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장 - 폐인 이사랑 (3.) >
“어디 가고 싶어?”
차에 올라타자마자 건넨 이찬의 질문에, 이사랑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저······ 아······ 나······”
“빨리 생각해야 될걸? 너 집에 몇 시까지 들어가야 돼?”
“나, 나, 열 시······.”
“그럼 빨리 정해야지. 벌써 여섯 시 됐단 말이야. 일단 저녁부터 먹자. 뭐 먹고 싶어?”
“그······ 너, 너가 좋아하는 거!”
“나 아무거나 잘 먹어. 어렸을 땐 음식물쓰레기 같은 것도 주워 먹고 했는데 뭐.”
“으······ 저기······ 떡볶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메뉴가 입에 담겼다. 100만원 한도 내에서 고급 디너를 즐기려고 했던 이찬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가격과 무관하게, 그리운 음식인 것도 사실이었다.
‘떡복이, 튀김. 형이랑 처음으로 같이 먹었던 게 분식이었지. 그 가게 참 맛있었는데. 아직 안 망했으려나?’
윤대흥과 처음 만났던 수원 터미널은, 2001년 10월에 권선구로 이전하며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버스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장사하던 분식집이 성업 중일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에 위치 역시 서울과 멀어, 밤중에 찾아가기에는 시간적으로 적절치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분식이란 모든 학생들의 소울푸드.
꼭 오덕환 감독의 <고등형사>가 아니라도 한동안 학생 역 맡을 일이 많을 이찬이다. 꼭 추억 속의 수원이 아니더라도, 경험삼아 동갑내기와 분식집에 가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너희 학교 근처 분식집 가보자. 학교가 어디야?”
“어! 조항중학교······.”
“용산구구나? 누나, 그쪽으로 가주세요.”
“알았어. 손님들, 이제 출발합니다. 꽉 잡으세요.”
염수진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두 손의 손가락들이 경쾌하게 핸들 위를 두드린다.
‘아마도 다음 소설에 스타와 팬의 사랑을 서술해보려는 모양이지? 거기에 쓸 만한 에피소드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힐끔힐끔 룸미러 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로드매니저에 비해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야 할 광팬은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침착한 척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빤히 들여다보이는 연기일 뿐.
일일데이트의 상품이 된 스타는, 폭포수처럼 기쁨과 설렘을 뿜어내는 이사랑의 미세표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일일데이트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스타라고 해봤자 동갑내기일 뿐인데······. 나라면 어떨까? 나도 유명한 스타랑 같이 데이트할 기회가 생기면 기뻐하게 될까?’
머릿속에 다양한 얼굴이 스쳤다. 최고의 여배우인 김은희나 주경희, 청춘스타 신수영과 방주연 등.
그러나 그중 어떤 이름도 이찬에게 사적인 설렘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명진아라면 관찰하는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사랑아. 너 다른 연예인도 팬 했던 적 있어?”
“어, 없는데!”
“배우 말고 아이돌도 있고 하잖아? 여중생들은 아이돌 중에 좋아하는 팀 있는 게 당연하다고 하던데.”
“나는, 없어!”
“그래······ 그럼 나는 왜 좋아? 왜 팬이 됐어?”
“어, 어! 여, 연기를 잘하니까!?”
“소리 안 쳐도 잘 들려. 근데 연기로 말하면, 조혁수나 강정후 같은 청춘스타도 있잖아? 장년층에는 임호준, 조연식 같은 배우도 있고, 더 위로는 안정록 아저씨도 있고. 왜 나였어?”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 미안해······.”
어째서 누군가의 팬이 되었느냐는 질문은, 수년 동안 아이돌 팬클럽으로 활동한 진짜배기들도 제대로 답하기 힘든 난제였다. 다양한 호르몬과 뉴런 속 무수한 기억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호감이기에.
열다섯 소녀에게서 정답을 듣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드라이브 속에서 조항중학교 근처 분식집에 도착했을 때, 이찬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사람 별로 안 많고 좋네. 가자, 사랑아.”
“응! 가, 가자. 여기······ 맛있어······.”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장담한 대로, 분식은 맛있었다. 이찬은 오랜만에 맛보는 저렴한 미식에 꽤 흡족해졌다.
“여기도 괜찮네. 많이 먹어. 이거 먹고 나면 뭐 할까?”
“어, 산책······?”
“평소에 하는 거 말고 돈 드는 것 좀 하지?”
“평소에, 산책 안 하는데······.”
“그래? 그럼 친구들이랑 뭐 해?”
“나, 친구가 없어서······.”
“왜? 너 왕따야?”
“아, 아냐. 그렇진 않은데······ 소심하고 그래서······.”
“오케이. 그럼 다른 애들은 보통 뭐 하고 놀아?”
“어, 쇼핑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딱 잘라서 대답하는 법이 없는 소녀를 보며, 소년은 머릿속으로 염두를 굴렸다.
‘쇼핑을 같이 하긴 좀 힘들겠지. 얼굴 가린다고 해도 금세 알아보고 사람들 몰릴 테니까. 그럼 노래방이나 가야 되나. 어린애가 걸려서 뽑아놓은 돈도 제대로 못 쓰는구만. 노래방 가 있는 동안에 수진 누나 시켜서 비싼 선물이나 사야겠다.’
다행히도 토요일 저녁의 중학교 인근은 한산했다.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렇기에 이찬은 염수진에게 기념품 구입을 지시한 뒤 이사랑의 손을 쥐고 노래방에 들어섰다.
서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건 사실 두 사람 모두에게 생애 첫 경험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사랑도, 집 밖을 잘 나다니지 않은 이찬도, 청춘 문화의 전형인 노래방에 가본 적은 없었다.
다만 노래 실력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했다.
“집시 집시 집시, 집시여인. 끝이 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 따라, 낮에는 꽃 따라.”
“우와······! 찬아, 완전 멋있어! 노래 진짜 잘한다!”
들어보지 못한 옛 노래로 스타트를 끊은 이찬에게 이사랑이 감탄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단 한 번 들은 걸로 임희재의 연극 발성까지 훔쳐냈던 소년에게 있어서, 여러 차례 들어본 가수의 가창력을 모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그에 비해 소녀는 자주 들었던 노래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사랑은 계속 커져갈 텐데. 이대로 나를 정말 보낼 건가요.”
“······너 음치구나?”
“아앗!”
“맞지?”
“모, 몰라. 이렇게 노래 불러본 거······ 처음이야······.”
“음치네. 앞으로도 노래방은 가지 마.”
“너, 너무해!”
“너무한 게 아니라 그게 나을 테니까 하는 말이야. 너 그림 잘 그리잖아? 연예인만 그리지 말고 친구들 초상화 그려주고 그래. 그러면 금방 친구 많이 생길 거야.”
친구라곤 명진아와 정신혜 둘뿐인 소년의 제멋대로 충고. 그렇지만 이사랑에게 그건 스타의 사적인 조언이었고, 당연히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응, 열심히 해볼게! 나 저번 팬미팅 갔을 때 뉴스 인터뷰 나갔는데, 그거 때문에 말 거는 애들이 많이 생겼어. 그 친구들 그림 그려주고, 친구 해볼래.”
“인터뷰도 나갔어? 야, 너 학교에서 스타 됐겠는데? 한번 잘해봐. 오늘 나랑 일일데이트 한 것도 잘 양념을 쳐서 스토리 만들어보고. 너무 자랑하는 투로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얌전하게. 무슨 말인지 알지?”
”응! 히히히. 그럼 찬아,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이사랑이 방을 나선 뒤, 소년은 혼자 노래를 부르는 대신 대본을 꺼내들었다.
<고등형사>. 괴짜 외골수 오덕환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써내려간 판타지 수사극이자, 이찬에게는 윤대흥에 대한 마음 때문에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이야기.
그걸 살피며 소년은 명진아의 말을 떠올렸다.
‘신혜 누나가 아팠을 때 내가 멋있었다고 했지. 마치 이 각본 속의 형사처럼······. 웃긴 일이야. 나랑은 전혀 다른데. 바보 같은 정의감 때문에 조폭들한테 보복성 교통사고나 당해서 코마에 빠지고, 학생 몸에 들어가서도 오직 범죄를 밝혀내는 일에만 집중한, 이상한 사람인데······.’
그러니 전혀 닮지 않았다. 이찬은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친다는 선택을 하지 않는, 보편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만약 아주 조금이라도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형 때문이겠지. 내가 까칠한 신혜 누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하게 된 건, 전부 그 형사 때문이야. 남한테 짐만 지워주고 죽어버린, 나쁜 사람. 너무 좋은 사람······.’
모순적인 수식어로 고인을 생각하며, 이찬은 한참 동안 멍하니 대본을 살폈다.
그 시간이 10분을 넘길 즈음에야 그는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이사랑이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무슨 일 생겼나?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주최한 일일데이트 하던 중에 사고가 생겼다고 하면, 나쁜 이슈가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급히 화장실 쪽으로 달려간 소년은, 불량스러운 복색의 청소년들에게 둘러싸인 이사랑을 발견했다.
직후의 행동은 모퉁이 뒤쪽으로 몸을 숨기는 일이었다.
유명인인 까닭에 곧바로 상황에 개입할 수 없어서, 일단은 핸드폰을 꺼내 녹음 기능만 켜뒀다.
“이 씨발년이······ 너 진짜 요새 존나 깝친다? 야. 찐따면 찐따답게 굴어. 뉴스 한 번 나오니까 니가 잘나가는 거 같냐? 못생긴 년이 친한 척하고 지랄이야. 진짜 뉴스 나게 해줘?”
“미, 미안해······.”
“씨발년이 사과는 졸라 잘해요.”
“그래서 너 누구랑 왔냐니까? 왜 대답을 안 하는데? 내가 우습냐?”
“아냐! 그냥······ 아는 남자애······.”
“미친년아, 니가 아는 남자가 누가 있는데?”
“요새는 찐따년도 연애질 하냐?”
“솔직하게 까라, 썅년아. 너랑 온 여자애들 이쁘면 봐줄 테니까. 몇 번 방인지 말하라고.”
“아, 안 된다니까······?”
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상황이 잘 파악되었기에.
‘화장실에서 나오던 길에 들어오던 동급생들을 보고 인사를 건넨 거로군. 그건, 내 탓이야. 내가 친구들 잘 사귀어보라는 말을 안 했다면, 소심한 쟤가 불량한 애들한테 인사하진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내 탓이지. 쟤들이 나한테 와서 귀찮게 굴까봐 대답을 못 하는 거야.’
그런 부조리한 제반사정의 이해에 더해, 개입할 만한 명분까지 금세 생겨났다.
짝- 소리와 함께 이사랑의 고개가 돌아간 것.
“아악!”
“씨발년아, 어디서 말대꾸야? 몇 번 방이냐니까?”
“누구랑 왔냐고, 이 썅년아.”
“나랑 왔다, 못된 아이들아.”
녹음기를 신경 쓰며 순화한 욕설을 뱉은 이찬은, 물론 드라마 속 교복 차림이었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존재감은 거대했다.
이제는 185cm까지 자란 키에, 성인 운동선수들처럼 떡 벌어진 어깨. 그런 거한이 눈만 드러낸 채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을 본 중학생들의 공포는 작을 수가 없었다.
다만 세 학생 중 대장을 자처하고 있는 아이는, 자신의 물밑 평판을 위해서라도 꼬리를 말 수 없었다.
“아······ 씹······ 아저씨, 끼어들지 마시죠? 친구거든요?”
“나도 사랑이 친군데. 너희랑 동갑일걸?”
“뭔, 개소리야······.”
“야, 친구야. 니가 내 친구 얼굴에 손찌검한 거 봤어. 친구끼리는 보통 안 그러잖아? 진짜 친구가 되고 싶으면 너도 똑같이 맞고 사과를 해야 되는 거잖아? 그렇게 풀자.”
“아, 뭔 미친······ 푸합!”
순식간에 세 사람 사이로 파고든 이찬과, 비명과 함께 쓰러진 대장 격의 학생.
불량 중학생들에겐 그 사이의 경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빠르고 간결한 타격이었던 탓에.
부상 확률도 높고 훈련랑도 많아 오직 운동능력이 뛰어난 이들만이 남게 되는 액션스쿨.
그곳의 모든 액션배우를 총괄하는 무술감독 성진만은, 일찍이 이찬의 재능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한 바 있었다.
저 소년은 분명 한국의 이소룡이란 말을 듣게 될 거라고. 잘만 성장한다면, 그 유명한 성룡조차 이찬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소년이 운동신경을 최대한도로 발휘해 절권도의 묘리로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그런 것을 따로 안력을 단련하지도 않은 중학생들이 알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몰려오는 것은 그저 공포.
남은 두 학생은 턱까지 벌벌 떨며 뒷걸음질 쳤다.
“어디 가? 이리 와. 너희도 같이 내 친구 괴롭혔지? 그러면 못 써. 친구끼리 마음이 안 맞아서 안 친할 수는 있지만, 서로 때리는 건 정말 나쁜 일이잖아? 앞으로 안 그럴 거라는 맹세를 안 들으면, 내 마음이 참 안 좋을 것 같아.”
“아, 안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나한테? 내 친구한테 사과를 해야지?”
“미안해, 사랑아!”
“다시는 안 그럴게, 용서해줘······!”
거기까지 대화한 뒤에야 따귀를 맞은 소년이 몸을 일으켰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앞으로 모은, 아주 공손한 모습으로.
그걸 본 뒤에야 이찬은 녹음 기능을 해제했다.
“자, 너도 사과해야지?”
“죄송······합니다······. 안 그러겠습니다······.”
“잘했어. 너희가 잘 알지는 모르겠지만, 내 친한 형이 조폭 보스 손자야. 나도 그쪽에서 배워서 싸움 잘하는 거고. 근데 씨발, 너네처럼 짜치는 새끼들이 내 친구한테 지랄을 하고 있으면 내 마음이 어떻겠어? 존나 열 받겠지?”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그래.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로 안 만났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사랑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다 니네가 한 짓이라고 생각할 거야. 안 때리는 걸 넘어서 잘 돌봐줘야 되겠지?”
“네, 네!”
“아주 좋아. 앞으로 지켜볼게, 개새끼들아.”
거친 말로 몰아친 뒤에야 마음이 후련해졌다.
믿거나 말거나인 조폭 썰이지만, 압도적인 덩치와 실력을 보여준 직후이니 신뢰도가 높을 터. 이로써 이사랑이 학교에서 고초를 겪을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으로 그 짐작을 확신하며, 소년은 생각했다.
‘이거 기분 좋은데······? 내가 아주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못된 애들 족치는 것 정도는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조금은 비뚤어진 자기이미지의 변화.
그렇지만 그를 통해서 이찬은 <고등형사>의 주인공 배역을 다시 보게 되었다.
‘형사의 정신을 움직인 게 꼭 정의감이라고만 규정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나처럼 비뚤어진 마음으로 범죄자 때려잡는 형사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을지도.’
감독과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오덕환은 이찬의 팬이나 다름없다. 배역의 작은 변화에 합의해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게 기꺼운 결론을 도출하며, 소년은 이사랑을 일으켰다.
“괜찮아? 많이 아팠지?”
“괘, 괜찮아, 찬아.”
“괜찮아 찬아? 운율이 맞는데?”
“아······ 찬아, 미안해. 나 때문에 이상한 일에 얽혀서······.”
쉽게도 미안하다고 하네- 이찬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건데, 혹시 또 문제 생기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애들 다루는 건 특기거든.”
“아······ 하지만······ 너한테 나쁜 루머 생기면······.”
“아까 대화 다 녹음해놨어. 정의의 아이콘 ‘유관’으로 유명한 내 녹취록이랑 불량한 꼬맹이들 말 중에 대중이 뭘 믿을까? 내 문제 걱정하지 말고, 넌 네 걱정이나 해.”
“아, 응! 고마워, 찬아!”
사실 고마워할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뺨을 얻어맞기 전에 나서서 도와줄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빨개진 볼이 아프지도 않은지 그저 고맙다고만 말하는 소녀를 보며, 이찬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정말 타인을 아끼는 사람이 될 거야. 그리고 진짜 정의로운 형사를 연기하는 거야. 그거야말로 최고의 레퀴엠이 되겠지. 형을 위한······.’
멀어 보였던 미래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 28장 - 폐인 이사랑 (3.) > 끝
ⓒ 비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