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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138화 (138/252)

138화

성현의 모습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했다.

존재의 배 속으로 손을 쑤셔 넣어 내장을 뽑고 뼈를 부러뜨렸다.

나모르가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로 성현의 모습은 짐승과 같았다.

푹! 푹! 푹!

성현과 가까이 지내던 서은서도, 그리고 지연우도 움찔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낫을 든 마녀 아리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몸을 피했다.

아리가 동굴의 틈에 몸을 숨기며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성현이 나모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장이 다 쏟아졌지만 나모르는 군주다.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하지만 타격은 줬어.’

아리는 나모르가 극한에 몰렸을 때 나모르를 죽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려 한다.

‘그럼 이 땅은 내 것이야.’

아리가 깔깔깔, 작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다.

나모르가 핏발 선 눈을 치켜떴다.

드디어 마녀의 피로 인한 신체 정지 시간이 끝난 거다.

“인간 따위가 나를 죽일 수 없다!”

나모르의 손이 성현을 움켜잡고 집어 던졌고, 성현은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앙!

성현이 부딪쳐 떨어진 벽에 쩍, 금이 그어졌고 성현의 입에서는 피가 토해졌다.

“컥!”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에 성현은 허리를 움켜잡고 뒹굴었다.

일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줬지만 머리가 흔들렸다.

“끄읍!”

“성현아!”

이창민 중사였다.

그가 곧바로 기관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투투!

조금이라도 성현을 돕기 위해서다.

인간의 현대 무기는 짐승을 상대로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나모르라 해서 다르지 않을 거다.

일어서던 나모르의 몸에 기관총에서 쏘아진 모든 탄알이 박혔다.

나모르의 살이 사방으로 튀었고, 갈라진 배에서 피가 왈칵 쏟아지며 장기가 줄줄줄 흘러내렸다.

피비린내가 역겨울 정도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모르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선다.

심지어 번뜩이는 눈으로 이창민 중사를 쏘아본다.

“인간 따위는 나를 죽일 수 없다.”

광기 어린 목소리에 사람들은 침묵했고 방아쇠를 당기던 이창민 중사의 손도 멎었다.

이곳에 선 모든 인간은 느꼈다.

총도 통하지 않는다.

배를 갈라 장기를 끄집어내도 놈은 멀쩡하다.

이길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을 요약하면 전의 상실.

심각할 정도로 적막한 공간에는 절그럭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갑옷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나모르의 손이 한 계약자를 향해 뻗어졌다.

도망치려 했지만 나모르의 손이 빨랐다.

콱 잡힌 채 천천히 들어 올리며 입을 쩍 벌렸다.

“살려 줘! 살려 줘! 제발! 누가 좀 도와……!”

하지만 돕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겁을 먹었다.

까드드득!

나모르는 인간을 씹었다.

쩝쩝 먹기 시작한다.

놈의 입에서 흐른 인간의 피가 바닥에 흘렀고, 먹다가 흘린 다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서 또 1명을 잡았다.

“아아아악!”

사람들이 도망쳤다.

나모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스몄다.

이제는 모두 똑같은 심정.

이곳을 살아서 벗어난다면 정말 착하게 살겠다고 신께 빌고 있다.

자신이 먹히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나모르는 전투 의지를 상실한 인간 10여 명을 더 씹어 먹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머리를 뱉어 냈고, 그 이빨에 짓이겨진 인간의 머리통이 땅에 나뒹굴었다.

나모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배를 채웠더니 조금은 힘이 돌아온 것 같았다.

“됐어.”

나모르의 시선이 성현에게 틀어졌다.

성현은 일어서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눈동자는 나모르를 쏘아보고 있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직 싸울 의지를 잊지 않았다.

나모르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인간!”

나모르는 저벅저벅 성현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성현의 배를 걷어찼다.

콰직!

성현은 다시 나뒹굴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바로 죽었을 텐데, 놀랍구나.”

나모르가 다리를 들고 성현의 머리를 찍었다.

콰직! 콰직! 콰직!

“죽어라! 괴로움을 느끼며 빌어라!”

회귀 전, 나모르와 싸워 이겼을 때.

그때는 모든 인간이 힘을 합쳐 공격했었다.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계약자들이 나모르를 죽이기 위해 힘을 합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방적인 살생이 이뤄지는 중이다.

그 누구도 성현을 돕지 않는다.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지켜본다.

“이게 인간이다! 이기적이지! 자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몹쓸 생명체지! 크핫핫핫!”

그때였다.

“안 돼!”

나모르의 발에 붉은 연기가 휘감겼다.

그 연기가 나모르를 타고 올라 목을 조였다.

서은서다.

그녀가 홀로 나모르의 앞에 서서 붉은 연기를 쏘아 대고 있었다.

이제 연기를 밧줄처럼 잡고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나모르는 이번에도 웃었다.

“간지럽다.”

나모르의 손이 서은서를 향해 휘둘렸다.

쩌어어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마력이 그녀를 향했다.

“아가씨!”

그 앞을 무령이 막아섰다.

콰아아아앙!

다른 복면인들이 나모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모르에게 복면인들은 병장기를 든 개미와 같았다.

그리고 그 시각.

성현은 다시 휘청이며 몸을 일으켰다.

‘팔이…….’

망가졌다.

왼손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는?’

다행히 멀쩡하다.

툭툭 움직였지만 뻐근한 게 전부다.

‘됐네.’

성현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복면인과 나모르가 싸우는 게 보인다.

다른 인간들은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다.

그때 성현의 귓가에 망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인간이다. 제 목숨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남의 고통은 느끼지 않는다.

“…….”

-그리고 저게 마녀다.

아리가 보였다.

동굴의 틈에 숨어 인간이 죽어 가는 것을 관망하고 있다.

-저것들이 살아 있다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가?

망령은 흉악한 웃음의 마법사였다.

그 섬뜩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성현을 설득했다.

-모두 죽여야 한다. 이 세상에 생명체는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저것들은 멸해야 할 존재다.

성현이 한숨을 내뱉었다.

‘됐고. 원하는 게 뭐야?’

성현도 마법사의 망령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차지하려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단 10분, 나에게 네 몸을 맡겨 보지 않겠느냐? 오늘은 존재만 손봐 주지. 부숴 버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동시에 지르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하지만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10분이다.’

-충분하지.

나모르의 손이 콱, 서은서를 쥐었다.

까드드득!

서은서의 뼈가 으스러진다.

“아악!”

나모르는 서은서의 비명을 즐겼다.

“연하구나.”

다른 계약자와 달랐다.

질긴 근육이 있는 남자들과 달리 서은서의 몸은 연약했다.

“넌 내가 음미해 주겠다.”

“안 돼!”

몸이 너덜너덜해진 무령이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모르가 가볍게 휘두른 마력에 벽까지 날아가 부딪쳤고 쓰러졌다.

나모르가 서은서를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린다.

그녀의 다리 한쪽을 잡고 천천히 입으로 넣었다.

“이 개새×야!”

복면인 한 명이 나모르를 향해 뛰어올랐다.

허공을 박차고 올라 단숨에 나모르의 얼굴 앞에 섰다.

칼을 쥐고 휘두른다.

그때마다 붉은 연기가 일렁였다.

촤악!

그 칼이 나모르의 귀를 베었다.

잘린 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촤아아악!

“죽어!”

복면인이 계속해서 칼을 휘둘렀다.

나모르가 분노했다.

“감히!”

나모르의 외침에 공기가 흔들리더니 ‘쾅!’ 하고 복면인을 때렸다.

복면인이 땅으로 떨어져 굴렀다.

괴로워하면서도 칼을 지팡이로 삼아 몸을 일으켰다.

“안 돼! 안 돼! 이 개×끼야!”

복면인의 입이 바짝바짝 말라 갔다.

그를 보며 서은서가 중얼거렸다.

“……오빠.”

나모르는 다시 서은서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제 서은서의 맛을 볼 차례다.

그런데.

“뭔가?”

나모르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분명 살육의 현장이었고 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나모르다.

그런데 뒤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간질간질 전해져 온다.

나모르가 천천히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성현이 보였다.

붉은 눈으로 나모르를 노려보고 있다.

“분명 다 죽어 가고 있었거늘!”

성현은 멀쩡했다.

부서졌던 팔도 자유롭다.

심지어 웃고 있었다.

나모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팔을 휘둘렀다.

팡! 팡! 팡!

마력이 모였고 성현을 향해 쏘아졌다.

그런데 성현의 몸이 휙 하고 사라졌다.

나모르가 ‘어?’ 하는 순간 성현은 어느새 땅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박차고 올랐다.

“이, 이건…….”

나모르는 놀랐다.

인간의 속도가 아니다.

아무리 계약자라 해도 낼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섰다.

저런 속도라면 인간의 뼈와 살이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나모르는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성현이 뻗은 손바닥이 나모르의 복부에 꽂혔기 때문이다.

쿠우우우웅!

나모르가 뒤로 물러섰다.

“컥!”

나모르의 입에서 핏물이 떨어졌고, 쥐고 있던 서은서를 놓쳤다.

지켜보던 복면인들이 서은서를 끌고 갈 때 성현의 파괴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꽈아아앙!

성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나모르는 흔들렸다.

지켜보고 있던 좀비들이 나모르를 돕기 위해 달려왔지만 무리다.

성현은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좀비들을 향해 마력을 쏘았다.

콰지지지직!

좀비의 뼈와 살이 너덜너덜해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나모르는 성현이 좀비와 싸우는 틈을 노렸다.

주먹을 들어 올려 찍었다.

성현이 주먹을 쥐고 나모르의 주먹을 향해 휘둘렀다.

쩌어엉!

나모르의 주먹 뼈가 으스러졌다.

성현이 놈의 손가락을 쥐고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꽈드드드득!

“끄아아아악!”

나모르가 비명을 질렀다.

성현은 놈의 몸을 타고 올라 무릎으로 얼굴을 찍었고 잘린 귀에 손을 쑤셨다.

그제야 나모르가 한쪽 눈을 크게 뜨고 성현을 바라봤다.

그런데.

“서, 설마…….”

붉은 눈의 성현이 빙긋이 웃었다.

“오랜만이지?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비겁하게 도망친 새끼가 군주? 예전이었다면 일개 마녀보다 못한 권능으로 군주라니. 세상 참 우스워졌어.”

“너, 너는……!”

하지만 나모르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성현의 발이 나모르의 입을 가격했기 때문이다.

꽈앙!

나모르의 이빨이 튀었다.

성현의 주먹은 사정없이 나모르를 짓이겼다.

콱! 콱! 콱!

나모르는 주먹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빠바바바박!

놈의 몸이 흔들거렸다.

급기야 무릎을 꿇고 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현은 다시 튀어 올라 놈의 남은 눈동자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모르가 빌었다.

“사, 살려 줘. 제발…….”

“거참, 말 많네.”

성현은 눈동자를 뽑아냈다.

그리고 놈의 혓바닥을 잡고 단도를 휘둘러 썰어 냈다.

다시는 말을 못하도록.

나모르가 발버둥 쳤다.

군주라는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말을 할 수 없지만 있는 힘껏 입을 연다.

“아아아악, 아악!”

성현이 잔혹하게 웃으며 놈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직 죽지 마. 고통을 느껴 봐야지? 몸이 타들어 가도 살아 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성현의 손에서 불꽃이 쏘아졌다.

화르르르륵!

성현의 등장에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

귀를 막고 움츠러드는 자도 보였다.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악마가 맞았어! 악마야! 악마!”

그리고 성현의 시선이 천천히 틀어졌다.

그 붉은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동굴의 틈.

“나와. 씨×.”

아리였다.

아리가 억지로 웃으며 성현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성현이 서늘하게 웃으며 아리를 향해 걸어갔다.

“안 나오면, 내가 간다.”

성현의 걷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이어서.

쉬이이이익!

순식간에 아리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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