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장 - 영웅 송유리 (1) >
“아무리 생각해도 지윤이는 참 못된 애 같아요.”
자신의 배역을 평하는 송유리를 향해 이찬은 혀를 찼다.
“쯧. 아직도 그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아니 그렇잖아요? 크리스는 선비 재건하려고 매일같이 뛰어다니고 있는데, 혼자 집에 남아서 푹 쉬기나 하고.”
“시놉시스에 설명 있잖아?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소환술을 많이 썼으니까 오랜 요양이 필요한 상태였어.”
“저는 그 정신력이란 게 좀 이상해요. 멀쩡하게 밥도 먹고 TV도 보면서, 사람 만나는 건 왜 못 하는 건데요?”
“소환술밖에 못 쓰는 꼬맹이가 사람들 만난들 뭐 큰 도움 됐겠냐? 그리고 정신력 쪽은, 구진철 후배님이 아주 절절히 공감하더라.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요소야.”
“아······ 오빠한테 평범함 강의 듣기 싫어요.”
세계에서 제일가는 괴짜에게 듣는 평범론이, 평범하길 소망하는 제자에게 울적함을 안겨준 듯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이인지라 금세 마음이 풀렸다.
“있잖아요 오빠? 우리 이번 영화는 얼마나 재밌을까요?”
“어마어마하게. 10억불은 쉽게 넘길 거야.”
“아 뭐야. 맨날 돈으로 환산해. 흥행이 최고가 아니라고요.”
“히어로무비는 흥행이 최고야. 작품성 따위는 개나 줘.”
“오빠 그러면서 IMDb 레이팅 매일 확인하잖아요? 8.4로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나중을 위해서지. 말했잖아, <선비>는 나한테 과정일 뿐이라고. 어디까지나 세계인들에게 충무로와 이찬이란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이다. IMDb는 절대적인 흥행보증수표가 되고 난 다음에나 공략할 거야. 꼭 공략이랄 것도 없지. 평론가와 관객을 막론하고 고금을 통틀어 최고라 불릴 만한 영화를 만들 거니까.”
황당하지만, 종종 들었던 이야기라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 헐리웃 영화의 최고 흥행 기록을 세 배 가까이 신장시킨 2009년 최고의 화제작조차 이찬에겐 그저 과정.
최대한 많은 관객이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이찬이라는 이름에 열광할 수 있도록, 송유리의 젊은 스승은 드넓은 황무지를 개간하는 중이었다.
“근데, 진짜 유니버스 할 생각 하나도 없어요? 정후엄마 얘기 들어보니까 엄청 엄청 밀어주려는 것 같던데. 놀란 아저씨가 직접 메가폰 잡고, 배트맨부터 확장할 거래요.”
“극비라는 말은 안 해주든? 그 말 퍼지면 큰일 난다.”
“알아요. 아무튼 그게 잘 되면 지금 준비하고 있던 <그린 랜턴>은 접고 우리 영화 쪽 전폭적으로 밀어주겠다고 했잖아요? 오빠도 슈퍼맨이랑 싸우면 재밌을 것 같아요.”
“하나도 재미없을걸. 그깟 외계인 댄서한텐 껌이니까.”
“진짜요? 어떻게 껌이에요? 슈퍼맨인데?”
“멍청하잖아. 힘 센 바보는 아무 위협이 안 돼.”
세상에 슈퍼맨을 힘 센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이 이 오빠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생각하며, 송유리는 다시 물었다.
“그럼 잘됐네요. 슈퍼맨 때문에 외계인 안 나오면 게임이 안 되는 DC 세계관에서, 오빠가 중요 빌런이 될 수 있겠어요.”
“관심 없어. 그 역할은 강 선배가 할 거기도 하고.”
“응? 정말요? 정후엄마 배역이 그 정도예요?”
“그런 얘긴 됐고, 촬영에 집중해라. 오늘 찍을 씬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
<선비> 세계관의 핵심 빌런을 놓치게 된 놀란 감독에게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하며, 송유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잘 알죠. 신생 초능력자 범죄집단의 습격으로 위기에 빠진 선비 지부를 지윤이가 구해내는 장면이잖아요?”
“그래. 아직 정신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니까, 의연한 척하면서도 내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돼. 그런 의미에서 식은땀을 자유자재로 흘려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응? 그게 돼요? 에이, 슈퍼맨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해?”
“어려울 건 뭐냐? 분비기관도 결국 심리상태의 표출이야.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어쩌고 하는 말이 왜 있겠어? 긴장감만 조성되면 철철 넘치는 게 땀이다. 해내도록 해.”
송유리는 스승이 별 무리한 걸 다 주문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리허설 과정을 진행하며, 굳이 히터를 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땀을 흘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와······ 이게 되네? 하지만 안 되는 척해야지. 히터 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땀 흘리는 거라고 사람들이 믿어야 해.’
평범함을 연기하면서도 소녀는 촬영을 무사히 끝마쳤다.
OK 싸인 나오자마자 명진아가 달려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줬을 정도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찬은 자주 히죽거렸다.
‘잘 성장하고 있어. 내적으로는 배역과 완전히 일치되지 못한 상태라서 혼란이 있지만, 그것도 3부에는 완전히 사라지겠지. 예정대로만 성장한다면 완벽한 직선을 만들 수 있다. 송유리는 <선비>의 진정한 영웅이 될 거야.’
2부의 핵심 플롯은 1부 주인공인 ‘크리스’의 죽음.
신생 선비 본부를 지휘하며 전반부에 댄서마저 위기에 몰아넣게 될 그는, 지윤의 소환술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돌아온 댄서로부터 그녀를 지켜내고자 목숨을 바친다.
이후 마지막 희망인 송유리와 동료들이 댄서가 선포한 세계전쟁에 대비하며 후속작을 예고하게 된다.
‘그게 죽었습니다 땡 하고 끝나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3부에서는 송유리가 메인으로 활약해줘야 한다. 그 영화 찍을 무렵이면 저 녀석도 열여섯 아가씨.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리얼 액션을 선보일 수 있겠지.’
1부의 주인공인 조혁수가 액션 씬을 형편없이 소화한 건 아니었다.
<아바타>의 압도적인 시각효과와도 맨몸으로 겨룰 수 있을 만한 이찬의 무술을, 조혁수는 <선비 : 영웅의 탄생>이 사상 최고의 액션이라는 격찬을 받을 수 있게끔 성실히 습득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의 노력이었다.
‘CG를 사용하지 않은 리얼 액션으로 <아바타> 정도의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순발력이 필요해. 상대가 내 수준으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마음 놓고 실력발휘를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에는 저 꼬맹이를 제대로 굴려야지. 아동학대 수준으로 괴롭혀서 최고의 액션을 담을 만한 그릇으로 만들 거야.’
스승의 음흉한 심산을 모른 채, 송유리는 명진아와 정신혜를 붙들고 조잘거리기를 그치지 않았다.
아직은 순수하기만 한 14세 소녀였다.
*
<인셉션>이 마침내 월드와이드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음이 공표된 날, 강정후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선비> 촬영장을 찾았다.
그의 방문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소속 배우인 이채진.
“선배? 뭐야, 여기 웬일이에요? 산업스파이?”
“······네 손에 들려 있는 커피 누가 보냈냐?”
“아, 커피차 선배가 쏜 거였어요? 나야 그냥 생각 없이 받았지. 왜 현수막 큼지막하게 안 달았어요? 선배 잘못이야.”
“흥. 촬영은 잘되고 있냐?”
“네! 혁수 오빠랑 붙는 씬 많아서 재밌어요. 근데 하늘기획 배우들은 진짜 특이한 것 같아. 선배도 알아요? 쟤, 이기자라고 있잖아요? 약간 바보 같아요. IQ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아. 근데 그게 캐릭터랑 잘 맞아서 연기는 잘하더라고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이랑 잘 어울리죠?”
“시끄럽고, 더 잘해라. 이찬 제자한테 지지 마.”
“유리요? 유리는 무리라니깐. 조연이 주연을 어떻게 이겨요? 유리 쟤 완전 물올랐어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보이지도 않는 신장하고 교감하는 씬을 그렇게- 선배? 선배?”
관심 없는 수다를 손 휘저어 흘려보낸 뒤, 강정후는 감독 쪽으로 다가갔다.
양진원은 이찬과 모니터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신혜 누나가 너무 죽는 것 같네요. 진아 누나만 사는 느낌이 나요. 아직은 ‘유진’이 지나치게 주목받아선 안 돼요. 무수한 신입 선비들 중 하나여야 됩니다.”
“그렇긴 한데······ 죽고 사는 건 연기력 문제 아니겠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연기는 둘 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프레임 형태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단 얘기죠. 진아 누나를 왼쪽으로 좀 빼주세요. 그리고 초능력 쪽으로도 설명을 순화할 필요가 있겠어요.”
“어떤 식으로?”
“시공간에 지배력을 행사해 거리를 초월한다······ 이게 깔끔한 정리긴 한데, 조 선배가 말하니까 너무 의미심장해요. 조금만 덜어내죠. 초월이 아니라 해소?”
한 발 떨어져 엿듣던 강정후의 기분이 절로 복잡해졌다.
‘이 자식이 지금 감독한테 훈수를 두는 건가? 고작 스물두 살짜리 풋내기가?’
그걸 고개 끄덕이며 듣고 있는 양진원 감독이 황당해서 잠깐 눈살을 찌푸렸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야······ 경력으로만 따지면 양진원 감독보다 좀 길군. 하도 데뷔가 빨라서 이미 11년차니까. 거기에 시리즈의 인기를 핵심적으로 견인하는 간판배우니까 무시할 수도 없을 터.’
그런 생각 중에 이찬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스크도 소용없다는 듯 단숨에 혀를 찼다.
“아, 뭐야. 선배가 여긴 왜 왔어요?”
“출국하기 전에 잠깐 들렀다. 양 감독님, 안녕하-”
“벌써 출국한다고요? 이제 11월인데?”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히피 문화도 접해보고 무술도 연습하고, 기회가 되면 감방 체험도 좀 해보고.”
“그래요? 거기 가면 엉덩이 조심하세요.”
염려해주는 척 놀리는 이찬이 썩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그를 슬쩍 불러내 본론을 꺼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한테 세영이를 캐스팅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생각해보겠다고만 하고 대답이 없다. 가끔 전화해서 주변 얘기 주절거리긴 하던데.”
“아 뭐야. 그래서 일찍 출국하는 거구나? 감독한테 꼬리 흔들어서 섭외 픽스하려고.”
“흠. 왜, 하지 말까?”
“굳이 안 해도 되겠는데요.”
“왜? 네 누난데 신경도 안 쓰이냐?”
“아뇨, 그 정도면 이미 확정이거든요.”
“그래? 그런 거야?”
“예. 마땅한 배역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중일 거예요. 아마 포이즌아이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DC코믹스의 빌런 포이즌아이비의 정보를 떠올린 뒤, 강정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곤란한데. 그 빌런은 거의 벗고 다니잖아.”
“그렇다기보단 딱 붙는 옷이라는 설정이죠. 근데 참 애처가시네. 영화에서 노출 좀 하는 게 뭐 어때서?”
“······미성년자 때부터 몸으로 팬 끌어모았던 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좀 별로다.”
“개방적으로 생각하도록 하세요. 동양인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선 녹색 피부의 그 빌런이 제격이에요. 할리퀸하고 접점이 있으니까 케미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거고.”
“흠······ 조커-할리퀸, 프로메테우스-포이즌아이비, 그렇게 커플이 되는 건가.”
“커플이 될지는 모르죠. 크리스가 작중 러브라인까지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그야 그렇지. 너도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굳이 명진아 섭외해놓고 비중을 약화시키는 걸 보니 말이야.”
“꼭 그런 건 아니에요. 3부에서 핵심이 돼야 돼서 지금은 좀 양보하는 거. 1부 유리 분량이 적었던 거랑 같은 이유죠.”
별난 공평무사(公平無私)라고 생각하며, 강정후는 다시 질문했다.
“그 유리는 좀 어떠냐? 기대한 만큼 올라올 것 같아?”
“아직은 진행 중이에요. 이채진 그 누나처럼 멍청하게 배역을 받아들여버리는 성미는 못 되거든. 그렇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3부에선 활약 기대해도 돼요.”
“흠. 그렇다면 유니버스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거로군.”
“당연하죠. 근데 그림이 참 재밌네요. 한국인 빌런이 둘, 한국인 히어로도 둘. 놀란 감독이 참 놀라운 수를 뒀어.”
“괜한 농담 말고. 너, 정말 유니버스에는 안 들어올 거냐? 최근 코믹스에서 댄서 인기가 최고조야. 영어도 능통하다는 설정이고 불살(不殺)의 배트맨과 반대로 범죄자는 무조건 죽이고 보는 인간이니, 그쪽이랑 관계 설정도 재밌을 거다.”
“재미없겠는데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올스타전 같은 거라곤 해도 한국인만 다섯 명이면 지나치게 많죠. 그리고 댄서는 3부에서 죽을 거예요.”
별안간 충격적인 말을 들은 강정후가 기함했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핵심 빌런이 죽는다고?”
“예. <선비> 3부작은 처음부터 댄서를 죽이기 위한 대장정이었어요. 선비의 승리를 완결성 있게 그려낼 수 있게끔.”
“그야 합리적인 말이다만, 아깝지 않냐? 댄서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가 쉽게 만들어지진 않을 텐데.”
“늘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과정입니다. 댄서 하나 붙잡고 있을 생각 없어요. 나 말고 다른 누가 댄서가 되는 꼴도 보고 싶지 않고. 트릴로지 끝내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야죠.”
아시아권에서는 조커만큼이나 큰 명성을 누리는 캐릭터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선언하는 모습에, 강정후는 한숨처럼 감탄을 내뱉었다.
“하. 그래, 넌 참······ 늘 그런 식이었지.”
“솔직히 선배 쫄다구로 들어가는 게 싫기도 하고.”
“······그래, 넌 늘 그런 식이지.”
“하하. 아무튼 잘하고 와요. 세영 누나한테 전화 자주 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고오맙다.”
뭐 하나 얻은 것 없이 돌아서는 기분이 이상하게 상쾌했다.
바로 그렇기에, 강정후는 아쉬움을 느꼈다.
‘하나도 들리지 않았지. 저 괴짜 놈의 패기만만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완전히 강정후라는 한 인간으로 돌아온 것 같았어. 함께 작품 하나쯤 한다면 좋을 텐데. 놀란의 빌런으로 활동하는 동안은 다른 영화를 찍기 어려울 테니, 아무래도 이찬 저놈이랑 다시 마주할 때까진 긴 시간이 필요하겠어.’
*
촬영을 진행하며 송유리는 주로 명진아를 관찰했다.
3부에선 주역으로 활약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유진’ 역을 맡아, 화려하지 않되 몰입감 있는 연기로 배역의 마음을 어필하는 배우.
그녀를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기분이 복잡해졌다.
“오빠 오빠. 진아 언니는 참 신기해요.”
“어떤 면에서?”
“감정연기······ 아니, 캐릭터 분석······ 아니, 이걸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뭔가 좀 신기한 게 있어요.”
“그걸 보통 아우라라고 부르는 거야.”
“아, 되게 비과학적인 말이 나왔어.”
“비과학적인 게 아니라 패러미터로 분석하기 어려운 능력이라 그렇게 말하는 거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멋이 없거든.”
“그래도 구체적으로 한번 말해봐요.”
“닳고 닳은 현대인들이 금세 잃어버리고 마는 순수.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용. 자아를 타인의 위에 올려두지 않는 겸허. 그것들이 결합되면, 아우라가 되지.”
“······그게 더 멋있는데요?”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이고, 이찬은 나지막이 물었다.
“어때? 이찬과 명진아의 딸이 될 준비는 끝났어?”
“응······ 아직 잘 모르겠어요. 더 관찰해볼게요.”
송유리는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했다.
신의 축복 같은 관찰력을 모든 순간마다 최대한으로 활용해, 이성의 극치로써 명진아라는 감성의 나라를 탐문했다.
그리고 마지막 씬을 촬영하는 날 마침내 깨달았다.
“아, 와! 나 뭔가 알 것 같아요. 오빠, 혹시 있잖아요? 진아 언니는 세계평화가 꿈 아닐까요?”
이찬은 고개를 몇 차례 갸웃거린 뒤에야 대답했다.
“표현이 너무 허접하긴 한데······ 뭐 제대로 온 것 같네. 러브 앤 피스 그런 느낌이지. 아우라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제자. 너도 이제 영웅이 될 준비를 마친 거야.”
“뭐야. 혼자 있어 보이는 척하고. 중2병이에요?”
중2병 스승의 한숨 속에서, <선비 : 폭풍전야>가 크랭크업했다.
< 85장 - 영웅 송유리 (1) > 끝
ⓒ 비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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