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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137화 (137/252)

137화

성현이 창을 비틀어 뽑았다.

그리고 다시 콱, 콱, 콱, 쑤셨다.

나모르는 그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컥! 컥!”

나모르의 눈에서 피가 질질 흘렀다.

창끝에는 놈의 흰자위가 질척거리며 묻어 나왔다.

덩어리째 나와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하지만 성현은 상관 않고 계속해서 쑤셨다.

“그만! 그만!”

나모르가 비명을 질렀다.

군주라 해도 생명체, 고통을 이겨 낼 수는 없다.

놈은 성현을 쫓기 위해 손을 휘저었다.

성현이 없어야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나모르가 모기를 쫓아내듯 계속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성현은 모기보다 더 지독했다.

놈의 손을 피하며 쉬지 않고 눈동자를 찍었다.

콱! 콱!

“끄아아아악!”

드디어 놈이 비틀거렸다.

피 흘리는 눈동자를 손으로 막으며 바동거렸다.

하지만 성현은 이번에도 멈추지 않았다.

전기를 파직거리며 놈의 상처 난 눈동자에 손을 푹 박아 넣었다.

“아플 거다.”

섬뜩한 말을 남긴 후 손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동시에 나모르의 눈에는 실핏줄이 쩍쩍 그어졌다.

눈동자를 통해 들어간 전기가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급기야 나모르는 집중력을 잃었다.

허공에 떠 있지 못하고 낭떠러지의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성현은 놈과 함께 떨어지지 않고 박차 올랐다.

이어서 벼랑 끝을 손으로 잡고 고개를 틀었다.

떨어지는 나모르가 내려다보였다.

“인가아아안!”

나모르가 한쪽 눈을 부릅뜨고 성현을 노려보고 있다.

“내가 너만은, 네놈만은 반드시 죽여 버린다!”

“죽여 보라니까, 할 수 있으면.”

“새끼야아아아!”

나모르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향해 떨어졌고 성현은 다시 산 위로 올라왔다.

‘하…….’

방금까지 나모르의 비명으로 가득했던 산 정상에는 이제 바람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성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주변을 둘러봤다.

눈발이 날리고 있다.

산의 아래는 사막인데 이곳은 사방이 눈밭이다.

‘참 지랄맞은 곳이네.’

중얼거리며 창고로 이동했다.

창고로 도착한 성현은 곧바로 하얀 서랍을 열었다.

피가 담긴 주사기가 보였다.

지난번, 꼬마에게 얻은 마녀의 피다.

당시 꼬마는 이 마녀의 피를 어디에 쓸지 물었고 성현은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성현이 주사기와 주삿바늘을 손에 들었다.

‘마녀의 피는 나모르의 약점.’

나모르는 군주다.

성현이 잠깐은 몰아붙였지만 지금의 힘으로 놈을 죽이기는 어렵다.

놈을 죽이려면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성현은 주삿바늘을 가슴에 달고 주사기를 품에 넣은 뒤 몸을 틀었다.

다시 이계로 떠나기 위해서다.

-그대!

지르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틀자 지르힐의 금빛 눈동자가 보였다.

-난 힘을 개방하지 말라고 일렀다!

지르힐의 금빛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지난번 성현의 몸을 이용했을 때, 마법사의 권능에 그 망령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망령은 성현의 의식을 빼앗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었다.

물론 지르힐은 그 이야기를 성현에게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성현이 진실을 알게 되면 계획을 들킨 망령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지금이라도 펜던트를 착용하라!

하지만 성현은 지르힐의 분노를 오해했다.

마력의 폭주를 걱정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걱정하지 마. 이 정도 아픈 것으로는 안 죽어.”

-그대!

성현은 창고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산의 정상에 섰다.

찬 바람을 맞으며 쭉 기지개를 켰다.

이어서 파아아앙! 절벽을 뛰듯이 내려갔다.

* * *

그 시각.

동굴의 바닥에 있던 계약자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짐승 때문이다.

크기는 약 20m,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조금은 달랐다.

몸을 보호해야 할 피부가 없었고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쪽 눈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사방에 흩어진 인간들을 둘러보는데, 그 눈빛이 섬뜩했다.

그 눈빛에 인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본능이 외친다.

-살고 싶으면 도망쳐!

그런데, 그 순간이다.

지금껏 인간과 싸우던 거인이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나모르 님을 뵙습니다!

인간들은 기겁했다.

거인 하나도 상대하기가 힘들었는데 군주라니.

게다가 나모르의 살벌한 눈빛에 이곳의 공기마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 어…….”

인간들은 멈춰 섰다.

싸워야 한다는 의지는 사라졌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두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심장만 쿵쾅쿵쾅 뛰는 중이다.

나모르는 그들을 둘러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성현과 달랐다.

성현은 사나운 이빨을 드러냈지만 이들은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인간은 이래야 한다.

존재를 보면 겁을 먹고 숭배해야 하는 게 인간이다.

“꿇어라.”

나모르의 목소리에 인간들이 털썩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거인이 기뻐했다.

손을 번쩍 들며 승리한 것처럼 환호를 외쳤다.

“나모르 님께서 너희를 용서하신다! 나모르 님을 받들고 영생을 살아라!”

“죽여라.”

나모르의 명령이 전달됐다.

거인이 날뛴다.

인간을 짓밟으며 쾅, 쾅, 뛴다.

밟혀 죽은 인간의 모습은 처참했다.

뇌가 터졌고 배 속에 있던 장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거인은 계속 뛰었다.

모든 인간을 밟아 죽이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잔혹한 비명이 울리는 가운데 나모르의 시선이 한쪽으로 틀어졌다.

이 상황에도 겁을 먹지 않은 인간이 보였다.

지연우와 그 일행 그리고 서은서와 무령, 복면인들.

마지막으로 이창민 중사와 박상문 하사.

나모르의 손가락이 그들을 가리켰다.

“저놈들부터 죽여라.”

나모르는 그들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성현이 떠올랐다.

“저놈들이 감히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죽여라!”

나모르의 지시에 거인은 붉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거인의 형체를 벗어나 다시 수많은 좀비로 나뉘었다.

수천, 수만의 좀비들!

놈들이 나모르가 가리킨 사람들을 향해 두 발로 달리고 네발로 뛴다.

-영생! 영생! 영생!

그렇게 다시 인간과 좀비의 전투가 벌어졌다.

“뭐라는 거야! 싸워! 무서워도 칼을 휘둘러!”

지연우가 소리를 질렀고 공포에 질려 있던 인간들이 서로의 등을 의지한 채 병장기를 뽑았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개×발!”

그들은 욕지거리와 함께 칼을 휘둘렀다.

좀비의 목이 잘리고 팔이 나뒹군다.

좀비에게 뜯어먹힌 인간이 푹푹 쓰러졌다.

“방패 들어!”

“물러서지 마!”

“개×끼들! 죽여!”

“잠깐만! 저 새끼부터 죽여!”

“좌측, 좌측부터 때려죽여!”

“막아! 막으라고! 씨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자를 이길 수 없다.

고통을 알고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점차 밀렸고 지연우는 입술을 물어뜯었다.

‘젠장!’

이곳에서 살아남아 모든 존경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지연우의 머릿속에 플로르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아들아, 내 힘을 빌려 쓰겠느냐?

지연우는 거부하지 않았다.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르의 힘을 빌리면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플로르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종말의 힘에 의지하지 말라. 마지막까지 너를 믿으라.

동시에 지연우의 팔에 검은 불꽃의 균열이 솟아났다.

지연우가 칼을 휘둘렀다.

썩뚝!

단 한 번에 좀비의 몸뚱이가 피를 튀기며 질척하게 갈라졌다.

지연우의 칼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검이 움직일 때마다 좀비의 머리가 후두둑 떨어졌다.

그 광경에 오히려 인간들이 덜덜 떨었다.

좀비의 팔이 날아다니고 그 핏물이 추적추적 쏟아졌다.

땅에 떨어진 좀비의 사지가 꿈틀거렸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좀비의 얼굴은 눈만 껌뻑거린다.

“이, 이길 수 있어!”

지연우의 움직임에 인간들이 괴성을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전황은 불리하다.

좀비의 숫자는 끝이 없고 나모르는 건재했다.

그리고 낫을 든 마녀 아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녀가 낫을 휘두르자 대기하고 있던 짐승들이 뛰쳐나갔다.

그녀의 짐승은 인간과 좀비를 구별하지 않고 공격했다.

물어뜯고 짓밟으며 비명 소리를 즐겼다.

중심에 서서 전장을 지켜보던 나모르의 시선이 아리에게 틀어졌다.

“마녀?”

아리가 살짝 무릎을 굽히며 나모르에게 예를 갖췄다.

“유르라헬의 피를 이어받은 하찮은 마녀 아리가 위대한 군주께 인사드립니다.”

나모르의 한쪽 눈이 가늘어졌다.

이곳에 마녀가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왜……?”

“왕좌를 넘겨받으라는 어머니의 지시입니다.”

나모르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더러운 피를 가진 족속들이 감히!”

나모르의 분노에 공간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플로르의 힘을 빌려 쓰는 지연우조차도 움찔거릴 정도였다.

그건 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군주는 군주다.

엄청난 살기는 마녀의 심장도 짓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

그래야 비루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녀가 마녀의 언어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라 리끄 디히.’

주문이 끝나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핏물 같은 색으로 변하며 그녀의 피부에는 시퍼런 핏줄이 징그러울 정도로 솟았다.

그녀가 나모르를 향해 다시 한번 무릎을 굽혔다.

“장례는 예의를 갖춰 치르겠습니다.”

“그럼, 난 네 시체에게 영생을 주지!”

나모르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리가 낫을 가로로 휘둘렀다.

수십 마리 좀비들의 허리가 분리됐다.

그런데 상대는 좀비다.

손으로 땅을 끌며, 피를 질질 흘리며 달려든다.

-그어어어어!

아리의 낫이 좀비의 머리를 콱 찍었고 뇌수가 팍 터지며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

그리고 서은서.

그녀는 귀를 막고 두 눈을 꽉 감고 있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성현을 쫓아 숱한 짐승들과 싸워 봤지만 이건 아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죽어 가는 사람들.

반면, 박상문 하사는 미친 사람처럼 버럭버럭 소리치고 있었다.

“기관총이야! 이 ×새끼들아! 다 뒈졌어!”

그때 서은서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다.

서은서가 깜짝 놀랐다.

그녀의 신체는 항상 함께 하는 무령조차 손을 대지 못한다.

시선을 돌리자 복면인이 서 있었다.

“눈 감지 말고 똑똑히 봐.”

낯익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이어진다.

“저 목숨, 하나도 잊지 마.”

“오……빠?”

복면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서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는 듯 다시 전장의 중앙에 선 나모르를 향했다.

그런데.

‘어?’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저것은…….

“유, 유성현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컸다.

모두가 성현을 본다.

나모르도 마찬가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는데, 성현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모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 미친놈이!”

그리고 성현의 창이 나모르의 이마에 박혔다.

콰지지직!

지금껏 기다려 왔던 성현의 등장에 나모르는 분노했다.

“죽여 버린다!”

나모르가 머리에 박힌 창을 부러뜨렸다.

성현의 창은 군주의 손아귀에서 손쉽게 박살 나고 말았다.

나모르가 부서진 창을 집어 던지며 시뻘건 눈동자로 성현을 찾았다.

그런데 성현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는 거냐!”

“여기.”

나모르의 눈동자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움직였다.

성현은 발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나모르의 발등에 주사기를 꽂았다.

마녀의 피는 나모르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만든다.

놈의 다리가 굳어 갈 때, 성현은 모든 펜던트를 뜯어냈다.

성현의 눈동자 색이 금색과 검은색, 붉은색을 오간다.

성현은 온몸의 마력을 쏟아 내며 놈의 다리를 잡고 밀었다.

구우우우웅!

나모르가 넘어졌다.

성현은 놈의 몸을 타고 올라 놈의 복부 위에 섰다.

이내 단도를 꺼내 들더니 양손으로 잡고 찍어 내렸다.

콰아아악!

“인가아아안!”

나모르가 비명을 질렀다.

그 괴성에 모두가 귀를 막았지만 성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갈라진 배 속으로 손을 쑥 넣었다.

그리고 잡히는 모든 것을 뜯어냈다.

핏물을 뚝뚝 흘리는 내장이 허공에 던져져 바닥에 떨어졌다.

아직 생명력을 잃지 않은 대장이 철퍼덕 떨어지더니 바닥에서 꿈틀댄다.

사람들의 어깨로 나모르의 배 속에서 꺼낸 장기의 잔해가 쏟아졌다.

모든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눈만 부릅떴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악마는 나모르가 아니다.

악마는 성현이다.

“사, 사람 맞아……?”

“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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