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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210화 (210/252)

210화

쏴아아아아.

사막에 비가 내리며 척박했던 땅에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쉬지 않고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전장은 참혹했다.

포연처럼 피어오르는 연기.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의 굉음.

하얀 피부를 자랑했던 마녀가 새까맣게 타 죽었고, 또 다른 마녀의 피부는 번개의 열기를 이기지 못한 채 흘러내렸다.

“끄아아아악!”

바닥에 쓰러진 한 마녀가 살기 위해 바득바득 움직였다. 그 바람에 손톱이 부러졌지만 생존에 대한 갈망은 지독했다. 마녀는 계속해서 바동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썩둑!’ 소리와 함께 마녀의 하반신이 잘려 나가며 마녀는 긴 삶을 마쳐야 했다.

“제발 살려 줘! 제바알!”

마녀들은 전장의 한복판에서 도주하려 했지만 지금부터가 지옥의 시작이었다.

스르륵.

죽었던 자들이 일어난다.

몸이 뭉그러진 사체.

내장이 다 쏟아졌기에 껍데기만 남은 마녀.

징그러울 정도로 살이 녹아내린 자.

팔과 다리가 뽑힌 그들.

그들의 눈이 번뜩이고 아가리를 벌리며 포효했다.

-카아아아악!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가, 강령술?”

강령술은 끔찍하다.

동료를 죽여야 한다. 함께 떠들었던 동료의 입을 찢어야 하고 그들의 머리통을 터뜨리며 칼을 맞대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팔을 베고 다리를 베어도 강령술에 지배당한 사체는 통증을 모른다.

끝까지 포악하게 달려든다.

“원거리!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라!”

공격 명령이 떨어지며 2선에 위치한 자들, 원거리 공격의 마녀가 손을 뻗었다.

그 마력이 강령술에 지배당한 사체를 향해 퍼부어졌다.

꽝! 꽝! 꽝!

“계속! 멈추지 않고 쏘아라!”

“잠깐! 유성현은 어디에 있지? 어?”

그런데, 사체 사이에 있던 성현이 보이지 않았다.

마녀들이 눈을 크게 뜨고 사막을 살폈지만 성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성현은 어느새 전장에서 물러서 있었다.

아로드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강령술을 사용해 사체를 움직이는 중이다.

‘전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5분도 지나지 않았어.’

그 짧은 시간 쓰러진 마녀는 수백, 1만이 넘는 대군을 상대로 타격을 줬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숫자.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공포를 심어 넣기엔 충분했다.

‘앞으로 10분…….’

성현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갑주를 입고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10분이 전부다.

그 이상의 마력을 사용하면 갑주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

‘그 전에 치고 빠진다.’

성현은 마녀와 짐승으로 채워진 1만의 대군을 상대로 싸워 이길 생각은 없었다.

목표는 둘, 아로드나를 죽여 플로르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

게릴라전이 어디까지 통할지 알아보는 것.

성현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모래 언덕 위에 일렬로 늘어선 스물넷의 마녀, 몸매가 천박하게 드러날 정도로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자들.

성현은 저들을 잘 알고 있었다.

마녀급에서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아로드나의 호위 무사.

회귀 전, 그들은 각지의 전장을 돌아다니며 인간을 도륙했었다.

그들의 앞에서 인간은 공포를 숨길 수 없었고, 저 입에 먹힌 인간의 숫자는 셀 수 없다.

‘너희는 내 싸움에 끼어들 수 없다.’

아로드나와의 싸움에 저 호위 무사가 끼어들면 성가시다.

아무리 성현이라 해도 아로드나와 함께 저 숫자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호위 무사에게는 다른 전투를 준비해 줘야 한다.

‘오미로 베루스.’

초반 전투 이후 던전에 넣어 뒀던 오미로 베루스가 다시 나타났다.

위치는 아로드나의 호위 무사들 바로 그 앞.

성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령술로 움직이던 사체도 일제히 호위 무사들 앞으로 보냈다.

머리 없이 몸뚱이만 움직이는 마녀, 상반신만 남아 팔로 기어가는 마녀, 그들이 전부 호위 무사를 향한다.

처음에는 비틀비틀 느렸던 걸음이 점차 빨라진다.

이어서 ‘다다다다’ 엄청난 속도로 호위들을 향해 뛰었다.

“마, 막아!”

하지만 늦었다.

기어오던 마녀가 아가리를 벌리며 다리를 찢어 물었다.

허연 허벅지가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뜯기며 핏물이 튀어 오른다.

그리고 성현이 다시 움직였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허공에 올랐던 성현이 땅으로 뚝 떨어졌다.

호위 무사가 있는 곳.

꽈아아아앙!

땅이 흔들리며 마녀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성현이 창을 휘두르자 마녀의 몸뚱이가 반으로 썰리며 쪼개졌다.

아무리 호위 무사라 해도 고작 마녀.

그 이상의 힘을 얻은 성현에게 상대가 될 수 없다. 게다가 강령술에 지배된 사체와 오미로 베루스가 함께 있다.

이곳은 성현의 공간이나 마찬가지.

“제발 죽어!”

한 마녀가 성현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성현은 몸을 틀어 칼을 피하며 마녀의 팔꿈치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꺾었다.

우드드득!

마녀의 팔이 역으로 꺾이며 뼈가 튀어나왔다.

“끼아아아악!”

다른 마녀가 성현의 얼굴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성현이 눈동자만 움직여 다가오는 해머를 확인 후 살짝 뒷걸음질 쳤다.

쿠우우웅!

해머가 땅을 때리며 진동할 때, 성현은 해머를 쥔 마녀의 손을 발로 찬 뒤 그 해머를 빼앗았다. 동시에 해머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해머를 갖고 있던 마녀가 압사했다. 몸이 압축되며 사방으로 내장이 튀어나왔다.

마녀들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이제 성현을 보통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마녀는 없다.

저건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다.

성현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창을 찔러 마녀의 몸을 꿰뚫었고, 창날을 휘둘러 팔다리를 잘랐다.

죽은 자는 다시 일어나 동료를 공격했다.

성현은 다시 혼란을 뒤로하고 지면을 발로 박찼다.

허공에 오른 성현이 시선을 틀어 아래를 바라봤다. 모래 먼지가 ‘훅!’ 일어나는 것을 보며 그 아래로 연막탄을 떨어뜨렸다.

치이이이익!

세상은 다시 연기로 가려졌다.

그리고 성현은 시선을 들어 멀리 있는 아로드나를 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와라.”

“저놈이!”

아로드나가 분노하며 뱀의 머리에서 뛰어올라 성현을 향해 도약했다.

허공을 밟는 것처럼 다리를 움직여 엄청난 속도로 성현에게 다가왔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성현은 다가오는 아로드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연막탄을 터뜨린 것, 아로드나의 앞에 몸을 드러낸 것은 모두 계획된 움직임.

성현이 창을 고쳐 잡으며 아로드나를 기다렸다.

쩌어어엉!

허공에서 성현과 아로드나의 창과 창이 맞부딪치며 포탄이 터진 것 같은 폭발음이 사막을 울렸다.

* * *

클로이는 양탄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입술을 쓸던 클로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플로르가 어떤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

클로이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플로르의 성에 있었던 모든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플로르가 예언서를 바꾸던 것이 스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직감적으로 스친 생각과 함께 클로이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어머니는 유성현을 죽일 생각이 없나?’

그게 아니면 굳이 예언서를 바꿀 이유, 마법사의 아들을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클로이는 예상했다.

유성현의 신체가 너덜거리면, 그리고 죽기 직전이 되면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거라고.

‘목표는 마법사구나.’

클로이는 플로르가 마법사를 노린다고 예상하며 빙긋이 웃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유성현이 죽으면, 그래서 마법사의 망령도 그 안에서 함께 사라져 버리면…….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클로이는 그게 궁금했다.

그리고 천천히 양탄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확인해 보면 되는 거지.’

클로이가 받은 명령은 이곳까지 아로드나를 안내하는 것.

전투에 참여하란 명령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클로이는 그 명령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궁금한 게 우선이다.

클로이는 거치적거리는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단도로 죽 찢은 후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이제 유성현을 죽일 때다.

* * *

쩡! 쩡! 쩡!

아로드나는 성현을 향해 계속해서 창을 찔러 넣었다.

휘두르고 찌르고…….

하지만 성현은 모두 막아 내고 있다.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창끝이 정직하다.

마력의 우위는 아로드나에게 있지만 성현은 창 하나로 사선을 넘어온 자.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묻힌 피가 다르며 거둔 생명의 숫자, 그 차이는 크다.

후우우웅!

이번에도 성현이 발을 뒤로 끌며 한 끝 차이로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놈의 품으로 파고들어 멱살을 잡아 땅으로 던졌다.

이곳은 허공.

자세가 흐트러진 아로드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곳은 연막이 가득한 곳이었다.

쾅!

아로드나가 떨어지며 그 충격으로 거센 바람이 일었고 연막이 ‘훅!’ 옆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 위로 강령술에 지배당한 마녀들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물론 성현의 지시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아로드나의 부하였던 그들이 아로드나의 몸을 향해 병장기를 휘두른다. 칼을 휘두르고 창을 찔러 댄다.

아로드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젠장!’

아로드나가 마녀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트는 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 아로드나는 성현의 모습을 놓쳤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은 후 성현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는 거냐?’

그때, 아로드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봤다.

성현이 던진 파괴적인 마력.

아로드나는 몸을 데굴데굴 구르며 마력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성현의 예상 범위였다.

놈이 도망치는 곳에 성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현은 놈이 굴러오는 것을 지켜보다 창을 움직였다.

노리는 곳은 정확히 놈의 심장.

푹!

“컥!”

아로드나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성현이 창을 뽑아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목이다.”

아로드나는 꿀렁거리며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다급히 권능을 사용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거다.

5초 전으로, 마녀가 덮치는 그 순간으로.

그리고 5초 전으로 돌아왔다.

아로드나는 눈을 부릅뜨며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성현에게 멱살을 잡혀 땅으로 떨어진 순간이다.

강령술에 지배된 마녀가 아로드나를 도륙할 것처럼 올라타고 있을 때다.

아로드나는 방금과 똑같이 마녀를 뿌리치며 몸을 뒤틀었다.

동시에 똑같이 검은 구체가 날아온다.

저걸 피하면 성현이 심장을 노릴 게 분명하지만 피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로드나는 일단 피했다. 다시 몸을 굴렸다.

그리고 똑같이 ‘푹!’ 이번에도 끔찍한 통증을 느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장은 멀쩡하다는 것.

성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깝네. 심장을 노렸는데. 왜? 시간을 되돌리게? 어? 이미 되돌렸나 보네?”

성현이 빙긋이 웃었다.

아로드나의 마력이 1/3 줄어들었다.

“그럼, 이번에는 죽어야지?”

성현이 아로드나의 멱살을 다시 콱 잡은 후 그 위에 올라탔다.

1/3이 줄어든 마력.

게다가 마운트 포지션.

이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현이 창을 단도로 바꾸며 아로드나의 목을 자르려던 순간이다.

콰직!

난데없는 발길질.

성현은 광대가 으깨지는 통증을 느끼며 붕 떠오른 후 수십 미터를 굴렀다.

콰당탕탕탕!

한참 모래 바닥을 나뒹군 성현이 자세를 잡은 후 앞을 바라봤다.

‘클로이?’

그녀가 아로드나의 앞에 서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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