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장 - 리더 심요셉 (2) >
남태형이 기억하는 심요셉은, 단적으로 말해 또라이였다.
좀 순화하자면 잘생긴 또라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며 멤버들이 좋은 애들 같아서 다행이라고 외쳤는가 하면, 79년 1월생의 빠른 생일임에도 78년 9월생인 남태형을 굳이 ‘남태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맏형은 맏형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진지하게 생각하고 꺼낸 말은 아닌 듯했다.
막상 그가 떠나고 T.O.P의 맏형이 된 뒤에 79년생 멤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알려진 걸 보면.
그렇지만 스무 살이던 그 시절과는 느낌이 달랐다.
보이그룹 리더로서 7년을 지내며, 또 회사에서 독립하는 등 복잡한 시기를 거치면서, 한참은 더 성숙해진 듯했다.
[가끔 형 생각이 나곤 했어. <미스 스캔들> 개봉했을 때 멤버들 전부 같이 가서 관람했는데, 그때 기사 난 거 봤어?]
“봤지. 극장에서 단체로 팬미팅을 하게 됐다며?”
[하하. 원래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슈거리 될 것 같다면서 회사에서 일 키운 거야. 어쨌든 그거 되게 재밌게 봤어. 그래서 이찬이라는 애도 알게 됐고.]
그 전에 이미 <가을하늘> 아역으로 활약한 이찬이지만, T.O.P는 당시 활동 중이었다. TV 드라마를 볼 시간은 없었을 터였다.
[근데 진짜 묘하지? 나 이번에 드라마 하나 하게 됐는데, 그게 이찬이 주인공인 드라마야. <연애의 조건>이라고, 형도 알지?]
“아······ 알지. 어떤 배역인데?”
[이찬 친구 역할. 같이 수영 하다가 사고 쳐서 학교 때려치우는 녀석인데, 벌써부터 걱정이야. 걘 열여섯이라 완전 애기 피부일 텐데, 나 너무 늙어 보이면 어떡하나.]
“······너 동안이잖아. 괜찮을 거야.”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안심이 되네. 내가 볼 때 형은 지금도 고등학생 역 맡아도 될 것 같아. 나야 뭐, 열심히 메이크업 받아야지. <신호등>에서 조동환 선배님 분장했던 팀이 참여할 거래. 그 선배가 30대에 그 영화 찍으면서 스무 살 나이까지 커버를 했잖아? 나도 그렇게 좀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태형은 심요셉의 저의가 궁금해졌다.
단지 묘한 우연 때문에 물어물어 연락처를 알아봤다고 하기엔 상황이 좀 묘했다.
그들은 그저 단 하루 어울렸던 연예인 지망생들. 7년이 지나서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엔, 썩 가까운 인맥이 아니다.
“요셉아. 내가 지금 촬영장이라······ 중요한 얘기가 있으면 나중에 다시 전화 주면 안 될까? 곧 촬영 들어갈 것 같은데.”
[아, 그렇구나. 형 영화 찍고 있댔지 참. 그럼······ 남태 형, 우리 한 번 만나자.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네. 어떻게 볼래? 저녁에 한 잔 할까? 아니다! 내가 촬영장으로 갈게.]
“여기까지 부르긴 좀 미안한데.”
[미안할 게 뭐 있어? 지금 휴식기라 한가해. 어디야? 그리로 갈게.]
그렇게 촬영장 위치를 입수한 심요셉은, 점심 무렵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세진 감독이 화들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뭐? 요셉? 그 아이돌? 걔가 여긴 왜 와?”
[남태형 배우랑 친하다고 하는데요? 응원차 왔다네요.]
“그래? 헤이, 미스터 남? 요셉이랑 친해?”
“아······ 예. 친하죠······ 아마.”
그 스타의 방문에 가장 열광한 건 물론 유지아였다.
중2의 나이는 한창 아이돌에 탐닉할 시기. 신체발육이 빠르고 얼굴이 노안이라고 해서 최고의 보이그룹 T.O.P에 무관심할 리 없었다.
“와! 진짜 요셉 오빠야! 어떡해 어떡해!”
“저분, 유명한 분이야?”
“네? 네에? 언니, T.O.P 몰라요?”
“아, 그 팀은 아는데······ 거기 멤버로 계셔?”
“네! 리더라고요! ‘순정미남’ 심요셉 모르면 간첩인데. 언니 혹시? 고향이 평양이라거나?”
그렇게 소란이 이는 가운데, 남태형은 심요셉을 이끌고 양호실을 찾았다.
그 뒤에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음······ 진짜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남태 형은? 연기 왜 그렇게 오래 쉰 거야? 드라마는 안 해?”
“드라마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직 없어서.”
“그래? 아쉽네. 형이랑 같이 드라마 나오면 팬들이 좋아할 텐데.”
“너희 팬들이 날 어떻게 알고?”
“팬미팅 때 가끔 얘기했거든. 지금 최고의 영화배우가 된 남태 형이 우리랑 같이 연습했던 사이라고.”
“연습은 무슨. 겨우 하루 같이 지낸 거잖아.”
“그래도 같이 연습한 건 사실이지. 거짓말은 안 했다우?”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심요셉은 여전히 장난기 많은 비글이었다.
거의 다 비운 도시락과 손목시계를 한 차례 확인한 뒤, 남태형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고 판단했다.
“와줘서 참 고맙긴 한데······ 오늘 찍을 씬들에 내가 다 걸려 있어서, 시간이 많진 않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 냉정한걸. 형 이런 캐릭터 아니었지 않아?”
“나이 먹으면 다 변하잖아.”
“에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나? 겨우 7년인데.”
“7년이면 많은 게 바뀔 시간이야. 너도 래퍼 지망생에서 이제는 최고의 아이돌이 됐잖아? 그것도 팀 리더고.”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솔직히······ 모르겠어. 아직도 난 내가 리더인 게 이해가 안 가. 그냥 나이가 많았을 뿐인데.”
“한국은 대부분 연장자가 리더 맡아.”
“그러니까. 원래는 남태 형이 했어야 했던 건데.”
또 쓸데없이 엮는 이야기였다. 남태형은 고개를 저으며 본론을 독촉했다.
“요셉아. 나 진짜 시간이 별로 없어.”
“······알았어, 알았어. 형. 나 연기 좀 가르쳐주라. 부탁해. 시간 많이 뺏지 않을게. 그냥 나 연기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조언만 좀 해줘.”
“그게 무슨 소리야? 조언은 트레이너한테 받아야지.”
“하하. 나 트레이너 없어. 요새 좀 힘들어서.”
나올 때마다 음악방송 1위를 꿰차고 올림픽경기장에서 콘서트까지 개최한 아이돌이 하는 말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자연히 남태형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헛소리 할 거면 그냥 가. 나도 바쁜 사람이다.”
“······아, 헛소리 아닌데. 진짜야. 우리 회사 나온 건 알지?”
“그건 알지. 서로 잘 합의해서 독립했다며?”
“그거, 아냐. 비밀인데······ 전혀 잘 합의하지 못했어. 위약금도 끔찍하게 걸려 있고, 상표권에 뮤비 판권도 다 저쪽에 얽혀 있어서, 버는 돈이 다 거기 들어가. 다음 앨범 준비 안 하고 각자 개인활동 하는 거 보고 기자들이 해체 준비하는 거라고 떠들잖아? 근데 아니거든. 앨범 제작할 돈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돈 모으려고 얼굴 팔고 있는 거야. 그래서 예능도 뛰고 드라마도 찍고 하는 거야. 우리 팀 살리려고.”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비사.
심요셉의 목소리에 점차 물기까지 담기기 시작했기에, 남태형도 이젠 짧게 답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런······ 상황이구나. 그건 몰랐네. 그래서 연기 쪽으로 나온 거구나. 고생이 많네······.”
“그래. 하하. 쪽팔린다. 형이 똑똑했던 거지. 배우 회사로 옮긴 거 말이야. 그 인간들 무슨 짓까지 했는지 알아? 우리 해체시키려고, 나랑 태진이한테만 따로 접근했어. 불리한 계약 다 고쳐서 한국의 어셔로 만들어주겠다고······. 애들만 버리면, 우리 둘은 살려주겠다고. 개자식들. 그게 싫어서 박차고 나온 거야. 그래서······ 킁. 아, 얘기가 너무 길어졌나? 아무튼 그래서 이번 드라마 정말 잘돼야 되거든. 내가 잘해야 하는데, 형도 알잖아. 내가 낯가림이 있어서 어디 부탁할 데가 없더라.”
낯가림이란 말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았지만, 남태형은 말을 끊지 못했다.
촉촉해진 심요셉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기에.
그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 T.O.P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한심한 처지에서, 회사의 독단에 의해 얼굴마담 배역을 맡아 분량을 난도질당했었다.
그때 이찬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남태형은 조용히 은퇴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때 형 생각이 난 거야. ‘2000년의 발견’ 남태형 배우님이라면 나 같은 애도 잘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CF도 많이 찍어서, 우리 애들 다음 앨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주소가 잘못된 기대였다. 남태형 배우님께는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연기력이 배양되어 있지 않다.
“미안한데, 내가 도와주긴 힘들 것 같은데. 좋게 봐줘서 정말 고맙다. 그런데 내가 그런 사람이 못 돼. 진심이야. 누굴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 못 돼.”
“아······ 그래. 음······ 그러면, 할 수 없고.”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그 눈빛에 스친 실망감을 남태형조차 느낄 수 있었다.
심요셉으로선 그가 겸양으로 귀찮은 일을 떼어내려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뭐. 혼자 연습을 더 해봐야지. 근데······ 진짜 보고 싶었어. 아니, 오자마자 부탁부터 해서 형이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야. 남태 형 생각 참 많이 했거든. 그때 형이 안 떠났다면. 그래서 내가 아니라 형이 리더였다면, 우리가 이렇게는 안 되지 않았을까. 내가 어리숙하고 한심해서 회사랑 원만하게 합의를 못하고, 그래서 이렇게 트레이너 한 명 고용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그때 봤잖아, 나 몸치인 거.”
“하하하. 남태 형은 배우들도 물먹이는 얼짱이잖아? 거기다 보이스컬러도 되게 좋고. 같이 7인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 이건 저주가 되나? 형 배우로 잘나가고 있는데, 내가 괜한 소릴 했네. 아무튼······ 그래도 온 김에 견학 좀 하고 가도 되지? 그리고, 저기······ 혹시 나 먹을 도시락 하나쯤 남을까?”
심요셉은 남태형이 얻어온 도시락을 게 눈 감추듯 비웠다.
그 이후에도 남태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으며, 촬영이 진행될 때는 눈을 빛내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했다.
그런 톱스타를 보며 남태형은 종종 생각했다.
‘저 녀석, 작년에 보니까 연기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던데. 지금도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눈 부릅뜨는 게, 가벼운 마음으로 부탁한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배우면 정말 괜찮은 배우가 될 수 있을 텐데,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게 안타깝네.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어. 중학생 유지아한테도 뭐가 문제였는지 한마디 해줄 수 없는 실력인데, 다른 드라마 찍는 이 녀석한테 무슨 얘길 해줄 수가 있겠어······.’
그렇게 대화 한마디 없이 58씬까지 촬영을 마친 뒤.
조심스레 싸인을 요청한 유지아에게서 종이를 받아들며 심요셉이 건넨 이야기가, 귓가에 송곳처럼 꽂혔다.
“좋아해줘서 고마워, 학생.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그룹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할게. 언젠가 네가 예쁜 아들딸을 낳아서, 같이 TV를 보면서, 저 그룹이 엄마가 좋아하는 그룹이란다, 그렇게 말해줄 수 있게. 너 결혼은 언제쯤 할 거야? 너무 늦게 하면 안 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30년까지는 못 갈 거거든.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평생 함께하고 싶은 녀석들인데, 세상이 그렇게 쉽지는 않잖아? 내가 잘해야지. 리더니까.”
리더인 심요셉이 드라마 망친다고 T.O.P가 망할 일은 없다.
그 이름값과 실적이면 누군가 투자를 해줄 테니, 어떻게든 다음 앨범을 만들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평균연령 25세의 댄스그룹이 명맥을 이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리고 잘생긴 후배들이 넘치도록 많으니.
그러니, 심요셉이 드라마에서 활약하려는 게 그저 돈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그보다는 리더로서 더 많은 팬을 만들어서 팀을 구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일 터였다.
“이름이? 지아? 이름 예쁘다. 애들한테 말해줘야겠네. <꼬마신부>에 우리 팬이 출연한다고. 멤버들이랑 다 같이 극장 가서 볼게. 너도······ 오빠 나오는 드라마 봐줄 거지? 하하하. 많이 응원해줘. 우리 꼭 다시 나올 테니까.”
거기까지 듣고, 남태형은 조심스레 생각했다.
‘도와줄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세상 누구보다도 연기의 재능이 없는 그는, 그러나 세상 누구보다도 뛰어난 연기선생을 한 명 알고 있었다.
*
“아······ 요셉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찬의 목소리는 어색함의 극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불러낸 남태형이 설마 T.O.P의 요셉을 대동하고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어, 하하하. 반가워. 연기 쪽에서는 내가 후밴데, 선배님 소리를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네.”
“나이도 어린 제가 연기 선배라고 뻐길 수 있나요. 방송 연차로 따져야죠. 아무튼,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쩌다 두 분이 같이 오셨어요?”
이후 소년은 심요셉과 남태형이 번갈아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로써 그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연기선생 역할임을 알게 되었다.
그건 정말 황당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저한테 연기를 배우고 싶으시다? 저 바쁜 사람인 거 모르시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남 선배님. 제가 지도해드렸다는 얘긴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그걸 퍼뜨리고 다니시면 좀 곤란한데요.”
사실은 그냥 으름장만 놓는 말이었다.
이제 4년차 배우이자 기획사의 최대투자자가 된 이찬에게 있어서, 한참 나이 많은 배우에게 연기지도를 해줬다는 얘기는 퍼져서 나쁠 게 없는 미담.
거기다 심요셉이 출연할 드라마는 그 자신의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가 트레이너도 구하지 못하는 처지라면, 누가 부탁하지 않더라도 도와줘야 할 일이었다.
다만 그 상황을 강요하는 삼촌뻘 스타들에게 한마디쯤은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고 이후로도 쓸데없는 요청을 거듭할지 모를 일이었기에.
그러나 다음 순간 소년은 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심요셉이 뭐 이런 꼬마가 다 있냐는 듯 눈살을 찌푸릴 때, 남태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찬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부탁한다. 나한텐······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소중한 추억이야. 이 녀석이 잘됐으면 좋겠어. 네가 요즘 많이 바쁜 거 알아. 내가 너한테 감히 부탁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래서, 레슨비를 내 수입에서 공제했으면 좋겠어. 이번 영화 출연료 아예 안 받아도 좋아.”
“엇? 남태 형, 왜 이래······?”
“······진짜, 왜 이러세요? 겨우 하루 봤던 사이라면서요?”
“그냥······ 요셉이 얘가,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나 같은 사람한테 부탁하려고 온 이 녀석을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어······.”
소년은 그 마음이 진심임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그의 심리 역시 추측해냈다.
‘이 아저씨도 힘든 시절이 길었으니까.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는 거겠지. 다른 배우를 가르쳐줄 만한 능력이 못 되는 자기가, 부끄러운 동시에 안타까운 거야. 정말로 심요셉이 생각한 것처럼 명배우였다면 직접 도와줄 수 있었을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뒤에, 이찬은 남태형의 상체를 일으켰다.
“알았어요, 알았어. 하여튼 사람이 좋으시다니까. 제가 레슨 맡을게요. 요셉 선배님, 앞으로 강행군으로 갑니다. 이번 드라마로 MSB 신인상 받으시고 CF 열 개 따실 수 있게요.”
심요셉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태형의 팔을 잡고 뭐라 뭐라 뻐끔거렸다.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 남태형이 사적인 질문을 건넸다.
“이 상황에 할 말은 아닌데······ 찬이 너, 이번에 키스 씬 있어?”
“······정말 상황에 안 맞는 말인데, 있어요. 그건 왜요?”
“어. 진아가 궁금해 하더라고.”
“진아 누나가요? 아. 흠.”
이번에는 소년이 입술을 삐죽이게 됐다.
< 40장 - 리더 심요셉 (2)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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