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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165화 (165/252)

165화

그리고 성현의 손에서 전기가 파직거렸다.

그 전기가 수백 개의 갈래로 찢기며 해골 병사를 향해 뻗었다.

파지지지직!

-크에에에엑!

병사들의 쓰러졌다.

그 비명과 함께 공간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죽어라.’

성현은 정말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기를 뿌렸고 도망치는 놈들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콰지직!

지금, 또 1마리 해골 병사의 머리가 날아갔다.

‘최대한 고통 없이 죽어라.’

해골 병사는 짐승이다.

하지만 원래는 카심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전사였다.

성현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코어의 기억을 통해 봤다.

각자의 사연이 있던 자들.

아기가 태어났다며, 집에 가고 싶다던 자.

부모님과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던 자.

‘이들이 원하던 것은 단 하나였어.’

소원은 소박했다.

이들은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 돌아가기를 원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들의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플로르의 미친 짓에 창조자는 분노했고 세상은 피로 물들었다.

더한 전쟁이 일어났고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전장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것도 짐승이 된 채로, 영원히.

-카아아악!

성현은 고통 없이 죽여 주는 게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을 위로 들어 올렸다.

‘저주받은 섬광.’

하늘에 먹구름이 일었다.

이어서 번개가 포탄처럼 떨어져 내렸다.

꽈르르르릉! 꽝! 꽝!

섬뜩한 빛줄기가 계속해서 난사됐다.

맞은 병사는 완벽히 으스러지며 가루가 되었고 나머지는 번개를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성현이 흩어진 놈들을 쫓아 달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창을 휘둘렀다.

쩍! 쩍! 콰직!

하나하나가 죽어 가며 성현의 앞에 무너진다.

그리고 성현은 입술을 씹었다.

‘젠장!’

이들을 부수고 앞으로 향할수록 플로르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져 갔다.

‘그 하찮은 욕심 때문에!’

그 미친 욕심으로 인해 죄 없는 생명체가 억겁에 가까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왕가의 계곡에서 카심의 망령을 지키는 중이다.

‘플로르, 넌 반드시 죽인다.’

성현의 손에 거대한 라이트닝 볼이 만들어졌다.

손을 뻗자 그대로 해골 병사를 향해 돌진했다.

꽈아아아앙!

해골 병사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뼈만 남은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가 뼛가루가 되어 사방에 튀었다.

그리고 그 시각, 꼬마와 서은서 열다섯의 존재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성현이 나서서 다 처리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괜히 나섰다가 성현의 공격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답도 없다.

성현의 움직임은 상상을 넘어섰고 저 안에 개입하는 순간 반드시 죽고 말 거다.

지금은 그저 지켜보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꽈아아아앙!

흙먼지가 자욱하게 채워졌다.

그리고 성현이 창을 땅에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나와.”

그 말에 꼬마는 눈을 깜빡였다.

‘나와?’

해골 병사는 전부 죽었다.

땅에 쓰러져 거대한 뼈 무덤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나오라니.

꼬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성현의 목소리가 또 이어졌다.

“나오라고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스르르륵 200여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꼬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인간이잖아?’

인간이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자들이 약 100여 미터 밖에 서 있다.

사막의 모래를 밟고 성현을 지켜보며 낄낄대는 중이다.

‘뭐지?’

꼬마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서은서의 눈빛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저, 저 사람은…….”

세계 랭커 98위 유리안 드 레이, 한국 랭킹 39위 박승찬. 그 외에도 이곳저곳의 랭커가 가득하다.

서은서 역시 저들이 이곳에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살기를 뿌려 대고 있다.

그리고 한국 랭킹 39위의 박승찬이 철퇴를 손에 쥐고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성현이라고 했나?”

“…….”

“감정은 없다. 그냥 퀘스트가 떨어졌거든. 널 죽이라는 퀘스트.”

귀족, 마녀, 다양한 존재와 계약한 자들이다.

성현은 저들의 위에 플로르가 있음을 직감했다.

회귀 전, 지연우가 모았던 군대.

그곳엔 플로르의 귀족과 마녀도 속해 있었고 그 계약자들 역시 당연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지간한 존재도 오지 않는 왕가의 계곡에 서슴없이 인간을 옮길 수 있는 쓰레기는 플로르밖에 없다.

성현이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검은 하늘에 존재의 눈이 별처럼 박혀 있다.

이곳에 온 계약자들의 존재일 것이다.

‘날 왜 죽이려는 거지?’

성현은 조금 의아했다.

플로르가 자신을 왜 신경 쓰고 있는지 예상은 됐지만 아직 성현이 플로르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

‘괜히 미움받는 것 같아서…… 기분 좋네.’

플로르는 성현을 죽이려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플로르의 계획을 박살 내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들을 둘러보는 성현의 눈에는 긴장이 없었다.

천천히 시선을 내려 앞에 선 200여 명을 둘러볼 뿐이다.

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

회귀 전, 수천 명을 죽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연우가 총알받이로 보냈던 최하위 등급의 계약자들.

플로르를 현신시키기 위해 준비한 제물.

이 정도 수준의 계약자 수백과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휘날리는 모래를 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뭉쳐 있는 200명의 마력에 설렘을 느꼈다.

성현의 머릿속에 마법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넌 이미 평화로운 세상에 어울리지 않아. 그때가 되면 지금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거다. 싸울 상대를 찾고 죽이고 싶어 하겠지. 그리고 미쳐 버릴 거야. 지금의 나처럼, 예전의 나처럼.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지금껏 몇 명을 죽였는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 갔는지 셀 수도 없다.

몸은 이미 피를 원하고 있었다.

‘죽여 주마.’

성현의 눈이 번뜩였다.

그런데 성현을 빤히 지켜보던 한국 랭킹 39위 박승찬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네 이름이 하도 많이 들리기에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거든?”

그동안 성현의 활약이 언론에 흐른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마녀 그리고 군주를 잡은 것.

그 외에는 없었다.

성현은 고등학생 시절에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던전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고, 그 이후에는 군대에 있어서 그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전역 후에는 곧장 이계에 들어와 소멸의 바다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성현의 유명세가 ‘거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승찬 역시 마찬가지였다.

20대 초반에 마녀와 군주를 잡을 수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성현을 보며 확신했다.

‘거품이네.’

성현의 몸에서는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인처럼 보인다.

물론 마력을 숨기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새어 나오기 마련.

저 정도로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기였어.’

서은서는 페이트 길드의 딸.

성현을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걸 도운 게 저놈들인가?’

성현의 뒤에 있는 놈들, 꼬마와 열다섯의 존재.

저들이 성현의 신화를 도왔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여기까지야.’

박승찬의 손에서 검은 연기가 일렁였다.

이어서 무거운 철퇴가 붕붕거리며 가볍게 휘둘렸다.

그 풍압으로 모래가 휘날리더니 곧 쉬이이익, 살벌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승찬이 철퇴를 휘두르며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설 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아.”

박승찬은 욕심을 냈다.

성현을 죽이면 랭킹이 올라갈 거다.

마녀와 군주를 잡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에 다른 계약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일은 한국이 알아서 해.”

“땀 흘리지 않고 보상을 받는다니, 개꿀이네.”

세계 랭커 또는 다른 국가의 계약자들은 성현의 이름값이 필요 없었다.

그들에게 성현은 그저 잡몹과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계약자들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욕심이 났다.

마력도 없는 성현을 직접 죽일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죽이면 랭킹에 오를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박승찬의 말을 거역하기는 어려웠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찬성하자 박승찬의 시선이 서은서에게 틀어졌다.

그리고 음탕한 시선으로 서은서를 바라보며 말한다.

“페이트 길드의 서은서 씨 맞죠? 내가 지금 소속사와 계약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쪽이 하는 걸 봐서 페이트로 갈 수도 있어요. 유성현을 잡으면 적어도 20위권으로 진입할 것 같거든요? 계약금은 됐고 나랑 데이트 한 번 합시다. 어때요? 술 한잔하자는 것인데, 빼지 말고.”

함께 온 200명의 계약자들이 야유를 보냈다.

여기까지 와서 여자를 꼬시냐, 저 새끼 생각 없는 거 봐라 등등.

그들은 성현의 마력을 보고 소풍을 나온 것처럼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성현과 함께 있던 꼬마와 열다섯의 존재 그리고 서은서는 아니었다.

‘쟤 왜 저래?’

‘저러다 아프게 죽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고어물을 보겠네.’

이들은 지금껏 성현의 무서움을 봤다.

마력이 없는 게 아니라 못 느끼는 거다.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박승찬이 마지막 도발을 내뱉었다.

지난번, 꼬마가 했던 것처럼.

“계약자 선배로서 세 번의 공격을 양보하지. 권능을 사용해도 좋고 그 창을 휘둘러도 좋아. 뭐든 좋으니까…….”

박승찬이 말을 잇고 있을 때, 성현이 잠시 회귀 전을 떠올렸다.

지연우의 곁에 서서 성현을 공격했던 놈들 중 하나.

성현을 찾기 위해 성현이 살던 동네 사람을 모두 죽였던 놈.

그놈이 앞에 있다.

성현이 놈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감사히 세 번을 공격할게.”

그 말과 동시에 성현이 땅을 박찼다.

파아아아앙!

성현은 순식간에 박승찬의 앞에 섰다.

예상 못 한 스피드에 놈이 눈을 부릅뜬다.

“아, 아직 말하는 중이었잖…….”

이번에도 성현은 놈의 말을 끊었다.

놈의 손목을 잡고 놈이 “어?” 하는 순간 그대로 뒤틀었다.

빠드드드득!

놈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붕붕 돌리던 철퇴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끄아아아아악!”

박승찬이 핏발 선 눈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때 그의 귀에 성현의 목소리가 스쳤다.

“한 번.”

“……!”

성현이 다리를 휘둘러 놈의 무릎을 가격했다.

꽈직!

단 한 번의 발 차기, 그런데 놈의 다리가 역으로 꺾였다.

뼈가 튀어나왔고 모랫바닥에 피가 후드득 쏟아지며 놈이 멈추지 않고 비명을 내뱉었다.

“끼아아악!”

“두 번.”

마지막으로 성현이 놈의 가슴으로 손을 쑤셔 넣었다가 뽑아냈다.

우드드득!

성현의 손에는 놈의 위장과 소장 그리고 대장이 들려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며 김이 모락모락 흐르는 장기를 보며 성현이 건조하게 말했다.

“세 번.”

그리고 성현이 손에 쥔 놈의 장기를 땅에 버리며 200명의 계약자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사이 박승찬은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200명의 계약자의 분위기는 싹 바뀌었다.

팝콘을 씹어 먹던 분위기에서 전장의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선 성현이 손을 까딱였다.

“한 번에 와라. 다 죽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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