이 회사가, 성장통 때문에 2년이나 쉬었는데도 계속해서 지원해줬고, 복귀하고도 작품 잘 잡아줬잖아?”

“그거야 제가 CF로 벌어다준 돈 재투자한 거고, 작품은 제가 오디션 봐서 붙은 거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너 혹시 진지한 거니?”

“진지한 게 중요한가요? 확인을 해두고 싶어서요. 이번 두 작품 성공시켜서 성인 배역 소화력이 인정되면, 이젠 회사 파워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죠. 안 그래요? 그렇다면 제 입장에선 독립해서 수익 비율 높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찬 입장에서도 그저 떠보는 말이었지만, 정창영은 곧 진지하게 부수적인 문제들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사실 이미 여러 차례 고민해온 미래인 까닭에.

“일단, 그게 생각처럼 쉽진 않을 거야. 그야 배우들의 1인기획사 독립이 드문 일은 아니지. 당장 진유성 배우만 해도 독립해서 잘나가고 있고. 하지만 아직까지 나라엔터 배우가 독립한 일은 한 번도 없었어.”

“한 번도요?”

“그래. 거기엔 두 가지 역학관계가 작용해. 우선 첫째로 이 회사가 인맥이 정말 좋다는 점. 대표님이 타 기획사 사람들하고는 척을 지며 살았지만, 방송가 사람들하곤 누구보다도 잘 지내는 편이거든. 그러다보니 작감 인맥 영향을 많이 받는 배우 입장에선 독립이라는 모험을 감수하기 힘든 거지.”

“저하고는 무관한 얘기네요. 어떤 작품이든 오디션만 열리면 잡을 자신이 있으니까요. 남는 건 인지도 높이기 위해서 오락 프로그램 섭외해주는 정도겠는데, 전 어차피 그런 거 안 나갈 거거든요.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죠.”

합당한 논리였다. 정창영은 한 차례 침음한 뒤에 다음 이유를 제시했다.

“다음이 더 중요해, 이 대표님이 성공한 배우들한테는 먼저 재계약을 제의하곤 한단 말이야. 그래서 독립 생각하던 배우들도 곧 마음을 돌리게 됐지. 너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휴식기가 되면서 흐지부지 됐지만, CF 직후엔 그런 얘기가 있었어. 이번에 작품 성공시키고 나면 분명히 조정이 될 거야. 수익 비율이 문제라면 재계약에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비율을 얼마까지 해줄까요?”

“아마······ 영화 성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8:2 정도로는 가지 않을까? 드라마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할 수 있는 몸 좋은 배우는, 희소성이 있거든.”

“흠, 8:2라. 하지만 독립하면 10:0도 가능할 텐데.”

“야, 10:0은 너무했다. 난 뭐 먹고 사니?”

“일단 저 나오면 희재 누나는 무조건 따라올 거고, 저 하나 보고 넘어올 배우 많아요. 일단 진아 누나.”

정창영은 그 장담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임희재야 100% 옮길 게 분명하고, 명진아 역시 이찬과 오랜 인연이다.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쯤 회사를 차린다면 이적을 타진해볼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리고 신수영 누나. 마이 찬 외치면서 따라오겠죠.”

이번에는 좀 더 크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프로액터스의 핵심 배우 중 한 명이 된 신수영이지만, 그것도 <미스 스캔들>에서 이찬과 함께한 덕분. 함께 합숙하며 정이 들었는지 연말까지도 자주 만났다고 들었다.

“그리고 구진철 아저씨······는 아직 약하니까 넘어가고. 강정후 아저씨는 확실히 데려올 자신 있어요.”

정창영은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야,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독립을 하는데, 우리 회사 간판인 정후까지 끌고 갈 자신이 있다고?”

“예. 안정록 교수님을 포섭할 거거든요.”

”뭐? 안정록 교수님을 신생 기획사에 모셔올 거라고?”

“배우로는 아니고, 이사님으로 모시면 좋을 것 같은데.”

“그분이, 그런 쪽에 아무 관심이 없는 분인데?”

“제가 부탁하면 이름 올려주실 거예요. 그러면 강정후 아저씨도 이적할 게 분명하죠. 답 없는 안정록바라기니까. 그렇게 스타 배우들 끌어오면 꿈 많은 신인들이 무지하게 몰리지 않겠어요? 그런 인맥에 초기자본까지 제가 댄다고 치면, 10:0 줘도 회사에 손해는 아닐 거예요.”

그림이 그려진다. 안정록, 강정후, 신수영, 이찬, 명진아라는 초특급 라인업의 신생 기획사. 그 대표이사 명패에 정창영이라는 문구가 새겨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나 정창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야심을 위해 이찬에게 위험부담을 안겨줄 수는 없기에.

“그건 더 안 될 일이야. 너 한 명이라면 몰라도 강정후까지 빼온다? 그러면 대표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무슨 수를 써서든 널 파멸시키려고 할 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럼! 그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넌 모른다. 랑 <미스 스캔들> 이후로 충무로까지 발 넓혀서 업계 최고 소리를 듣게 됐으니, 네가 아프다고 계속 작품 고사해도 웃으면서 넘어가고 그랬지만, IMF 전까지만 해도 정말 무시무시했어. 지금 쌓아놓은 인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말이야.”

“정확히 어떻게 무시무시했는데요?”

“어······ 그건 말해주기 좀 그렇고. 모르는 게 약이야.”

아는 게 힘이라고 몇 마디 더 해보려던 이찬은, 곧 생각을 고쳤다. 물어봤자 자신보다 아는 게 적을 것 같아서.

‘일단 러프스케치 확인한 걸로 만족할까. 겁이 많아서 내가 혹시 잘못될까봐 걱정하고 있지만, 정 팀장님한테 향상심이 있는 건 확실히 알았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결연하게 내 편에서 싸워줄 거야. 그리고 한때 향락에 빠졌다가 벗어나본 경험이 있으니, 대표이사가 된 뒤로도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진 않을 테고.’

휴식기인 2년 동안 이찬이 공부와 운동만 했던 건 아니다.

기왕 얻은 인맥을 놀릴 정도로 느긋하지 않은 소년은, 신수영의 부친인 신성운 검사와 자주 만나며 나라엔터의 과거를 조사해왔다.

그 과정에서 양원일 실장 시절 정창영이 받은 향응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창영에겐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이찬이 쉬는 동안 별 재미를 보지 못했을 텐데도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소년은 그가 좋은 수장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최고의 배우를 키워내는 매니저라는 자기이미지 덕분에 변모했다는 사실관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사의 과정 면에서는, 폭력의 늪에서 벗어나 서서히 가족애를 회복하는 부녀를 관찰하는 게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러느라 지겨운 마이 찬 소리를 자주 듣긴 했지만.

‘너무 서서히 진행돼서 아직도 서먹서먹했지. 그게 폭력이라는 범죄의 무서운 점이야. 저지르는 데에는 잠깐의 충동이면 족하지만, 돌이키는 데에는 그 수천 배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뭐 그런 죄인이라 이용해먹는데 죄책감이 없는 거지만.’

소년이 검사를 이용해온 방식은 은밀하고 차분했다.

과거의 범죄 이후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더 심해진 그 검사에게, 자주 자신의 불행한 출생을 언급했고, 그를 통해 자극된 동정심에 나라엔터에 대한 우려를 공감시켰다.

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 걱정이 된다, 여기서도 버림받을까봐 가끔 눈물이 난다, 하는 식으로.

그러자 이 신성운이라는 검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을 한 뒤에 나라엔터 비밀문건을 복사해 은밀히 건네줬던 것이다.

혹시 불리한 일이 있을 때 협상에 활용하라는 조언과 함께.

다만, 개중에 정창영이 언급한 무시무시한 행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차원 기자에게 부탁해서 불시에 터뜨린다 해도 그저 몇 주 떠들썩해질 정도의 이슈일 뿐. 이군영 입장에선 주가 타격 좀 감수하고 벌금 물면 그만일 터였다.

아마도 정부나 검찰에 부정적인 이슈를 덮기 위해 묵혀뒀을 흔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 상황이, 이군영에게 중앙지검 부장검사조차 건드릴 수 없는 뒷배가 있다는 분석으로 귀결됐다.

설마 그 야심가가 남들 다 하는 사소한 비리만 저지르며 회사를 키웠을 리는 없으니.

‘정 팀장님이라면 혹시 알까 했는데, 아무래도 내밀한 사정까지는 모르고 있는 모양이야. 하는 수 없지. 지금까지처럼 조용히 살펴보면서 틈이 보이길 기다리는 수밖에.’

지금은 회사에 나가는 날이 많지 않지만, 8월이 되어 <684>까지 크랭크업하고 나면 매일같이 출근하게 될 터.

그때부터 이군영을 관찰하면 연내에 약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번에 윗선까지 솎아낼 뭔가가 잡힌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강정후까지 데려오는 건 좀 고민해봐야 되겠어. 어차피 마음에 드는 인간도 아니니까. 이번 드라마 방영되고 나면 진아 누나도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단 말이지. 굳이 불편한 아저씨 데려오느라 일 치르는 것보단, <어사>의 소년소녀 커플이 차린 기획사라는 식으로 홍보하는 게 더 나아. 요즘 연기하는 거 보면, 그게 오히려 더 잘 먹힐지도?’

음흉하게 플랜B를 그리는 이찬을 태운 채, 정창영의 밴은 충주를 향해 달려갔다.

*

<어사>의 촬영은 4월에 접어들며 점점 더 난이도를 높여갔다.

혹여 추위 속에서 주연진의 부상이 발생할까 미뤄뒀던 액션 씬의 연이은 촬영이 그 핵심. 무술감독 성진만은 이제 거의 매일 충주로 불려와야 했다.

스탭들은 너무 강행군 아닌가 우려했지만, 큰 무리 없이 각종 액션 씬을 촬영할 수 있었다. 액션 경력 없던 청년 주연진이 모두 충실히 트레이닝을 받아온 덕분.

다만 모든 촬영이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실력 때문은 아니고, 사소한 문제들이 걸릴 때가 있었다.

“가, 감독님? 이거 정말이에요? 찬이가 옷을 벗어요?”

“그래. 최소한의 활약을 위해서 채화한테 검술을 배우던 유관이, 너무 덥다면서 웃통을 까는 거야. 얼굴이 빨개진 채화가 조심조심 합을 맞춰주다가 결국 유관 밑에 깔리게 되지.”

“아, 안 돼요!”

기겁하며 외친 명진아가 울상을 지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이런 씬이 아니었잖아요?”

“꼭 필요한 씬이야. 귀엽기만 했던 찬이가 멋진 몸을 확 보여주고, 그 상황에서 클리셰 같은 스킨십이 이어진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니? 일대 이슈가 될 거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찬이가 싫어할 거예요.”

“찬이는 알고 있었어. 상반신 누드 들어갈 거라고.”

“괜찮대요? 부끄러울 텐데······.”

“전혀. 애초에 찬이가 제안한 거야. 너도 쟤 몸 보면 그런 생각 안 들 거다.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내가 다 설레더라.”

입술을 짓씹으며 이찬 쪽을 돌아본 소녀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대본을 살펴보는 소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끈질기게 반론을 폈다.

“감독님, 아직 날이 춥잖아요? 찬이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음, 좀 춥긴 하지.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촬영 마쳐야 돼. 그래서 진아 네 역할이 중요한 거야.”

“혹시라도 실수하면, 찬이 피부가 다칠지도 몰라요.”

“합은 미리 여러 번 맞춰보자고. 성 감독한테 들으니까 둘이 호흡이 아주 좋다던데?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야.”

“그, 그렇지만요, 갑자기 이렇게······ 으아······.”

“부끄러워서 그래? 하하, 너도 참. 쟤가 몸이 좋아서 그렇지 아직 열다섯 애기야. 편안하게 해. 다 잘될 테니까.”

연기가 너무 잘돼서 빨개진 얼굴이 펑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내밀한 걱정은, 끝내 입에 담을 수 없었다.

< 23장 - 배우 명진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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