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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25화 (25/252)

25화

‘미래가 바뀌었나? 도대체 왜?’

난쟁이가 등장하고 지연우가 나타나는 등 예전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틀어진 거지?’

잠시 예전과 현재를 비교하던 성현의 얼굴이 다급히 일그러졌다.

‘그때도 그랬어.’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그날…….

짐승을 막기 위해 지연우를 포함한 계약자 5명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계약자들의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전갈의 껍데기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성 계약자가 위기에 처했고 지연우는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동차를 집어 던졌다.

전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젠장!’

지금도 그때와 똑같았다.

지연우는 자동차를 집어 던졌다.

대상이 여자가 아니라 성현일 뿐이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전갈을 유인한다.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 병원으로…….

‘치매 노인으로 감성팔이를 하다가 극적인 승리를 연출하려고? 이유는 그놈의 권력 싸움?’

전갈을 잡으며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이대로라면 어머니는 돌아가실 거다.

성현이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귀에 댔다.

상대는 서은서였다.

“유성현입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성현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짐승이 출몰한 요양 병원이에요. 난쟁이의 독침을 해결할 해독제가 필요합니다. 가져와 주세요.”

-네?

“10분이 넘으면 전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 그게 무슨……?

“10분.”

성현은 더 말하지 않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난쟁이라니…….’

성현은 전갈을 상대하기 위해 이계의 시장에서 이것저것 구매해 가지고 왔다.

하지만 난쟁이의 독은 예상조차 못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진통제 사용.’

-검은 알약을 사용했습니다. 30분 동안 고통의 80%가 상실됩니다.

혹시 몰라 구입한 진통제, 독에 중독되더라도 통증 없이 움직일 수 있을 거다.

물론 견딜 수 있는 것은 약 10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독에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다.

성현은 뒷목을 꾹꾹 누른 뒤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간다.’

파아아앙!

성현은 전갈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난쟁이가 쫓으며 독침을 조준했고 쐈다.

성현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갈이 요양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죽여야 했다.

그래서 몸에 독침이 꽂혔고 살이 검게 변해 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성현의 손끝에 전기가 모였다.

‘라이트닝 볼.’

그런데 허공이 또 일렁였다.

어둠이 생겨났고 짐승이 내뱉어졌다.

이번에는 송곳같은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였다.

놈도 성현을 향해 돌격했다.

콰아악!

그 어금니가 성현의 옆구리에 박혔고 성현의 몸이 옆으로 주르르륵 밀렸다.

“크으읍!”

진통제를 먹었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미치겠네.’

난쟁이에 이어 멧돼지라니…….

모든 것이 예전과 달랐다.

전혀 다른 상황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왜?’가 아니다.

전갈을 죽이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성현이 인상을 구기며 멧돼지의 머리에 라이트닝 볼을 박아 넣었다.

파지지직!

-꾸에에에엑!

멧돼지가 파르르르 떨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지금은 널 상대할 시간이 없어!’

멧돼지가 아직 죽지 않았지만 성현은 공격을 이어 가지 않고 전갈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런데 성현은 많이 지쳤다.

피도 많이 흘렸다.

빠르게 달리려 했지만 비틀…… 휘청거렸다.

그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따라온 멧돼지가 성현의 등 뒤에서 어금니를 꽂으려 했다.

성현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멧돼지의 살기를 느꼈다.

손에 다시 전기를 모으는데…….

-끼에에엑!

멧돼지의 살기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

애초에 멧돼지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또 뭐야?’

성현이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보, 보지 마…… 제발…….”

분명 한아성의 목소리였다.

성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또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뒤는 또 왜 보지 말라고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있었다.

멧돼지는 꽤 높은 등급의 짐승이었다.

그런데 계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녀의 손에 죽었다.

성현은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설마……?’

존재도 여러 종족으로 나뉜다.

천족, 용족 등등…….

그중에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것은 마족이나 수인족과 계약한 계약자였다.

그들은 계약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살벌한 위력을 펼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신체 변형을 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신체 변형의 모습은 흉측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녀 역시 신체 변형이 이뤄진 것 같았다.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보지.”

“……고마워.”

성현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쨌든 한아성이 멧돼지를 잡아 주며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체력 회복 알약.’

-흰색 알약을 사용했습니다. 3분 동안 70%의 체력이 돌아옵니다.

성현은 고개를 들어 전갈을 향했다.

전갈은 지연우를 쫓아 이미 요양 병원의 앞에 도착했다.

몇 초만 지나면 입구를 무너뜨리며 내부로 들어갈 거다.

‘막아야 해!’

성현은 허벅지에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파아앙!

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아성은 몸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 수백 마리의 난쟁이가 들어왔다.

난쟁이를 본 그녀가 저벅저벅 난쟁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난쟁이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포식자를 본 것처럼 겁에 질린 채 주춤, 주춤…….

-키에에에…….

심지어 포악하게 울부짖던 목소리도 힘이 빠졌다.

그녀의 눈빛 때문이다.

그녀 역시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눈이 이상했다.

흰자가 있어야 할 부분까지 온통 시커멓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흉흉한 기운은 불길하기만 했다.

게다가 그녀의 손…….

손가락 하나의 길이가 1m쯤 되었고 오른손에 달린 입은 뭔가를 오물오물 씹다가 뱉어 냈다.

-퉤!

땅에 떨어진 것은 권총과 멧돼지의 뼈다.

그 입이 붉은 혀로 주변을 핥더니 배가 고프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성현을 보며 말했다.

-저게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지?

한아성이 작게 답했다.

“닥쳐.”

* * *

“짐승이 온다! 어서!”

요양 병원은 난리였다.

엘리베이터는 단 2대, 직원과 봉사자는 계단을 통해 환자를 나르고 있었다.

“헉! 헉!”

거친 숨소리가 병원 전체를 채웠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성현의 어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한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내려오는 중이었다.

“지하 주차장에 대피실이 있어요. 거기로 가면 안전하다고 하니까 조금만 참아요.”

하지만 ‘쿠우우우웅!’ 하고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다시! 올라가요! 어서! 짐승이 들어왔어요!”

“꺄아아악!”

“전갈이야!”

“1층으로 오지 마!”

입구를 뚫고 전갈이 들어온 거다.

어머니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껏 가만히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바동거렸다.

“내려 줘요! 내려 줘! 아줌마, 날 죽이지 마요. 살려 줘요.”

“네?”

“납치범이야! 납치범! 이 아줌마가 나를 죽이려고 해요! 사람 살려!”

이 요양 병원은 치매 환자가 대다수였고 이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머니의 발버둥으로 어머니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요!”

어머니가 말했지만 할머니는 더 거칠게 움직였다.

결국 어머니는 계단을 굴렀다.

콰당탕탕!

어머니가 다급히 일어나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는 잽싸게 일어나 1층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살려 줘요! 사람 살려! 저 아줌마가 납치하려고 해요!”

“저 할머니 잡아요! 어서요!”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치매 환자를 업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가 할머니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 위험해요. 멈춰요!”

어머니는 계단을 빙글빙글 돌며 할머니를 쫓았다.

3층, 2층…….

1층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멈칫거렸다.

어머니의 눈이 점점 커졌다.

‘어?’

사라진 할머니 때문이 아니었다.

흉측한 전갈이나 참혹한 로비 때문도 아니었다.

전갈의 등에 올라탄 사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뭔가 익숙했다.

‘설마……?’

그 짧은 순간에 어머니는 성현을 떠올렸다.

‘아니겠지? 우리 아들이 저기를 왜?’

그때…….

-캬아아아악!

전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성현이 건물의 잔해에서 찾아낸 철근을 전갈의 상처에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죽어라.’

전기는 철근을 타고 전갈의 등 깊숙이 쏘아져 들어갔다.

전갈은 귀를 찢을 것 같은 비명 소리와 함께 ‘쿠우웅!’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시…….’

놈이 기력을 찾기 전에 확실히 죽여야 한다.

성현은 전기를 쏘기 위해 다시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파츠츠츠…….

힘이 다 빠졌다.

전류가 흩어지는 소리만 날 뿐이다.

‘안 돼, 다시…….’

파츠츠…….

‘제발!’

그때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소환석을 통해 소환된 짐승이 사망했습니다.

-최초의 소환수를 죽인 보상으로 10골드를 보상합니다.

전갈이 죽었다.

성현은 격한 숨을 내뱉으며 철근에서 손을 땠다.

그런데 성현은 기뻐하지 않았다.

홀로그램으로 받은 메시지 때문이다.

‘소환석?’

소환석은 짐승을 소환할 수 있는 돌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소환석을 통해 전갈을 꺼냈다는 거다.

문제는 지금 시대에 소환석을 아는 사람은 없다.

소환석이 알려진 것은 성현이 군대에 있을 때였고 대중화 된 것은 서른이 훌쩍 넘었을 때니까.

성현은 의문을 가진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갈의 등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연우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성현은 지연우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지금 보는 곳은 지연우의 목이다.

정확히는 목걸이에 달린 보석, 저것은…….

‘소환석?’

그래, 지연우라면 이 시기에도 소환석을 알고 있을 수 있다.

놈은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

혼자 던전을 들어갔고 그곳에서 소환석을 찾았을 수 있다.

그리고 보고하지 않았을 거다.

이 세상엔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좋은 것도 많으니까.

문제는…… 저 소환석의 색이다.

녹색이어야 할 것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 뜻은 이미 소환석의 힘이 다했다는 것.

그러니까 짐승을 소환했다는 것!

‘너였구나!’

지난 역사와 달리 지연우가 경찰보다 어떻게 먼저 나타났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전갈을 소환하고 지켜보고 있었어! 전갈이 날뛰고 사람들을 죽이기를 기다린 거지. 그런데 내가 난입해서 전갈을 박살 내니까 어쩔 수 없이 등장한 거야!’

그리고 지난 역사와 달리 난쟁이와 멧돼지까지 소환된 이유!

‘그것 역시 마찬가지야. 내가 전갈을 막으면 모든 계획이 어긋나기 때문이야. 내가 난쟁이와 멧돼지를 상대하는 동안 감동적으로 전갈을 잡으려 했겠지!’

모든 퍼즐이 맞춰지며 성현의 귓가에 지연우의 목소리가 스치는 것 같았다.

놈이 자주 했던 말…….

-이 모든 것은 세상을 위해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세상일까?

성현에게는 하찮은 권력 다툼이라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 경찰이 죽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런 개새끼가…….’

성현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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