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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147화 (147/252)

147화

성현을 좋지 않게 봤던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

성현의 주먹이 늑대의 머리를 뼈를 부수며 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에 늑대의 뇌수가 튀었지만 성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꽝! 꽝! 꽝!

늑대는 ‘컹!’ 하고 소리만 내뱉은 채 축 늘어져 죽고 말았다.

동시에 성현은 늑대에게 물려 죽은 병사의 창을 손에 쥐었다.

손에 착 감긴다.

원래 쓰던 창만큼 손에 익은 것은 아니지만.

‘좋네.’

창이 빙그르 돌아갔고 찰나의 순간에 쉬이이익, 방향을 틀어 늑대의 목을 베어 냈다.

늑대의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늑대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질 때 성현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발을 옮기며 창을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촤아아악!

늑대가 반으로 갈렸다.

그 피가 모두 성현에게 튀었고 피를 뒤집어쓴 성현은 악귀 같았다.

그런데 그런 성현을 본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

“지르힐 님의 가호가 내려왔어!”

“정말 지르힐 님의 신자였어!”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들이 더 거칠게 언덕을 뛰어 내려왔다.

“죽여! 로안의 신자들을 죽여어어!”

“로안의 신자는 살아 숨 쉴 자격이 없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피가 튀었고 살점이 뿌려졌다.

병사의 비명과 늑대의 비명이 얽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병장기를 휘두른다.

광기, 그 자체였다.

철퍽, 철퍽!

땅은 피를 머금어 진흙처럼 되었지만 전투는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늑대를 조종하는 술사가 살아 있는 한 늑대들은 끊임없이 일어날 거다.

그리고 성현의 머릿속에는 시스템 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얻었습니다.

-……스테미너가 상승합니다.

-……스피드가 상승합니다.

성현의 입술이 뒤틀렸다.

현실에서 짐승을 잡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경험치가 오르고 있다.

이 정도면 곧 만날 벽을 깰 수 있다.

‘어쩌면…….’

곧 회귀 전 자신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였다.

[숨겨진 퀘스트 : 술사를 찾아 죽여라]

-보상 1 : 코어가 당신의 이름을 살핀다.

-보상 2 : ????

드디어 코어를 장악할 수 있는 퀘스트가 시작됐다.

성현이 숨을 내뱉으며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술사가 있을 만한 곳.’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당신과 함께 온 병사들 중에 있습니다.

-당신은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성현이 병사들을 향해 시선을 틀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의 말이 맞았다.

성현은 한눈에 놈을 알아볼 수 있었다.

병사들의 중간에 서서 팔을 휘젓고 있는 놈.

‘저놈이야.’

성현의 눈동자가 스르륵 움직여 카심에게 향했다.

카심 역시 술사를 찾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병력 속에 술사가 숨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성현의 눈동자가 다시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습격을 알고 있었어.’

마을 안에서 생명체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도망쳤다는 거다.

‘기습을 알아챘다는 것은?’

성현의 시선이 다시 놈에게 틀어졌다.

저놈이 첩자였고 술사였다.

첩자로 인해 산을 넘으면서까지 준비했던 기습이 실패했다.

‘하…….’

인간들의 세상이나 여기나 치졸한 머리싸움은 똑같은 것 같다.

성현이 창을 꾹 쥐었다.

‘어차피.’

성현은 이곳에서 누가 이기고 지든 상관없다.

어차피 나모르의 기억, 이곳의 생명체는 지나간 과거의 흔적일 뿐이고 성현은 이곳의 주인이 되면 되는 거다.

‘어차피 퀘스트야.’

파아아앙!

성현이 병사들 사이에 숨은 술사를 향해 튀어 갔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달려가는 성현을 보며 병사들이 눈을 깜빡였다.

“왜, 왜 그래?”

“살기다!”

“저 새끼, 지금 우리를 공격하려는 거야!”

병사들은 전투의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형태는 인간과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힘을 넘어선 생명체.

그들은 성현의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자세를 취했다.

성현과 싸우기 위해서다.

성현이 그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설명할 시간 없다. 비켜라. 비켜서지 않으면 죽는다.”

성현의 손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곧 성현의 몸 전체에서 스파크가 파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비키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죽…….”

성현의 창이 병사의 머리를 박살 내며 스쳐 갔다.

투투툭 핏물이 떨어지며 병사들은 잠시 멍한 눈으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지르힐 님의 신자가 아니라 첩자였어!”

“젠장!”

“속았어!”

병사들이 성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심 역시 그들의 이상 현상을 느꼈다.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말릴 수 없다.

쉬이이이익!

성현이 베고 지나간 곳에 병사들의 내장이 쏟아졌다.

진흙에 얼굴을 처박고 몸을 꿈틀거린다.

여기저기 병사들의 팔과 다리가 날아다녔다.

“아아아아악!”

“내 파아아알!”

비명이 채우는 공간, 병사들 속에 숨어 있던 술사는 치아를 꽉 물었다.

‘젠장! 젠장!’

놈은 성현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다급히 선동했다.

“저놈이 배신자였어! 술사였어! 죽여! 막아!”

하지만 놈은 또 하나 알고 있었다.

성현은 분명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며 자신의 앞까지 다가올 거다.

놈이 한숨을 내뱉었다.

‘저 새끼를 죽일 수는 있지만!’

술사는 성현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카심이다.

성현과 싸우며 자신이 술사라는 것을 들키게 되면 끝이다.

술사의 실력으로 카심을 이길 수는 없다.

술사는 아찔함을 느끼며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술사의 시선이 마을로 향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

저 마을은 술사의 고향이다.

기습 작전을 알게 된 후 곧장 마을 사람들은 피신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병신 같은 게히얼의 광신도들!’

게히얼은 이 세상을 유지하는 남자 신의 이름이다.

술사는 게히얼을 추종하는 광신도들의 발길에 마을이 더럽혀지는 것조차 막고 싶었다.

‘그래서 이 게릴라 부대에 섞여 산을 올라 여기까지 왔는데…….’

계산에 따르면 분명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현 때문에 모든 게 망가졌다.

‘내가 너만은 죽인다.’

술사가 칼을 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성현을 또렷이 바라보며 몸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고작해야 고급 병사 수준의 마력, 넌 안 돼!’

술사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성현과 눈을 마주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성현이 펜던트를 뜯어냈다.

그리고 술사는 성현의 몸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어?’

순간 술사의 콧등에 성현의 주먹이 닿았다.

꽈직!

술사의 몸이 출렁였다.

단 한 방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철퍼덕 진흙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뭐야?’

술사의 눈이 떨려 왔다.

앞에 선 성현은 방금과 달랐다.

고작 좀 강한 병사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이다.

엄청난 마력이 성현의 몸을 휘감고 있다.

‘젠장!’

술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이 피가 배어 나올 것처럼 붉어졌다.

‘방심했어.’

술사는 방심했고 성현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어이없게 쓰러지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술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력을 모을 시간이 있으면 충분해.’

성현의 실력을 우습게 보고 늑대들에게 뿌려 둔 마력을 회수하지 않았다.

‘그 마력만 회수하면…….’

손쉽게 반으로 갈라 죽인 후 성현의 목을 꼬챙이에 꽂아 까마귀 밥으로 던져 줄 수 있다.

술사가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르힐 님의 신자여,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성현의 눈은 무심했다.

온기 없는 눈빛으로 술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현의 창끝이 천천히 술사의 목을 향해 겨눠졌다.

술사가 간절히 말을 이었다.

“신자여, 정말 첩자입니까? 아니, 오해가 있었다면 풀면 되는데 갑자기 왜…….”

그사이 술사의 손에는 늑대를 향해 쏘았던 마력이 거침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술사가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모든 병사를 향해 외쳤다.

“자네들! 말해 봐!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살기 위한 첫 번째 계획은 선동이다.

애절한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눈을 깜빡이며 성현을 몰아세웠다.

전방에서는 아직도 늑대와의 싸움으로 한창이었지만 이곳은 성현의 정체를 밝혀내는 게 우선이었다.

“진짜! 왜 그럽니까? 갑자기 우리를 왜 공격하는 거예요!”

“몰라서 물어? 저 새끼, 첩자라니까?”

“대답해 봐! 첩자지!”

그사이 카심도 성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술사가 다급히 머리를 진흙에 처박으며 입을 열었다.

“왕자님! 이자가 저를 왜 공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카심의 시선이 성현에게 옮겨졌다.

“이유를 듣고 싶은데.”

그 말에 술사는 고개를 처박은 상태로 활짝 웃었다.

‘됐어!’

카심은 병력을 아낀다.

성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력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그럼, 적어도 성현은 죽일 수 있을 거다.

‘카심까지 죽이면 좋겠지만…….’

술사는 그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카심이 다시 물었다.

“유성현, 왜 이자를 공격했지! 왜 우리 병력을 죽였지!”

쩌렁거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술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 카심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답하라!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

“그래, 이유!”

성현이 엎드린 술사의 목에 창을 푹 박아 넣었다.

술사의 눈이 벌게졌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구멍 난 목에서 바람과 핏물이 새어 나올 뿐이다.

마력을 모아 성현을 죽이려던 계획이 허망할 정도로 끝나 버렸다.

“쿨럭!”

성현이 창을 비틀자 술사는 그대로 생명을 잃고 말았다.

성현이 무심한 눈으로 창을 뽑아 툭툭 털며 입을 열었다.

“이게 이유다.”

“이런!”

카심이 칼을 뽑았다.

곧바로 성현의 목을 벨 생각이다.

그런데 전방 쪽에서 병력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늑, 늑대가 쓰러지고 있습니다!”

“술사를 잡은 거야?”

술사가 죽었다.

힘을 잃은 늑대들이 픽픽 쓰러지고 있었다.

카심의 놀란 눈동자가 성현을 향했다.

성현이 술사의 머리를 발로 툭 차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

병력들이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

“유성현! 유성현!”

“지르힐! 지르힐!”

술사를 죽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몇몇의 병력이 죽었다.

하지만 병력들은 그 생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며 환호했다.

카심이 입을 열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뭐, 별말씀을.”

“전투가 끝나면 우리 성으로 가지! 자네에게 합당한 상을 내릴 거야!”

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코어가 기억을 살핍니다.

-코어가 당신이 원래 있던 기억인지 확인합니다.

-코어가 당신을 바이러스로 인식했습니다.

‘바이러스라니…….’

성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사이에도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카심이 당신에게 호의를 표시합니다.

-병력들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476명의 생명체에게 당신의 이름이 기억되었습니다.

-보상으로 고대의 유물 스크롤을 선물합니다.

‘고대의 유물?’

성현의 눈이 번쩍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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