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훔치는 연기자-214화 (214/250)

< 77장 - 제자 송유리 (2) >

<선비 : 영웅의 탄생>의 국내 촬영은 조혁수와 히스 레저를 위주로 시작했다.

송유리가 홍길동의 도술을 잇는 가장 강력한 선비라곤 하지만, 그게 제대로 발휘되는 건 2부부터.

1부에서는 종반에 등장해 힘을 보태주는 조력자 포지션인지라 촬영 역시 후반부에 몰려 있었다.

그렇지만 송유리는 학교를 마치면 늘 촬영장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택시로, 이찬의 제자가 현장 견학을 다닌다는 소식에 하늘기획 대표 정창영이 감동한 뒤부터는 매니저의 밴을 통해서.

그 과정에서 소녀는 금발의 외국인에게 자주 불려 다녔다.

딸바보로 유명한 히스 레저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널 볼 때마다 생각해. 마틸다가 너처럼 컸으면 좋겠어.”

“인종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요?”

“하하하.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너처럼 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거야. 미셸은 마음이 많이 여리거든. 파혼한 내가 곁에 있어줄 수 없으니, 그 아이가 앞으로 엄마를 지켜줘야 하는데······.”

“아마 그렇게 클 거예요.”

“그래? 그래 보였어?”

“아직 아기라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첫 딸은 아빠 닮는다고들 말하거든요. 히스는 강하니까 마틸다도 강하겠죠.”

미국 체류 중이던 10월 28일에 딸 마틸다의 생일파티에 동행해줬던 소녀의 말에, 히스는 크게 기뻐했다.

그렇지만 송유리는 속으로 딴 생각 중이었다.

‘이렇게 마음씨 고운 삼촌이 조커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건,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 찬이 오빠처럼 홱홱 바뀔 수 있는 천재가 아니라서 촬영 준비하는 내내 정신적인 중압감이 컸을 거야. 그래서 한 번 거절했다가 받게 된 배역이랬는데. 어쩌면 그것도 파혼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다크나이트> 캐스팅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결별했으니······.’

이찬이었다면 생각이 든 즉시 캐물어 호기심을 해결했겠지만, 스승과 다른 제자는 추측을 그저 마음에 묻어뒀다.

그리고 훨씬 더 부담이 적을 ‘데이브’ 역의 연기를 보며 히스 레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저건 찬이 오빠가 하는 관찰과 분석과 재현이 아냐. 히스 삼촌은······ 그저 애정으로 연기하고 있어. 자기가 맡게 된 배역을 머릿속에서 실존인물로 구현하고, 그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듯해. 그게 마치 배역 그 자체가 된 것처럼 느껴져.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본능. 그게 천재가 아닌 연기천재 히스 삼촌의 테크닉이야.’

말하자면 쉽지만 그 과정은 고난의 길.

모텔 방에 칩거해 조커라는 인간을 창조해내고, 일대기까지 집필하며 데이브의 존재를 현실로 끄집어내고서야, 촬영장에서 대본이 아닌 본능으로 연기하는 히스 레저가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찬의 기행과도 연관이 있을 터였다.

겨울의 초입에서, 송유리는 이찬이 스스로를 캐릭터의 입지로 끌어올려 그 감정을 느끼려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찬이 오빠는 역으로 현실의 자신을 배역 자체로 만들고 있는 거야. 원래는 말도 안 되는 방법이지만 그 오빠는 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다른 때보다 많은 시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자신의 머릿속에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더 댄서가 각인돼야 하니까.’

배역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히스 레저나 조혁수와는 정확하게 반대되는 방식.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론적으로는 정석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기에 사도에 해당하는 연기론이었다.

‘그게 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어. 찬이 오빠는 삼촌들처럼 근원을 파헤치기가 싫은 거야. 그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 오빠한테는 모든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인간이라는 지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화산과 해일과 빙하기를 표현하는 데 지장이 없는 거야. 그렇지만 그 정확한 표현들은 때때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표면일지도 몰라. 왜냐하면, 더 깊은 핵까지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최근에 배우기 시작한 과학 교과의 ‘우리 별 지구’를 떠올리며 생각한 비유가 이후 송유리의 기준이 됐다.

소녀는 ‘나는 어떤 별인가’를 고민했다.

마침내 하나의 행성을 완성한 두 노력파 배우의 연기를 보며, 조금씩 자신이 맡은 배역의 지각과 맨틀과 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찬이 오빠처럼은 할 수 없어. 내가 맡은 지윤이란 애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고 있으니까. 엄마아빠를 기억에서 지울 순 없는 거잖아? 그렇지만······ 그렇다고 히스 삼촌처럼 할 수도 없어. 행복하게 살아온 나는 지윤이의 심정을 모르니까. 힘든 감정과 슬픈 감정들을 하나하나 똑같이 얼굴에 그릴 순 있지만, 그건 진짜 지윤이가 아니라 내가 짐작하는 지윤이일 뿐이야. 그렇지만······ 찬이 오빠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그 오빠는 지윤이의 마음을 모를 수 없을 거야.’

2008년 세계의 주인공이 된 이찬이란 인물은, 사실은 고아.

그라면 ‘지윤’이란 배역을 마음을 지각이 아닌 핵에서부터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송유리는 이후 선배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를 보면서도 이찬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엄격한 형사 집안의 외동아들이라 가족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거라고 세상을 속여온 스승은, 그렇지만 가장 편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때때로 속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그 중에서 특히 편한 대상이 제자인 송유리였다.

‘맞아, 그랬어. 찬이 오빠는 나한테 정말 많은 것들을 보여줬어. 삐치고 속상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나한테 그런 것처럼, 그 오빠한테도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인 게 분명해. 그러니까 차분하게 기다리자. 그리고 오빠가 돌아오면, 그때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 오빠의 마음에 대해서······ 동반자로서.’

그렇지만 이찬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12월이 되어 구진철과 이채진이 촬영장에 나와 세계적인 배우 히스 레저에게 싸인을 받았을 때에도, 조연식과 정용태가 첫 컷을 OK컷으로 장식하며 노련함을 뽐냈을 때에도, 해가 바뀌어 쏟아지는 눈보라를 배경으로 조혁수의 수련이 주된 촬영 내용이 됐을 때에도.

그리고 1월 11일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히스 레저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돌아온 날에도 이찬은 그린 위에서 타이거 우즈와 떠들고 있었다.

새로운 트로피를 들고 환히 웃는 이찬의 사진을 보며, 소녀는 새로운 불만을 느꼈다.

“아, 진짜······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왜? 유리, 왜 그래?”

그 알콩달콩 사제관계의 갈등을 이방인인 히스 레저에게 말하기는 어려워, 송유리는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삼촌. 이번에 타신 조연상은 아주 특별한 거죠?”

“응? 상이야 다 특별하지. 영광스러운 일이야.”

“그렇지만 아무래도 크고 작은 명성이 있잖아요? 골든글로브도 대단한 거고······ 또 아카데미에선 코믹스 원작 영화에 연기상이 시상된 사례가 없잖아요? 거기서도 조연상을 타신다면 정말 어마어마할 텐데.”

“하하하. 너 정말 아는 게 많구나? 어린 나인데 영어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이렇게 상식까지 많다니.”

“앗. 그냥······ 리한테 들은 거예요.”

“그런 거야?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 하지만 난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해. 조커는 조커고, 지금 난 데이브니까. 나 때문에 일정 미뤄진 것도 죄송한데 괜히 들뜨고 싶지 않아.”

누구하고 다르게 참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소녀는 속으로 이찬을 욕했다.

그리고 22일이 되어 <다크나이트>가 제81회 아카데미상의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때에야 이찬이 마침내 복귀시기를 전해왔다.

2월 1일.

그날이 더 댄서의 첫 촬영 일정이었다.

*

“골프황제와는 어떻게 친분을 갖게 됐습니까?”

“이후 PGA에서 또 활약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모든 한국인들이 황태자 이찬의 다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들을 그대로 지나치려다, 이찬은 문득 멈칫했다.

그리고 곤란하다는 듯이 한마디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남은 출장은 딱 한 번일 것 같네요. 나이키와의 계약도 거의 끝나가니까요. 그 대신 영화배우로서 만족감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간 외도가 길었죠? 이제는 배우 이찬입니다. 오직 작품으로만 인사드릴 예정이니, <선비>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렇게 한마디뿐인 대서특필을 예약하고 돌아서자, 염수진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찬아, 집으로 갈 거야? 아니면 지금 촬영 한창 진행 중이라던데, 그쪽으로 가볼래?”

“나라엔터부터 가보죠. 그 다음에 하늘기획 들르고요. 김도철 형, 길 뚫어주세요.”

공항 앞쪽은 팬들의 장사진이었다. 너도 나도 핸드폰 카메라로 이찬의 얼굴을 찍으려 팔을 들어 올리고 있어, 그들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 데에 꽤나 시간이 걸렸다.

경호팀을 이끌며 가장 많이 고생한 김도철은 차에 오르자마자 투덜거렸다.

“아 씨, 대체 어떻게들 알고 온 거야? 야, 이찬. 극비리에 귀국한 거 아니었냐?”

“친한 기자들한테 알려주긴 했는데, 저 시민들은 알고 온 사람들은 아닌 것 같네요.”

“어······ 그래?”

“뜬금없이 나타난 슈퍼스타한테 놀라서 달려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부 공항 이용객들이에요. 제 유명세 때문에 자기 일정도 잊고 몰려들었을 뿐이죠.”

“······아, 그러냐? 그런 거면 뭐······.”

이후 나라엔터에 도착할 무렵에 이찬의 전화기가 진동했다.

친한 지인들에게만 알려준 번호이기에,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예, 누구시죠?”

[누구시죠? 저장도 안 해놨냐? 나다.]

“아, 강정후 선배님.”

[썩을놈. 한국 왔다는 거 보고 전화했다. 어디냐?]

“1층이요. 곧 올라갈게요.”

[······뭐?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1층?]

건물 앞에 차를 대고 곧장 대표실로 올라온 이찬을 보고, 강정후는 몹시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 자식이······ 뭐야? 뭔 볼일로 왔냐? 어이가 없네.”

“왜 어이가 없습니까?”

“거······ 한국 오자마자 날 찾아온 게 어이가 없지. 면회도 안 왔던 놈이. 보러 갈 사람 많지 않냐? 거 왜, 다양하잖아.”

“아, 그러네. 선배한테 제일 먼저 온 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가라는 말이 아니라······ 흠.”

돌아보며 씩 웃은 이찬이 환하게 웃었다.

“용무 끝나서 가는 거예요. 안정록 아저씨한테 선배 챙기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여기부터 온 거죠. 지금 얼굴 보고 괜찮은 거 확인했습니다. 뭐 다른 얘기가 남았나요?”

“이 미친······ 흠. 그래, 가라.”

이후 이찬은 하늘기획의 챙겨야 할 사람들을 만났다.

이젠 빡빡 민 대머리가 오히려 더 익숙한 정창영 대표와 촬영이 없어 놀고 있던 임희재 신수영이 그 주인공.

“어우, 찬아! 찬아, 진짜 보고 싶었다······.”

“대표님, 이거 좀 놓으시죠. 희재 누나도요. 수영 누나는 아직 새 작품 못 잡고 계신가요?”

“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거든? 너가 나 까서 의기소침해진 거거든? 이 자식이, 이렇게 좋은 배우가 있는데 왜 이채진 같은 애를 써?”

“언니, 뭔 소리예요? 유화 역에는 내가 더 잘 맞았거든요? 우리 아들, 2부에는 엄마 꼭 써줄 거지? 그치?”

“트릴로지는 아직 결정된 거 아니니까 보채지 마세요. 성공할지 망할지 모르는 작품입니다.”

“그게 왜 망해? 마이 찬 영화는 절대 안 망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거든? 그러니까 희재 말고 나 좀 써줘, 찬아!”

소란스런 환영인사 속에 잠깐 혼쭐이 난 뒤에, 이찬은 마침내 홍보팀장 이차원과 마주앉게 됐다.

“<선비> 반응은 어때요? 기대치가 좀 올라왔습니까?”

“올라왔다 정도가 아냐, 찬아. 우리 대중은 아무래도 서구권의 인식에 관심이 많잖아? 네가 미국에서 살아 있는 슈퍼빌런이라고 불리면서 PGA를 휩쓰니까 자연히 이쪽에서도 관심이 지대해졌어.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한국 히어로무비에 누구나가 열광하게 된 셈이지. 특히 <다크나이트> 이후로 히어로물은 애들용이라는 인식이 확 전환돼서, 세대를 막론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그렇지만 이차원은 잠시 후에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 또 염려가 되기도 하더라. 대중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 있어. 거기 출연했던 히스 레저랑 조혁수가 출연하는 작품이라 안 그러려고 해도 비교하면서 보게 될 텐데······ <다크나이트>에 충분한 비교우위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양진원 감독이 베테랑은 아니잖아? 연기가 아무리 좋아도 편집이 잘 되지 않는다면 지루해질지도 몰라.”

“흠.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미모 감독님들이 도와주실 겁니다.”

“어? 감독님들이 도와주신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분들이 원래 그렇게 노시거든요. 멤버들 작품 편집 시작되면 놀러가서 하나하나 지적하고 무시하고 하시면서. 이번에는 양진원 감독님을 타겟으로 잡아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어······ 그거 도와주는 거 맞아? 배가 산으로 가는 거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양 감독님한테는 그게 맞아요. 워낙 꿈이 큰 분이라서, 자괴감보다는 열의를 갖고 의견을 종합할 수 있을 거예요. 안 되면 제가 중심을 잡아드릴 거고.”

일개 배우가 한국 최고의 감독들을 움직이고 편집권을 침해하겠다는 말이지만, 그게 이상할 건 없었다.

이찬이니까.

개인의 힘으로 독립영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한국영화계의 체질을 개선했고, 계진행과 함께 한국영화전용관을 런칭하며 한국의 영화산업을 지켜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한국이라는 나라보다도 더 유명해진 영웅.

그가 원한다면 이 나라에서 이뤄지지 않는 게 없을 터였다.

“좋아. 한미모의 새로운 멤버라고 조명하면 꽤 재밌겠다. 그럼 관련해서 홍보자료 만들어볼게. 이제는 집으로 갈 거니?”

“아뇨, 마지막으로 한 명만 더 만나고요.”

이찬의 마지막 행선지는 수원이었다.

촬영장에서 퇴근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던 송유리가, 이찬의 방문에 잠옷바람으로 달려나와 주먹을 날렸다.

물론 그 공격은 스승에게 곧바로 틀어막혔다.

“아직 멀었어. 말했잖아, 1초 뒤까지 보인다고. 더 빨리 움직여야지. 운동 좀 더 해야 되겠다.”

“으······ 완전 미워. 오빠 진짜 바보죠? 왜 나한테 와요? 진아 언니한테 가야 될 거 아냐? 사람이 이러면 안 돼요!”

“지금 만나긴 좀 곤란해서 그래.”

“곤란? 곤란해서 막 여친을 막 놔두고 돌아다녀요? 나야 이해해. 저는 오빠랑 다르게 완전 겸손한 사람이라서 괜찮다고요. 그래도 애인은 다르잖아요? 더 잘해줘야죠, 바보야. 아 진짜. 이렇게 망나니 같은 사람인데 왜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지 몰라. 제자로서 부끄러워요 진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하며, 이찬은 씩 웃었다.

“너한테 안 부끄러운 스승이 되려고 그러는 거야. 지금 그 누나 만나면, 좀 풀릴 것 같아서.”

“······네? 뭐가 풀려요?”

“몰입이. 이제야 막 댄서의 마음이 보였거든.”

뜻밖의 말에 송유리의 눈이 차분하게 스승을 살폈다.

천부적인 관찰력의 눈앞에 비친 거구의 사내는, 소녀가 알던 이찬과는 몹시 다른 행성으로 보였다.

< 77장 - 제자 송유리 (2)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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