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7화 (17/201)

〈 17화 〉 죽어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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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죽어도 살아라!

쿵. 그르르르. 이이잉.

마력을 주입하자 건물 밖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남은 것도 주입하고 나갈 테니

리아는 선별 인원들 모아주고,

리먼은 남은 인원과 없는 인원들 구분해줘."

"네!"

"알겠습니다."

버려진 요새에 대해서는 이전 삶에도 알았지만,

이곳 지하에 과거 정찰병들을 위한 시설을

움직이게 하는 마나석이 있다는 것은,

시조님의 무덤 안 비밀 공간에서 발견한

2대 선조님의 글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몬스터 숲을 정복하기 위해

세 개의 요새를 세워 정찰의 거점으로 삼았으며,

지휘관의 방 아래 요새와 정찰병들을 위한

마법진이 그려진 기둥 - 중략-

그 공간을 열 수 있는 자는 나와 지휘관 둘뿐이다. >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방어에 관련한 마법진이 그려진 기둥이 아니라

지하에서 물을 끌어오는 마법진,

밖으로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는 마법진,

단순 치료를 위한 마법진,

빛이 차단되는 바법진과 숲의 한 부분처럼 보이게 하는

일루젼 마법진 그려진 기둥이

마나석에 마력을 주입하면 생긴다는 것에서 유추해보면

이곳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어느 정도 예상될 뿐이었다.

"이곳을 완전히 방어하는 마법이 있었다면..

하하하 하긴 그랬다면 영지나 영주성을 방어하는

마법진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겠지..

있었더라도 마나석이 어마어마하게 들었을테고.."

하나를 주니 둘을 달라고 하는 것 같은

내 심보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마지막 사용이 몇 년 전인데..

가동되려나..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던데.. 흠.."

마나를 주입하자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니 요새 마당에 솟은 기둥을 중심으로

요새를 둘러싸듯 네 개의 기둥이 솟아 있었고,

우물로 추정되는 곳에서 터져 나온 물을

멍하게 보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다행이네. 다들 모여!"

정렬되지 않은 상태로 모인 이들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다들 이곳까지 오는데 고생 많았다.

마실 수 있는 물이며, 씻을 수 있는 물이다.

먼저 씻은 뒤 다시 모인다! 해산!"

"와아!"

"얼마 만에 편하게 씻는 거냐! 하하하"

"내가 먼저!"

서로 먼저 씻겠다고 달려들 것 같더니

물이 나오는 곳에 도착한 이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돌돌 말려있던 커다란 천을 펼치고

양쪽으로 나무 기둥을 세워 펼친 천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앞을 경계를 서듯 자리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멀뚱히 그것을 보던 몇 명을 향해 노려보고 있었다.

"리먼.. 쟤들 뭐하냐?"

"크크크 리아님과 여자들을 위해 저러는 것 같습니다."

"아.. 맞네. 하하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고마움을 표하며 천으로 된 벽 안으로 들어가는

네 명의 여자와 달리 리아는 살짝 고객만 숙일 뿐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고 있었다.

"큭. 뭔가 재밌는 집단이네. 하하.

리먼 마차 꺼내 줄 테니까 술과 음식들 준비 좀 해줘."

"저.. 준비한 제가 말하기 좀.. 그렇지만 괜찮을까요?"

"진짜 무슨 생각으로 준비한 거야? 큭큭.

괜찮아. 마법진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냄새가 밖으로 나갈 일 없으니까."

"오호! 네!"

우물 반대편에 마차를 꺼내 놓고

중앙에 솟은 기둥을 살폈다.

여러개의 마법진이 그려진 3m 가량의 기둥.

2대 선조님의 글에는 어떤 기둥에

어떤 마법진이 그려진 것까지는 나오지 않아

마법진의 종류는 알 수 없었으나,

이 기둥을 중심으로 각 기둥으로 마력이 퍼져나가

하나의 돔 형태를 만들고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기둥임은 분명 한 것 같았다.

"왜 이런 기술들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답을 찾지 못할 물음을 뒤로하고 카시오스를 불러

요새 밖으로 나갔다.

"왜 둘이 나와서 죽을까 봐 불안해?"

"아..아닙니다. 하하"

"풉. 아니기는."

요새를 나와 30분쯤 걸으니 산짐승을 먹고 있는

오크 두 마리가 보였다.

"오크입니다! 도련님은 제 뒤로!"

"크크크 카시오스. 오크 고기 먹은 적 있어?"

"네? 몬스터는 독 때문에 못 먹습니다!"

아니. 먹는다.

몬스터의 부산물 몇 가지는 돈이 되지만

고기만큼은 카시오스의 말처럼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거라도 먹어야 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광산 노예로 끌려가고 10년 후,

한 연금술사에 의해 발명된 몬스터 고기.

정확히는 오크 고기라는 것이 맞다.

오크를 죽인 후의 과정과 굽는 방법에 따라

독이 제거된 오크 고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은 비웃으며 무시했을 것이고,

평민들은 귀족들의 무시에 불안했을 것이다.

결국, 오크 고기는 힘을 써야 하는 노예들에게 배급되었다.

어떤 고기든 먹고 살이 찌고 힘이 생기면 좋고,

죽으면 안 먹으면 된다는 가진 자들의 생각이

비록 오크 고기지만 광산에서도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것이 10년 뒤에나 일어날 일이니

지금은 노예 출신인 카시아스도 먹어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거였다.

나는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오크에게 빠르게 달려가

두 번 검을 휘둘렀다.

"도련! 헉.. 무슨 움직임이.."

순식간에 목이 떨어진 오크의 발에

미리 준비한 밧줄을 묶고 카시오스를 불렀다.

"야! 와서 도와! 매달아야 해!"

"네! 네!"

밧줄을 잡아당겨 목이 없는 오크 두 마리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바로 옆 나무에 기대앉았다.

"카시오스?"

"네!"

"무슨 생각하냐?"

"왜 리아가 그렇게 도련님 도련님하는지 몰랐는데.."

카시오소는 조금 전,

카온의 움직임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는데?"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큭큭. 남아 있는 인원들이 전부 리아를 따르는 건 아니지?"

리아와 여자들이 씻으러 들어가는 순간

경계를 서는 이들의 눈빛과

그 눈빛이 향하는 곳이 떠올라 물었다.

"네. 조금 전에 말씀드린

두 그룹에서 살아남은 이들입니다."

"그렇군.. 그들이 어떻게 되든.. 나머지는 리아의 몫이겠지.."

"저.. 한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응."

"도련님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예의에 맞는 어법은 아니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자."

"저.. 오크는...헉!"

아공간 속으로 사라진 오크 두 마리가 있던 자리를

멍하게 쳐다보는 카시오스.

"빨리 와!"

"네? 아! 네!"

요새에 들어가자 씻은 리아와 몇몇이

마차와 리먼 일행을 지키고 있었다.

"하여간.. 하하 다들 집합!"

모인 인원은 총 36명.

목표였던 30명의 인원보다 조금 많은 상황이었지만

여기서 또 걸러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모두 수고했다.

나는 첫 번째 지시의 댓가로 그대들과 그대 가족들이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평민이 된 가족들은 마노 영지에서

리먼 상단의 보호를 받고 있다.

두 번째에 앞서 그대들은 이미 노예가 아니기에

명령이 아닌 선택을 주려 한다. 리먼!"

리먼이 미리 말을 맞춘 대로 한쪽 바닥에는 검을 꽂았고,

조금 거리를 두고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놓았다.

"보이는 그대로 검이 하나 꽂혀있고

주머니 속에는 백 개의 금화가 들어있다."

숨을 들이켜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검을 선택하는 자는 당분간 이곳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주머니를 선택하는 자는 주머니의 돈과 함께

마노 남작령에서 평민의 신분으로 살게 될 것이다."

"가족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 이미 그대들 가족도 평민이다.

같이 살지 못하게 할 권리가 나에게 없다.

단, 주머니를 선택하는 이들은 나와 만난 후부터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는

마법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리먼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했던 것이 이 것이였다.

요새를 나간 이들이 이곳의 일을 떠벌여서

좋을 것이 없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그 뜻을 존중하겠다. 이동하라!"

리아가 먼저 망설임 없이 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 리아를 시작으로 검과 주머니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리먼.

주머니 쪽 인원들에게 금화 주머니와 명패를 전달해줘."

리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주머니 쪽 인원들을 바라봤다.

"저들은 언제 이곳을 내려갑니까?"

입이 툭 튀어나온 것이 인상적인 남자가 물었다.

"최소 올해 말, 최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

"이곳에 있으면 매일 저 음식들을 먹는 겁니까?"

처음 물었던 남자의 옆에 있던 남자가 물었다.

"아니. 저 음식들은 오늘 하루가 끝이며,

육포와 빵을 제외한 술과 음식들은

검을 선택한 자들의 것이다."

"그런 게 어딨습니까?! 우리도 고생했고!

우리고 살아서 왔습니다!"

"고생했기에, 살아왔기에,

앞으로 살아가라고 금화를 주었다."

"그..그건.."

"너희는 금화를 받았다.

그리고 저들의 일이 끝나면 내려가 받은 돈으로

평민의 삶을 사는 것 택했다.

저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검을 택했다.

그들에게 주려 한 단 하루의 풍족한 음식과 술이

그토록 탐이 나더냐?"

"죄송합니다.."

주머니를 받은 이 몇몇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자

질문을 했던 이가 마지못해 사과했다.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처음 질문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저희 몫의 육포와 빵을 가지고

먼저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어디서 나오는 당당함일까..

마치 줄 것을 주면 가겠다라고 말하는 이를 보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들이 먼저 질문하지 않았다면  이 삼일 뒤,

주머니를 선택한 이들을 이끌고 내려가려 했다.

창의 마을에서 리먼 상단의 용병으로 꾸며

마노 영지로 보내고,영주성을 일단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저 둘에 의해 완전히 지워버렸다.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리먼. 떠나겠다는 이들에게

넉넉하게 육포와 빵을 챙겨주도록.

떠나지기 전에 꼭 마법 계약서는 작성하는 것 잊지 말고."

"네. 도련님."

그들이 보급을 받고 떠날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머니를 선택한 11명 모두 떠났다.

"다 갔나?"

"네 도련님.."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걸까,

리먼의 답에 힘이 없었다.

"후.. 시간 아껴서 좋네!

"네!?"

"뭘 놀라?

가만히 있었으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을 것을 쯧."

"저는 저들의 말과 행동에 실망하셨다 생각했는데.."

"실망? 좀 어이없긴 했지.

며칠 빠른 자유와 돈에 눈에 멀었고,

하나를 받고 나니 다른 하나도 당연하듯 요구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반 이상을 자기들끼리 합을 맞추며 이곳까지 온 자들이다.

살아서 돌아갈 확률은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생과 사는 더이상 나와 상관없다.

"그들이 스스로 선택했으니 그 책임도 스스로 져야겠지."

"갑옷은 산을 벗어나기 전에 버리라 했고,

검은 상단 본부에 와서 반납하면

가족들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고 했으니 반납할 겁니다."

"좋아. 우선 남을 일부터 처리하고 파티를 해야겠지?

모두 모여!"

검을 선택한 이들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리아가

제일 앞에 그 뒤에 카시오스가 자리했다.

"나는 라이거 백작가의 카온 라이거다."

나의 정체를 밝힘과 동시에 리아가

아직 기사 서임을 하지 않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리아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 도련님을 뵙습니다."

리아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이들이

어설프게 리아를 따라 하며 예를 올렸다.

"나는 그대들을 나만의 기사단으로 만들고자 한다."

모두의 눈에서 놀람을 넘어선 경악이 일어났다.

"저희는 노예..!"

누군가가 외치려다 급하게 말을 삼켰다.

노예에서 벗어나도 산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쳤기에

평민이 되었음을 실감하지 못했지만,

분명 자신의 신분은 노예가 아니었다.

"저희의 실력이.. 부족하여..

감히 기사라니 가능하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고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너희가 검을 잡은 지 고작 열흘이다.

나는 지금까지 고작 열흘 만에

오크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지로 몰아세워 시간을 극복하고자 한 것은 내가 맞다.

검에 재능이 있어 뽑혔거나 기사를 목표로 하는 수습들은

일주일 넘게 검을 쥐는 법만 배운다.

이후 가로 베기와 세로기만 한 달 이상을 하고,

어느 정도 각이 잡히면 검식과 이동법을 배우고.

비슷한 실력끼리 대련하며 그나마 나은 이들은

상급자와 대련하며 실력을 쌓는다.

그렇게 일 년이 흐른 뒤에야

기사들을 따라다니며 경험을 쌓는다.

고블린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해 각종 임무에 동행하며

경험을 쌓은 수습 기사는 담당 기사의 추천과

기사 단장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오러 홀을 열고 정식 기사가 된다.

그 기간이 짧으면 2년, 길면 몇 년이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인정을 받아도 오러 홀을 열지 못하면

영원히 수습 기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나의 신분을 밝혔다.

너희들의 실력과 재능은 나와 적대하는 세력으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죽여 할 정도다."

"헉!"

"우리가.."

"그래. 맞다! 너희는 강하다!

자신이 강하다고 믿고! 재능있다고 자랑하라!

자신 만큼 강하고 자신만큼 재능있는 동료가

등을 지켜 준다고 생각하라!"

"와아아아!!"

"오로지 그대들만 익힐 수 있는 연공법을 전수 할 것이며!

오로지 그대들만 익힐 수 있는 검술을 전수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죽도록 힘들 것이며,

버티지 못하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다!"

"저 리아는 도련님의 검이 되겠습니다!"

"저 카시오스는 도련님의 검이 되겠습니다!"

리아와 카시오를 시작으로

모두가 나의 검이 되기로 했다.

나는 리아에게 칠흑 기사단의 연공법과 검술서를 건넸다.

"오로지 너희만을 위한 연공법과 검술서다.

우리의 첫 출전은 올해 말 라이거 백작가의 몬스터 토벌!

그때까지 검술서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을 만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검을 휘둘러라!

지금은 비록 오크가 고작이겠지만!

이 검술서가 닳고 닳아 더 이상 흔적조차 없어지는 날이 오면!

이 대륙 그 누구도 그대들의 검을 막는 자는 없을 것이다!"

"와아아아아!"

"오늘은 먹고 마시고 즐기자!"

"오오오~!

"와아아!"

오크의 사체가 아공간에서 나오고 내가 그것을 굽기 시작하자

리아가 몸을 날려 나를 말렸다.

그 모습에 크게 웃으며 오크 고기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래도 미심쩍어 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먼저 먹고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서야

오크 고기 파티가 열렸다.

한창 파티가 진행되는 와중에

리아를 제외한 여자 넷을 불렀다.

"너희를 따로 부른 이유를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 넷이 이렇게까지 잘해낼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더 솔직히 말하면 기대도 하지 않았어."

내 말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던 걸까,

넷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뭔가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넣어 둬.

아직 정식 기사 서임도 하지 않았고,

충성 맹세도 하지 않았지만

너희도 오늘 나에게 검이 되겠다 했어. 맞지?"

""네!""

"어머니는 백작 부인이지만 시녀 출신이지..

그런 어머니의 배에서 나오는 아들인 나와 딸인 프레시아는

별채에서 어머니와 함께 따로 살아.

부자 가문인 페페 자작의 딸이 라이거 백작가의

제 1 백작 부인이며 그의 첫째가 후계자에 가깝고

나보다 한 살 적은 가문의 셋째가 검의 천재라 불리지.

여기까지는 귀족 가문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네.."

"라이거 가문는 일라인 왕국의 `네 기둥` 가문이야.

지금은 백작이지만 공작 가문이였지.

영지도 줄어들고 입지도 줄었지만

`네 기둥` 가문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생각보다 커.

그런 가문의 겉은 라이거지만 속은 페페라면?

라이거 영지의 모든 돈이 페페 가문의 돈이고

영지의 수익 대부분이 페페 가문으로 들어간다면?

라이거 영지를 지키는 기사가

충성을 한 곳이 라이거가 아니라 페페라면?

라이거 영지와 영지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보다

페페 가문에 갚아야 하는 것에 우선 쓰인다면?

그런 페페 가문의 피를 이은 이가

라이거 영지의 후계자가 된다면?

그런 페페 가문의 피를 이은 이가

라어거 영지의 기사 단장이 된다면?

그건 라이거 가문일까? 페페 가문일까?"

"아.. 그럼.. 도련님은.."

"그래 난 이번 몬스터 토벌을 시작으로

페페의 손아귀에서 라이거를 벗어나게 할 거야.

힘든 싸움이 되겠지..

나는 밖으로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을 거야.."

"아! 그럼 저희가!"

"그래. 너희가 어머니와 동생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네!"

"할 수 있어요!"

"믿음에 보답할게요!"

"죽어도 두 분을 지키겠습니다!"

"잠깐! 마지막 말 누구야?"

가장 작은 키의 도리아가 손을 조심스럽게 올렸다.

"저요.."

"죽어도 지키는 게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살아서 지켜."

"네! 죽어도 살아라!"

"뭐?"

"죽어도 살아라!"

도리아가 크게 한 번 더 외치자

내 주변의 여자 넷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외쳤다.

"죽어도 살아라!"

"와아아아아!"

"하하하 좋아! 모두 주목!"

모든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그런 시선들을 하나 하나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외쳤다.

"죽어도!"

나의 외침에 답을 한다.

"살아라!"

그렇게 우리는 빛과 냄새를 차단하는 기둥의 도움을 받아

밤새워 마시고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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