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훔치는 연기자-210화 (210/250)

< 76장 - 작가 양진원 (1) >

“야, 찬아. 방금 제이슨 키드가 뭐라고 한 거냐?”

TV의 전문가 대담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양진원이 머쓱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이찬의 표정이 샐쭉해질 만한 일이었다.

“걱정이네요. 아직도 히어링이 안 되세요?”

“아니, 이젠 거의 되는데, 방금 그건 말이 너무 빨라서······.”

“어휴. 이런 거였어요. 이찬이 보여준 건 금세기 내에 이룩될 리 없다고 이야기되던 전설입니다. 그야 프리드로우 라인 덩크는 이미 대중에게도 익숙한 묘기죠. 대표적으로 에어 조던의 하늘을 나는 듯한 덩크가 있었고, 이후 제임스 화이트가 비트윈더렉스 덩크를 성공시키며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덩크 콘테스트의 긴 역사에서도 3포인트 덩크를 성공시킨 사례는 없습니다. 영상으로 보면 이찬이 라인을 조금 밟은 것으로 나오지만, 림에 닿을 때의 높이를 보면 오히려 남아돌았죠. 예, 그는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에어 조던보다 조금 더요. 어쩌면 현존 인류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얘기들이었어요.”

약간의 성대모사까지 곁들여서 번역해준 말에, 양진원은 넋을 잃었다.

“와······ 미치겠다. 정말 그런 거야? 너 진화한 신인류인 거 아니냐? 아니면 혹시, 슈퍼맨처럼, 외계인?”

“뭐래. 감독님, 쓸데없는 데 신경 끄시고 하던 얘기나 마저 하시죠. 이번 이슈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본론으로 돌아온 이찬의 질문에, 양진원은 생각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일단······ 워너 쪽 사람들 얘기랑 종합해보면, 인지도 면에서 무시무시한 효과를 내고 있는 건 사실 같아. 네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다 제 영화를 볼 건 아니잖아요.”

“다는 아니겠지만······ 영화 완성될 때까지 계속 이슈를 이어간다면 그중에 50만 정도는 흥미를 갖지 않을까?”

“그 이상이 돼야 해요. 3억불 매출 올리려면 개봉일 2000스크린 이상의 와이드릴리즈가 필수니까. 최소한 100만 명 정도는 무조건적으로 극장을 찾아올 거라는 분석이 나와야 그걸 성사시킬 수 있을 겁니다.”

3억불.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기 힘든 액수였다.

그렇지만 양진원은 이제 그게 꿈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유튜브의 빠른 성장세가, 불가능을 조금씩 현실로 당겨오고 있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셀럽에 열광하는 나라야. 코믹스의 빌런이 현실에 나타나버린 이상 10대고 20대고 난리가 나는 게 당연지사. <선비>의 아치에너미인 더 댄서가 초능력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두고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오히려 최고의 그래픽노블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어. 그러니까 기존 판매부수 전체를 더한 것만큼 재판이 찍히게 된 거야.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찬은 오프라 윈프리나 타이거 우즈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지도 몰라.’

오프라와 타이거는 포브스 셀러브리티 100의 최상위에 올라 있는 인물들.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적이 있는 영화배우는 톰 크루즈나 멜 깁슨 같은 리빙 레전드 급 스타들뿐이다.

만약 이찬이 그들과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한다면, 그의 영화는 충분히 2000스크린을 움켜쥘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정말 3억불을······ 아니, 3억불이 아니라 2억불 매출만 달성한다고 해도, 외국어영화의 신화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선비>가 DC 유니버스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출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해. <아이언 맨>도 객관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선비>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졌으니까.’

실사영화 개봉 이후 메카닉을 좋아하는 남성층에게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된 <아이언 맨>이지만, 그 직전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미약했다.

완구류의 판매량은 높았지만 히어로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던 것.

그 캐릭터가 마블 스튜디오 자체제작 영화의 첫 타자가 된다는 정보에 코웃음을 친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작품은 결국 북미 3억불 매출을 달성, 어벤져스라 불리는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슈퍼맨으로 시작하려던 유니버스 계획이 완전히 폐기된 DC 측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결과.

그 신선한 흐름을 보며 워너 브라더스 내에도 사고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었다.

‘시대는 변화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원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급 히어로는, 흥행보증수표는 될지언정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없어. 놀란 감독이 <다크나이트>를 통한 유니버스화에 반대한 것도 그런 까닭일 거고. 그렇다고 해도 아시안이 전면에 나서는 건 지나치게 파격적이지만······ DC는 그쪽으로 꽤 긍정적인 경험을 갖고 있지.’

당장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만 하더라도 오리엔탈 판타지를 내포했던 작품.

그 외에도 DC에는 시나리오에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고, 개중 미디어믹스로 성공한 사례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작 NBC 드라마 <히어로즈>.

원작인 DC 그래픽노블과 마찬가지로, 그 드라마에서도 일본의 평범한 회사원인 ‘히로’가 작중의 키 캐릭터로 등장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갔다.

그런 <히어로즈> 시즌1이 놀라운 흥행으로 미디어믹스의 가장 훌륭한 사례 중에 꼽혔던 것이다.

‘그러니까 꿈만은 아닌 거야. 이 외계인 같은 이찬을 앞세워서 코믹스 판매신장을 지속한다면, 2000스크린 이상의 와이드릴리즈를 이끌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문제는 바로 그 시점. <선비>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축을 담당하게 만들려면, 내부시사를 통해 워너 브라더스의 핵심인사들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래야 북미 쿠키영상에도 DC 히어로를 등장시켜서 유니버스화 계획을 시작할 수 있어.’

이찬이 그를 찾아온 게 바로 그런 까닭이었다.

1차적인 목표는 이찬과 ‘조’의 인지도 확대를 통한 코믹스 판매량 개선.

그게 달성된 지금, 핵심은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크리스 조’ 캐릭터는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셨죠?”

“그래. 미국 동부의 이민2세로서 인종차별 때문에 직장에서 잘린 아시안이라는 출발점이 미국 젊은 층의 동정심을 샀고, 동양적인 초능력 역시 매력적이라고들 보고 있어. 거기에 이번 이슈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혁수 형이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설득력을 낼 수 있지.”

“좋네요. 더 댄서도 이번 일로 설득력이 생겼겠죠?”

“물론이지. 인간이 저럴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젓던 사람들이 그 모든 게 리얼리즘이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럼 이제 남은 건 조연들이네요. 특히 ‘지윤’은 2부 이후로 핵심 히어로가 돼줘야 합니다. 좀 더 강력한 뭔가가 필요해요.”

‘지윤’은 코믹스판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

송유리가 맡게 될 그 소녀 배역을 개량하는 것이야말로 영화판의 완성도를 제고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크리스는 전우치의 환생으로서 눈속임 위주의 둔갑술만 쓰다가 점차 분신술의 묘리를 깨닫게 되는 영웅······. 지윤은 그 크리스하고 더 차별화돼야 해요. 사물을 변화시킨다는 설정으로는 임팩트를 주기 힘들 겁니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액션을 추가할 수는 없으니까, CG를 더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보죠.”

“그거라면 나도 생각을 해봤는데, 예산 면에서 힘들지 않을까 싶어. 크리처 하나짜리 <몬스터>만 해도 CG 비용이 50억이었잖아? 워너 사람들 말 들어보면, 우리는 지금도 400억 꽉 채울 수준이래. 거기서 뭘 더 추가하면 이펙트가 약해지거나 로케이션 촬영이 힘들어질 수 있어.”

“돈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든 조달할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벌어서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거예요.”

“네가 무슨 수로?”

“잊으셨어요? 제가 메이웨더 꺾은 사람의 스승인 거. 제가 직접 헤비급 복서들이랑 이벤트매치 잡는다면, 그 파이트머니가 메이웨더보다 적을까요?”

양진원은 질린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정말 CG를 추가해도 된다면······ 폐기했던 원안이 있긴 한데.”

“진작 말씀하실 것이지. 뭔데요? 얘기해보세요.”

“그······ 소환술이야. 원래 이쪽이 홍길동 필살기인데, 신장 같은 전설적이고 동양적인 크리처를 소환해서 적과 싸우게 만든다는 거지. 그렇지만 CG도 CG고, 전개 면에서 너무 빌런 느낌이라서 좀 안 좋지 않나 싶었던 건데.”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찬이 웃었다.

“최곤데요? 댄서의 압도적인 무예를 강조하기엔 슈퍼파워 크리처만 한 게 없죠. 소환의 제약으로 인한 준비과정도 시나리오에 넣으면 더 볼륨을 키울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한데······ 너무 악당 같지 않아? 자기 힘이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를 소환한다는 게······.”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그쪽에서 아무리 빌런 느낌 내봤자 최강의 빌런은 댄서인데. 그걸로 갑시다. 고퀄리티 크리처 셋 정도 추가한다고 생각하고 시나리오 정비해주세요.”

“그, 그러면 100억은 추가로 잡아야 될 텐데?”

“그 이상이라도 좋아요. 모두가 전율에 떨 만한 압도적인 놈들로 제작해주세요. 그래야 그것들이 박살날 때의 충격도 커질 테니까. 아, 기왕이면 모형 먼저 부탁해요. 그놈들하고의 액션 씬을 제가 미리 구상해볼게요.”

양진원은 그 당당한 자부심 앞에서 반론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이후 2주간 밤을 새며 수정한 스토리보드는, 만화가 제임스 밀러와 워너 브라더스의 작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렇게 <선비> 1부의 제2고가 완성되고 하루 뒤인 2008년 7월 16일.

한국에서 <다크나이트>가 개봉했다.

감독과 배우들이 총출동한 한국 월드프리미어 일정 중에, 전 세계 최초개봉으로서 480개 스크린을 잡은 융단폭격.

이찬과 양진원은 그날에야 비로소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막 고국에 도착할 무렵, <다크나이트>가 첫날 51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개봉일 최고 관객 기록이 외화로 갈아치워지는 순간이었다.

*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 나라는 참, 대단하군.”

크리스토퍼 놀란의 허탈하다는 듯한 목소리에, 조혁수는 머쓱해져서 뒤통수를 긁었다.

“좋은 작품을 사랑할 줄 아는 나라죠.”

“그렇다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는 600만 달러에 그쳤잖나? 설마 그 절반 이상을 첫날에 낼 줄은 몰랐어.”

“크리스, 그때는 한국 개봉이 미국보다 10일이나 늦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 나라는 인터넷 활용이 좀 나쁜 쪽으로 발달했죠. 그 사이에 호기심을 못 참고 유출본을 본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런 반면 이번엔 세계 최초개봉이고, 헐리웃 최고의 명장과 배우들이 총출동해 내한했으니, 그 화제성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빠르게 예매율을 높였을 겁니다.”

“하하, 과연 아시아의 용이로군. 흥미로워. 거기에 조혁수라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효과도 있었겠지?”

“그야······ 없진 않았겠죠.”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조혁수의 어깨를, 놀란이 어색하게 어루만졌다.

“고마워. 정말로.”

“어······ 별 말씀을.”

“한국 시장에 대해서 내가 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내 건 안 봤으면서 <아이언 맨>은 많이 봤다고 해서 살짝 토라져 있었는데, 그 안에 여러 역학이 있다는 걸 몰랐어.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 첫날 매출이 400만 달러에 육박한다면, 이 한 나라에서 1억 불에 가까운 매출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셈이니.”

달러 환율까지 고려할 때, 국내 1500만 관객이 들면 그걸 1억불 매출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한적인 인구를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한 수치.

그러나 2년 전에 개봉일 관객 25만을 기록했던 가  최종 1726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미 인구대비 극장 이용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히어로무비의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대실적은 4억불 정도.

큰 호평을 받았던 <배트맨 비긴즈>가 딱 그 정도 성적을 기록했고, <다크나이트> 역시 기대치는 5억불 수준이다.

그런데 그 20%가 한국이라는 단일 시장에서 나온다?

그때는 헐리웃 관계자들에게 북미에 이은 제2의 영화시장으로 이미지가 격상될 터였다.

그 판단 덕분에 놀란 감독의 머릿속에서 한국이란 나라의 공략가치가 급격히 제고되었다.

물론, 그 판단의 근거에는 조혁수라는 배우에 대한 감탄 역시 작용했다.

“조. 너라는 배우를 만난 건 내게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어. 아시안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편견이 다 무너졌어. 이후로도 너와 다양한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야. 그렇지만 미스터 라우는 죽어버렸으니, 당장 배트맨으로 동행하기는 힘들 것 같아. 그 대신에······ 어떤가? 리가 내 다음 시리즈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줄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

잠깐의 고민도 없는 즉답에, 놀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러는 거지? 내 작업방식이 혹시 마음에 들지 않았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말해주게.”

“그런 게 아닙니다. 사적으로 이미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눠봤고, 지금은 그 결과를 말씀드리는 셈이죠. 그 녀석은 헐리웃 영화에 나올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만든 영화를 세계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는 녀석이라서.”

“······하하하. 정말 대단한 포부인걸.”

“그래서 다른 배우는 몰라도 그 녀석은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른 녀석 하나 소개해드릴 순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강정후. 한국인들이 어쩌면 이찬보다도 더 사랑하는 스타죠. 이 나라 최초로 1억불 매출을 달성한 친굽니다. 곧 밀리터리 서비스를 마칠 예정이라 시기도 딱 맞으실 겁니다.”

“호······ 흥미롭군. 다음에 자리를 한번 마련해줘. 그리고 또, 어제 보여준 그 시나리오 말인데.”

그 말에는 담담하던 조혁수도 침을 꿀꺽 삼켰다.

메일을 통해 송달된 양진원의 스토리보드를 그는 두 사람에게 보여줬다.

그중 하나이자 조만간 히어로무비의 거장이라 불리게 될 놀란의 평가는, 양진원의 성과를 확인할 절대등급일 터.

“그거, 멋지게 고쳤더군.”

“멋지다······라고요?”

“그래. 이번 작품을 그 친구랑 같이 해봤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동생도 참 구성을 잘하는 녀석이지만, 이 양이라는 친구는······ 뭔가 달라. 거장이 될 수 있을지도.”

그 자신조차 말학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놀란의 찬사.

그것도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함께 작업했던 친동생 조너선 놀란보다도 우위에 두는 고평가였다.

조혁수는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스토리보드를 본 두 번째 남자가 아침부터 활기찬 발걸음으로 조혁수에게 다가왔다.

“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재밌는 작품을 왜 이제야 보여준 거지? 이거 빈자리 좀 없어? 나도 같이 하고 싶은데.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끝나고 이제 일이 없단 말이야.”

“······좀 쉰다고 하지 않았어?”

“쉬어야지! 무지막지하게 재밌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골방에 틀어박히는 거야말로 가장 짜릿한 휴식이야. 조, 양에게 말 좀 해줘. 적당한 자리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비중이 작아도 좋아. 조 앤 리와 함께 찍는 영화라면, 정말 짜릿할 테니까.”

그 돌발발언이 양진원으로 하여금 제3고를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막 한국에 들어온 이찬으로 하여금 환하게 웃게 했다.

이찬은 그야말로 폭소했다.

비로소 <선비>의 북미 3억불 매출을 확신하면서.

< 76장 - 작가 양진원 (1)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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