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저는 이렇게 책임을 졌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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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저는 이렇게 책임을 졌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투,
하지만 정돈되지 않았기에 아비규환의 전투,
몇 개의 불빛에 의지해야 하는 밤의 전투,
그 속에서 몬스터의 비명과 사람의 비명이 함께 울리는 전투,
그런 모두가 죽어야 끝이 날 것 같던 전투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해가 뜨면서 드러난 현장의 모습에 몬스터들이
한두 마리씩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를 본 이들이 힘을 짜내
눈앞의 몬스터를 죽이며 전투는 끝이 나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들이 물러나자 서로의 등에 기대어 주저앉은 이,
살아있음을 안도하고 울기 시작한 이,
죽은 이들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신체 일부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고 시름하는 이,
그리고 은빛의 머리칼이 붉어진 채로 서 있는 리아와
뭉개진 오른팔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톰의 모습이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살아남은 이들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수백에 가까운 몬스터의 시신과
함께 산을 올랐던 이들의 시신들이 톰 일행이 피웠던 불과
오크와 고블린이 들고 왔던 횃불로 인해
곳곳이 탄 자국들 사이로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악했다.
완전히 날이 밝았음에야 자신들이
누구 덕분에 살아 있는지 깨달았다.
물론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삼인 일조가 되어 싸웠든,
무식하게 칼을 휘둘렀던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리아의 주변에 쌓인 몬스터 시체를 보면
자신들은 리아 덕분에 겨우 살아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방에서 몬스터가 몰려온 것은 맞았다.
하지만 리아가 아직도 서 있는 저곳이
오크들이 몰러 온 곳이며 자신들이 상대한 것은
저 틈을 비집고 들어온 오크와
돌아서 들어온 오크 몇이 전부이며
대부분이 늑대와 고블린이였음을 깨달았다.
몬스터의 피로 갑옷이 물들고 머리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리아가 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리아를 따라 움직였던 살아남은 이들의 시선이
멈춘 것은 리아가 톰 앞에 선 순간이었다.
"너의 자만이, 너의 경솔함이,
너를 따르는 이들을 죽게했으며
여기서 죽지 않아도 되는 이들을 죽게했다."
"아냐.. 난.. 아냐.. 오지 마..가까이 오지 마!
난.. 몰랐어! 늦은 밤이면! 그래!
들도 자야 하니까! 그렇지 응? 그래서!
아아아! 난 몰랐다고! 이렇게 많이 몰려올지 몰랐다고!"
이미 패닉에 빠져버린 톰.
그런 와중에도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소리치는 톰을
리아는 노려보았다.
그리고 리아의 곁으로 다가온 카시오스가
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동안 밤에 불을 피우지 않고 고기를 굽지 않았으니!
우리 쪽에서 제공한 정보를 알고 있었겠지!
그 정보 속에 분명히 경고했어!
우리의 목적은 살아서 사라진 요새까지 가는 것이지
토벌이 아니다!
우리가 병신이라서 지금처럼 행동한 줄 알아?!
이 숲의 이름이 몬스터 숲이야 이 개새끼야!
천 년 전부터 이곳에 있던 몸스터 산이라고!
그 도련님이 친절하게 지도를 준 이유를
번이라도 생각했어야 했어!"
"그.. 도려.."
"닥쳐!"
톰의 입에서 카온에 대하 말이 나오려 하자
리아가 소리쳤다.
"그 입에 도련님을 담지 말라 했다.
너의 얄팍한 검에 자만했던 것은 나와 상관없다.
네가 선택하고 네가 행동 했을뿐. 그것도 나와 상관없다.
너를 따르는 이들도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한 행동이기에
그것도 나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너와 너를 따르는 이들이 도련님께 받은 은혜를
저버린 것은 용서할 수 없다
평생을 노예로 살아야 하는 본인과 그 가족들을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음에도
그리고 또 다른 삶을 위해 기회를 주었음에도!
죽어도 살라는 도련님의 명을 어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리아의 말에 충격을 받은 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은 잊고 있었다.
살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겨울밤의 추위를 이기면서
자신들이 이미 은혜를 입었고, 어떤 생각으로 산을 올랐으며
서쪽을 향했는지 잊었던 것이다.
지도에 난 길이 죽음의 길이 아닌 생명의 길이였음을
대량의 몬스터와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래! 한 명이라도 더 살아서 가야 하잖아?
내가 책임지고 다친 이들을 데리고 따라갈게? 응?"
이제는 비굴하기까지 한 톰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던
카시오스는 리아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무심한 표정, 그리고 열리는 입.
"죽어라. 너를 죽인 죄의 벌은 그분에게 받겠다."
스윽.
툭.
한 번에 톰의 목을 베어버린 리아의 모습은
이곳의 누구도 몰랐지만, 과거 리아가 보았던
카온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나는 여기서부터 버려진 요새까지 직선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도련님보다 먼저 도착해 벌 받을 준비를 하겠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둘러본 리아는
감정 없는 말을 남기로 목적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오로지 버려진 요새까지 직진만 하던 리아의 뒤를
처음부터 리아를 따르던 25명이 걷고 있었다.
분풀이라도 하듯 작은 고블린 부락을 혼자 박살내 버린 리아를
다른 이들은 말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해가 떨어져 갈 때쯤 도착한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곳.
아무 말 없이 바위 위에 걸터앉은 리아 곁으로
카시오스가 다가왔다.
"왜 날 따라왔지?"
"흠.. 글쎄? 하하 저기 오랜만에 보는 맑은 물과
네 눈치만 보는 이들도 왜 너를 따라왔는지 모르겠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고 하하하"
"이 길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그러는 너는 왜 이 길을 택했지?
도련님의 살아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야 할 텐데?"
리아는 새벽에 전투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버려진 요새에 도착한 이후가 더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생명의 무게를 경험하고 피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며,
만만한 몬스터부터 처음에는 조금 벅찼던 오크까지
경험하라는 것도 알았다.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의 사람에 대해 알라는
도련님의 뜻도 알았다.
모두를 안고 가겠다고 생각한 것이 미련함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검술 만큼은 멈춘 것 같았다.
새벽의 전투가 자신의 한계 같았다.
도련님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적의 검을 피했다면
자신은 사람 한 명 만큼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도련님의 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그때 보았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남들이 휴식을 취할 때도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되고 싶은 도련님의 등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기사가 되겠다고 마을에서 눈총을 받으며
목검을 휘두른 지 고작 몇 년,
진검을 들고 죽인 몬스터도 고작 고블린 몇 마리뿐,
다수의 고블린과 싸우고 오크와 싸운 것도
고작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간도 노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 탓하고 있기는 싫었다.
그래서 정해진 길이 아닌 모르는 길로 발길을 돌려
자신을 한계 이상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이렇게 돌아간들.. 그 등의 주인이 내가 아닐 것 같아서.."
"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
그 새끼 말대로 네가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건 나도 저놈들도..
여자도 있네 하하 아무튼!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분명 넌 뭔가를 알고 있어. 그렇지?"
"응. 하지만 말할 수 없어."
"좋아! 마지막으로 물을게.
우리는 그 도련님을 몰라.
물론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분이기는 하지.
하지만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짓을 하게 한 사람이야.
산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는 그 도련님을 믿는 것이 아닌
너를 믿고 움직이고 있어.
만약에 버려진 요새에 도착하고
도련님이 너보고 우리를 다 죽이라 한다면?"
"죽여."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답하는 리아를 보며
카시오스는 가볍게 혀를 차며
힐끔거리며 보여있는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 젝키! 너 포함해서 열 명만 데리고 주변 정찰해!
멀리 들어갔다가 뒈지지 말고!"
"네 형! 멀리는 들어가라고 해도 안 들어갑니다!
형님이나 가십쇼!"
"저 새끼가.. 하..
리아. 나머지 애들 데리고 망을 볼테니까..
얼씨구 저 애들은 뭐하냐..?"
흐르는 물에 줄줄이 앉아 식칼 갈 듯 바위에
검을 갈고 있는 여자 넷이 보였다.
"푸흡!"
"리아 너를 웃겨주니 고맙다면.. 저건 아니지..
무슨 식칼인 줄 알나..
저 여자들 좀 말릴 겸 망볼 동안 씻으면서 쉬어.
정찰조 돌아오면 교대하고 우리도 씻게.
멍청한 고블린도 이 냄새 맡으면
로운 몬스터라 생각하겠다."
"고맙다."
"지랄. 야! 검이 돌에 간다고 갈리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리와!"
카시오스의 말을 들은 여자들은 흠칫하더니
자기들끼리 웃고는 카시오스와 교대하듯
리아의 곁으로 걸어왔다.
리아가 카온의 등을 보며 성장하듯,
카시오스도 리아의 등을 보며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아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자신뿐만이 아님을
카시오스는 아직은 알지 못했다.
*
나는 회의가 열리는 문 앞에 섰다.
"쯧. 몬스터 토벌도 출정이건만..
회의실 문을 지키는 기사도 없다니.."
영지전의 시대도 아니다.
라이거 영지가 두 개의 큰 영지를 잃고 난 후
다른 대 귀족과 왕실의 견제를 받지 않는지도
몇백 년이 흘렀다.
문 안의 사람 중에서 대화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주는
마법을 걸어줄 마법사도 없다.
만약 지금이 영지전이 활발한 시대였다면
라이거 군의 모든 정보는 이 순간 모두 적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하긴.. 적이 밖이 아니라 안에 있으니까 상관없나?"
지금 회의 하는 사람 중에 아버지와 제 1기사 단장,
총관을 제외한 모두가 페페 자작령의 사람이니
라이거 군뿐만 아니라 모든 영지의 모든 정보에
비밀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헛웃음이 나왔다.
끼익.
문을 발로 차버리고 싶은 분노를 삼키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를 본 이들의 표정이 다양하다.
아버지는 무덤덤, 호리페는 짜증, 아
이젝의 황당, 제 1 기사 단장은 의아,
제 2 기사 단장은 비웃음, 총관은 놀람, 집사장은 분노.
"출정 회의 한다고 왔는데 제가 못 올 곳에 왔습니까?"
출정 회의의 참여하는 인원은,
출정하는 군의 핵심 인물이거나 출정하지 않더라도
남아서 영지와 영주성을 운영을 맡은 인물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영주의 자제로 참여하지만,
핵심 인물은 아니다.
내가 포함된 제 2군의 핵심 인물은
호리페 형님과 제 1 기사 단장,
하지만 같은 제 2군 소속인 아이젝이 회의장에 있으므로
나의 참여가 정당화되었다.
"앉거라."
"아버지!"
아버지의 말에 호리페 형님이 반발한다.
"호리페. 이곳은 출정 회의를 하는 곳이다.
호칭을 바로 하도록.
그리고 아이젝도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했다.
카온도 허락 못 한 것 없다."
"네.. 총사령관님.."
입술을 깨무는 호리페 형님의 옆으로
나와 동급 취급받은 것에 화가 나 이를 가는 듯한
아이젝이 보인다.
나는 이들을 무시하고 의자를 끌고 와
제 1 기사 단장의 옆에 앉았다.
회의하는 이들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거 토벌에 참여한다는 불안감에
별채 마당 앞에서 검만 휘둘렀기에,
알지 못했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다.
`책사가 없어..
군의 머리와 사지는 있는데.. 두뇌가 없어..`
유진님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 힘의 차이가 크면 그냥 밀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
하지만 승리가 확실한 전투란 없어.
백 명의 병사와 열 명의 병사,
누가 봐도 백 명의 병사가 승리할 것을 예상하지.
열 명의 병사가 병사로 위장한 기사가 아니라면 말이야..
- 아..
- 전쟁은 필립과 피토만으로 할 수 없어.
필립과 피토를 먹고 입힐 보급과,
열명이 기사인지 병사인지 정확히 알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지.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필립과 피토의 위치와 이동,
전진과 후퇴를 결정할 두뇌가 필요해.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면 확신할 수 없지만,
확실에 가까운 승리는 할 수 있지.
-사사님과.. 유진님이시군요!
-나? 하하하 난 그냥 얼굴마담? 하하
잠시 그때의 대화를 생각하며 감았던 눈을 떴다.
회의장에 모여있는 이들이 가진 정보는
`과거부터 이 정도 몬스터가 몰려왔다.` 라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내세운 전략은
`우리가 전력에서 앞서니 물리치면 된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토벌 후 몬스터 부산물 판매와 거래,
사망자의 보상 문제들을 의논하고 있다.
살짝 호리페 형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형님을 보자.
왜 아카데미가 배움과 수련의 장이 아닌
교류와 인맥 형성의 장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지난 삶에서는 그랬지..`
의욕 없는 교수들과 검과 마법, 책보다 술과 이성, 향수를
가까이하면서도 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귀족 자제들,
그런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평민과
그런 귀족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평민들,
`아카데미가 썩었으니.. 그곳을 졸업한 사람들이 일하는
귀족가나 왕국도 점점 썩어갔겠지..
나라가 망하지 않은게.. 잠깐.. 설마!`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서가..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어..`
광산에서 나와 바로 라이거 영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와중에 작은 마을 하나 들리지 않고
야영을 하며 왔다.
무너진 영지를 보며 페페로 인해 가문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소서를 보고서는 파실리온이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지..`
지난 삶의 기억이 17살 이전 기억과
광산에서 곡괭이 질만 하던 기억뿐이라는 것이 답답했다.
`하.. 일단 눈앞의 일과 라이거 가문이 우선이다.`
조금씩 진정 되어갈 때쯤 회의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고.
영주의 직인이 필요한 것들을 말하라."
출정과 출정에 대한 상벌 등에 대해
가신단과 기사단의 결정권을 넘어
영주의 허가가 있어야만 하는 것을 말하라는 뜻이었다.
이는 지휘관들이나 이하 기사, 병사들의 사기증진을 위해
이용되는 라이거 가문의 전통 중 하나였다.
"제 1 기사단에 새로운 검과 창, 방패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 2 기사단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요청 가능한 것이었다.
"저도 이번에는 하나 요청을 할까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카온 도련님께 여쭙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회의 중에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고,
집사장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직인의 요청을 하지 않던 케인이
손을 들자 다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말하라."
"어제 장을 보고 별채로 들어가는 메이를 보니
목에 목걸이를 걸고 있더군요."
아버지도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자
살짝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메이 뿐만 아니라 별.채.소.속 시녀 모.두에게 줬습니다.
문제가 있나요?"
"당연히 문제지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시녀가 들어와서 그런지 참..
시녀들에게 장.."
"시녀들은 귀족들을 모시기 때문에
신구를 착용하면 안 된다?"
집사장의 말을 끊고 말을 하자 집사장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걸 아시.."
다시 집사장의 말을 끊었다.
"그걸 알면서 왜 그렇게 했나고요?
귀족 모독죄는 사형이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엄하게 벌한다고 명시되어 있기에 귀족들은
엄벌이라는 이름으로 즉결 처분을 하죠.
그럼 시녀들은 장신구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이
비슷하게라도 명시되어있나요?"
"그건!"
"아! 관례고 불문율이라고요?"
내가 계속 말을 끊자 집사장 케인의 표정이 결국 무너졌다.
"누군가에게는 관례고 불문율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악습입니다."
나를 한참을 노려보던 케인의 시선이 아버지에게로 돌아갔다.
"후.. 현재 영주성 내 집사부 소속 인원들이 어수선합니다.
토벌이 진행되면 더 심해지겠지요..
해서 내부 인사이동과 검열을 대대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올리는 직인의 청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아버지의 입이 열리는 것 보다
내 입이 먼저 열렸다.
"인사이동을 하든, 자르든 상관없는데
별채의 인원은 제외되어야 합니다."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고 권하는 것도 아닌
명령에 가까운 내 말이 집사장의 얼굴이 다시 와락 구겨졌다.
"카온 공자님. 아무리 공자님께서 선을 그었다고 하나,
별채의 시녀와 하녀도 모두
라이거 가문의 시녀와 하녀입니다."
"카온!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말하는 집사장과 그를 도와주려는 호리페 형님을
한 번씩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별채의 일인데 왜 제가 나설 일이 아닙니까?
누구보다 제가 나서야 하는 일 아닌가요?
무엇보다 집사장님, 말만 그렇듯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말을 해야죠.
별채의 시녀와 하녀가 라이거 가문 소속이라는 거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급여와 복지를
주지 않겠다 결정한 것은 집사부입니다.
집사부가 그들을 버렸는데!
그들이 집사부의 명에 따를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도련님께서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
"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책임졌습니다.
그들에게 별채에 남을 것인지! 본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차라리 타 영지로 갈 것인지! 선택하게 했고!
그들은 모.두. 별채에 남기를 희망했습니다!
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급여를 주고
오로지 제 2 백작 부인과! 저!
그리고 프레시아를 위해서만 일하게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책임을 졌습니다!
집사부에서도 그들을 버린 책임을 다해!
별채를 제외한 집사, 시녀, 하인, 하녀 할 것 없이
인사이동을 하든! 자르든!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꿈틀거리는 눈썹의 아버지와 미간이 좁아진
제 1 기사단장을 보니 이 둘은 모르고 있던 사실인 것 같았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나를 노려보는
집사장을 향해 한마디 더 했다.
"그런 눈빛을 보니 어머니와 프레시아 뿐만 아니라!
별채를 위해 일하는 시녀들에게 실드가 각인된
아티팩트를 준 저를 칭찬해 주고 싶네요!"
실드 아트팩트란 말에 모두가 놀랐다.
"다들 눈빛이.. 참..
제 2 백작 부인과 백작가의 하나밖에 없는 영애의
안전에 대한 안도가 아니라
어디서 구했는지가 궁금한 눈빛이군요.
네! 말씀드리죠!
제 2 백작부인과 백작의 자제들이 있는 별채를
지키는 기사도 없고! 있더라도 믿지 못하겠으며!
가문을 위해 일하는 시녀들의 급여와! 별채 운영비까지
금지된 이 시점에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제가 지금까지 모았던 돈과! 어머니의 모든 것을 팔아서
식량도 사고! 아티팩트도 샀습니다!
이제 궁금증을 해결되었습니까?"
기사 단장들과 총관, 마지막으로 집사장을 노려보며 외쳤다.
"딱 한 번만 말합니다. 잘 들으세요 집사장님.
토벌을 끝내고 돌아와서 별채와 사람들에게 무슨 일 생기면..
나를 죽이지 않는 한!
내 눈에 보이는 집사부 사람들을 모두 죽여 버릴 겁니다.
그 문제를 발생하게 한 인물이
집사부 사람들이 아니라도 말이죠!"
"카온! 말이 심하구나! 케인 집사장님은!"
"형님. 제 2 백작 부인과
라이거 가문의 핏줄을 이은 이의 안전에 관한 일입니다.
당사자인 제가 싫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안건은 제가 아니라 집사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이..이 새."
"그만!
아버지의 호통에 나와 형님, 케인 집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을 안고 출정할 수 없다.
해서 집사장의 직인의 청을 허한다.
단. 그 범위에 별채는 제한다."
"뜻에 따릅니다."
"청이 있는 자는 계속 말하라."
내가 회의실에 들어온 이후
계속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던 아이젝이
활짝 웃으며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