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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211화 (211/252)

211화

성현은 핏물이 흐르는 입술을 닦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클로이가 끼어든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전투의 시작부터 클로이는 먼 곳에 떨어져 있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태도 역시 심드렁했다.

그래서 성현은 생각하고 있었다.

클로이의 역할은 전투가 아니며 무슨 일이 있어도 싸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존재들은 이기적이다. 상대가 죽든 말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클로이가 난입했다. 심지어 성현의 머리를 발로 찬 후 도발까지 하고 있다.

“어서 와. 죽여 줄게. 머리부터 잘라 줄까? 아니면, 손톱과 발톱을 뽑아 줄까?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봐.”

클로이가 하얀 손을 흔들며 성현을 향해 손짓했다.

성현은 숨을 작게 내뱉으며 남은 마력을 살폈다.

전투가 시작된 후 쉬지 않고 번개를 뿌렸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마력은 어느새 바닥을 향해 간다.

그리고 마력이 사라지는 동시에 갑주는 자신의 마력을 쏟아 내 성현을 잠식하려 할 거다.

아니, 이미 잠식은 시작됐다. 투구 속 성현의 얼굴은 만신창이, 실핏줄이 징그러울 정도로 돋아나 있었고 흰자위는 시뻘겋게 물들어 있다.

‘갑주에게 잡아먹히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7분.’

그 안에 아로드나와 클로이를 해결해야 한다.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갈게.”

클로이가 양팔을 펼쳤다.

그러자 ‘화르르륵!’ 불길이 치솟으며 화염으로 이뤄진 늑대 세 마리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너희의 불타는 이빨로 유성현을 씹어 먹어라.”

늑대가 불덩이가 뚝뚝 떨어지는 아가리를 벌리며 성현을 향해 뛰어갔다.

크르르릉!

성현은 창을 휘두르며 늑대와 싸워야 했다.

“왜 끼어들었지?”

성현의 시선이 늑대에 향하고 나서야 아로드나가 클로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눈빛에 분노가 가득하다.

클로이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마? 목숨을 구해 줬는데, 지금 내 탓을 하려는 거야?”

“내 싸움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네 마녀들이나 간수해. 가만히 뒀다가 전부 죽을 것 같은데.”

아로드나의 시선이 틀어졌다.

마녀들의 싸움, 강령술에 지배당한 마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고통을 모르는 사체 앞에서 마녀들은 당황하고 있다. 게다가 중간에 낀 해골, 오미로 베루스의 폭력에 마녀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죽어 갔다.

“잠시 이곳은 너에게 맡기지. 하지만 유성현의 목숨은 내가 끊는다. 마지막은 나에게 넘겨라.”

아로드나는 성현을 클로이에게 맡긴 후 곧장 창을 들고 마녀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로드나가 휘두른 창날에 강령술에 지배당한 마녀가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곧 후드득 지배당한 마녀의 신체 부속이 사방으로 튀었다. 손가락과 발가락, 흘러내린 눈동자와 내장.

“계속 공격하라!”

아로드나의 등장에 살아남은 짐승과 마녀 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거다.

그리고 클로이는 계속 성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정말…… 우리와 싸워 이길 것이라 생각한 거야? 계속 발버둥을 치네?”

성현은 불덩어리의 늑대와 싸우고 있었다.

늑대의 이빨이 사정없이 성현을 노리고 있다.

텁! 텁! 텁!

성현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늑대의 공격을 피해 냈다.

하지만 ‘턱!’ 물러서던 성현이 누군가와 부딪쳤다. 손톱이 20cm는 길게 뻗어 나온 마녀였다. 그 손톱에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나오고 있었고.

“죽어!”

마녀가 성현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고 성현이 피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클로이가 다가왔다.

“피하려고?”

클로이가 성현을 살포시 끌어안으며 성현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왜 그래? 죽어야지. 저 언니 손톱이 마음에 안 들어?”

“미친!”

성현이 뿌리치려 했지만 클로이가 가진 권능은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불어 넣는 것. 성현은 벗어날 수 없었고 마녀의 손톱이 갑주에 닿았다.

카카카캉!

갑주에서 불꽃이 튀며 쇠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클로이의 권능이 사라졌을 때, 성현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세 발자국 뒤로 물러선 성현이 한숨을 내뱉으며 클로이를 바라봤다.

‘확실히…….’

클로이는 강하다. 지금도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3~4m는 될 것 같다.

‘여기에 아로드나까지 합세한다면?’

성현은 반드시 패한다. 지금 성현의 능력으로 두 존재의 협공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

성현은 눈동자를 움직여 아로드나와 클로이를 번갈아 살폈다.

누구를 죽여야 하나. 어떤 놈을 목표로 한 후 도주해야 할까.

결정은 빨랐다.

‘아로드나.’

아로드나는 미숙하다. 그렇기에 지금 숨을 끊어 놔야 한다. 저놈이 전투의 경험을 쌓고 지금보다 발전하면 앞으로의 전투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성현이 품을 뒤적거렸다. 남은 연막탄이 3개.

성현은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땅에 쏟았다. 그리고 클로이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전했다.

“나중에 보자.”

“뭐?”

치이이이익!

연막탄이 터지며 공간은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성현은 주변 모든 곳에 번개를 부렸다.

콰르릉!

아무리 클로이라 해도 번개는 피해야 한다. 살기 위해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다. 놈들이 우왕좌왕하는 순간 성현은 아로드나의 목숨을 빼앗을 생각이다.

“도망치는 거야?”

클로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쾅!’ 성현은 도약했다. 노리는 것은 당연히 아로드나. 아로드나는 강령술에 지배당한 마녀와 싸우는 중이다. 아로드나가 휘두른 창에 마녀는 불에 탔고 터지며 완벽히 죽어 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로드나의 앞에 도착한 성현이 있는 힘껏 창을 휘둘렀다.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힘차게 휘두른 것.

아로드나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당장 창을 잡아 막을 시간은 없다. 그래서 놈이 떠올린 방법은 자신의 옆에 있던 마녀의 목을 잡아 앞에 세우는 것이었다.

“어?”

난데없이 성현의 앞에 선 마녀가 눈을 크게 뜰 때였다.

뻐어어억!

마녀의 머리가 으깨지며 눈알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성현은 다시 아로드나를 향해 다가가며 또 한 번 창을 휘둘렀다.

부아아아악!

아로드나는 침착하게 창대를 세워 성현을 공격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페이크였다.

휘리리릭!

성현의 창이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아로드나의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갔다.

콰직!

아로드나는 갑주가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조금만 더 실전 경험이 있었다면…….’

성현은 공격을 이어 가며 생각했다. 아로드나에게 조금이라도 경험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공격쯤은 슬쩍 흘렸을 거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요동치는 공격을 모두 막아 냈을 게 분명하다.

‘아쉽다.’

회귀 전, 아로드나는 신창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했다.

유르라헬의 대군을 상대로 홀로 창을 휘둘러 막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 그 창술은 존재의 세상에서 제1이라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성현도 창을 휘두르는 자. 가장 강한 놈과 싸워 보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 본능보다 우선해야 할 게 승리다. 아로드나를 죽이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인간이 믹서기에 들어가는 것처럼 갈려 죽을지 모른다.

‘이제 그만 죽어라.’

회귀 전의 아로드나는 강했지만 지금의 아로드나는 그 꽃을 피우기 전에 죽을 거다.

성현은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성현의 자세가 낮아졌다. 창끝을 아로드나의 심장에 조준한 채 빙글 창을 돌렸다.

휘리리리릭!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던 창이 아로드나의 심장을 향해 곧장 찔러 들어간다.

아로드나는 입술을 씹으며 성현의 창을 뿌리치기 위해 자신의 창을 아래로 내리눌렀다.

‘이것 역시 페이크.’

성현의 창이 노리던 곳은 심장이 아니다. 허공에서 빙글 돌더니 그대로 아로드나의 목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이제 닿기만 하면 된다. 그럼, 아로드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을 거다.

하지만 ‘콱!’ 성현의 몸이 흔들렸다.

“날 버리고 어딜 가는 거야?”

어느 순간 나타난 클로이가 붉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웃고 있었다.

클로이가 성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가 냅다 던졌다.

쾅!

성현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자 그 위로 클로이가 올라탔다.

클로이의 몸이 검은 연기에 휩싸인다. 그녀의 손이 성현의 갑주에 닿자 두부처럼 으깨졌다.

“넌 내가 죽일 거야.”

클로이는 미친것처럼 웃고 있었다.

“아로드나가 아니라 내가 죽일 거라고!”

성현을 죽이지 말라는 플로르의 명령이 떨어지면 아로드나는 그 지시를 따를 게 분명하다. 그럼, 클로이는 계획이 어긋났을 때 플로르의 분노한 얼굴을 볼 수 없다.

“그건 안 돼!”

갑주가 뜯겼고 쩍쩍 금이 갔다. 금이 간 곳으로 마력이 확확 빠져나간다.

성현이 클로이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갑주를 뜯어내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클로이가 부끄러워한다.

“벌써 손부터 잡는 거야?”

“돌았구나?”

성현이 그대로 그녀의 손가락을 꺾었다.

까드드득!

손가락이 박살 나며 클로이의 눈에 고통이 서렸지만 입술을 핥으며 웃는다.

“나…… 이런 거 좋아해. 조금 더 때려 줄래?”

성현은 클로이가 확실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공격으로 성현의 위에 올라탄 클로이의 힘이 조금은 헐거워졌다.

성현은 클로이를 밀친 후 그 품에서 벗어났고 다시 아로드나를 향해 튀어 갔다.

목표는 클로이가 아니다. 아로드나를 죽이는 거다. 클로이를 죽일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올 게 분명하다.

쐐애애애액!

클로이가 성현을 잡으려 했지만 성현은 이미 아로드나 앞에 선 뒤였다.

아로드나가 입술을 씹었다.

“인간!”

아로드나 역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 백 년도 못 사는 인간 따위에게 이런 수모를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로드나가 창을 든 손에 온 마력을 쏟아부었다.

“죽여 버리겠다!”

하지만 이미 성현의 창이 그 손을 스치고 간 뒤다. 마력이 들어가던 손은 어깻죽지부터 잘려 나갔다.

서걱!

아로드나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 성현은 아로드나의 어깨를 자르고 몸을 빙글 돌리며 그 옆을 스쳐 갔다.

말 그대로 빛의 속도.

아로드나는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성현을 보며 분노를 토해 내려 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쇳소리만 입 밖으로 빠져나온다.

성대가 잘려 나간 것.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쉽네, 조금만 더 깊었으면 목을 자를 수 있었는데…… 고통 없이 죽여 주지 못해서 미안.”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아로드나의 시선이 뒤로 틀어졌다.

성현이 피 묻은 창을 툭툭 털어 내며 건조한 눈빛으로 아로드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현이 말을 이었다.

“이번엔 죽여 줄게.”

성현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마녀들이 아로드나를 구하기 위해 개떼처럼 몰려든다.

그리고 그 싸움을 잠시 멍하니 지켜보던 클로이. 그녀는 아로드나의 박살 난 모습과 자신의 부서진 손가락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이지만 존재를 압도하는 전투력, 그 안에 든 절대 강자 마법사와 지르힐…… 완벽한 유전자…….”

클로이의 얼굴이 붉어진다.

‘나도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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