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9화 (9/201)

〈 9화 〉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9.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야.

노예상 리머가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헤헤거리며 서 있었다.

"리먼.."

"네! 리먼 여기 있습니다. 네네!"

"저 두 여자는 사연은 억울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은 노예라고 쳐.."

리아를 제외한 두 명의 여자를 가리키던 손가락이

리아에게 돌아갔다.

"저 여자.. 아니 리아에게는

너를 죽여버리면 칭찬을 받을 것 같은데?"

쿵.쿵.쿵

리먼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모에 눈이 멀어! 죄송합니다!"

"너를 용서할 사람이 내가 아니지 않아?"

쿵.쿵.쿵

리먼은 다시 리아에게 몸을 돌려

이미 피가 흐르는 이마로 땅바닥을 막았다.

"미안해.. 아니 죄송합니다!

제..제가 원래 이런 놈이 아닌데..

잠시 욕심에 눈이 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리아는 그런 리먼을 잠시 노려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고 나를 바라봤다.

"도련님. 제가 성녀가 아니라 그런지..

솔직히 험한 꼴 당하지 않았고 살아있으며,

노예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만으로는

용서하기 힘들어요."

리아의 말의 끝남과 동시에 나는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로는 도련님을 만나게 해 줬으니.

도련님이 원하는 바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과

저 두 언니의 노예 증서 없애는 것.

이 두 가지를 지키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네! 그러겠습니다! 네네"

리아는 당장에라도 리먼을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한 두 여자의 사연이 안타깝고,

조금 전에 내가 리먼에게 한 말에 의해

어떤 이유로 리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분노를 누르며 저런 말을 했을 것이다.

리먼이 머리를 땅에 박으면서까지 사과하고

리아의 조건을 받아드렸지만,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고 살기 위한 연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먼의 말과 행동이 거짓이고 연기일지라도

두 여자의 현재 주인이 리먼이고,

노예 증서를 찢어버리는 것만으로

노예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리먼이 죽으면

더 복잡해진다.

또한, 나도 당장은 리먼의 상단주라는 신분이 필요하기에

일단은 마노 남작령의 주성인

`마노`에 들어가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리먼. 리아가 너를 일.단.은 살려준 거야."

"네네! 도련님의 말씀은 물론이고!

본점에 도착하면 둘의 소유를 완전히 상단으로 돌린 뒤

바로 노예 파기 허가를 받아 오겠습니다~ 네네"

아직 파기된 것이 아니지만,

희망을 들은 두 여자의 흐느낌을 뒤로하고

리먼의 말을 받았다.

"리먼. 두 가지 중에 첫 번째야.

마부가 없어? 그렇지?

그럼 저 두 대의 마차중 하나는 누가 끌어야 할까?"

"제..제가 끌겠습니다!"

"옳치. 잘했어.

자.. 그럼.. 남은 한 대의 마차는 내가 끌도록 하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지금 신분을 숨기고 있거든?"

리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 뭐가 불러야 할지.."

"아.. 칸 이라 불러."

"네! 칸님은 리먼 상회의 종자!

저 세 명은 상회의 하인이라고 하면 됩니다!

저희 상단이 마노 남작령에서는 조금 큰 편이라..

헤헤 확인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네네"

"좋아! 출발 전에!

저 용병들과 마부의 시체를 비어있는 마차에 실어!"

"네?"

"네?는 무슨! 야이 쓰레기야! 네가 상단주라며?

마부는 네 상단의 마차를 끌다가 죽었어!

용병은 네 상단을 보호하다가 죽었어!

그런데 뭐? 네? 확!

최소한! 용병은 용병 길드에! 마부는 그들에게 가족들에게

시체라도 넘겨줘야 할 것 아냐?!"

"네! 네! 하하하 그럼요! 네네!"

리먼이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상단의 상행 중에 죽은 용병의 시체는 용병패만,

종업원은 명패만 챙기고,

시체는 태우거나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문화는 상단이나 용병뿐만 아니라 전쟁 중

죽은 병사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으며,

심지어는 귀족들의 이동 중 집사나 시녀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가족의 품에 돌아가 장례를 치르는 경우는 귀족과

귀족 가문 소속의 기사와 마법사뿐이었고,

예외적으로는 큰 공을 세웠다 등의 이유가 붙는

귀족이 지정한 이들이 있었다.

"뭐해! 움직여!"

낑낑거리며 시체를 옮기려 하는 리먼의 뒤통수를 보자

속에서부터 뭔가가 올라왔다.

"야! 어느 세월에 옮길래!?

마차를 여기로 끌고 오면 편하잖아!"

"아! 맞네요.. 하하하"

리먼이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쯧..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용하네..

둘 다 조금 진정이 돼?"

"네.. 카온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는 칸이라 불러.

그리고 내가 아니라 리아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맞아.

아무튼.. 신분이 회복되면 갈 곳이 있어?

일단 마노 남작령까지는 내가 어떻게 보호해 줄게."

"딱히.."

"저도.."

"흠.. 올반에서 종업원 일 했다고 했지?

귀족들 상대하는 것에 익숙하겠네?"

"네.."

"저도 어릴 때부터 했던 일이라.."

"좋아! 그럼 나 따라올래?

라이거 영주성 별채에 귀족만 세 명인데..

시녀는 꼬맹이 하나 포함해서 둘 뿐이거든?

음.. 표정보니까 간다고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할게.

나는 백작의 아들이지만 시녀 출신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해.

그리고.. 나는 후계자가 될거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답하길 바래."

나는 귀족의 시중을 거부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별채의 시녀를 제안했다.

이들에게 가족이 있다면 여비를 주고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줬겠지만,

안타깝게도 돌아갈 보금자리는 없었다.

백작가의 시녀자리 들어오고 싶다고

누구나 들어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꿀 같은 말로 둘을 데려가기에는

별채의 사정이 좋지 않다.

시녀 출신 백작 부인의 아들이자 둘째가

후계자가 되려한다.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말이지만

그 속에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둘은 속뜻을 이해했는지 잠시 표정이 굳더니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 도련님께 예를 올립니다."

"데이지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 도련님께 예를 올립니다."

양손을 가지런히 포개어 배꼽 부근에 올린 뒤

허리 숙여 예를 올리는 22살 릴리와 21살 데이지였다.

"힘든 길이 될 것이나 그 끝은 누구보다 빛날 것이다."

때마침 리먼의 작업도 끝이 났다.

"헉..헉.. 다했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리먼이 이끄는 마차가 선두에 서고

리먼의 옆에는 릴리와 데이지가,

그 뒤로 리아를 옆에 태운 내가 이끄는 마차가 뒤따랐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여왔다.

다그닥 다그닥.

"음?"

"말발굽 소리입니다."

"그래.. 말발굽.. 말.. 말.. 앗! 야! 마차 멈춰!"

두 대의 마차가 정지하자 흑마 한 마리도

달려오던 속도를 늦춰 천천히 다가왔다.

"왜 말이.. 혼자.."

푸르릉!

"칸님.. 말이.. 칸님만 보는데요..? 그리고..

왠지.. 화가 난 것 같은 기분은 뭘까요..?"

리아가 나를 바라보며 묻자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 내가 타고 온 말."

"네?"

"내가.. 영지에서부터 타고 온 말이야.. 잊고 있었어.."

푸르릉! 푸르르!

리아의 말처럼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일단 달래기로 했다.

"미안.. 생각보다 일이 커졌네? 미안해.."

말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자.

픙! 하며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얘 지금.. 흥이라고 한 거지?"

"저만 그렇게 들렸던 게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저 혼자 들었다가 어디 가서 말했다면

미친년 소리 듣기 좋겠네요.."

"하.. 저 말 새끼가 미쳤나.. 야!"

픙! 풍! 프릉!

"지금 나한테 싸우자고 한 거지? 그렇지? 리아! 맞지?"

"칸님.. 진정하세요.."

"하.. 그래.. 내가 말하고 뭐하는 건지..

그래그래.. 말아.. 으득.. 내가.. 잘못했다?

응? 한 번만 봐주라.. 응? 으득"

사람도 아니고 말하고 입씨름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두 번이나 사과를 하려고 하니 이가 갈리는 것은 당연했다.

히잉~

"하.. 저 새끼.. 웃었어.. 분명.. 웃었어.."

"그나저나.. 저 말 신기하네요.."

"열받.. 아니 신기하긴하네.."

놀림 받는 것 같아 열 받기는 했지만,

감정이 풍부한 말을 보니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아무래도 칸님과 오래 할 것 같은데

이름이라도 지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음.. 카오스! 야! 말아 넌 이제부터 카오스다!"

히이잉~ 할짝!

카오스가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온의 볼을 핥았다.

그런 모습을 리아는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망설임도, 자비도 없이 도적의 목을 베어버리던

핏빛을 닮은 검붉은 색 오러의 소년,

말과 친구처럼 투닥이면서도 핥아주자 환하게 웃는 소년.

어깨에 짊어진 것들이 무엇이기에 핏빛의 오러를 품었는지,

환하게 웃는 소년의 웃음이 흔하지 않았음을

리아는 아직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

마노 남작령 중앙 마노성의 성문이 열리고

나는 노예상이 되어 무사히 성문 안으로 들어왔다.

씻기도 씻고 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어 리먼에게

여관을 추천받으려 했으나

리먼은 자신의 저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하하하 칸님!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쉬시면 됩니다! 네네!

우선 씻고 나오시면 종들이 음식을 준비해 놨을 겁니다."

남자 노예들을 상단에 넘긴 후,

릴리와 데이지의 신분을 복원하고 오겠다며

리먼은 저택 밖으로 나갔다.

"리먼.. 저 놈은 진짜 알 수 없는 놈이네.."

도적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돼지가 된 놈이고,

리아에게 한 짓을 보면 쓰레기다.

또 오는 길에 느낀 점은 천성이 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근데. 리아. 괜찮겠어?"

미모가 뛰어나 상인끼리 짜고 리아를 노예로 만들었던

상인 중 한 명이 리먼이었고,

리먼에게 가장 피해를 많은 본 사람이 리아였다.

"네. 과정만 생각하면 진짜 이틀에 한 번씩 죽여다가

살려서 또 죽여버리고 싶은데..

칸님의 일에 필요한 인물이잖아요?"

"그래. 고마워. 일단 다들 씻고 다시 모이자!"

씻고 식사까지 마친 나는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리먼을 따로 불러냈다.

"신분 복원이 쉽지 않았을 텐데?"

릴리와 데이지가 노예가 된 죄명이 귀족 모독죄였다.

평민 이하의 신분이 가장 엄하게 벌해지는 죄.

릴리와 데이지가 일했던 도시가 `올반`이였기에

즉결 참수가 일어나지 않았던 죄.

귀족의 기분에 따라

그 자리에서 평민의 목이 떨어지는 죄가 귀족 모독죄다.

"다른 곳이었다면 아무리 모함이라도 이미 죽었을 테지만

죄가 쓰인 곳이 `올반`이였고, 귀족도 동부의 이름 없는 남작가

셋째 아들이라 쉬웠습니다."

"쉬웠다?"

"하하 돈 좀 쥐여주고,

둘의 신분이 노예가 아니 여야 한다고만 했죠. 네네."

상인과 관리의 뒷거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리먼. 두 가지 중 마지막을 말하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자."

"네!"

"너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남았냐?"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가장 궁금해하던 것을 물어봤다.

"네네.. 칸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압니다.

살기 위해 도적의 똥꼬라도 빨아줄 놈으로 생각하시겠지요..

맞습니다. 전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아 노예 상단을 만들고,

그렇게 살아남아 이 저택을 샀고..

그렇게 살아남아..

이제는 저를 천민이라 부르는 이들이 사라졌으며..

그렇게 살아남아.. 먹을 것이 없어 개들도 안 먹는

상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었죠.."

리먼도 나름의 악에 받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리아의 경우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데?"

"네.. 제가 미친 짓을 한 거죠..

믿으실지 모르지만.. 그 상인의 제안,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비굴해도 칸님의 말씀처럼 선은 넘고 싶지 않았습니다..

리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선을 넘어버렸고..

쓰레기가 되어버렸죠.."

리먼의 눈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군?"

"네네. 어제 칸님께서 저의 목숨을 가져가시려 했다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

칸님이 아니라 리아의 손에 죽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너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

"죽는 날까지 리아에게 받은 목숨을 감사하며 살아라."

"리아가 용서해 준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아!"

내가 이름을 부르자 문을 열고 리아가 들어왔다.

"그 용서의 조건은 이미 제시했어요.

언니들의 신분은 복원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칸님의 일을 성실히 도와주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의 이러한 관계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다.

"리아도 앉아. 앞으로 너와도 상관있는 일이니까.

아니, 어쩌면 네가 중심이 되는 일이기도 하지."

리아가 자리하고 다시 리먼에게 물었다.

"리먼 상단의 규모는?"

"마노 영지 내에서는 열 번째 정도 되고,

노예상으로는 저희 상단을 따라올 곳은 없습니다."

교통과 상인의 영지라고 할 수 있는 마노 남작령에서 열 번째,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며 체계를 잡기 힘든

노예 상단으로는 첫 번째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럼 두 가지 중 마지막을 말할게."

"그냥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니, 이건 네 목숨에 대한 정당한 거래야.

다음에 네가 필요할 때가 오면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게 될 것이고.

댓가 없이 너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아.. 네! 말씀하시지요!"

"내가 이 마노 영지에 온 이유는 노예를 구매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어.

첫 번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자."

리먼이 종이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혼자여도 상관은 없지만, 가족이 있을 것."

"가..족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가족.

잃을 것이 없어 겁이 없다? 그건 미친놈이야.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없기에 목숨을 바칠 수 있다?

만약 있다면 적이 앞에서도 지킬 게 있어

도망치겠다는 말과 똑 같은 거야.

내가 원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책임지고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야."

"아.."

조금씩 리아의 눈빛뿐만 아니라

리먼의 눈빛도 변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범죄 노예 출신이나 그의 아들은 안돼.

그의 아들이 범죄를 저지러지 않았다고는 하나

노예로 끌려 올만큼 죄를 지은 그의 부모들까지

교화시킬 시간이 없어."

"네 번째. 의지가 있는자.

세 번째까지 만족하는 이들을 모아주면

네 번째는 내가 알아서 하지."

"몇 명까지 준비합니까?"

"일단 최종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서른,

마지막 테스트에서 떨어져 나갈 놈들까지 생각하면

그 배수는 뽑아야겠지?"

"저희 상단에 없으면 다른 상단에게 까지 요청하겠습니다."

"좋아.

다른 상단에서 데려오는 이들에 대해서는 값을 지불하지.

단. 다른 상단과 거래 할 때는

가상의 인물을 세우는 것이 좋을 거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네네!"

"기대하지."

카온과 리먼의 대화가 진행될 수록 리아는

카온이라는 존재가 점점 신기해져 갔다.

잔인함, 따뜻함, 해맑음 다음은

남들과 조금은 다른 생각이였다.

"리아!"

리먼이 카온의 지시를 수행하러 나가고

카온에 대해 생각하던 리아는 카온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네! 칸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아닙니다."

"흠.. 내가 이런 조건의 남자들을

모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리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알게 된 도련님의 상황과

노예들의 조건을 생각해보면..외부에서 도련님만의

힘을 키우고자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아. 나는 라이거 가문을 따르는 기사가 아닌

오로지 나만 따르는 기사단을 만들 거야."

기사단이란 말에 리아의 몸이 들썩였다.

"기사단.. 말씀하신 나이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검이라고는 잡아 본 적도 없는 이들일 텐데요.."

보통 기사들이 처음 검에 재능을 느끼는 것이

15살 전이였으니 늦은 것이 맞다.

"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한 명의 기사가 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어.

난 1차 선발된 인원으로 데리고

라이거 영지의 남쪽 몬스터 숲으로 가서

그곳에서 의지와 희망, 간절함으로 검을 들게 할 거야.

그리고 고블린과 늑대, 오크들을 상대하며

정해진 기간 동안 살아남게 할거지."

"헉."

"살아남아 내가 지정한 곳까지 오는 이들에게

다시 선택하게 할 거야.

또 다시 견디고 살아남는 이들에게는

칠흑의 갑옷과 망토, 은빛의 검을 줄 것이고,

갑옷과 검을 받은 이들 중에서 최고의 실력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은 한 명에게 단장의 붉은 망토를 줄테지."

"기사.. 단장.."

리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처음부터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한 기사단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믿고 따라온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기사단은 공포의 존재가 될 것이라 확신해."

리아의 꽉 쥔 두 주먹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계획일 뿐이고 말뿐이지.

네 말대로 한 번도 검을 잡아 본 적도 없는 이들이며

몬스터에 죽임을 당하는 것에 가까운 이들이지..

몬스터를 죽일 이들은 아니야..

몬스터 숲에서 버티고 살아 남는다는 보장도 없어."

"살기 위한 검.."

"네가 나를 따라오겠다고 한 이상.

너를 그들과 함께 생활하게 할 거야.

너보다 힘도 체력도 좋을 뿐더러..

유일한 여자인 너를 살아남기 위한 동료가 아니라

여자로 생각하는 놈들도 있을거야.."

활활 타오르는 눈빛의 리아를 향해 말을 계속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난 그 붉은 망토의 주인이 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식 명칭 `칠흑 기사단`

하지만 훗 날,

그들과 마주한 이들이 부르는 이름은 `피의 기사단`

몇 백 년 만에 부활하게 되는 기사단의 단장이 되는 이가

각성하는 순간이며,

카온 라이거가 유일하게 등을 허락했던 인물이

진정한 검의 길을 걷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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