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60화 (60/252)

60화

1마리, 2마리, 3마리…….

그녀의 배 속에서 나온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애벌레들이었다.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을 보며 그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하지 마! 하지 마!”

하지만 애벌레들이 그 말을 들을 리 없다.

경쟁하듯 그녀의 몸을 덮었고 날카로운 이빨을 꽂아 넣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하지만 잠시였다.

비명은 곧 사라졌다.

그녀의 신체가 꿈틀거릴 뿐이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의 신체는 흉측할 정도로 넝마가 되었다.

2분쯤 지났을 때는 바닥에 핏물만 보였다.

그녀의 뼈와 살은 모두 애벌레의 양식이 되고 만 거다.

이어서 애벌레의 등짝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약 30cm 크기의 대모벌이 나타났다.

황갈색의 대가리에 검은 몸통, 흉측한 다리 털.

그것들의 크기가 1m가 될 때까지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 자란 놈은 배가 고팠나 보다.

이빨을 딱딱 부딪치더니 아직 벌이 되지 않은 애벌레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것이 33마리.

놈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캬아아아악!

성현보다 먼저 와 있던 2명의 계약자, 검은 모자를 쓴 김간우와 머리를 은빛으로 염색한 한만보.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몇 마리라면 모를까 저 많은 숫자, 게다가 각 크기가 1m나 되는 놈들을 상대로 싸워 이기기는 힘들다.

방금 그 여성처럼 비참하게 죽고 말 거다.

검은 모자를 쓴 김간우가 뒤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싸우면 벌의 식량이 될 거야. 일단 피했다가 벌이 흩어졌을 때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좋아. 그렇게 하지.”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선택이 최악이었다.

그들이 움직이며 풀 밟는 소리가 숲을 울렸고 대모벌은 그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놈들의 소름 끼치는 시선이 정확히 두 사람에게 꽂혔다.

동시에 가장 위에서 날고 있던 어미 대모벌이 기형적인 소리를 내질렀다.

-카아아아악!

새끼 대모벌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그들을 향했다.

벌의 날갯짓 소리가 우우웅 기분 나쁘게 들려왔다.

“튀어!”

“물을 찾아! 물에 들어가 있으면 못 쫓아올 거야!”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성현이 들어왔다.

“어서! 어서 피해!”

은빛 머리를 한 한만보가 다급히 말했지만 성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끼를 꺼내 들었다.

“피하라고!”

성현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김간우가 한만보의 등을 밀쳤다.

“신경 쓰지 말고 달려! 뒈지라고 해! 저런 놈은 미친 새끼야!”

두 사람의 눈에 성현은 미친놈이었다.

30마리가 넘는 벌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적어도 랭커급은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성현의 얼굴을 처음 봤다.

적어도 랭커는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컨벤션 센터.

이곳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현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저 또라이 같은 새끼!”

“대모벌? 적어도 중급은 되는 것 같은데, 저 마릿수를 혼자 상대하려는 거야? 혹시 랭커 아니야?”

“랭커는 절대 아니야. 전기 계열의 랭커 중에 저렇게 잔머리 쓰는 놈은 없어.”

“그런데 왜 저래? 잘나가다가 혼자 멍청한 짓 하고 있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은 방금 죽은 여자의 전투를 지켜봤다.

1라운드에서의 그녀는 압도적이었다.

상대를 가지고 놀았고 상대의 피를 마시는 장면은 끔찍했다.

하지만 어미 대모벌의 앞에서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런데 그녀를 죽인 대모벌이 1마리도 아니고 30여 마리나 있다.

“저건 자살행위야!”

“미친 새끼였어! 미쳤어! 몇 번 운 좋게 이겼다고 짐승을 우습게 본 거야.”

“다른 사람한테 베팅해!”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웃는 사람도 나타났다.

하지만 존재들의 생각은 달랐다.

하늘에 박힌 존재들의 눈동자 색은 호기심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성현이 대모벌에게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현이 어떤 짓을 꾸미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그들은 지금껏 성현의 싸움을 지켜봤고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들은 성현의 호칭을 알고 있었다.

-가난한 아기를 업은 마녀께서 1실버를 후원했습니다.

-사막의 핏줄을 이어받은 마인께서 1실버를 후원했습니다.

-서쪽 바다의 군주 데모르아께서 1골드를 후원했습니다.

성현의 머릿속에는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울리고 있었다.

‘시끄럽네.’

성현은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어미 대모벌을 제외한 33마리의 새끼 대모벌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할 수 있어.’

저 벌 떼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놈들의 독침은 무시무시했다.

스쳐도 마비, 찔리면 호흡이 멈추고 만다.

그렇게 신체가 멈추면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성현의 몸에 알을 낳을 거다.

‘그다음은 뻔하지.’

애벌레가 태어나 흔적도 없이 성현의 몸을 갉아먹을 거다.

하지만 성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끼를 고쳐 잡고 벌을 기다렸다.

성현은 바로 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겨진 퀘스트.’

2라운드에 어떤 짐승이 등장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퀘스트가 따라오는 것과 그 보상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앞서 다가온 대모벌의 대가리를 도끼로 내려찍었을 때, 성현의 머릿속에 메시지가 울렸다.

[숨겨진 퀘스트 : 대모벌의 어미를 죽여라]

제한 시간 : 30분

보상 : 대모벌 로드의 독침, 독 저항력 +10%의 보석

성현이 빙긋이 웃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보상이 마음에 들었다.

‘대모벌 로드의 독침?’

그것은 보통 대모벌의 독침과 다르다.

웬만한 칼로 자를 수 없고 드레곤의 이빨을 사용해야 겨우 씹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성현은 독침을 얻어 무기에 조합할 생각이었다.

‘와라.’

대모벌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성현은 뒤로 물러서며 연막탄과 부싯돌을 동시에 던졌다.

연막탄에서 흐른 연기가 숲을 채웠고 부싯돌이 터지며 나무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성현은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콰직! 콰지직!

이 몇 방으로 대모벌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놈들은 비틀거렸고 날개에 불이 붙었다.

성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방에서 휘발유를 꺼내 불붙은 대모벌을 향해 던졌다.

화르르륵!

불붙은 대모벌이 사방팔방 날뛰며 다른 벌과 부딪쳤다.

불꽃을 옮겼고 날개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기분 나쁘게 맡아졌다.

불꽃으로 놈들을 죽일 수는 없다.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잠시 멈출 뿐이다.

성현은 계속해서 가방을 뒤졌다.

손에 잡힌 것은 비닐봉지, 안에는 시큼거리면서도 미끌거리는 액체가 있었다.

성현은 비닐봉지를 옆에 두고 이번엔 종이를 꺼냈다.

종이에 비닐봉지 안의 액체를 묻히면 곤충의 암컷 냄새가 난다.

이것으로 수컷을 따돌릴 수 있다.

성현은 종이를 꺼내 액체를 묻힌 후 뭉치로 만들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날개에 붙은 불을 끄고 다가오는 대모벌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현은 다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종이 뭉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10개가 완성된 것은 대모벌 1마리가 이빨을 드러낼 때였다.

-카아악!

성현은 재빨리 뒤로 이동하며 이곳저곳으로 종이 뭉치를 던졌다.

시큼한 냄새가 사방에서 흘렀고 수컷 대모벌이 방향을 틀었다.

10분 정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암컷을 찾을 거다.

그 숫자가 약 절반이었다.

‘좋아.’

남은 것은 17마리.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수컷보다 덩치가 작고 약하다.

어미가 끼어들지 않으면 싸울 만했다.

성현은 가장 앞서 이빨을 드러낸 대모벌의 대가리를 도끼로 찍었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도끼의 권능이 발현되며 대모벌의 대가리가 ‘퍽!’ 하고 터졌다.

성현의 얼굴에 녹색 진액이 확 튄다.

뺨을 타고 떨어진 녹색 진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성현은 상관하지 않고 다음 대모벌을 향해 곧장 도끼를 휘둘렀다.

퍽!

상처를 입은 벌이 허공에서 비틀거렸다.

성현이 벌의 상처로 손을 쑤셔 넣고 그대로 라이트닝 볼을 쏘아 댔다.

파지지직!

-키에에에엑!

성현은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고 전기를 쏘아 댔다.

퍽! 퍽! 퍽!

계획대로 이뤄지는 순탄한 전투였다.

그런데, 성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변수가 일어났다.

도끼가 대모벌의 이마에 박혀 뽑히지 않고 있었다.

힘을 줬지만 마찬가지다.

‘제기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개체가 보이면 사정없이 달려들기 마련이다.

주변을 빙빙 돌며 눈치를 살피던 대모벌이 성현의 상태를 알아챘다.

10여 마리가 일제히 날아들었다.

위이이이이!

그 순간이었다.

‘됐어!’

도끼가 확 빠졌다.

성현은 대모벌을 쫓기 위해 붕붕 도끼를 돌렸다.

하지만 한 놈의 날카로운 독침이 성현의 복부를 스쳤다.

‘큽!’

성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놈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리 찍었다.

콰직!

놈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며 땅으로 처박혔다.

신경이 살아 있는지 파르르 떨며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 있다.

성현은 독침이 스친 복부를 살폈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뜨끔한 통증이 느껴졌고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젠장.’

성현은 시선을 위로 옮겼다.

하늘에 떠서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어미 대모벌이 보였다.

독이 몸에 퍼지기 전에 저것을 죽여야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다.

같은 시각.

대모벌을 앞에 두고 도망쳤던 두 사람, 검은 모자를 쓴 김간우와 머리를 은빛으로 염색한 한만보.

그들은 전투 현장에서 약 3km정도 벗어난 곳에 도착해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호흡이 거칠었고 이마에는 땀이 가득했다.

한만보는 담배를 입에 물고 나무에 등을 기댔고 김간우는 땀을 씻어 내며 고개를 틀었다.

멀리 흰 연기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 보였다.

“연막탄?”

그런데 흰 연기뿐만 아니라 검은 연기도 치솟는 중이다.

김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그 많은 짐승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건가?’

김간우가 손바닥을 펼쳐 대모벌을 살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손바닥을 보던 김간우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2라운드에 진출한 사람이 8명이었어. 그런데 벌이 몇 마리였지? 30마리 정도였지? 퀘스트는 각자 10마리를 잡아야 하는 것인데, 벌은 30여 마리. 사람은 8명. 씨×…….’

김간우는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틀어졌다.

등을 보이고 있는 한만보가 눈동자에 담긴다.

한만보는 여전히 담배만 피우는 중이다.

‘멍청한 새끼, 마음 편한 새끼.’

김간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가 한만보의 뒤를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미안.”

“어? 뭐가 미안해?”

한만보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김간우의 칼이 한만보의 등에 꽂혔다.

푸욱!

한만보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비틀비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김간우는 끝까지 달라붙어 칼자루를 뒤틀었다.

한만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이 새끼야. 퀘스트부터 해결하고 싸우자며…….”

“미안하다고, 새끼야.”

김간우가 차갑게 웃으며 칼을 쥔 손에 힘을 줬다.

푸우우욱!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