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훔치는 연기자-226화 (226/250)

< 82장 - 엄마 임희재 (1) >

임희재는 2009년 상반기의 주인공이었다.

박무열 감독의 <흡혈귀>가 5월 24일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세계를 놀라게 만든 까닭.

그 영화에서 임호준과 호흡을 맞춰 압도적인 광기를 보여준 임희재 역시 영화인들의 큰 관심을 샀다.

‘그래서 마침내 이 연기여신의 시대가 도래했구나 생각했는데······ 설마 7월이 되자마자 잊힐 줄은 몰랐지 뭐야.’

그 원흉은 연예계 선배이자 연극계 후배인 이찬이었다.

7월 1일에 개봉한 <선비>의 1부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한국영화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웠기에, 간신히 200만 관객을 넘긴 <흡혈귀>는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그렇게 막 펼치려던 날개를 접게 된 자칭 연기여신.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박무열 감독이 짓궂게 물어봤을 때도 답변이 유쾌했다.

“매번 이찬맘이라고 하던 너도 이런 상황에선 좀 그렇지?”

“아니야, 이 쓰레기야. 울 아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

“······아, 소름 돋았다. 그거 제준원 감독 <엄마> 대사지?”

“넵. 되게 재밌게 봤거든요. 한미모 감독님들 다 멋져!”

“하하하. 방금은 정말 화내는 줄 알고 섬뜩했잖아. 제발 부탁인데 아무 때나 그렇게 대사 뱉지 말아줘.”

촬영하는 내내 익숙해진 괴벽이기에, 박무열도 이제는 편안하게 푸념할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임희재로서는 그 청조차 들어줄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이찬맘인데 말이지.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걔한테 처음 연기 가르친 사람이 나라고. 그 중책을 나한테 맡기신 안정록 선배님을 위해서라도 내가 위엄을 갖춰야 해. 근데 아직까지도 그 녀석보다 명성이 낮으면 어떡해? 더 올라가야 돼. 순간순간 배우로서 정진하자, 연기여신!’

그렇게 다짐하는 임희재를 괴롭히는 사람은 참 많았다.

가족들조차 칸에서 이름을 떨친 배우를 인정하지 않았다.

“야······ 이찬 쟤 진짜 멋있다. 우리 아들들보다 더 멋있네. 저 저 무술 하는 거 봐라. 저런 애가 군대에 왔어야 했는데.”

“아빠, 내가 쟤 가르쳤잖아. 내 제자라는 거지.”

“얘가 또 헛소리네. 얘 민재야! 막내 입에 뭐 좀 물려줘라.”

“나 바빠요!”

“저 녀석은, 장교라는 놈이 휴가 받았다고 매일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당장 튀어나온다, 실시!”

“아 쫌······ 아버지, 집에서라도 편하게 있고 싶지 말임!”

“이런 인민군 놈의 새끼를 내 그냥!”

그러면 아빠가 인민군 되는 셈인데- 생각한 말을 입에 담지는 않으며, 임희재는 아빠와 오빠의 골육상잔을 구경했다.

‘하여튼 웃기는 사람들이야. 나잇살 먹고 저러고 싶을까? 그렇게 보면 찬이는 정말 어른스럽단 말이지. 어쩜 저렇게 하는 말 하나하나 차분할까? 역시 내가 잘 가르쳐서 그런 거겠지.’

예능 프로그램 속 이찬은 과연 어른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9년 전에도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았다.

‘음. 그래, 뭐 내가 가르친 건 딱 연기까지지. 그 외에는 원래부터 잘하던 애였어. 하지만 대본 읽는 것부터 호흡법이랑 눈칫밥 먹는 법이랑 다 내가 가르친 셈이야. 역시 연기여신!’

“아 진짜, 임희재! 너 때문에 아버지한테 혼났잖아!”

“뭐래. 스타 배우한테 그딴 말은 무례한 것이야.”

“이 자식이 미쳐가지고. 야, 네가 뭔 스타냐?”

“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배우라고 몇 번 말하냐?”

“그게 뭔데? 관심 없다. 천만영화도 못 찍는 주제에.”

영화의 영 자도 모르는 오빠와의 대화는 피곤한 노릇.

그를 무시하고, 임희재는 맨얼굴로 거리에 나섰다.

“어! 와, 와, 임희재 누나!”

곧바로 자신을 알아보는 팬의 외침이 몹시 반가웠다.

“후후. 싸인해드려요?”

“누나 누나! 이찬 요즘 봤어요?”

“음······ 우리 찬이는 요즘 좀 바빠서.”

“아, 진짜요? 그렇구나, 하하.”

그러곤 아쉽지도 않다는 듯 돌아서서 가는 꼴을 보면서는, 마침내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좀 봐? 이건 정말 불공평해. 내가 찬이 스승인데, 왜 아무도 몰라주는 거야? 이게 다 그 녀석이 나쁜 거야. 강정후 그 인간처럼 맨날 선생님 선생님 찾지는 않더라도 한번쯤은 언급을 해줘야지. 이대론 안 되겠어.’

그런 생각 속에서 이찬을 찾았지만, 8월이 될 때까진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

헐리웃 영화를 제외하면 최초로 월드와이드 3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의 주연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기 시작했던 것.

전용기 타고 잠깐씩 한국에 들렀다곤 하지만, 시간을 내서 지인들을 만날 여유는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임희재는 마침내 <선비>가 세계 6억 달러를 달성한 뒤에야 선배 겸 후배 겸 아들 겸 제자와 마주하게 됐다.

“으······ 야, 너 얼굴 보기 참 힘들다. 뭐가 그렇게 바빴냐?”

“그거야 <해리 포터> 때문이죠 뭐.”

“응? 아, 혼혈왕자? 그거 별로 재미없던데.”

“국내에서야 대체로 그런 반응이었지만, 해외는 다르잖아요. 워낙 원작 팬이 막강하니까 견제를 안 할 수가 있나.”

“오······ 견제를 했다고? 그걸? 어떻게?”

“잘 팔릴 만한 나라들 찾아다녔죠. 북미,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아니 그런데 일본에선 왜 잘 팔리는지 모르겠네. 히어로무비는 관심 없으면서 마법사는 좋아한다니. 따지고 보면 <선비>도 비슷한 장르잖아요? 그런데 순식간에 밀렸다는 거예요. 그쪽은 벌써 4천만불 돌파했대요. 우리 쪽은 이제야 간신히 3천만이라는데. 하여튼 이해할 수 없다니까.”

7월 1일 개봉한 <선비>를 15일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보름 만에 따라잡았다는 건 충격적인 일.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일본 자체가 육탄전보다는 마법 쪽에 더 관심이 많은 나라인 것.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임희재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아들, 뭔가 이상한데? 반응이 영 구려.”

“뭐가요? 왜 이래요?”

“너어, 사실 나만 안 만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만났지?”

“······와. 눈치가 많이 느셨네요, 후배님.”

“누가 후배님이야, 이 나쁜 녀석. 혼쭐이 나야 되겠어.”

“봐줘요. 진짜 꼭 만나야 될 사람들만 만났으니까.”

“야아아, 난 왜 그 꼭 만나야 될 사람들이 아닌 건데!”

그 뒤로 5분 가까이 시달린 뒤에야, 명진아와 송유리와 천세영을 제외하면 처음 초대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임희재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흠, 뭐 4순위 정도면 이해할 수 있지······가 아니라. 야, 여친이나 제자는 그렇다 치고 천세영은 뭐야? 너 걔랑 친해?”

“당연히 친하죠. 애초에 제가 키운 후배님인데.”

“음······ 내리사랑이 우선이라는 거구나? 그래, 그래. 이 엄마는 아들이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 봐도 좋아.”

“누가 엄마라는 거야. 죄송한데 장성한 제자는 좀 놔주죠?”

그 말에 임희재가 전력이 차단된 로봇처럼 굳었다.

그리고 이찬이 뭔가 말실수를 했나 고민할 때쯤에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제자라고 하니까, 신기하다.”

“뭘 그런 거 가지고. 전엔 좀 귀찮았는데, 이젠 후배님이 스승이라고 뻐기고 다니셔도 괜찮아요. <흡혈귀> 보니까 그래도 되겠더라고요. 잘하셨어요.”

“어······ 와우. 제자한테 인정받는 기분이 이런 건가. 바쁜 와중에도 싸부님 영화는 챙겨봤었구나?”

“감독님한테 파일로 받아서 봤어요.”

“이 자식! 극장에서 좀 봐주면 덧나냐?”

“진짜 바빠서요. 아무튼 엄마보단 제자가 낫지 뭐.”

“음. 그건 또 그것대로 아쉬운데.”

“좀 하나만 고르시죠? 친엄마한테 미안하니까.”

그 말에 임희재가 다시금 굳었다.

“······친엄마? 너, 엄마 얘기 하는 거 처음인 것 같아.”

“그랬나. 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즘 뭐 찍어요?”

“요즘? 요즘 노는데. <흡혈귀> 끝내고 나서부터 좀 멍해.”

“그럼 영화 준비해요. 같이 찍게.”

“영화? 같이? 어, 좋긴 한데. 무슨 작품인데?”

“무슨 작품이긴, <선비>죠. 바로 2부 준비할 겁니다.”

“응?”

“응.”

“······그러니까 너, 지금까지 6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면서 올해 세계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들 거라고 예상되는 영화의 차기작에, 날 캐스팅하고 싶다는 거야?”

“그런 건데요?”

“우리 아들! 내 사랑스러운 아들! 드디어 효도하는구나!”

임희재의 품에 파묻힌 채, 이찬은 오랜 과거를 떠올렸다.

2000년의 봄에도 그녀는 소년을 이렇게 끌어안았었다.

‘소중한 사람을 누구 하나 잃지 않았던 때······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중한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던 때지. 행복도 불행도 느끼지 않던 그 시절에 이 누나가 처음으로 온기를 줬어. 그러면 뭐 스승이라고 불러주는 것 정도는 나쁠 거 없지. 사실은 별로 가르쳐준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엄마보단 나아. 이찬맘 말고 이찬스승으로 이직시켜주자. 그게······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사람에 대한 보답일 거야.’

*

2주의 텀으로 개봉한 <선비 : 영웅의 탄생>과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세계 각국에서 기묘한 각축전을 벌였다.

한국과 북미와 중국에서는 전자의 우세.

전자가 한국 작품이며 후자는 중국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한 까닭에, 그 3국에서만 2억 달러 이상의 차이가 나 있었다.

그러나 <해리 포터>가 유럽과 일본에서 폭발적인 기세로 흥행하며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8월에 접어든 시점에는, 6억 1천만 달러를 달성하고 기세가 꺾인 <선비>를 5억 달러의 <해리 포터>가 턱밑까지 추격한 형세가 됐다.

박스오피스 모조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그 상황을 분석하며, 이찬은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골치 아프네. 중국이랑 한국에서 나온 차이만 해도 2억불에 가까운 상황인데, 그게 어떻게 이만큼이나 좁혀질 수가 있지? 하여튼 유럽 일본 이 제국주의 열강의 후손들이 문제라니까.’

상황과 하등의 관련이 없는 비난을 마음속으로 씹어 삼키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하자면 억울한 건 <해리 포터> 쪽일 터였다.

이미 2007년의 전작으로 세계 9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던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최신작.

바캉스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만큼 당연히 3주 안에 6억 달러쯤은 넘길 거라고 짐작됐던 작품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던 <선비>로 인해 충격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협업 제작국인 영국에서조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 선점효과를 잘 알 수 있었다.

물론 이찬에겐 하등 관심 없는 부분이었다.

‘그 번개 맞은 놈만 없었어도 벌써 7억불 달성했을 텐데. 워너 이 나쁜 자식들, 우리가 지들한테 안 맡기고 직접배급 했다고 이런 식으로 엿을 먹이나? 그래도 DC코믹스 형제인데? 치사하다 치사해.’

이 역시 실상을 말하자면 <해리 포터>의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 쪽이 오히려 <선비>의 강한 파급력에 울상을 짓고 있는 중.

선행작의 흥행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확정한 프로듀서가 욕을 한바가지 먹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관계를 모르는 이찬은,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쏟고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후우······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3국에 집중하느라 유럽에는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으니까. 정용태 아저씨는 언어에 약하고 조연식 아저씨는 점잖은 성격이라 파격적인 홍보를 할 수 있었을 리 없어. 그나마 아시아에서 화력이 보충돼서 6억불은 달성됐으니까, 이제 경쟁의식은 버리고 다음 작품 준비에 박차를 가할 때.’

그렇기에 다음 면담의 대상은 양진원이 됐다.

독립영화 배우에서 독립영화 감독으로, 그리고 세계 초유의 히어로무비 감독으로 진화한 양진원은, 이찬의 부름에 잠깐의 뜸조차 들이지 않고 달려왔다.

그 모든 성공이 이찬 덕분임을 아는 까닭이었다.

“찬아! 야, 잘 지냈어? 영국 쇼 이후로 처음이네.”

“겨우 2주 전인데요?”

“하하하. 그새 별일 없었지? 왠지 좀 수척해진 느낌인데.”

“······그냥, 심적으로 좀 복잡했어요.”

“아니 왜! 무슨 일이야! 병원 가봤어? 괜찮은 거야?”

“그렇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지만······ 고맙습니다.”

순순히 고개를 꾸벅여 보이는 이찬은, 수년 동안 함께한 감독에게도 상당히 낯설었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기 싫어하는 일을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 양진원은 어깨를 으쓱이고 그와 마주앉았다.

“너희 집은 진짜 올 때마다 어마어마하다. 참 좋은 집이야.”

“리버뷰가 나쁘진 않죠. 아무튼 감독님, 슬슬 2부 얘기를 해볼까 해서 이렇게 초대하게 됐어요.”

“아, 그래.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어떤 성과에도 흔들리지 않는 직진남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이렇게, 짠! 벌써 초고를 써서 가져왔다는 거지.”

기뻐할 거라 생각하며 건넨 원고 뭉치였지만, 이찬은 오히려 면구스럽다는 듯 뒤통수를 긁었다.

“저기······ 죄송한데, 조연을 좀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어우, 갑자기? 아니 뭐, 이유가 있겠지. 그래, 몇 명이나?”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요. 여자 쪽은 임희재 누난데, 이번에 <흡혈귀> 보셨죠?”

“아······ 아직 못 봤어. 나야 그거 한창 개봉했을 때 편집하느라 정신없었잖아.”

“아, 그러셨지. 약간 광기 있는 흡혈귀 역할이었는데, 그거 보다가 좀 느낌이 온 게 있거든요. 선비 집단 안에 정상적인 사람만 가득하다는 것도 좀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부의 적이 한 명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호······ 광기를 숨긴 동료라. 나쁘지 않은데? 그럼 그쪽은 내가 <흡혈귀> 보고 나서 추가해보도록 할게. 남자는? 태형이랑 기자는 전에 얘기했었잖아?”

“예. 그 두 분 말고, 크리스찬 베일이요.”

양진원은 기함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놀란의 배트맨을 조연으로 삼는다니! 그게 말이 돼?!”

“근데 뭐 본인이 하겠다고 하네요.”

“아니, 아니, 그러면 안 되는데? 유니버스화는?”

“어차피 놀란 감독 작품은 유니버스 안 들어온다면서요?”

“그야! 그야 놀란 감독은 DC 유니버스에는 영향 끼칠 생각 없다고 했지만, 1억 명한테 배트맨으로 각인된 베일이 갑자기 우리 영화에 나오면 어떡해? 그건 너무······ 이미지가······”

머리를 움켜쥐는 양진원을 이찬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히스 레저는 우리 영화 나왔잖아요? 똑같은 거 아녜요?”

“아니······ 히스는 달라. 그 친구는 유니버스화 되더라도 두 캐릭터 모두 맡겠다고 했어. 1인 2역으로.”

“예?”

“조커도 하고 데이브도 하겠다는 거야. 2부 분량 늘려달라고 하면서 그렇게 말하더라. 분장 때문에 이미지는 안 겹치니까 자기가 문제없게 조율을 하겠대. 그렇지만 베일은 다르단 말이야. 그 얼굴을 어떻게 겹치게 둬!”

거기까지 듣고 나서, 이찬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 뭐야, 그런 거였어요? 그럼 더 쉽네. 브루스 웨인으로 등장시키죠. 바로 시작하는 거예요.”

“어어? 그, 막, 그, 벌써, 유니버스를?! 시작하자고?!”

“잘 한번 얘기해봐요. 내일 베일 한국 들어오니까.”

“야, 야아! 이거 너무 갑작스럽잖아!”

거의 비명처럼 외친 말이었지만, 이찬은 뭐 어떠냐는 듯 어깨만 으쓱거릴 따름이었다.

< 82장 - 엄마 임희재 (1)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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