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장 - 소녀 정신혜 (1) >
“난리가 났네.”
정신혜의 혼잣말에, 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진짜 난린데.”
“엄청 난리야.”
“그래. 엄청 난리야.”
그렇게 멍한 소리를 주고받을 만한 일이었다.
무려 톱스타 125인의 업계 평판과 비밀스런 소문이 기록된 방대하고 체계적인 비밀문건이, 인터넷 이용자 거의 모두에게 전파되고 있었기에.
모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
모든 커뮤니티사이트 트렌드 단어 1위.
모든 P2P 서비스 최고 인기 검색어 1위.
개인 블로그만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1월 20일에 인터넷을 사용한 이라면 그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정신혜와 그 오빠 정신우의 경우에는 확인이 늦은 축에 속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페이지가 누락된 30여 장의 이미지 파일만 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어떤 공유 게시물에도 이찬과 명진아 페이지가 빠져 있는 경우는 없었다.
“이찬은 이보다 더 잘 써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돈데, 명진아는 참······ 진짜 난리네. 무서워 죽겠다.”
“왜? 오빠도 나온 거 있을까봐?”
“에이, 내가 뭐 스탄가. 근데 안지환 선배는 있더라고.”
“아, 반지의 제왕. 뭐라고 돼 있었어?”
“이미지 좋고 인지도 좋고 일편단심······ 좋은 내용이었어.”
오랫동안 광고모델로 활약 중인 2002년의 영웅 안지환과 달리, 프로축구팀에 갓 선발된 정신우에게 연예인 X파일이란 그저 딴 세계 이야기였다.
그건 오랜 휴식기로 과거의 추억이 된 아역배우 정신혜에게도 마찬가지.
“힘들겠다, 다들. 원본은 삭제됐어도 다운받은 사람들이 많을 거야. 여기 올라온 것처럼, 계속 여기저기 나돌 텐데······.”
“야. 그래서 말인데, 넌 좀 아는 거 없냐? 명진아 소문, 그거 진짜야?”
“진짜겠냐? 가짜야.”
“엇. 딱 잘라서 말하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알지. 그 언니는 그럴 용기 없거든.”
“그럴 용기? 아, 고백할 용기? 흠. 뭐 네 말이 맞겠지 싶긴 한데, 진짜 그럴까? 같이 연기했다고 다 아는 건 아니잖아.”
“다 알아. 정말로 고백했다 차였으면, 이찬 걔가 계속 연락을 했을 리가 없거든. 그러니까 그냥 뜬소문인 거야.”
입을 헤벌리고 내밀한 이야기에 집중하던 정신우는,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건데? 이찬이 여자 차고 나서 연락 안 한다는 거.”
“······그렇다고 하더라고. 성인 될 때까지 연기만 할 거고, 누가 고백하든 찬 다음에 연락 끊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어.”
“아니, 말이야 그렇게 했어도 실제론 다를 수 있잖아? 네가 어떻게 아냐?”
“아, 다 아는 수가 있거든? 짜증나게 하지 말고 꺼져.”
“아니 이년이 오빠한테?”
“확 오빠 찌라시도 퍼뜨려줘? 신인 주제에 모델들이랑 놀아나는 불량 선수라고? 스포츠지에서 되게 좋아하겠는데?”
“······아 미안. 오빠가 잘못했어. 어, 올 때 바나나 사올게.”
친오빠를 그렇게 물리친 뒤, 정신혜는 다시 한 번 모니터에 시선을 줬다.
그리고 코웃음을 쳤다.
“하, 진짜 별꼴이야. 진아 언니가 이찬한테 차였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고백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라구.”
그녀 본인은, 그 용기의 화신이었다.
아예 고백과 연애 제안이라는 순서를 단숨에 뛰어넘어 도둑질 같은 첫키스까지 해버렸던 13세였으니까.
물론, 18세가 된 지금 그 기억은 낯부끄러운 일이 되어 있었다.
‘그땐······ 참 어렸지. 완전 심각한 성추행이었는데. 아, 생각하니까 또 쪽팔리네!’
발길질로 인해 이불이 들썩인다.
정신혜는 이불킥을 몇 차례 더 한 뒤에 생각했다.
‘진짜 웃기지도 않아. 대체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된 거야? 소문 꼬라지 보면 나랑 양호실에서 대화했던 거 누가 보고 퍼뜨린 것 같긴 한데, 왜 이 따위로 와전된 거지? 혹시 대충 <가을하늘> 아역들 사이에 고백이 있었다, 했던 게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변질된 건가? 그런 거면······ 열라 미안한데.’
그녀의 짐작대로, 최초 소문은 단지 아역들 사이의 썸씽이었다. 여자 아역이 이찬에게 고백한 직후 차였다는 내용.
그렇지만 고작 10대 초반 아이들인지라, 화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기에 자연스레 묻히게 됐다.
그랬던 게 이후 이찬과 명진아가 <어사>로 센세이션한 인기를 끌면서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어느 기자가 오래 전 심심풀이로 메모했던 내용을 다시 끄집어냈고, 불완전한 메모에 정신혜가 아닌 명진아를 끼워 맞춰 주변에 퍼뜨렸다.
그리하여 고백의 시기와 대상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실과 다른 루머가 생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소문이 암중에 퍼질 무렵에 <어사>의 방영이 끝나고 이찬과 명진아 사이가 소원해졌다.
함께하는 작품이 없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었지만, 마치 결별 비슷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뒤에 <꼬마신부>의 합주 등이 또 이슈가 됐으나, 예능 <이리와>에서 데면데면하게 굴던 두 사람의 태도는 헤어진 어린 날의 연인이라 짐작할 만한 모습이었을 터.
정신혜의 추리 활동은 무난하게 그 지점까지 전개됐다.
작품활동을 쉬는 동안 각종 연예지를 마구 읽으며 업계의 뒷소문 메커니즘을 꿰뚫게 된 덕분이었다.
‘정말 그런 거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일 거야. 사실 <이리와> 촬영 때 찬이는 그냥 사랑하는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을 뿐인데.’
물론, 일부 오해가 포함된 추론이었다.
‘아, 불쌍해. 진아 언니 불쌍하고, 찬이도 불쌍해. 내가 기자회견 같은 거 해줘야 되나? 사실은 고백한 거 나고 차인 것도 나라고······. 아, 그건 좀 싫다. 그런 거 나버리면 복귀작 잡기 더 힘들어질 거 아냐. 나도 이제 열여덟인데, 경솔하고 매력도 없는 여자애라고 이미지 붙으면 어떡해?’
논리적인 판단이었다.
이제는 머리카락도 어깨에 닿을 만큼 길어지고 건강도 완전히 회복된 상황. 겨울방학 중 복귀하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해온 정신혜는, 데뷔작 동료의 헛소문을 해소해주겠다는 용기까지는 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용기와는 별개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진아 언니는 어떻게 될까······? 인터넷 보면 안티도 꽤 늘었던데, 이거 보고 난리 치는 거 아닐까? 팬 많은 찬이한테 오랫동안 꼬리쳤다는 내용이라 악플 진짜 심할 텐데. 작품도 어그러지고, 광고 재계약도 무산되고, 소문 없어질 때까지 인터넷도 못 보게 되겠지. 찬이하고는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이 될 거고. 그건 진짜······ 끔찍한 일인데.’
소녀는 이불 위에 몇 차례 주먹질을 날렸다.
그러다 문득,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
명진아와 남태형의 <꼬마신부>가 500만 관객을 달성하고, 임희재와 최정하와 구진철과 소해진이 각각 주연한 영화가 연달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이찬과 3H의 <고등형사>가 1231만의 사상 최대 흥행으로 막을 내린 뒤.
하늘기획의 명성은 제호처럼 하늘까지 치솟고 있었다.
상장사였다고 한다면, 하반기 내내 상한가만 쳤을 터.
그런 와중에 터진 연예인 X파일의 타격은 지대했다.
임호준과 이찬, 신수영 등과 함께 명실상부 간판배우라 할 수 있게 된 명진아가 악의 가득한 소문에 노출된 것이기에.
기존에 논의하고 있던 기대작의 캐스팅이 물거품이 된 건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거기에 더해 광고주 쪽에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사실이냐 아니냐, 어떻게 해결할 거냐······. 이게 뭐 스캔들도 아니고 위약금이 나가게 되지는 않겠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봤어요. 일간지 1면에 나간 것 이상의 파급효과란 말입니다. 제대로 해결을 못 하면, 차인 여자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서, 재계약 하나도 못 딸 겁니다.”
긴급히 소집된 대책회의에서, 소양근 팀장은 부정적인 예측으로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정창영 대표의 이마에 일자주름이 진해졌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아, 빌어먹을. 젠장맞을 일이야!”
“대표님, 짜증내실 때가 아니라 대책을 마련하셔야 됩니다.”
“알아! 누가 몰라서 그러냐? 근데 대책이 없는 걸 어떡하냐고. 이건 뭐······ 그냥 아예 대응할 방법이 없잖아. 찌라시도 아니고, 국내 최고의 대기업 계열사에서 작정하고 만든 문건이야. 신빙성이 빌어먹게도 높게 느껴질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든 낮춰야죠.”
“어떻게? 인터넷에 풀린 찌라시 때문에 기자회견 할까? 해서 뭐라고 해? 사실이 아니라고? 그럼 사람들이 믿겠어? 오히려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한다고 비꼴 거야. 오히려 기자회견 때문에 아직 모르던 사람들마저 인터넷에 검색하고 난리 치겠지.”
짜증내며 외친 말이지만 정론이었다.
방송이나 스포츠지를 통해 화제가 된 건이라면, 그쪽 데스크와 담판을 짓고 정정보도를 하게 만들 수 있다. 이찬의 대활약으로 성장한 하늘기획에 그 정도의 힘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연예인 X파일은 인터넷을 통해 퍼진 문건.
그것도 공개 직후에 원본 게시물이 삭제되고 이제 개인 페이지에서 지인들끼리 주고받게 된 시점이라, 해명을 한다고 나서는 것이 오히려 이슈를 재점화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뒤늦게 회의실에 뛰어든 김순원 실장이 상황의 악화를 알렸다.
“대표님! 저······ 연기자노조에서, 대응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합니다. 아주 강경하게 소송까지 할 생각이라던데요.”
“아이고, 두야!”
“어, 좋은 거 아닙니까?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그 코가 내 옷에 튈지도 모르는데, 좋은 거겠냐? 안 되겠다. 내가 그쪽 사무실로 간다고 전해. 바로 출발한다고.”
그렇게 정창영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선 뒤, 전태양 실장이 소양근 팀장에게 소리 낮춰 물었다.
“저기, 팀장님. 근데 어째 사실여부 확인 얘기가 없네요?”
“뭔 사실여부?”
“그러니까, 그 찌라시 말입니다. 정말 고백한 건지 아닌지부터 일단 확인을 해야-”
“이 멍청이 보게? 넌 아직도 걔네를 모르냐?”
“그야 전 담당한 적이 없으니까요. 진아는 조진영 실장님이 이직하셔서 계속 맡고 계신데.”
“나 눈치 없습니다 외치고 다녀라 아주. 인마, 이찬 걔가, 지가 <어사> 때 깐 여자를 그 후에 독립시킨 회사에 데리고 왔을 리가 있겠냐?”
“그거야, 좋은 배우라 놓치기 아까우니까 눈 딱 감고 불렀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휴, 한심한 놈. 혼자서도 연기판 싹 다 갈아엎고 있는 애한테 참 웃기는 잣대 들이민다. 그게 아냐. 그 둘은, 애정이나 그런 게 아니라 오직 전우애로 똘똘 뭉친 사이라고.”
전태양은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다른 실장들은 팀장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명진아 담당의 조진영 실장이 특히 그랬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진아랑 정말 친남매처럼 지내고 있는데, 전혀 이상한 낌새 못 느꼈습니다. 찬이가 아니라 최정하라고 했다면 차라리 믿어졌겠네요.”
“그렇지? 그렇다니까. 하여튼 빌어먹을 똥파리 새끼들이 문제예요. 돈만 주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걸 정보랍시고 갖다 바치니 원.”
“팀장님, 진아는 일단 집에만 있게 했는데······ 이후로 어떻게 할까요?”
“일단 둬. 계속 집에 있게 해. TV 인터넷 못 보게 하고. 대표님 돌아오시면 그때 다시 얘기를 해보자고. 그보다 확산을 막는 게 최우선이야. 이제부턴 각자 인터넷 뒤진다, 실시!”
“실시!”
그렇게 각개전투에 나선 로드매니저들을 바라보다가, 전태양은 답답한 마음에 복도에 나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최정하와 마주쳤다.
“정하? 여기서 뭐 해? 오늘 뭐 스케줄 없지 않아?”
“아······ 그, 이슈 때문에요.”
“이슈? X파일? 그게 왜?”
“그거, 사실 아닙니다.”
“어, 그렇다고 하더라. 다들 안 믿던데?”
“아, 다행이네요. 근데 그게······ 해결하기가 어렵겠죠?”
“그렇겠지. 쉽게 처리가 될 일이 아냐. 문건이 너무 상세하고, 또 몇 개는 벌써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어.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은 아무거나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릴 거란 말이지.”
“아, 젠장. 그러면 안 되는데. 으······ 후우.”
복잡한 표정을 지은 최정하가 인사도 없이 돌아선다. 전태양은 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쟨 또 왜 저래? 아, 금양기획 출신의 의리 같은 건가? 하기야 같이 기획사 옮길 정도로 친한 사이니까······.’
그의 추측처럼 명진아가 신인이던 시절부터 오래 지켜보며 친오빠처럼 그녀를 아끼게 된 최정하였지만, 이번 건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최정하는 명진아가 이찬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 기간 내내 고백을 하지 못했음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 불쌍한 녀석······ 어마어마한 생활연기로 좋아하는 마음 감추고 힘겹게 지냈던 녀석인데, 하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두고 볼 수 없어. 내가 해결해야 해. 진아가 이찬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니까.’
그런 황급히 차를 몰아 세트장으로 찾아갔을 때, 이찬은 마침 한쪽 구석에서 각본을 훑는 중이었다.
“찬아! 너, 얘기 들었지? 이거, 이거 어떻게 좀 해야 돼.”
그러면서 프린트를 건네줬지만, 소년은 곁눈질만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처럼 말했다.
“어떻게든 해야죠. 그 어떻게의 정답이 문제지.”
“······너, 진아랑 사귀는 게 어떻겠냐? 임시로라도-”
“땡. 불가능해요. 차인 여자라는 이미지는 탈피할 수 있겠지만, 진아 누나 CF 계약들은 전부 위약금 터질 거예요.”
“그, 그럼 고백 받은 적 없다고 해명해. 그 정도는 되잖아?”
“땡. 정석적인 방법이라 효과가 없을 거예요. 그걸 누가 믿겠어요? 문제 터져서 둘러대는 소리라고 생각하겠지.”
“넌 지금,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거야?!”
목소리를 높이자 스탭들의 이목이 모였다. 이찬이 손을 흔들어 보인 뒤에야 다시 각자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새로운 방문자가 나타났다.
“나, 나 왔······어.”
“신혜 누나, 늦었네요.”
“어······ 최정하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기, 잠깐 자리 좀······.”
최정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몇 걸음 떨어진 뒤에, 소녀는 이를 갈면서 씹어 뱉듯 말했다.
“야. 나 기자회견 할래. 너한테 고백한 것도 나고 차인 것도 나라고 말할 거야. 그러면 되지? 그러면, 진아 언니 문제 해결되는 거지?”
“······땡. 뭔 소리 하려나 했더니, 그거였어요? 아, 진짜 왜들 이렇게 멍청한 거야? 그런 식으로 일이 해결될 리가 없잖아요. 자기 대신에 누나가 안 좋은 이미지 덮어쓰게 되면, 진아 누나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아, 그럼 어쩌라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한 말이구만.”
“그딴 방법으론 뭣도 안 돼요. 해결책은 하나뿐이에요. 아무도 피해 보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정답을 내놔야 돼요.”
가늘게 뜬 이찬의 눈을 보며, 정신혜는 침을 꿀꺽 삼켰다.
< 51장 - 소녀 정신혜 (1)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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