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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72화 (72/252)

72화

그 시체 중에는 아내를 구하겠다고 굶주림을 견디다 오늘 아침 굶어 죽은 새신랑이 있었다.

정치인의 횡포를 피해 짐승의 땅으로 왔지만 결국 미끼가 되어 짐승에게 뜯어먹힌 노인도 있었다.

그렇게 사연 있는 시신이 30여 구, 모두 칠음 패거리에 한이 맺힌 자들이었다.

“놈들은 좀비라고 생각할 겁니다. 무서워할 테고 피하겠죠. 저는 그 틈을 이용할 겁니다. 놈들을 흩어지게 하고 마을 밖으로 이끌어 낼 생각입니다.”

성현의 말을 들으며 안영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시체를 움직이는 자를 강령술사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저주받은 권능이며 사용할수록 인격을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칠음과 싸워 이길 확률이 존재했다.

정의를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악은 악으로 잡는 법이기 때문이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은 칠음 패거리가 한참 높지만 가능성을 걸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성현의 전력은 꽤 그럴싸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분들을 안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격수에게 노출되지 않고 아파트로 향할 수 있는 최적의 길로…….”

* * *

-오중찬을 죽인 군인과 손잡으라.

존재의 메시지를 받은 성칠음이 인상을 구겼다.

‘손을 잡으라고?’

오중찬의 장기 매매 사업은 칠음 패거리에 큰돈을 안겨 줬다.

그 돈만큼 오중찬이 소중했고 그의 사망은 그만큼의 손실이었다.

그래서 성현을 잡으면 사정 듣지 않고 가차 없이 찢어 죽이려 했다.

‘그런데 살려 주라고?’

그 불만을 느꼈는지 존재의 메시지가 다시 들어왔다.

-너의 왕국을 버리는 일이 있을지라도 그 군인과 손을 잡으라. 이것은 부탁이 아니다. 명령이니라.

‘젠장.’

성칠음이 거칠게 육포를 뜯을 때, 문이 쾅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양복을 입고 금테 안경이 날카롭게 보이는 남자였다.

그를 본 성칠음이 책상을 잡고 벌떡 일어섰다.

“찾았어?”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아직입니다.”

이들은 계속해서 성현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성현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미끼들이 숨겨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냄새나는 새끼들이 숨겨 주고 있다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미끼들은 다 죽여도 좋아. 그러니까 반드시 그 군인을 찾아내.”

“알겠습니다.”

사람들을 모두 죽이라는 지시, 비서가 원하던 대답이었다.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려 하는데, 성칠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군인은 생포해.”

“네?”

예상 못 했던 지시에 비서는 당황했다.

“그놈은 오중찬을 죽였습니다. 그런 실력자를 생포하려면…….”

“생포해.”

단호한 목소리였다.

비서는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순간, 또다시 문이 쾅 열리며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남자가 들어왔다.

“비, 비상입니다!”

성칠음과 비서의 눈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하지만 수염난 남자는 그들의 표정을 개의치 않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트 사거리에 좀비가 나타났습니다! 약 30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일대에 좀비가 나타난 적은 없잖아?”

좀비는 강하지 않지만 정말 껄끄러운 짐승이다.

팔이 잘리고 심장이 박살 나도 생명력이 떨어질 때까지 움직인다.

끔찍한 점은 좀비에게 물리면 똑같이 좀비가 된다는 거다.

자칫 놈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성칠음이 곧바로 지시했다.

“좀비 가까이 접근하지 마. 저격수에게 놈들의 다리를 집중 공격하라고 해. 기동성을 없애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을 거야. 당장 움직여!”

수염 난 남자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성칠음의 시선은 비서에게 향했다.

“넌…… 별동대를 꾸려서 그 군인을 찾는 데 집중해. 좀비도 그 군인이 끌고 왔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성칠음이 잠시 말을 멈췄다.

책상을 쥔 성칠음의 손에 힘이 꾹 들어갔다.

그의 손이 바르르 떨리며 그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생포하라.”

성현은 이 일대의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그 난간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오르는 횃불이 보였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조, 좀비다! 좀비야!”

“저격수는 뭐 하는 거야!”

“쏘라고! 좀 죽이라고!”

안영호는 놈들의 경계가 약한 곳 그리고 저격수의 총구가 겨눠지지 않는 곳을 찾아 좀비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 덕에 놈들은 허무할 정도로 뚫려 버렸다.

“도망가!”

“으악!”

도망을 가느라 횃불을 놓쳤고 청소하지 않은 쓰레기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물을 가져와 끌 시간이 없다.

지체하면 좀비에게 물리기 때문이다.

일대에 화재가 일어나며 어두웠던 세상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불이야! 불이야!”

조용히 세상을 내려다보던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다음 작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때 성현은 코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마력과 체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문지기의 팔찌를 사용하며 성현의 스텟 평균은 36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36이라 해서 저 많은 시신을 움직이기는 무리였다.

마력과 체력이 사정없이 떨어지는 중이다.

성현은 품에서 알약을 꺼내 씹었다.

벌써 여섯 알째다.

대량의 약을 먹는 게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을 거다.

‘조금만 더.’

성현은 코피를 닦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같은 시각.

“좀비가 아닙니다!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그럼, 뭐야!”

패거리의 간부들이 모여 작전을 계획하는 중이었다.

긴급히 달려온 사내가 간부들의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하고 있었다.

“낮에 오중찬을 죽였던 그 군인이 강령술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수염 난 남자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강령술이라……. 강령술, 그래, 좀비가 아니라는 거지?”

“네!”

“그럼 피해 다닐 필요가 없잖아?”

좀비는 전염되지만 강령술은 움직이는 시체일 뿐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약 30마리라고 그랬지? 일단 100명 보내. 전면전으로 가.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 버려,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어서!”

지시를 받은 사내가 몸을 돌려 달려갔다.

수염 난 남자는 그 뒷모습을 보며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됐어.’

100명이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몇 시간이나 30여 구의 시체에 마력을 쏟아 냈다.

‘알약을 처먹었어도 이제 한계가 왔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시를 받고 떠났던 사내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다시 돌아왔다.

“시, 실패했습니다!”

“뭐?”

“놈들이 시체 안에 짐승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오미로 베루스였다.

시신 사이에 숨어 있던 오미로 베루스가 움직인 거다.

늦은 밤, 그것도 불길이 이글거리는 한복판, 시체 사이에서 거대한 백골의 등장은 말 그대로 공포였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놈을 죽이려면 200, 아니 3…… 400명은 필요합니다!”

“400명?”

그가 놀라고 있는 사이 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 늘어났습니다! 시, 시체의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시체가 100마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수염 난 남자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백이라고? 어, 어떻게?”

마력이 다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늘었다.

그것도 100마리다.

‘랭커급이었나? 그것도 상위 랭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된다.

이 정도 마력을 쏟아부을 수 없다.

‘어쩌지? 어쩌지?’

그런데 불길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성이 달려왔다.

“중학교 앞에도 시체들이 모여 있습니다! 거기도 100마리쯤 되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악재, 이제 고민할 시간은 없다.

수염 난 남자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용한 전투 인원을 모두 모아!”

상대가 상위 랭커라면 이 정도 대응을 해 줘야 한다.

“비상사태다. 1천 명이고 2천 명이고 모두 오라고 해! 칠음 님께는 직접 보고드리겠다!”

마트 사거리.

대형 마트였던 건물의 앞이었다.

그곳에 시체와 오미로 베루스 그리고 시체를 이끌던 안영호가 있었다.

안영호가 도망치는 적을 보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유성현이라고 했나?’

안영호는 성현 때문에 조금 흥분된 상태였다.

성현이 시체 수십 구와 오미로 베루스를 움직이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전술이야.’

30여 구의 시체 뒤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모두 미끼로 사용되던 사람들이다.

불꽃이 일렁이는 어두운 밤, 적들은 이 사람들을 보고 시체로 착각해 버렸다.

그리고 그림자가 주는 착시 때문에 그 숫자가 배는 많아 보였다.

‘상대는 늘어난 숫자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을 쳤어.’

이 모든 것은 모두 성현의 생각이었다.

안영호는 소리 없이 웃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대단해.’

그때 안영호의 옆에서 큼큼,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성현에게 빵을 줬던 노인이었다.

안영호의 시선이 옮겨지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

“도망쳐야죠. 우리 같은 일반인이 계약자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잖아요.”

성칠음의 주변에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떼어 놓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성칠음의 옆에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남았을 때 성현이 움직일 거다.

“그렇지, 주먹 쥐고 싸워서 이길 수는 없지.”

그런데 고개를 끄덕거리던 노인이 멈칫거렸다.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자, 잠깐만…….”

노인이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한 명, 한 명 숫자를 세어 갔다.

“……29, 30, 31.”

안영호는 노인의 그 행동이 불길했다.

“왜 그러시죠?”

“1명이 없어.”

“네?”

“며칠 전에 새로 들어온 박 씨, 박 씨가 없어!”

박병욱, 여섯 살 딸을 인질로 잡힌 채 미끼로 던져진 사람이다.

그가 보이지 않았다.

“호, 혹시 우리 작전을 팔고 딸을 돌려 달라고 구걸하는 거 아니야?”

노인의 말에 안영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 군인이 있는 곳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병욱이었다.

그가 성칠음의 비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비서가 금테 안경을 고쳐 쓰며 빙긋이 웃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아?”

“제 딸을 풀어 주십시오. 그럼 이 마을을 떠나 조용히 살겠습니다. 이 마을에 대한 어떤 것도 알리지 않고 그냥 조용히……. 그럼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안 돼.”

“네?”

“풀어 줄 수는 없어. 그게 마을의 룰이니까. 하지만 마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같이 살게 해 주지. 어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데. 너도 그게 좋을 거야. 마을 안은 먹을 게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도 있지. 그것도 딸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거기가 천국인 거잖아?”

“감사합니다.”

박병욱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비서가 턱짓했다.

“안내해.”

“그럼…….”

박병욱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별동대 30명의 앞에 섰다.

“따라오십시오.”

박병욱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향하는 곳은 성현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이다.

박병욱의 눈이 번쩍였다.

‘자유를 찾아 도망쳤어. 그런데 또 억압당하라고? 내 딸의 미래를 저당잡히라고? 그건 싫다. 가축으로 사느니, 그냥 죽는 게 나은 거야.’

성현은 옥상에 서서 박병욱과 비서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병욱은 비서가 성현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붙은 거다.

그리고 비서와 별동대를 다른 곳으로 유인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본 성현의 시선이 틀어졌다.

마을이라 불리는 아파트 단지가 성현의 눈에 담겼다.

이제 저곳에 남은 병력은 거의 없다.

최소한의 경호 병력만 있을 거다.

그곳을 지켜보는 성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이제 움직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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