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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224화 (224/252)

224화

* * *

꽈아아앙!

주먹에 맞은 성현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동시에 한 석상이 파리를 잡듯 성현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쩌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성현이 바닥에 처박히며 동굴 바닥이 움푹 꺼졌다.

꽈지지직!

7개의 석상이 성현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앞선 석상이 성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연기가 일렁이더니 성현의 몸에 꼬챙이 수십 개가 푹, 푹 꿰였다.

“끄아아아악!”

아픔에 익숙한 성현도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넌 이제 터져 죽을 거다.

석상이 펼친 손바닥을 쥐면 성현의 몸을 꿴 수십 개의 꼬챙이가 폭발할 거다. 그럼 풍선처럼 터져 죽을 것이며 온몸의 살점과 뼛가루가 사방으로 튈 게 분명하다.

석상은 성현이 죽어 가는 것을 장난스럽게 지켜보며 낄낄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지.

하지만 성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 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성현이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은 죽을 수 없다.

그리고 성현이 이곳에서 죽으면 이서아도 죽게 된다. 전투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이서아는 석상들의 공격에 꿈틀거릴 시간도 없이 단번에 목숨을 잃게 될 거다.

‘그건 안 돼.’

성현은 이서아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눈 때문에 이곳에 데려왔지만, 이서아는 억겁의 시간을 외롭게 견뎌 낸 자다. 그토록 원하던 부모님을 이제야 만났다. 행복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창조주가 만든 저 돌덩이에 의해 그 행복이 무너지게 만들 수는 없다.

성현의 몸에서 파지지지직, 스파크가 일었다. 정전기가 일어난 것처럼 머리카락이 솟구쳤고 주변의 공기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꼬챙이가 전기에 타며 검은 잿더미가 되었다. 꿰뚫렸던 몸에서 피가 울컥울컥 솟아났다.

“아직 안 죽어!”

성현의 허벅지에 힘이 꽉 들어갔다. 불끈 쥔 주먹이 허공을 때리자 모아 뒀던 스파크가 둥글게 모이더니 탄환처럼 공기를 가르며 석상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하지만 석상은 여전히 여유롭다. 성현의 몸짓이 마지막으로 꿈틀대는 것이라 여긴 거다.

-헛수고다.

석상이 가볍게 손짓했다. 툭, 건든 것만으로 성현이 쏘아 낸 권능을 쳐 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창조주가 빚어낸 로카팔라. 이런 잔재주에 당할 만큼 여리지 않다.

석상의 거대한 몸이 성현을 향해 뛰었다. 그 무거운 돌덩이가 성현을 짓밟기 위해 나비처럼 가볍게 날았다.

순간, 성현의 머릿속에 마법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공간을 자유롭게 조작하는 것. 그것도 마법사의 싸움이다. 공간을 늘려라.

성현의 머릿속에 공간을 조작하는 방법이 펼쳐졌고 빠르게 이해됐다. 그리고 성현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주우우우욱, 석상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그러자 성현을 짓밟으려던 석상이 눈을 찌푸렸다.

-뭐지?

좁았던 동굴이 넓어졌고 성현은 이미 먼 곳으로 이동한 뒤였다. 석상의 엄청난 속도에도 멀어진 공간을 좁히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마법사의 지시가 이어졌다.

-지르힐의 권능을 손에 모은 채 공간을 좁혀라.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성현과 석상의 거리가 엄청난 속도로 좁혀졌다.

-지금!

성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서 파지지직, 스파크가 일어난다. 그 주먹이 석상을 때렸다.

꽈아아앙!

석상이 고통스러워했다.

한쪽 발을 올려 땅을 내리찍었다. 땅을 흔들리게 해서 성현의 균형을 잃게 하려는 거다. 그럼 성현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고 그 틈에 주먹을 휘둘러 머리를 날려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성현이 빨랐다. 석상이 발을 내리찍었지만 그곳은 이미 말캉거리는 늪처럼 변해 버린 뒤였다.

푹!

석상의 발이 늪에 빠졌다. 성현은 다시 손을 움직였다. 말캉거리던 바닥이 단단하게 굳어지며 석상은 발을 뺄 수 없었다.

마법사가 빠르게 말했다.

-죽여라!

바닥에 발이 꽂힌 석상은 도망칠 수 없었다. 성현의 창이 휘둘리는 것을 보며 급소를 피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성현의 창은 놈의 몸을 부수고 들어갔다. 석상의 몸에서 튀어나온 돌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성현은 멈추지 않고 놈의 무릎을 가격했다.

꽈직!

석상의 거대한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콰아앙, 흙먼지와 돌덩이를 흩뿌리며 그 생명력을 다했다.

남은 석상은 6개. 놈들의 눈이 붉게 빛났다. 2개의 석상이 파괴된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모든 권능을 짜내라!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필사적으로 싸워야 한다!

성현은 다시 마법사의 권능을 사용해 놈들과의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놈들은 그 권능을 한번 봤다.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았다. 성현의 발목을 잡았고 채찍처럼 바닥에 휘둘렀다.

-잡았어!

-죽여!

하지만 성현에게 충격은 크지 않았다. 바닥에 몸뚱이가 닿을 때마다 그 바닥을 물컹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잔재주를 피우고 있어!

-바닥으로는 안 돼!

-우리 몸으로 짓이겨야 한다!

놈들이 성현을 사이에 두고 풍선을 터뜨리듯 앞뒤로 달려들었다. 이걸 가만히 두면 성현은 터져 죽는다. 성현은 이를 악물고 손을 모았다. 그러자 죽어 있던 석상 2개가 몸을 일으켰다.

드드드드득!

그리고 그 석상들이 재빨리 성현의 앞뒤를 방어했다.

꽈아아앙!

성현은 무사했다. 하지만 6개의 석상은 분노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우리를 인형으로 만들고 있어?

놈들은 창조주가 직접 만든 것들. 그런데 강령술에 의해 동료의 죽은 몸뚱이가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과 싸우려 한다. 이건 치욕이었다.

-하찮은 인간이 거룩한 창조주의 힘을 능멸하고 있는가!

성현이 고개를 저으며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왜 그래? 싸움이잖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해야지.”

-넌 반드시 창조주의 심판을 받게 될 거다. 그 끝은 지옥의 불꽃일 게다.

심판과 지옥이라는 말에 성현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가 지옥이야.”

성현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동굴 벽이 쩍쩍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큰 돌덩이가 꽝! 꽝!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곳은 창조주가 지키라 말한 곳!

-부숴서는 안 된다!

석상들이 무너지는 동굴에 당황할 때, 성현이 떨어지는 돌덩이를 밟으며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석상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먹이 성현을 향해 뻗어 나왔고 성현의 너덜거리는 몸뚱이가 다시 땅에 처박혔다. 석상들이 일제히 짓밟았다.

쾅! 쾅! 쾅!

성현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작게 웅크리고 놈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그 아찔한 순간, 성현의 머릿속에 마법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르힐, 봐라. 난 너에게 보여 주려 한다. 내 권능을 갖고도 저런 돌덩이에게 당하는 유성현을 지켜봐라. 너도 알 거다. 유성현으로는 안 된다. 내 마법의 사용법을 알려 줘도 어렵지 않은가? 이따위 돌덩이에게도 당하는 게 인간의 한계다.

마법사였다면 석상 정도는 숨 쉬는 것보다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성현은 온 힘을 다하면서도 고작 2개를 부순 게 전부였다.

-유성현을 통해 플로르를 어찌할 수는 없다. 넌 영원히 탑에 갇혀 있어야 하고 세상은 플로르의 손에 들어가는 게다. 지르힐…… 차라리 날 도와라. 적어도 플로르는 죽일 수 있다.

그때 성현이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석상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석상들이 질린 눈으로 입술을 씹었다.

-도대체 끝까지 싸우려는 이유가 뭐냐!

성현의 몸은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쪽 팔은 마른 오징어처럼 말라붙어 있었고 부러진 갈비뼈가 살을 꿰뚫고 나와 있다. 꼬챙이가 관통했던 곳에는 뼈와 내장이 보였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성현은 살아 있었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굳건히 서 있다. 게다가 눈에서는 서슬 퍼런 살기까지 보인다.

-인간이 맞는가?

저건 인간이 아니다. 불사의 존재라 해도 믿을 수 있다. 석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성현이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해.”

-……!

“내 인생도 내가 선택하는 거고.”

-……!

“그러니까, 너희 같은 돌덩이나 망령이 된 마법사 따위가 내 삶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마라.”

성현이 손을 흔들었다. 스파크가 파직거리며 성현의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어서 동굴 바닥에 떨어진 돌덩이가 허공에 떠올랐다. 석상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직도 저런 마력이?

성현의 몸에는 차고 넘칠 정도의 마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한계를 쥐어짜는 중이다.

“마법사…… 제발 주절주절 떠들지 마라.”

성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타고 흐르던 스파크가 먼지처럼 흩날렸다. 동시에 강령술에 움직이던 2개의 석상이 꽝,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그 돌덩이가 6개의 석상에게 꽂혔다. 돌덩이가 석상의 머리와 어깨, 복부 그리고 등을 가격했다.

꽝! 꽝! 꽝! 꽈아아앙!

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성현이 허공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 석상의 머리 위에 떨어지며 창을 그대로 정수리에 박았다.

꽈지지직!

석상은 생명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대로 갈라지며 또 폭파했다.

‘이제 다섯!’

성현은 동굴 벽을 타고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석상은 아직 5개나 남았다. 놈들의 주먹이 성현의 옆구리를 찍었다.

쩌억!

“컥!”

성현은 또 땅을 굴러야 했다. 이제는 일어설 힘도 없다. 일어서기 위해 애를 쓸 때마다 손톱이 부러지고 피가 터졌다.

-이제 편히 쉬게 해 주마.

석상들이 다가왔고 마법사가 외쳤다.

-몸을 넘겨라! 정말 죽는다!

성현이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고 했다!”

성현의 주변이 어두워졌다.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석상의 발이 정확히 성현의 머리를 노리고 있는 거다.

순간.

-미안하다. 허락 없이 그대의 몸을 빌리겠다. 화를 내지 말라. 이것은 너와 나의 계약. 그대의 몸을 빌리는 것은 그 계약에 적힌 조건이다.

성현의 몸을 지르힐이 차지했다. 그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썩둑! 석상의 발목이 잘려 나갔다.

-끄아아아아악!

성현의 몸을 차지한 지르힐이 석상의 비명을 들으며 스산하게 웃었다. 석상들은 성현의 몸에 들어선 지르힐을 느꼈다. 공포를 느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다, 당신도 창조주의 권능!

-그런데 왜 우리를 막는 거지?

-우리는 같은 목적이 있다!

-우리 역시 창조주가 빚어낸 것!

-창조주의 저주를 받고 싶은가!

지르힐이 깔깔깔 웃었다. 그리고 살벌한 눈동자로 석상을 노려보며 말했다.

“창조주가 빚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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