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22화 (22/201)

〈 22화 〉 미친 듯이 종을 울려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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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친 듯이 종을 울려라!

코앞까지 당도한 몬스터.

카시오스를 중심으로 1조는 오른쪽으로,

아담이 이끄는 2조는 왼쪽으로 달려가며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크크크"

기사단의 모습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령도 없었다.

저들의 행동이 나에게

`이렇게 명령하려고 했던 거 알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내가 내리려던 명령과 같다.

고작 두 달을 알고 지낸 이들이 몇 년을 함께한 사람들보다

더 믿음이 가는 지금이 너무 재밌었다.

점점 고리의 회전수를 올리며 리아를 향해 씨익 웃었다.

"리아! 놀아 보자!"

"충!"

나의 검에는 검붉은 오러가,

리아의 검에는 새하얀 오러가 물들었다.

리아와 나는 수백의 고블린과 늑대,

수백의 오크들의 뒤에 있을 오우거를 향해 전진했다.

*

카온과 칠흑 기사단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던 병사장은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옷을 입은 20여 명의 사람들로 인해

겨울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영주성에서 내려온 예상 침입 날짜보다

하루 일찍 도착한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아니, 죽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도륙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저들! 저들은 누구야?!"

"붉은빛이 도는 갑옷을 입은 분은 카온 도련님이고.. 검은.."

"잠깐! 카온 도련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카온 도련님?"

"네! 라이거 백작가의 둘째 카온 도련님입니다!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자들은

오늘 동이 트자 카온 도련님의 명패와 함께

서신을 들고 성벽 관문을 통과한 용병들입니다!"

"너는 저들이 용병으로 보이냐?"

"네?"

"야이 새끼야!

갑옷을 입고 망토를 두른 용병이 어디 있어!?

오크의 목을 고블린 멱 따듯 죽이는

용병이 어디 있냐고!?"

"서신에 그렇게 적혀있었다고 보고 받아.."

"하?"

"병사장님!"

카온에게 관문을 열어준 병사가 뛰어왔다.

"알토? 왜? 또 무슨 일이야?"

"카온 도련님의 전갈입니다!"

"뭐? 뭐라 시든?"

"주민이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병사장님을 죽이겠다고.."

"이런 씨! 알토! 병사 열을 이끌고 주민들부터 대피시켜!"

"병사장님! 남은 병사가 사십인데.. 그 병력으로는.."

"병사장님! 저길 보십시오!"

처음 병사장이 질문했던 병사가

카온과 칠흑 기사단이 있는 곳을 보며 외쳤다.

"와.. 씨.. 이건 뭐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놀란 것은 병사장 뿐만 아니었다.

성벽에 올라 전투 준비를 하고 있던 병사들 모두가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고블린과 늑대를 고개 방패로 사용하고,

직진만 하는 오크가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1년 동안 창의 마을에 상주하는 병사들과 달리

5년의 보내야 하는 병사장으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몬스터가 성벽으로 다가오면 토벌을 위해 온

영주 군의 병사들과 함께 고블린과 늑대를 물리치고,

그 수가 줄어들고, 기사들의 말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면 기사들이 나서 오크를 물리치며,

이들을 이끄는 오우거가 나타나면 대기하고 있던

기사 단장이나 그에 준하는 실력자가 나서 싸운다.

이것이 지금까지 보고 경험한 토벌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식이 모두 엎어져 버렸다.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 정확하지 않지만,

좌우에서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는 검은 갑옷의 사람은

스무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중앙은 보고가 맞다면

카온 도련님과 붉은 망토를 착용한 사람, 단둘 뿐이다.

이런 인원이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겁을 먹은 몬스터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뿌우~ 뿌우~ 뿌~

"나팔 소리! 옵니다!

카온 도련님과 용.. 아니! 기사들이 옵니다!"

"야! 어서 관문을 열어!"

*

카온과 칠흑 기사단이 도망치는 몬스터를 쫓지 않고

마을로 돌아오는 그 시각.

호리페의 명을 받아 카온을 감사하던 기사 하나가

미친 듯이 2군의 본진으로 달리고 있었다.

기사는 관문을 열라고 명하고,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가는 카온을 보며

미친놈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카온은 눈으로 본 모습이 절대 아니었다.

검을 수련하는 것보다 서고에 박혀 책을 읽는 도련님,

검은 물론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후계자에 가장 가까운 호리페의 발끝에도 못 미치며,

형이면서도 검의 천재라 불리는 아이젝보다

검에 재능이 없는 도련님.

그런 존재가 카온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신도 기사이기에 카온의 검에서 피어난

오러의 색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경악에 찬 상태로 지켜본 카온의 검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아름다움이었고,

또 그만큼 잔인했다.

카온 뿐만이 아니었다.

카온의 옆에 있던 기사 또한,

분명 검에 두른 오러에 색이 있었고,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 주변에는 몬스터 시체만 싸여갔다.

도망치는 오크를 본 순간 그는 본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한편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함정과 병력 배치를 고민하던 호리페는

마침 찾아온 아이젝에 의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형님. 지금쯤 창의 마을이 공격받고 있겠군요."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르지."

"카온 그놈은 도착했을까요?"

"다 죽어가는 병사들을 데리고? 어림없지.

말을 타고 죽으라 달려야 하는 거리야.

도착하면 뭐해. 이미 마을은 없어진 후일테고..

도망친 주민들이라도 만나면

그들에게 돌팔매라도 안 맞으면 다행이지.

어떻게 어떻게 같이 본진 쪽으로 와도

뒤에서 다가오는 몬스터에 죽거나..

몬스터를 위해 만든 함정에 빠져 죽거나.. 둘 중 하나지."

호리페의 말 속에는 당연하다는 듯

`실패`와 `죽음` 밖에 없었다.

"형님. 기사 단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질 것을 알면서

창의 마을을 버린 이유가 있습니까?

중요 요새이자 마을인 창,검,방패의 마을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제 1 기사 단장은

우리와 함께할 사람이 아니라 괜찮아.

마을은.. 충분히 되찾을 수 있어.

문제는 마을 주민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지."

"네?"

"성벽을 보수해 달라.

무너진 성벽으로 고블린이 자주 침입한다.

그러니 병사 수를 늘려달라.

늘리지 못하면 상주 기간을 늘려 달라. 등

바라는 게 너무 많아."

아이젝은 형 호리페의 말에 오싹함을 느꼈다.

- 사령관님. 저녁 준비가 끝났습니다.

"벌써 저녁이군. 아우의 것도 같이 가지고 오도록."

- 충!

저녁을 먹기 위해 테이블 위를 정리하던 중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 사령관님! 긴급 보고입니다!

"들어와!"

카온에게 붙여 놓았던 기사가 사색이 되어 막사로 들어왔다.

"네가 왜 벌써.."

기사는 선봉 부대가 출발하고 얼마 후

카온이 혼자 마을로 달렸다는 것을 시작으로

마을에서 본 모든 것을 보고 했다.

"뭐? 오러의 색? 그 말이 사실인가?!"

"네! 직접 본 저도 처음에는 잘 못 본 것으로 생각했는데

분명 오러에 색이 있었습니다!"

"네 이놈! 어디서 거짓을 고하느냐!?"

"제가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형님! 일단 진정하세요!

멍청한 카온놈이 그럴 리 없습니다!

분명 다른 누군가와 착각했겠지요."

"후.. 하.. 그래. 분명 착각일 것이다!

그래! 마을은? 마을을 어찌 되었느냐?!"

"오크들이 후퇴하는 것까지 밖에 보지 못했지만

무사하리라 판단됩니다!"

호리페가 벌떡 일어났다.

"아이젝! 아키 단장에게 전해라!

지금 당장 전군 창의 마을로 향한다!"

"형님!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젝! 누군지 모르나!

몬스터들을 도망가게 한 것도 모자라 마을까지 지킨 자다!

모든 공이 그의 것이란 말이다!"

"형님.."

호리페에게 있어 이번 토벌은 중요했다.

그동안의 토벌에서는 아버지를 따라나섰기에

전공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고,

처음으로 군을 이끄는 사령관이 되었다.

며칠 뒤면 열 아홉 살.

일 년 뒤, 스무 살 성인이 됨과 동시에

후계자가 되고자 하는 호리페에게 이번 토벌의 전공은

반드시 필요했다.

"2군 사령관의 명령이다!

전군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뒤처지는 자는 두고 간다!

도착만 한다면 뒤처진 죄는 묻지 않겠다!"

호리페의 독단으로 2군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오크가 도망치기 직전.

몬스터를 베면 벨수록 웃음이 나는 나를 누군가 본다면,

미친 사람이라 말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미친 사람이 나 말도 한 명 더 있었다.

"주군!"

"음? 뭐야? 오크가 도망? 왜?"

"1조와 2조 쪽 오크들도 도망갑니다.

저것들도 후퇴라는 것을 하는 겁니까?"

"허.. 평소라면 겁먹고 도망치는 것들이 있는데..

지금은 평소가 아니라 배고픔에 미치는 시기거든..

후퇴했단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쫓을까요?"

"아니. 일단 복귀한다!"

"충!"

뿌우~ 뿌우~ 뿌~

리아가 뿔 나팔을 불자 양쪽에서 같은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끼리 정한 신호?"

"네."

"나는?"

"알려드리겠습니다!"

"크크 가자. 배고파."

전투가 시작되고 점점 올라오던 해가 머리 위에 있었다.

열리는 관문을 통과해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와 칠흑 기사단이 한발 다가가자 한발 물러나고,

다시 한발 다가가지 한발 뒤로 물러나는 사람들.

"리아. 카시오스를 봐.

시커먼 갑옷에 몬스터 피를 칠갑한 카시오스 때문에

주민들이 물러나는 것 같은데?"

"주군!"

"크크크"

겁을 먹었든, 신기하게 바라보든,

주민들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이들을 한번 쭉 둘러보고 여관을 향해 카오스의 고삐를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 외쳤다.

"카온 도련님 만세! 기사님들 만세!"

그 외침을 시작으로 만세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카온 도련님 만세!"

"기사님들 만세!"

"그만!"

손을 올리고 마력을 실어 외친 뒤 말을 이었다.

"몬스터들의 침공이 끝난 것이 아니다!

어찌 된 영문이지 모르나 그들은 후퇴했고,

후퇴한 몬스터 중에서 오우거는 없었다!

분명 그들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나와 여기 있는 기사를 제외한 지원병은 없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피난 준비를 철저히 하라!

상주 병사들은 살아서 돌아가고 싶거든

성벽 넘어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마라!

창의 마을 대표와 병사장은 앞으로 나오라!"

주민들 사이에서 한 명,

성벽 위에서 한 병이 급히 달려 나왔다.

"나와 나를 따르는 기사들이

모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나 우리는 신이 아니다!

모두가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자신의 가족이, 친구가, 이웃이 죽는다!

해서 주민들의 대표와 병사들의 대표를 통해 대신 명한다.

마을 대표는 자경단과 젊은 남자를 선발하여

마을 순찰을 인원을 늘리고,

피난 경로와 목표 지점을 다시 한 번 교육하라!"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청년에서 노인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남자였다.

"병사장과 병사들은 들어라!

앞서 말했듯 지원병은 없다!

그동안 병사들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지냈는지

나는 모른다!

도망치고 싶은 놈들은 도망쳐라!

죽음이 무서워 도망치는 놈들은 막지 않겠다!

하지만 도망친 놈의 목숨은 우리가 지켜 줄 의무가 없다!

살고 싶은 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성벽 밖으로 주시하라!

살고 싶은 자는 몬스터를 발견하면

미친 듯이 종을 울려라!"

"충!"

머리가 반 이상 벗겨진 병사장이 대표로 대답했다.

마을 대표는 주민들을, 병사장은 병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우리도 가자. 배고파."

"충!"

"충은 무슨.. 편한 자리에서는 그냥 대답해.

너희들과 답답하게 지내기 싫다."

"네. 주군!"

대답하는 카시오스를 향해 피식 웃었다.

"카시오스는 빼고!"

"주군.."

"크크 농담."

저녁이 되어서야 선봉 부대 기사와 병사들이

마을에 도착했다.

"대장님 이게 어떻게 된.."

내가 도착하고 난 후 전투부터 몬스터들이

후퇴를 했다는 것까지 설명했다.

"아니.."

"못 믿어도 상관없어.

자세한 건 병사장을 찾아서 물어보고,

나이 든 병사들이 쉬지 않고 달려온다고 고생했을 거야.

경계만 강화하고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줘.

그리고 마을 대표에게 말하면 먹을 것을 내어 줄 거야.

든든히 먹이고."

"추..충!"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믿기 힘들 것이다.

억지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쉬면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나았다.

어둠이 찾아오고서야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주군. 몬스터 들이 밤에는 오지 않습니까?"

"응. 숲에서도 저번 너희들처럼

고기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이상 밤에 공격은 잘 안 해."

"지금은 저들이 미쳐 있는 상태인데도 말입니까?"

"배가 고파 미쳐 있는 상태라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덤벼들 오크나 고블린을

오우거란 놈이 통제하고 있거든. 크크"

"의외입니다.."

"의외?"

"네. 어둠 속에서 싸우는 것이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통제하는 것 아닙니까."

진심으로 놀란 표정의 카시오스를 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아냐. 절대 아냐.

그런 머리가 있어서 밤에 쳐들어오는 게 아니라.

오우거가 힘이 가장 센 반면 밤눈이 가장 어두워.

그리고 오우거는 배가 고프면 오크를 먹으면 돼."

"아.. 응? 네? 잠시만요..

그럼 오우거는 겨울을 날 방법이 있는 거 아닙니까?

굳이 인간들 구역까지 나올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맞아. 굳이 나올 필요가 없긴하지..

근데.. 카시오스야."

"네. 주군."

"지금까지 네가 먹어본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음식이 뭐였어?"

"음.. 솔직히 말씀드려..

노예였기에 다양한 음식은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먹어본 것 중에 고르라면 주군과 함께 먹었던

오크 고기를 구워 먹을 때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오호! 조만간 오크 고기 파티 한 번 더 하자!

우리가 오크 고기 파티를 한다고 가정하면 뭘 해야 할까?"

"당연히 오크를 잡아야죠!"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네?"

"오우거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사람이야.

즉. 고블린, 늑대, 오크들은 겨울을 버티고 살기 위해

힘을 합쳐 숲을 나온 거지만

오우거는 그들을 이용해 쉽게 인간 사냥을 하러 나온 거야."

"와.. 진짜 이건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번 소리치는 것으로 고기 방패가 되어주고

성벽을 부숴줄 고블린과 오크가 있는데

그들이 밤에 나갔다가 다 죽어버리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자기가 잘 움직이지 못하는 밤에

활동 못 하게 통제하고 있는 거야. 크크"

"와.."

시선을 카시오스에서 리아이게로 돌렸다.

"리아. 관문 통과할 때 별일 없었어?"

"네! 서신을 보고는 안 믿는 눈치였는데

명패를 보고는 예까지 올렸습니다."

"그랬겠지.

정상적인 병사들이면 절차니 확인이니 했을 건데

이곳의 병사들은 찍혀서 온 놈들이 대부분이거든..

한 번 더 찍히면 그만둬야하고,

그만두면 가정이 흔들리는 이들이 있으니까."

"그럼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온 병사란 말입니까?"

"잘못이라.. 물론 진짜 잘못을 저지르고 온 놈도 있겠지..

하지만 상관의 부정을 고발하고 온 병사장 같은 이도 있어."

"그 상관이 힘이 있었겠군요"

"크크 그렇지.

그만큼 라이거 영지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너희들은 안 자냐?"

"몬스터가 밤에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장담하십니까?"

내 질문에 카시오스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미친놈이 예상대로 행동하면 그게 미친놈이야?"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럴 것이라 예상하는 것뿐이다.

배고픔에 더욱 미쳐버린 몬스터가 있을 수 있고,

오우거 중에 밤눈이 동족들보다 좋은 놈이 있을 수 있다.

확신에 가까운 예상일 뿐이지 확신은 아니다.

"미친 것들이 미친 짓 할까 봐 안 자는 겁니다."

"크크크 역시 우린 너무 잘 어울려!"

"주군! 저는 남자입니다!"

"야이 씨! 야! 손으로 가슴을 왜 가려! 죽을래?!"

비록 술은 없지만 근엄하지 않아도 되는,

냉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잠시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있어도

안심이 되는 이들과 함께 밤을 지새며

서로가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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