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장 - 작가 남애리 (3.) >
초반 시퀀스의 성인 연기자들이 <고등형사>의 도입부 촬영에 매진하는 동안, 이찬은 <연애의 조건>에 집중했다.
전자는 겨울 개봉을 예고한 반면 후자의 편성은 6월 23일부터.
제작진이 주요 출연진 캐스팅과 로케이션 섭외로 바빠진 한편으로, 이찬 역시 캐릭터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
“그러니까 입학식 때 첫눈에 반했다 그거죠? 학생들 통솔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꼈다는 말 같은데.”
“그런 건가······. 근데 찬아, 이거 진짜 말 안 할 거지? 너 그러면 안 된다? 들키면 진짜 쪽팔릴 거란 말이야.”
박호암은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떠오르는 거장 박무열의 큰아들이자, 명진아의 자매인 명진혜의 제자 중 한 명. 그리고 담임도 아닌 윤리교사에게 반해버린 고등학생이었다.
<연애의 조건>에서 부적절한 애정을 연기할 소년에게는 아주 유용한 인터뷰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니까 안심하세요. 그런데 신기하네요. 나이가 아홉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관계잖아요?”
“아니, 사랑이란 게 뭐 현실 생각하면서 찾아오나?”
“그래도 상상은 해보게 되지 않아요? 졸업하고 나서 만난다 쳐도 그 누나는 스물아홉이 돼 있을 텐데.”
“그러니까 고백 안 하는 거라니까. 안 될 걸 아니까.”
“안 될 걸 아는데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된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그런 판단이랑 무관한 거라니까?”
사랑이란 것도 계획과 전망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믿는 소년에게는 코웃음 나오는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히죽거리며 답하는 박호암의 마음은 뜨겁다. 현실을 외면하는 풋사랑이 이찬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가망 없는 걸 간절히 바라는 꼴이라니. 저쪽에 비해 나는 상황이 훨씬 낫지. 천세영 누나랑 다섯 살 차이니까,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스물다섯이 돼도 그 누나는 겨우 서른이야. 크게 불편할 일은 없을 거야. 거기다 경제력으로 봐도 어린 내 쪽이 오히려 우위라서, 연장자 쪽에 의존하는 관계가 되지도 않을 거고. 여러모로 상황이 괜찮단 말이지.’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작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괜찮을까? 난······ 절대 저런 사랑은 못 할 텐데.’
핵심적인 고민의 포인트는 그 자신의 관찰력이었다.
모든 인간관계는 진심과 거짓의 사생아들. 사적인 관계로 엮이는 순간부터 사람은 서로에게 표현하지 못할 감정을 품게 되고, 그걸 가식으로 덮어 순수한 감정을 지켜낸다.
소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별한 순간 진심을 알아채는 능력은 분명 유용하다. 남에게 속지 않을 수 있고, 악의를 품은 사람들을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관찰력 앞에선 하얀 거짓말조차 무용지물.
상대가 전하려 하지 않는 마음조차도 알아차리는 까닭에, 이찬은 누군가를 믿을 때마다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보육원장은 소년을 보조금의 도구로만 바라봤다.
급우는 소년을 동정하여 거짓된 호의를 베풀었다.
고아들은 소년의 지혜를 이용하려고 좋아하는 척했다.
그의 세상에는, 순백의 애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배우가 되려 했던 것도 윤대흥을 멀리했던 것도 모두 그런 까닭이었다. 누구도 진실하지 않은 세상이기에, 스스로도 거짓으로 세상을 대하려 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변하려 해봐도 쉽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이 철없는 고등학생처럼, 한 사람을 완전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소년이 고민하는 동안, 박호암은 염수진 쪽을 힐끔거렸다.
“찬아, 근데······.”
“예. 말씀하세요.”
“저 누나가 뭘 메모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캐릭터 분석을 위해서 프로필 작성하는 거예요. 저만의 분석담당관이거든요.”
“어, 드라마 작가님이야?”
“지금은 매니저인데, 작가 경력이 있어서 도움을 주고 계시죠.”
사실 드라마 작가는 아니고 인터넷소설 작가지만,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매니저의 덕목은 안정적인 운전실력과 빠른 순발력 및 상황판단.
그 모든 면에서 평균 이하인 염수진은, 그러나 드라마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조언하는 면에서는 스페셜리스트였다.
“녹취하는 대신 핵심적인 키워드만 메모하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 그래. 그러면······ 또 어떤 거 얘기해줄까?”
“에피소드 같은 거 좀 들어볼게요. 명진혜 누나를 바라보는 감정변화를 중심으로요.”
인터뷰는 한 시간을 꼬박 채워 진행됐다.
마침내 박호암의 학원 수업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에, 그를 픽업하기 위해 박무열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호암아, 아빠 왔다. 찬아, 인터뷰는 잘했어?”
“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런 식으로 두 번 정도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대체 뭘 인터뷰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네가 맡은 역할은 고3인데, 나이에 맞는 학생하고 얘기해보는 더 낫지 않겠어?”
“고3 인터뷰도 몇 개 더 잡혀 있어요. 그 뒤에 학교 배경 드라마랑 영화 몇 편 볼 거고요.”
“흠······ 열심이구나. 좋은 일이야.”
박호암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에는 짧게나마 박무열과 차기작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작품이야말로 소년이 파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였기에.
“<고등형사>도 <연애의 조건>도 8월 전에 촬영이 끝날 거예요. 그때쯤에 신작 대본 받아볼 수 있을까요?”
“아마 가능할 것 같다. 내 스타일이 촬영 진행하면서도 각본 계속 수정하는 편이라서 완성고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얼개는 만족스럽게 잡힌 느낌이야. 네 아이디어가 많은 도움이 됐다.”
“······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아주 신선한 도전이 될 것 같아. 지금까지 내적으로 갈등하면서도 결국은 살인으로 끝맺는 복수자들만 그렸는데, 절대로 살인을 하지 않는 복수자라······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부터 흥미진진했던 거야. 한번 들어볼래?”
“아, 아녜요. 각본 나오면 그 때 보죠.”
“하하. 또 아이디어 생각난 게 있다면 그때그때 바로 말해줘. 내 생각엔 네가 아주 탁월한 감각을 가진 것 같아.”
전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독님은 아이디어 듣는 걸 즐기시는 것 같네요. 기분 나쁘진 않으셨어요? 좀 무례한 간섭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래? 괜한 걱정을 했네.”
“왜 괜한 걱정이에요? 제가 듣기로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입 대는 걸 무지 싫어한다고 하던데요?”
극단 시절 임희재가 주의사항으로 말해준 얘기였다. 상업주의에 물든 작가들조차 각본에 남이 간섭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작가주의 감독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박무열의 작품에 열여섯 소년이 입을 대는 건, 그야말로 금기 중의 금기였다.
그러나 박무열은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조금의 불쾌함도 담기지 않은 싱그러운 얼굴이었다.
“배우들은, 한 명 한 명이 움직이는 작가야.”
“움직이는 작가요?”
“그래. 모두가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게 이승이잖아? 나라고 해서 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겪어봤겠냐. 핸드폰 연락처 숫자 얘기가 아니라, 정말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 말이야. 사실은 몇 명 안 된다는 거지. 그러니 백 명을 떠올려서 각본에 올려도 결국 전부 박무열표가 되고 말더라. 그걸 조금이라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배우들에게서 배우는 거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거예요? 배우들이 자기한테 맞는 배역을 더 잘 연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것도 있고, 나도 거기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건만 해도 그래. 죽이지 않는 복수자라니. 난 정말 그런 아이디어는 생각지도 못했거든. 비극에 치를 떨면서 복수혈전을 펼치는 인물들만 내 안에 가득한 까닭이겠지.”
푸근하게 웃는 모습과는 달리, 박무열의 복수극 시리즈는 무수한 시민들을 경악시킨 바 있었다.
물속에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멀쩡한 이를 뽑아내고.
끔찍한 상상력에 있어서 그토록 탁월한 그가 복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원래 생각한 방향이랑 다른 캐릭터를 연출하는 건 좀 불편하지 않으세요?”
“그런 불편 속에서 배우게 되는 거야. 내가 생각지 못한 인물들을 내 안에 받아들여 나라는 인간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 각본가로서 성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신기한 감독님이시네요.”
“신기하긴 뭘. 네 드라마 작가님은 어떠냐? 잘 맞아?”
“아주 안 맞는 건 아닌데, 좀 엉뚱하신 것 같아요. 일단 소재부터가 좀. 그리고 자꾸 키스 씬을 넣자고 하시고.”
“하하하. 그래서 하겠다고 했어?”
“아뇨. 다른 씬 넣자고 설득했어요.”
“역시 그랬구나. 넌 참, 좋은 작가가 될 것 같아.”
이찬 스스로도 확신하는 바였다.
그 역시 많은 사람들을 속속들이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캐치하고 인물의 캐릭터성을 잡아내는 데에는 스페셜리스트.
나이를 충분히 먹고 나면 각본가나 감독으로서 활약하는 데 무리가 없을 터였다.
물론, 소년은 그 가능성에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전 배우예요. 창작은 할 생각 없어요.”
“그게 그거야. 네가 맡은 캐릭터가 변하면서 이뤄지는 작품 전체의 변화가 있는데, 작가가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순 없지. 이번 작품 초고 나오면 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마. 그럼 그걸 보고, 네가 생각한 방향과 맞는지 검수를 해봐.”
“됐어요. 감독님이 어련히 잘 써주실 텐데.”
“겸손 떨지 말고 그렇게 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래. 얼마 전에 혁수를 만났는데, 네가 각본 분석을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 자기 배역만이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을 분석해서 포스트잇을 붙인다고.”
“제가 그 선배한테 배운 건데요?”
“아주 청출어람이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그걸 직접 한 번 보고 싶다. 제3자의 시선으로 내 각본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배우들 디렉팅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예······ 그럼 뭐, 그럴게요.”
박무열이 만족해서 웃고, 이찬은 화제를 전환했다.
“칸은 어떻게 되셨어요? 오늘 발표했죠?”
“그래. 발표 전부터 알고 있던 거긴 하지만, 경쟁부문 확정됐다. 홍 감독님 작품도 같이 올라가게 됐고.”
“팬들 난리 났겠네요. 수상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글쎄······ 월드 프리미어도 아닌데, 가망이 없지. 그런 것보단 거기서 보게 될 작품들이 기대가 돼.”
영화광으로 유명한 박무열답게, 자기 작품의 수상보다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될 다른 출품작들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좋은 작품 많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정말로 그럴 거야. 쿠스트리차 감독이라든지······ 아, 너는 그분 모르나? <집시의 시간>이라고, 참 명작을 만드셨는데. 배우가 아닌 실제 집시들을 등장시킨 걸로 유명한 작품이야.”
“······집시는 관심 없어요.”
“하하하. 그 외에도 왕가위나 히로카즈, 코엔 형제······ 참 흥미로운 일정이 될 것 같다. 국제영화제만의 매력이지. 영화라는 작품을 매개로 언어가 다른 거장들과 마주할 수 있는 것. 네게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는데.”
“신작 기깔나게 뽑아주세요. 내년엔 저도 같이 칸에 갈 수 있게요.”
“기깔나게 말이지? 좋아, 의견 접수했다.”
그때쯤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 박무열이 대화를 마무리할 겸 조언을 건넸다.
“각본 볼 때 그런 생각들을 해봐라. 이 작가가 왜 이런 인물들을 등장시켰을지. 그리고 너라면 어떤 인물들을 그렸을지. 그런 과정이 쌓이고 쌓이면, 네 안에서 살아 꿈틀대는 캐릭터들이 톡톡 튀어나올 거야. 그러면 그 인물들을 통해 너만의 이야기를 창작할 수도 있겠지.”
“창작은 할 생각 없지만, 틈틈이 해볼게요.”
“그래. 예를 들면 네가 맡은 그 드라마······ 이런 것도 생각해보렴. 다섯 살 차이 나는 그 커플의 로맨스를 통해서 힘을 얻고 행복해질 사람들 말이야. 네가 보내준 시놉시스만 잠깐 살펴봤지만, 참 따뜻한 이야기더라.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응원가가 될 거다.”
그렇게 박무열과 박호암을 떠나보내고, 이찬은 잠깐의 휴식시간 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염수진이 뭐 하냐고 연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상의 편견 속에서······ 나는 그렇게 살아왔어. 고아였고 또 노숙자였어. 그게 싫어서 나중에는 내가 원하는 편견을 만들기 위해서 연기자가 됐고, 이제 배우 이찬이라는 가면 뒤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다섯 살 연상의 여배우를 좋아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안 돼. 그렇지만 박 감독님 아들은 아마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겠지······.’
박호암이 연민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동정이 아닌 비웃음을 줘야 옳다고 이찬은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순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다.
상처받을 거라는 예단으로 늘 도망치기만 했던 이찬에게는, 그 무모한 용기가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사랑에 빠진 건 멍청한 꼴이지만, 그 마음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좋은 사람이라면 응원가를 불러줘야 할 일이야. 물론, 박 감독님 입장에선 자기 아들이 연상의 선생님을 흠모하고 있는 걸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뒤, 소년은 남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찬아? 무슨 일이야?]
“작가님. 대본은 어때요? 잘 써지세요?”
[아하하······ 잘 써야지. 글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뚝딱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앉아있으면 생각지도 못했던 대사들이 떠오를 때가 있거든.]
소년은 그 말에 동의했다. 그 역시 오래 앉아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참이었다.
“우리 드라마 말인데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세요?”
[어? 좋은 작품······? 무슨 뜻이니?]
“아, 혹시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시청률은 분명히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파격적인 소재를 잘 풀어내셨으니까요. 전 그냥······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어요. 어, 필모 걱정으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너도 참, 의외로 말하는 게 서투르구나? 내 입으로 말하긴 우습지만, 이거 좋은 작품 맞아. 선생님과 제자, 성인과 미성년자, 그런 게 사랑의 조건이 될 순 없잖아? 그래서도 안 되고. 난······ 우리가 그런 편견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어.]
학부형들이나 교사들은 썩 좋아하지 않을 이야기였지만, 남애리의 창작에는 그 나름의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다.
“그렇구나······. 작가님. 키스 씬,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교실은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지만요. 처음 사랑에 빠졌던 해변에서 함께 수영을 하다가 키스하는 거라면, 해도 괜찮아요.”
남애리는 무척 기뻐했다. 뭔가를 떨어뜨린 듯 둔탁한 소리가 나는 가운데, 정말이냐고 여러 차례 되물었다.
그런 작가에게 거듭해서 확답하며, 소년은 생각했다.
‘극복해보지 뭐. 세상의 편견도 극복하고, 다섯 살 차이도 극복하고. 그리고······ 겁쟁이 집시였던 나 자신도 극복하고.’
생애 처음으로 결심한 자발적인 연애.
그에겐 무척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다른 여성과의 키스 씬을 결정짓고 나서 할 생각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았지만.
< 39장 - 작가 남애리 (3.)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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