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훔치는 연기자-117화 (117/250)

< 42장 - 배우 남태형 (2) >

이윤애는 얌전하고 착실한 고등학생.

또래 아이들처럼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잘생긴 남자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지만, 그걸 표시할 줄 모르는 성격이다.

그와 달리 정민준은 학생 밴드의 발랑 까진 기타리스트.

지역 내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무수한 여학생들을 후리고 다니며, 그러면서도 쓸쓸하다고 느끼는 이중적인 소년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학년 축제 직후. 이때는 단순히 이윤애가 정민준을 동경하는 사이였다.

그렇지만 이후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관계가 역전된다.

이윤애의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에, 닳고 닳은 정민준이 오히려 처음으로 순정을 품게 된 것.

그렇게 조금씩 이윤애에게 다가가던 정민준은, 이후 이민으로 인해 반년 동안 미국에 가 있다가, 간신히 부모님을 설득해 모교의 축제에 참가하게 된 입장이었다.

그는 그렇게 밴드의 새 보컬 겸 기타리스트가 된 이윤애와 재회한다.

‘철없는 고등학생이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찾아온 상황이지. 미국 집 주변에 한국 교환학생 제도가 있는 대학이 있으니, 그쪽으로 진학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하면, 이윤애가 자신을 받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고등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장거리 연애인 까닭에,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

정민준은 그저 소중한 사람을 놓치기 싫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놈일지 모르겠어. 상대를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엇 하나 놓치기 싫어하는 꼬마.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이지 싫은 스타일인데? 그 혼란을 잘 묘사한다면, 정민준한테 관객들이 이입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겠네.’

이찬은 그렇게 비웃어버렸지만, 상대역인 명진아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되게 로맨틱하지 않아? 윤애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런데도 용기를 내서 부모님을 설득하고, 한국으로 찾아온 거야. 참······ 대단한 것 같아.”

“대단할 것도 많다. 한심한 풋사랑이구만 뭘.”

“히히. 찬아, 혹시라도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 하면 안 돼?”

“왜? 관객들 몰입감 떨어질까봐?”

“그런 게 아니라, 팬들이 싫어하실 거야. 따뜻하고 정의로운 유관 나으리가 그렇게 염세적인 얘길 한 걸 알면.”

“그런가? 누나는 어때? 내가 이런 소리 해서 싫어졌어?”

“······나야, 아니지만······.”

소년은 자신이 싫어지지 않았다는 명진아를 보며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다.

아쉬운 동시에 기쁜,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좋은 사람이라면 한 사람만 좋아해야 할 텐데, 이래서야 양다리를 노리는 격이야. 이건 좋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진아 누나 마음을 정리해야 되겠어.’

그렇게 결심하며 대본을 잠시 훑고 난 뒤. 마침내 68회차 첫 번째 씬의 촬영이 시작됐다.

“자, 바쁘니까 리허설 없이 바로 갈게요. 카메라 세팅은 테이크 따면서 조금씩 바꿀 거고······ 여기서 민준이 이모션이 중요해. 외국에서 돌아와서 학교로 마구 달려온 끝에 좋아하던 소녀와 재회하게 된 거야. 그 감정을 표현해줘.”

리허설 없이 진행하는 촬영처럼, 김세진은 디렉션이 간소한 편이었다. 철저하게 디테일을 지시하기보단 배우들의 열린 해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비교해서 OK컷을 따내는 부류.

그렇기에 이찬은 자신의 감정을 한껏 구체화했다.

‘나는 정민준. 이기적이고 못된 인간이야. 남의 슬픔은 고려하지 않고 내 마음이 중요한 고등학생. 그러니까 이윤애에게 잘보이려는 마음으로 갖가지 끼를 부리겠지······.’

밴드부실의 첫 번째 테이크를 마친 뒤, 김세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역시 이찬! 유명한 배우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내가 원하는 방향을 완벽하게 표현을 해줬어. 원 씬 원 테이크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만족스러운 건 퍼스트 타임이야.”

30분에 걸쳐 세팅된 다음 씬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인사하고 돌아온 이유를 설명하며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찬은 두 번의 테이크를 용납하지 않았다.

“미국? 좋지. 볼거리도 많고, 밴드 하면서 사귄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도 재밌고. 몸매 장난 아닌 누나들이 나한테 작업 걸고 그랬다니까? 근데······ 자꾸 돌아오고 싶더라. 자꾸 한국 생각이 나더라고. 향수병이라고 그러나?”

“하하, 짝사랑하는 애 때문에 온 거 아니고? 너 맨날 얘기했었잖아? 보고 싶은 여자애 한 명 있다고.”

“······사실 그래. 걔 없었으면 안 왔을지도 몰라.”

“이 자식, 진짜 의리 없다니까? 그래서, 만나봤어? 어땠어?”

“만났는데······ 좋다. 역시 오길 잘했어.”

“야, 근데 너 다시 돌아가야 되잖아? 그쪽에서 졸업하고 대학도 갈 거라며? 어떡하려고 그래?”

“모르겠어. 그래도 고백해보려고. 포기하긴 싫어서.”

영화의 시퀀스로 보자면, 간신히 결혼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고 가까워지던 주인공들에게 닥친 난관이다. 정민준은 철저하게 대중에게 걸림돌로 비쳐져야 했다.

이찬의 연기는 바로 그 점에서 백점짜리였다.

“퍼펙트! 지금 딱 좋았어. 아주 밉상이었어. 그 감정 그대로 가지고 다음 씬으로 가자고. 미스터 남 준비하고 있나?”

“저 여기 있습니다.”

“어, 뭐야? 보고 있었어? 성실해요 참. 그럼 바로 움직이자. 여러분, 97씬입니다. 카메라 세 대 배치해야 하니까, 프레임에 안 잡히게 세팅을 잘해야 된다고.”

우르르 움직이는 스탭들 속에서 이찬은 대본을 검토했다.

‘간식을 사들고 이윤애가 어디 있는지 찾다가, 창고 뒤에서 교생과 대화하는 그녀를 발견한다······ 이때 들리는 대화 내용이 이상한 거야. 애들한테 들키면 안 된다, 자꾸 쳐다보지 마라, 오늘 저녁 반찬은 뭐냐······ 의심할 만한 이야기지. 코믹한 상황이지만 정민준은 진지해. 오버하는 것보단 정극으로 다가가는 게 적절할 거야.’

막 거기까지 생각할 때, 명진아가 그에게 다가섰다.

“저기, 찬아?”

“어, 누나. 왜?”

“저기······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신 거지만······ 조금 이상하지 않나 싶어서. 민준이는 겉으로는 잘 노는 애지만, 사실 속마음은 따뜻하잖아? 그런 아이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돼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뭔 얘길 하나 했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이건 영화잖아? 로코에서 긴장을 주는 배역이 공감대를 주면 어떡해? 그래서야 해피엔딩 보고 나오면서도 기분이 찝찝할걸?”

“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 연기는 너무 악당 같아. 그런 애가 아닌데. 꼭 그래야 되는 거야? 좋은 마음으로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앗, 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명진아는 곧 분장 수정을 위해 메이크업 팀에게 불려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찬은 남태형을 슬쩍 불렀다.

“선배. 혹시 선배 생각도 그래요?”

“······내 생각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 나야 초심자인데.”

“음. 저기, 제가 선배한테 연기를 가르쳐드리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을 보는 눈까지 무시하진 않아요. 그건 재능하고는 다른 문제잖아요?”

다시 말해서 연기의 재능은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남태형은, 아주 조심스레 의견을 표현했다.

“영화적인 밸런스를 위해선 악역이 될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개인적으론······ 나도 진아랑 같아. 계획 없고 현실성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맑은 거라고 생각한다. 공감대는 분명히 있을 거야. 그게 설혹 상대에게 상처를 줄 만한 강요라고 할지라도. 사실은 모두가 그렇게 사랑을 시작하니까.”

만사를 계획 속에서 진행하는 이찬에겐 황당한 소리였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감수성이 조금은 이질적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소년은 남태형의 의견에 관심을 표시했다.

“그런 거예요? 선배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어렸을 땐, 그랬지. 상처도 많이 주고 했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고. 그렇지만 그 마음까지 후회하고 싶진 않아. 사랑은 따뜻한 거니까.”

“······고백 거절할 생각부터 하셨던 분이?”

“어, 음.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까. 나나 수영이나 신중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학생 때는 그게 아니잖아? 너무나도 순수하고, 슬픈 이별조차도 소중한 시기니까. 그러니까 좀 더 따뜻하게 묘사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거기까지 듣고, 이찬은 마침내 반박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 순수한 마음이라면, 욕먹을 일은 아닐 거야.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을 좋아하는 게 용납되진 않겠지만······.’

*

이미 여러 차례 감탄했던 김세진이지만, 밴드 씬의 촬영을 위해 세션을 불러 핸드싱크(음악에 맞춰 손동작을 모사하는 연기)를 디렉팅할 때는 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찬아, 너 기타 다룰 줄 알았어? 아주 능숙한데?”

“어······ 그냥 몇 번 쳐봤어요.”

사실 손에 쥐어본 것도 처음인 악기. 그러나 기타 세션 이재욱의 시범을 한 번 보고 따라한 거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몇 번 쳐본 정도가 아닌데? 야, 나도 유학 중에 기타 좀 쳐본 사람이야. 밴드부 시퀀스도 내가 좋아해서 넣은 거고. 내가 볼 땐 아주 실력이 출중해. 안 그렇습니까, 재욱 씨?”

“어, 진짜로요. 딱 내 스타일로 쳐요. 이거 뭐, 이 친구는 핸드싱크 안 하고 그냥 연주해도 되겠는데요?”

아무리 능숙하게 하더라도 핸드싱크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법. 이재욱까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자, 자연스레 직접 연주한 소리를 녹음하는 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우리 이찬 배우는 대체 못하는 게 뭐야? <684> 때는 복싱이랑 수영도 대역 없이 했다며? <어사>에선 승마도 직접 했다고 들었는데. 가만. 사실은 노래도 잘하는 거 아냐?”

“어······ <미스 스캔들> 때는 일부러 순수하게 불렀죠.”

“그래? 그럼 이번 곡, 아예 싱어까지 해볼래? 얘가 원래는 진아랑 똑같이 보컬 겸 기타로 기획했던 캐릭터야. 그래서 감미로운 듀엣을 부르면서 ‘신지태’ 속을 긁는 게 원래 플랜이었는데, 네가 노래는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한 거거든.”

“일단 한번 불러볼게요.”

원곡을 한 차례 듣고 부른 이찬의 노래는 김세진을 몹시 감동시켰다. 그 즉시 콘티가 수정되었다.

“거참. 정말이지 다재다능해. 이러면 그림 살리기가 더 좋지. 원래 생각했던 대로 진아랑 듀오로 노래하면서 교감하는 바스트샷을 넣을 수 있겠어. 알지? 눈 맞추고 노래하면서 은근슬쩍 추파를 던지는 거야. 음흉한 느낌으로.”

“······예. 그렇게 할게요.”

명진아와 남태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뀐 이찬이지만, 어디까지나 하루 왔다 가는 까메오일 뿐. 감독의 디렉션에 반항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막상 명진아와 함께 비좁은 합주실에 들어서자, 자연히 생각이 복잡해졌다.

‘순수한 마음, 슬픔조차도 소중한 시기······ 그건 이 누나한테 잘 어울리는 말이지. 배려심이 넘쳐서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이윤애처럼 순정소녀야. 그게 날 향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

소년에게도 그녀의 마음은 소중했다. 갑자기 나타난 천세영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그 마음에 응답해줬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명진아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명진아의 목소리였다. 배역인 이윤애가 아닌.

“네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언제나 나였으면. 내가 늘 그러듯이. 좋은 것을 대할 때면 함께 나누고픈 사람도 그 역시 나였으면. 너도 떠날 테지만······.”

처음으로 연기가 흐트러졌다.

이찬은 얄미운 악역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주인공이나 보여줄 법한 무거운 슬픔을 담아 명진아를 바라봤다.

“그래, 알고 있어. 지금 너에게 사랑은 피해야 할 두려움이란 걸.”

“불안한 듯 넌 물었지. 사랑이 짙어지면 슬픔이 되는 걸 아느냐고.”

“하지만 넌 모른 거야. 뜻 모를 그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걸.”

노래를 마친 여주인공과 까메오를 번갈아 바라보며, 김세진은 한동안 ‘OK’도 ‘다시’도 입에 담지 못했다.

그는 무섭게 눈살을 찌푸린 채로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종종 고개를 갸웃거리고, 이내 남태형을 올려다봤다.

“미스터 남. 이거······ 날려야 되겠지?”

“그러기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중간에 진아 보컬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그거야 후시(인물의 음성을 다시 녹음하는 작업) 따면 될 일인데요.”

“그런 게 아니라, 그림이 너무 좋잖아? 정민준은 여기서 철저하게 악역이어야 돼. 그런데 이건······ 너무 애절하잖아.”

“감독님. 어쩌면 이게 전환점이 돼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나중에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는 캐릭터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고민하실 만큼 매력적이잖습니까? 원래 의도와 딱 맞지는 않으시겠지만, 이것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미스터 남은 자신 있어? 무대 씬 보컬리스트는 미스터 남이야. 이 호흡을 이길 자신이 있어?”

“노력하겠습니다. 찬이만큼 노래를 잘할 자신은 없지만, 감정만큼은 충실히 담도록 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그렇게 감독과 주연이 복잡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합주실 안에 방치된 이찬은 명진아를 돌아보지 못했다.

밴드부 배역의 조연들이 그의 가창력에 감탄해 칭찬하는 말에도 뻐기며 웃을 수 없었다.

소년은 그저 노랫말을 곱씹고 있었다.

‘짝사랑이 짙어지면 슬픔이 될 거야. 자길 좋아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지. 슬픔을 예방할 수 있는······. 그렇지만 뜻 모를 그 슬픔이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는 거라면······ 아직은, 마음을 잘라낼 필요는 없을까.’

명진아 역시 노래의 여운에 잠겨 있었지만, 거기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이찬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소녀는 해맑은 얼굴로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 뭐니? 노래를 이렇게 잘했어? 감독님이 갑자기 콘티 수정하셨대서 놀랐는데, 이래서였구나. 미리 말 좀 해주지.”

“음. 누나도 잘하던데 뭐. 연습 많이 했어?”

“나, 촬영 준비하면서 연기 레슨보다 보컬 레슨을 더 많이 받았잖아. 이 씬이랑 무대 씬 딱 두 개 때문에. 태형 오빠도 무대 씬 때문에 엄청 트레이닝 받으셨고. 그런데······ 너가 너무 잘 부르니까, 좀 걱정되기 시작했어.”

“뭐 어때. 원래 노래 잘하는 역할은 아니더만. 정민준이 억지로 떠넘겨서 노래하게 되는 건데, 잘 못 부르는 게 더 현실적이지. 그림은 예쁘게 나올 거야.”

“응······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무대 위에서도 함께 노래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소년의 눈을 피하며 소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생각을 이찬 역시 떠올리고 있음을 모른 채로.

< 42장 - 배우 남태형 (2)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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