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3화 (3/201)

〈 3화 〉 여기는! 라이거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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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기는! 라이거다!

카온이 어머니와 프레시아를 다독이고,

메이가 총관에게 보고 후 장을 보러 간 사이.

카온에게 무시당했던 별채 총괄 집사는 이자벨을 찾았다.

"감히! 천한 핏줄을 타고난 주제에? 뭐? 그딴 망말을!"

흥분에 마시던 찻잔을 던진 이자벨 라이거.

"어머니! 진정하세요!

천한 것도 계속 밟으니까 발끈 한 것이겠죠."

그런 이자벨을 진정시키는 라이거 가문의 장자이자

후계 1순위인 호리페 라이거.

"그 새끼.. 꼴에 자존심은 있는가 봅니다! 형님!"

어머니와 형의 말에 동조하면서 함께 들어온

예쁘장하게 생긴 시녀를 보고 혀로 입술을 축이는

라이거 가문의 셋째이자 이자벨의 둘째 아들 아이젝 라이거.

그런 아이젝을 보고 한숨을 쉰 호리페가

이자벨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런 이유로 총관이 나서게 되면

별채에 우리 사람을 넣긴 힘들 겁니다.

그동안 좀 밟았으니 이제는 조금 풀어주시죠?"

"뭐? 풀어줘? 천것들은 밟아야 말을 듣는 법이야!"

"밟아야 말을 듣는 천한 것이 꿈틀했습니다.

하지만 꿈틀해도 소용없다는 것은 눈으로 보여주면

다시 움츠러들 것이고, 넘어서지 못하는 공포에

움츠러든 자는 다시 밟기도 편합니다."

호리페의 말에 뭔가 느낀 것이 있는지

조금 진정된 이자벨이 자세를 바로했다.

"차를 다시 내오 거라! 그래.. 무슨 방법이 있느냐?"

"차를 가져오고 모두 보낸 후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어머니."

"호호호 그러자꾸나."

*

메이가 사온 재료들로 늦은 아침과 점심을 한 번에 해결하고

별채 지하 수련장으로 향했다.

라이거 가문의 핏줄이라면 누구나 익혀야 한다는

`라이거 오러 연공법`.

덕분에 내 배꼽 아래에는 작은 오러 홀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정좌하고 수련장 가운데에 앉아

피토님과 필립님의 말을 떠올리고 되새겨 나갔다.

오러가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러 홀 속 오러를

비워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오러 홀이 비워진 탈력감을 버티며

피토님에게 배운 방식으로 마나를 심장으로 이끌었다.

서클의 탄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홀을 잠재울수록

온몸이 꺾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꺾이듯 한 고통이 몰려왔다.

"컥!"

왜 홀을 억제하고 서클을 만들었냐며 반항이라도 하듯

홀은 강제로 오러를 끌어모았고,

엄청난 고통에 피를 토했다.

`버텨야 한다.. 벼터야 한다.. 조금만 더.. 버텨야 한다..`

-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해?

- 그냥 편하게 살면 되잖아?

- 모든 것을 넘겨주고 작은 영지라도

얻어서 살면 편하지 않아?

- 힘든 길을 가려는 너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아픔은 생각해 봤니?

- 그냥 여기서 멈추는 게 나아

온갖 유혹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꺼져!"

툭!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고요해졌다.

날뛰던 오러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심장에 하나의 서클이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고요함도 잠시.

서로를 인식한 홀과 서클이

천천히 상대를 잡아먹기 위해 움직였다.

"쿨럭!"

흐릿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천천히 홀과 서클을 가두는

`뫼비우스`를 그려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의 품에 달려와 안기는 아들처럼

반가운 듯 홀에 빠져나온 오러의 기운이 한 줄,

먼저 달려간 오빠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달려와

어머니에게 안기는 딸처럼 그리운 듯,

서클에서 빠져나온 마나의 기운이 한 줄.

그렇게 한 줄, 한 줄, 무한의 힘인 마력에 가까운

뫼비우스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 한 줄, 한 줄이 모여 천천히 `뫼비우스의 고리`가 되고

근본을 잊고 자의식에 빠져 있었던

홀이란 이름의 아들과 서클이라는 이름의 딸을

감싸 안았다.

`뫼비우스의 고리`가 홀과 서클을 감싸는 순간

다시 정신과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근본을 거부하고 고리의 품에 안기지 않던 홀과 서클은

서로의 기운을 차지해 `뫼비우스`와 싸우기 위해

모든 힘을 쏟기 시작했다.

"컥!"

기사의 오러와 마법사의 마나가 만나 폭풍이 생겨났다.

`조금만.. 조금만.. 더.. 컥..`

홀과 서클의 반항에 뫼비우스의 고리는 천천히 회전하며

오러도, 마나도 아닌 근본의 힘을 끌어와

또 다른 폭풍을 만들었다.

세 개의 폭풍의 만남.

본능적으로 마지막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펑! 펑!

"쿨럭! 크윽. 쿨럭!"

몸 안에서 들리는 두 개의 폭발음과 함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코와 입,

귀에서도 피가 뿜어져 나왔다.

고통이 점점 사라지고 폭풍의 흔적이 사라지고 난 뒤.

홀도 서클도 아닌 뫼비우스의 고리가 자리했고,

고리가 천천히 돌아갈 수록 육체와 정신이 점점 회복되었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자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아

뫼비우스의 고리를 관찰했다.

배꼽 아래와 심장 사이에서 아직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 오러 홀보다 조금 큰 뫼비우스의 고리.

그 고리를 서클의 심장보다 홀이 있던 배꼽 아래가 익숙해

천천히 안내하 듯 이끌었다.

배꼽 아래 두 개의 원이 있는 것 같지만,

원이 아닌 뫼비우스의 고리가 자리 잡았다.

커다란 성취에 만족하며 일어서려다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필립님이 말씀하셨다.

- 오러 홀이 단단하고 담긴 오러의 양이 많을수록

더 고통스러울거라고 피토가 말하더군 -

내가 느낀 고통도 어떻게 표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포기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몰랐다면

어쩌면 포기했을 고통이었다.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필립님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도 되지 않자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수련장의 문을 열고 나오자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풉. 시녀와 집사들을 내보낸 것이 다행이었나?"

지하 수련장을 나와 내 방까지 가려면 식당을 지나

시녀와 집사들을 방,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방을 지나야 한다.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미쳤다고 소문나기에 딱 좋겠군.. 하하"

뫼비우스 고리를 만든 여파로 옷이 타버렸는지,

녹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알몸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어머니 방을 지나는데

방 안쪽에서 메이의 말이 들렸다.

- 메이.. 오늘 혼자 힘들었지..?

- 헤헤 괜찮아요~ 몸은 힘들었는데! 오히려 즐거웠어요!

- 미안하구나..

- 헉! 마님 그런 말씀 마셔요!

조금 더 둘의 대화를 들어 보고 싶었지만,

알몸인 상태라 방으로 들어갔다.

욕실에 들어가자 아직 온기를 품은 물이 욕조에 담겨있었다.

"일단 좀 씻고 생각하자.."

다음 날 아침.

메이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메이를 따로 불렀다.

"도련님. 따로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아.. 내가 일을 제외하고 메이를 부른 적이 없구나..`

과거의 나라면 당연했다.

"메이. 난 네가 어머니가 데리고

온 평민 출신 시녀라는 것밖에 몰라."

"네. 도련님."

메이는 담담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여기 별채는 물론, 본채의 집사, 시녀,

심지어는 기사들까지 페페 자작령 사람들이 많지."

"저..저는.."

"알아.. 쫓겨난 이들에게 온갖 유혹이 왔을 것이고..

그 유혹이 괴롭힘과 구타가 되어 돌아왔겠지.."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은 메이가

짧아진 손매를 아래로 끌었다.

"미안해..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빨리 정신 차리지 못해서..`

"아닙니다! 전..전.."

"내가 궁금한 것은.. 그 유혹은 달콤했을 것이고..

어머니와 나..

심지어 프레시아와도 가장 가까이 있는 너라면..

그 유혹들을 실행하기도 쉬웠을텐데..

그런 것들을 참아가며

우리 가족들의 옆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야.."

과거, 한 번도 궁금한 적 없었던 것을

이제야 물어보는 나였다.

"저..저는..

페페 자작령의 작은 마을 약초군의 딸로 태어났어요.."

페페 자작령이 고향이라는 메이의 말이 충격이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말이 더 충격이었다.

약초군의 딸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둘만 살고 있던 메이였다.

어느 날, 마을 뒷산 깊숙히 약초를 구하러

돌아다니던 메이의 아버지는

우연히 작은 동굴을 하나 발견했고,

그 동굴이 마나석 광산의 초입임을 알게 되었다.

메이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당연히 촌장에게 보고했다

광산의 발견.

발견된 광산의 가치에 따라 포상금부터 준남작까지

최초 발견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왕국의 관례였다.

하지만 페페 자작은 관례를 지킬 만큼 좋은 영주가 아니었다.

광산의 위치를 확인한 페페 자작의 기사는

다음 날 마을의 촌장을 살해하고, 메이의 집으로 향했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메이의 아버지는

메이를 라이거 영지로 향하는 샛길이 그려진 지도를

손에 쥐여주고 뒷문으로 내쫓았다.

울고불고 매달리던 메이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메이 아버지는 광산 최초 발견자에서

페페 자작의 광산을 탐낸 역적이 되어 유명을 달리했다.

라이거 영지에서 빈민 생활을 하던 메이는

일 년에 한 두 번 외출을 하는 어머니와

그렇게 운명의 만남을 가졌다.

"별채에 사람들이 오면.. 저는 그만두겠습니다.."

메이의 말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만둔다고?"

"저는.. 페페 자작령이 고향이고..

도련님은.. 페페 작령의 사람을.."

딱!

혼자서 소설을 쓰려고 하는 메이의 이마에 꿀밤을 놓았다.

"아얏!"

"응. 맞아.

난 페페 자작과 그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

그들의 피를 흐르게 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피 덕분에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싫어.

그들이 이 라이거 가문을 좀 먹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피해를 보는 영지민까지

죄가 있는 건 아니잖아?"

"도련님.."

몽롱하게 나를 바라보는 메이의 눈빛이 조금 부담스러워

이어지는 메이의 말을 잘랐다.

"그런 눈을 바라보지 말지?

그리고 지금 출발해야 장을 보고 점심을 준비하지 않을까?"

"앗! 맞다! 헉!"

뛰쳐나가려다 다시 몸을 돌려 예를 보이고

다시 뛰어나가는 메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렇게.. 쉬웠던 것인가.."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 다짐하며 그동안 쌓아 놓기만 했던

책장의 책으로 손을 가져갔다.

*

점심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 중이다.

뫼비우스 고리를 통한 실력 향상.

페페 자작의 자금으로부터 독립과

페페 자작의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

아버지의 해독.

이 세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페페 자작의 뒤에 있는 파실리온 백작가 뿐만 아니라

시조들의 넋을 기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뫼비우스 연공법을 익힌 후손만 들어갈 수 있는

시조 필립 라이거의 무덤 속 비밀 공간.

"어떤 것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그곳 부터 다녀와야겠지?"

라이거 가문의 영주에서 영주에게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비밀 공간이라고 시조님이 말씀하셨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무언가 있었고

그것을 선조 중 누군가가 사용했을지,

아직 구전으로 영주들에게 전해지고 있는지,

지금의 영주인 아버지께서 알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봐야 하는 것이 맞지.."

가문의 몰락을 부추겼던 아버지의 독 해독은

뜻밖에 간단했다.

"사사님 아니였으면.. 풉!"

`카온! 약이란 말이지! 의뢰로 간단해!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눈에 안 보이거든? 호호

그냥 봤을 때는 잡초인데 이것을 무엇과

어떻게 쓰냐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되는 거야~ 호호`

사사님의 말투가 떠올라 웃음이 나오려는 찰라

밖에서 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카온 도련님. 메이입니다.

"들어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메이가 입을 열었다.

"집사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마님과 도련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집사부라.. 쫓겨난 것들 때문인가..?

메이는 어머님을 모시고 접견실로 와. 나도 바로 갈테니."

"네! 도련님!"

메이가 나가고 잠시 뒤.

접견실 앞에 도착하자 창백한 얼굴었지만, 입술을 깨물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작가의 제 2 부인이 되었지만,

시녀 출신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어머니.

"카온.. 내 아들 카온이.. 앞으로 나가려 하는데..

내가 겁먹고 무너지면.. 안 되겠지"

"네! 마님!"

"그..그래! 메이 네가 있어 든든하구나.."

"죽어서도 마님과 카온 도련님!

프레시아님을 지켜드릴게요!"

내가 온 지도 모르고 나누는 둘을 대화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네. 어머니. 저는 앞으로 나갈 겁니다."

"카온?"

"네. 어머니의 아들 카온의 앞길을 막는 자는

두 팔을 잃을 것이고, 뒤를 노리는 자는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두 눈을 팔 것이며,

내 가족과 내 사람을 해하는 자는 목을 벨 것입니다."

"카온.."

"도련님.."

"그러니 겁먹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무너지셔도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어머니의 옆에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으켜 드릴 테니

꽃과 나비와 해와 달면 보시면 됩니다."

어머니를 한번 안아드린 후 메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죽어서 어머니와 프레시아를 지키지 마라.

살아서 지켜라. 메이. 명령이다."

"네! 도련님!"

서로를 마주 보며 살짝 웃고는 접견실의 문을 열었다.

`배 나오고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집사부 사람이라..`

그런 사람이 백작 부인과 백작의 아들을 보고도

웃고만 있을 뿐 예를 취하지 않고 있다.

"메이. 어머니의 눈과 귀를 막아라."

"네? 네!"

손을 올리는 메이를 제지하며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 비록 평민 출신이나! 지금은 백작가의 부인이며!

라이거 가문의 핏줄을 낳은 여인이다.

아들의 뜻이 너무 큰 나머지 내가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나!

신발이 닳아 떨어져 나가면 맨발로!

살이 떨어져 나가면 뼈를 끌고도 아들을 쫓아 갈 테니!

아들이 가는 길 똑똑히 보아야 한다!"

메이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뿜는 기세에

눈물을 흘리며 한발 짝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자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스윽

한발 다가온 그를 향해 차고 있던 검을 뽑아

그의 왼팔을 향해 휘둘렀다.

가소롭게 다가온 그는 갑작스러운 번쩍임에 눈을 껌뻑이더니

툭.

떨어져 나간 팔을 보고야

"으아아아악!"

아픔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으악! 내 팔! 내 팔! 으악!"

"메이 가서 신관를 불러와라."

말없이 검을 휘둘러 팔을 베어버린 나와,

한쪽 팔을 잃고 절규하며 비명을 지르는

집사부 남자를 보고 구토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리 아들을 위해 강해지려고 다짐한 어머니라지만

눈앞에서 사람의 팔이 날아가고,

목이 떨어져 죽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를 의자에 앉히고 등에 손을 올려

마력을 불어넣었고 퍼져나간 마력으로

어머니가 천천히 안정을 찾아갈 때 즘,

메이가 신관과 함께 접견실로 들어왔다.

"어차피 자네의 신성력으로는 부족할 테니

떨어져 나간 팔은 신경 쓸 것 없다.

저 돼지의 멱따는 소리면 그치게 하라."

"네!!"

심상치 않은 분위를 파악한 신관이

재빨리 총관부 남자에게 다가갔다.

"힐"

"끄..윽.. 헉..헉.."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남아있는 아픔을 추스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라이거 영지에서 나온 곡식으로 밥을 먹고!

라이거 영지의 백성들이 내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라이거 가문을 위해 일하는 집사부에서 나온 그대가!

어찌! 라이거 가문의 부인과

그 핏줄을 보고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이냐!?"

그제야 자신의 왼쪽 팔을 잃게 된 이유를 안 남자는

힘겹게 일어서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윽.. 라이거 백..자가의.. 집사..부.. 피안이..

샤를님과 카온...님을.. 뵙.."

스윽

"으아아아아악!"

예가 끝나기 전에 나의 검은 그의 남아있는

오른쪽 팔을 베었다.

눈이 마주친 신관은 내 뜻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다가가 힐을 사용했다.

"예를! 예를! 갖추라 해서! 갖췄습니다! 왜! 왜!"

이유도 모르고 남은 한쪽 팔 마져 잃어서일까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

"샤를님이 아니라! 샤를 제 2 백작 부인이며!

카온님이 아니라! 카온 도련님이다!

못 배운 돼지 새끼야!"

주종관계 또는 상하관계에 따른 예를 갖춰 인사를 할 때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법도였다.

"고..작..그런.. 이유로.."

"고작이라 했느냐? 그런 고작은!

페페 자작 앞에서나 해라! 여기는! 라이거다!"

스윽.

나의 세 번째 휘두름은 그의 목이었다.

"메이. 나는 총관부로 갈 것이다."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도 모른 채 눈을 뜨고 죽은

남자의 떨어져 나간 머리를 들고 일어섰다.

"어머니를 방으로 모셔라."

메이와 함께 어머니가 접견실에서 나가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관이 눈에 들어왔다.

"눈치가 빨라야..

그대가 신의 곁으로 가는 날이 늦춰질 것이다."

신관으로서 `신의 곁으로 간다.` 라는 말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는 신에 대한 믿음이 크고 깊어 신성력 커지는 것.

다른 하나는 신을 모시는 아들, 딸로서 죽어

그의 곁에 간다는 것.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신관은 허리는 더욱 깊게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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