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장 - 미끼 천세영 (3.) >
허성윤과 천세영에게 번갈아 건 전화는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 이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최후의 보루를 찾았다.
곧 나른한 목소리의 강정후가 전화를 받았다.
[으······ 뭐야?]
“선배. 내 일 좀 도와줘요.”
[뭐······? 이 새끼는 툭하면 명령질이야. 내가 네 집 개냐?]
“명령 아니고 부탁이에요. 수배 좀 때려줘요. 허성윤, 이군영, 천세영, 세 사람이요.”
[사람 찾는 건, 새끼야! 흥신소나 가서······ 뭐? 허 팀장이랑 대표? 또 한 명은 누구야? 그 인간들을 왜 찾는데?]
“빨리 좀 부탁해요. 찾으면 미행도 붙여주시고요. 부탁 들어주시면, 영화 내기 제가 이겨도 진 걸로 칠 게요. 안정록 교수님한테 무조건 좋은 얘기 해드릴게요.”
선심 쓰는 척하는 말. 소년은 이미 오래 전에 안정록에게 옛 제자를 안아주길 부탁한 바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강정후는, 당황해서 목소리까지 흐트러졌다.
[대체 뭔 일인데 내기까지 취소하고······ 흠. 그런 거 필요 없다. 어차피 내가 이길 게 뻔하니까.]
“아, 좀 순조롭게 갑시다? 시간 없거든요?”
[어디다 역정이야? 정 궁금하면, 간단하게라도 설명해봐.]
“천세영이라고 제가 키우는 후배가 있는데, 우리 대표가 그 사람을 어디다 좀 쓰려는 것 같단 말이에요.”
[뭐? 설마, 스폰서?]
곧바로 그런 반문이 나온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업계에서 활동해온 강정후는, 스스로 행하지는 않되, 많은 비위(非違)를 들어 알고 있었으니.
반면 이찬 쪽은 스스로 보고 들은 바는 없었다. 다만 89년작 영화 <무지개>의 각본을 읽고 대충 추론하고 있을 뿐.
“몰라요. 모르니까 확인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막고 싶고.”
[······오지랖 넓은 놈.]
“거 좀 부탁 좀 합시다? 선배 아니면 검찰 끈 써야 되는데, 그러면 나중에 무마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알겠으니까 좀 닥쳐봐. 지금 문자 보내는 중이니까.]
황급히 차를 뺀 정창영이 도로변으로 나온 게 보일 무렵에, 강정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됐다. 일단 사람 풀었어. 내가 대놓고 조직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몇 명 안 되는데······ 스폰 같은 케이스면 찾기는 쉬울 거야. 주변 시선 의식해서 룸싸롱 같은 데로 가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쪽이야 걔네들 나와바리니까.]
“걔네들이라니, 은근히 선 긋네요?”
[······난 그쪽 부류 아니다. 입 함부로 나불대지 마.]
“예, 그렇겠죠. 아무튼 찾게 되면 바로 문자 줘요. 지금 공항 가는 중인데, 혹시라도 늦어지면 선배가 좀 막아주고.”
[내가 왜?]
“그쪽 부류 아니라면서요? 인간으로서 좀 도와주시죠?”
강정후는 5초쯤 뒤에야 한숨처럼 대답했다.
[아니기만 해봐라. 조져버린다, 개새끼야.]
“그러시든가요.”
나 조지려면 한두 명으로 안 될 텐데- 실없이 생각하며, 이찬은 전화를 끊었다.
그 타이밍에 정창영이 룸미러로 시선을 던졌다.
“찬아, 누구랑 통화한 거야? 서울은 왜 가겠다는 건데?”
“나중에 얘기해드릴게요. 운전에 집중해주세요.”
강정후에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했지만, 함부로 떠들 얘기는 아니었다.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마당이니.
정창영의 호기심을 해결해주지 않은 채, 이찬은 이군영의 탐욕스러운 얼굴을 그렸다.
‘······강정후 선배가 조지든 말든, 아니었으면 좋겠어. 당신 설마 거기까지 타락한 건 아니지? 다 잘돼가고 있었잖아? 강정후랑 나랑 합산해서 동시간대 시청률 70%를 점유했는데, 그 이슈로 또 한 번 나라엔터가 한국 최고란 게 입증됐는데, 대체 뭐가 모자라서 그 어린 누나까지······. 설마······?’
순간 떠오른 건, 신사옥이었다.
한국 최고의 배우기획사로서 100억짜리 신사옥을 건립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이군영. 그렇지만 이후 한림그룹의 투자가 불발되며 계획이 크게 어그러졌다고 했다.
대놓고 비웃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견원지간인 금양기획 조금양이 뒤에서 그를 욕하며 다녔을 건 분명했다.
‘그래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투자계약을 따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대표를 위하는 척 허성윤이 천세영 누나를 미끼로 함정을 팠다? 성상납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서?’
스폰서와 관련된 이슈는 방송가에서 금기시되는 화제.
아주 친한 사이에서나 조심스레 나누곤 하는 술안주지, 15세 스타에게 함부로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이찬의 발상은 그저 피상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갖가지 창작물의 시나리오가 담긴 머릿속에서 사실관계가 연결되며, 좀 더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냈다.
‘만약에 한림그룹 오너 집안에 접대를 한 거라면, 그쪽은 굴지의 대기업이니, 증거가 있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국민여론은 누군가 처벌되기 전까진 가라앉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똥구녕은 끝장이야. 한림의 면피를 위해서 언론이 그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 테니까. 그 상황에선 어떤 뒷배도 이군영을 지켜주지 못해. 그러면, 허성윤 아저씨가 말한 대로 나라엔터는 공중분해 될 거고, 내 독립은 아주 수월해질 거야. 냉혹한 홍보팀장이 세울 만한 계략······.’
아무 걱정도 하지 마라, 모든 게 완벽해- 허성윤이 했던 말들을 되새기며 소년은 침음했다.
그 말이 맞았다. 그의 추측이 맞다면, 홍보팀장은 정말 완벽한 올가미를 친 셈이었다.
‘내 입장에선 최선의 미래지. 대표가 붙잡혀가고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나라엔터에서 배우들을 마음껏 골라잡아 신생 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될 테니. 허성윤이 내 미래만을 생각했다면, 훌륭한 책략을 짜냈다며 기뻐했을 법도 해. 그 와중에 상처받을 한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청사진에서 빠져 있는 건 천세영 한 사람이었다.
성상납 이슈가 불거지고 증거가 제출되면, 한림그룹과 그들의 광고를 받는 신문사들은 어떻게든 피해자 쪽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평소에 그녀가 문란한 성생활을 해왔다든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해왔다든가,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었다든가 하는 허위사실들을 피해자의 친구, 소속사 관계자 등이 제보한 것처럼 꾸며댈지도 모른다.
우스운 일이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유치하고 허술한 계략조차도 잘 먹혀들곤 한다. 매일 신문과 인터넷을 살피는 이찬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짐작대로 일이 진행됐을 때 천세영의 삶이 어디까지 비참해질지, 잘 알고 있었다.
‘가해자가 빠져나간 상황에서 언론의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실명이 거론되고, 결국 얼굴까지 대문짝만하게 1면을 장식할 거야. 그렇게 되면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다시는 연기를 할 수 없을 거야······ 연기는 개뿔,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거야. 뜨기 위해서 몸 판 년이라고 온 세상이 욕할 테니까. 결국 그 누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국을 뜨거나······ 아니면 이 세상을 뜨거나. 내 회사를 안착시키기 위해 그 삶을 비료로 써먹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찬은 문득 자문했다.
그런 끔찍하고 악독한 상상을,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추론해낼 수 있었느냐고.
대답은 간명했다.
‘나도 그런 인간이니까. 밥 한 그릇 얻어먹자고 남이 지갑 털리는 꼴을 외면했고, 내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남의 가정사를 파헤쳤고, 내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이유로,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홀로 죽어가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놈이라 이렇게 쉽게도 나쁜 계략들이 떠오르는 모양이지.’
나 역시 그렇게 했을지도 몰라- 소년은 생각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누군가를 이용하는 건, 그에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찬은 이를 악물었다.
‘이젠 그렇게는 안 살아. 빌어먹을 이군영처럼, 허성윤처럼은 안 살 거야. 정의로운 사람까진 못 되지만, 불의한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도 않을 거야. 내 형은······ 나는······’
신호에 막혀 잠깐 룸미러를 돌아본 정창영은 순간 눈을 부릅떴다. 순간적으로 이찬의 얼굴이 기괴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 같았기에.
하지만 그는 찰나의 시간 뒤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정창영은 그저 헛것을 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고급스럽지만 음침한 방 안에서, 천세영은 머릿속을 울리는 지저분한 이야기들을 되새겼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르다.
동성 사이에도 다양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는 암컷들과 달리, 수컷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암컷만 생각해.
그런 기질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강해져. 그래서 영장류의 암컷들은 성을 매개로 자신의 지위를 높여왔어.
뭐? 그래 그래. 그야 영장류 중에도 모계사회가 있긴 하지.
벨벳원숭이? 아마 그런 이름이었을 텐데, 그 녀석들은 암컷이 무리를 이끌고 싸움에도 나서곤 한다더라.
그렇지만 그게 제가 잘나서 그런 거냐? 아니라는 거야.
어떻게든 한 번 번식을 해보겠다고 달려드는 수컷들이 많으니까 지위가 형성된 것뿐, 그걸 못하게 되면 그 암컷도 버림받게 돼. 더 예쁘고 어린 암컷에게 밀려서 말이야.
그게 영장류가 번창한 방식이야.
수컷들이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서로 싸우고, 이긴 놈이 더 예쁜 암컷을 더 많이 누리는 것. 그리고 더 강한 수컷에게 선택받은 암컷들만이 선망을 받는 것.
그게 생물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이라는 거야.
뭐? 현대사회의 교육과 도덕? 하하하.
그런 건 갖지 못한 수컷들이 자위하며 하는 말이지. 내가 머저리라서 암컷들을 거느리지 못한 게 아니라, 도덕적인 사람이라 안 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짓거리일 뿐이야.
그런 걸 믿는 건 병신들뿐이지. 세상은 여전히 야생이다.
방송업계! 이 업계는 특히 그래.
연예계는 정글이다-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지?
당연한 거야.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이 연예계에서, 도구가 되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건 강한 수컷들뿐이거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여배우들을 떠올려봐라.
미모 어쩌고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돈만 들이면 얻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고. 얼굴은 너희 어린애들이 훨씬 더 낫지. 연기력도 뭐 대단한 년들은 없어. 다 그 밥에 그 나물이야.
그런데 왜 너흰 못 뜨고 그 여자들은 떴을까? 운이 좋아서? 매니저들의 기나긴 노력이 좁은 문을 열어줘서?
개소리. 그딴 거 없어. 그년들 다 몸 판 거야.
아······ 미안하다. 몸을 판다니, 표현이 좀 저속했네.
그렇게까진 안 가도 돼. 요즘은 그렇게는 안 하고, 가볍게 술자리에서 비위 맞춰주는 정도로 충분해.
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지. 결국 이 방송업계의 맨 꼭대기를 쥐고 있는 건 돈과 권력을 가진 수컷들이고, 그놈들이 여배우에게 원하는 역할은 노리개라는 말이야.
수컷들의 유일한 니즈가 바로 그거다. 사회적 선망을 받는 여자에게 대접받는 일. 그걸 꿈꿨기에 돈을 벌고 권력의 가시밭길을 뚫고 피라미드에 올라간 놈들인 거야.
그런 놈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제공하지 않고 선망 속의 여배우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너, 여기 오기 전에 사기를 당했다고 했지?
삼천만원 주면 주연 시켜준다고? 하하하. 멍청한 개소리야.
그야 사내놈들 중에는 돈을 주고 배역을 따낸 케이스도 많지. 하지만 계집들은 달라.
생각해봐라. 네가 얼마를 준비해서 갖다 바친들, 윗대가리들이 여기저기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교가 되겠냐? 그놈들이 여배우한테 원하는 건 그딴 현물이 아니란 말이야.
그저 만남이야. 같이 술자리 한번 즐기고 나면, 신인도 단독 광고모델에 드라마 주연을 꿰찰 수 있는 거야.
아니면 그냥 단역만 돌다 끝나는 거고.
오연진? 이소연? 걔들 다 마찬가지야. 다 내가 팔아줬어.
너도 걔들처럼 되고 싶지? 열다섯 꼬맹이도 주연 따는 세상에서, 한심하게 단역이나 더 하고 싶지 않잖아?
딱 잘됐어. 널 예쁘게 봐준 분이 계시단 말이야.
마침 오늘 나랑 둘이 뵙기로 했는데, 잘됐지 뭐냐? 이참에 바로 가서 인사를 드리자. 그분 기분 맞춰주면서 예쁘게 웃고 술 따라드려. 그러면 당장 내일 배역이 떨어질 테니까.
섹시하게 입고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직접 픽업하러 갈게.
뭐야? 전화 왔어? 이찬?
내놔.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헛소리 듣고 있지 말라고. 넌 그냥 나만 따라오면 돼. 알겠지? 그럼 가. 가서 화장부터 해.”
혼란 속에서 자취방으로 돌아간 천세영은, 멍한 정신으로 움직였다. 씻고 화장한 뒤에 노출이 많은 옷을 차려입었다.
그 뒤에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타 청담동으로 이동해 룸싸롱에 들어섰던 것이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 벌벌 떨던 중, 마침내 문이 열렸다.
눈이 부리부리한 거한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었다.
바로 그 무렵에, 이찬이 탄 택시가 청담동에 도착했다.
“정후 선배, 나 왔어요.”
[어, 봤다. 저쪽 율리시스 VIP룸으로 들어갔고, 이군영만 좀 전에 나와서 옆방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어떡할래? 뭐야, 잠깐만! 바로 들어가게? 가드가 있는데, 길 터줄까?]
“필요 없어요.”
모델처럼 키가 큰 소년은 거침없이 진격했다.
리시버를 찬 채 주변을 둘러보던 가드가 가로막았지만, 턱을 한 대 맞고 쓰러진 덕에 내부에 신호를 보내지도 못했다.
감시하던 소강그룹 똘마니들이 감탄하는 동안, 이찬은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카운터 앞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을 또 기절시키고, 곧바로 VIP실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 안에는 비틀거리는 두 몸뚱어리가 있었다.
“좀 더어 벗자, 이년아! 이 썅년, 아주 도도한 척하네?”
“나, 아악! 아니에요······ 나 이런 거, 아니에요!”
“이년이 아닌 척은. 몸 팔러 왔으며언 창년답게 굴어. 어디서 눈깔을 부라리고 있어, 어린 년이!”
“야. 더 어린 놈도 왔어.”
눈을 크게 뜬 사내는, 출입구를 돌아봤고, 턱을 얻어맞았다. 강한 타격이 골을 울려 약에 취한 정신마저 무너뜨렸다.
그 뒤에야 이찬은 천세영을 돌아봤다.
원피스가 갈가리 찢기고 속옷만 걸친 미녀가 눈물 속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봐.”
“아······ 찬······ 이찬······ 선배······.”
“원해서 온 거야? 이놈 접대해서 배역 따려고 했어?”
“아······ 아니······.”
“대답해! 니 몸 팔아서 스타 되려고 했냐고!”
“······그래! 그랬다, 이 나쁜 새끼야!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으니까, 스타가······ 되려고······.”
자존심 세네- 생각하며 이찬은 고개를 저었다.
본의로 온 게 아닌 건 문을 반쯤 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일념인 배우를 속이기 위해 이군영이 어떤 거짓말을 했을지도.
이찬의 눈은 눈물범벅인 천세영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술과 약은 그의 감각을 가리는 가면이 되지 못했다.
“이번만이야. 딱 한 번만 용서해줄게. 다시는 이딴 짓······ 이딴 건 생각도 하지 마. 그냥 나만 따라와. 나만 믿어.”
“너······ 나······ 약속도 안 지켰으면서!”
“앞으로는 지킬 테니까 믿어!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될 거니까. 암행어사 유관 몰라?”
멍한 얼굴로 입술을 떠는 나체를 보며 이찬은 생각했다.
비록 정의로운 형사는 못 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암행어사로라도 출두해야 될 것 같다고.
< 30장 - 미끼 천세영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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