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내가 책임 질 테니 부탁하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26. 내가 책임 질 테니 부탁하지.
1월 1일.
달리고 달려 방패의 마을 가까이 도착하니
라이거 군과 몬스터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주군. 저 마을은 창의 마을보다 큰 것 같습니다?"
"몬스터 숲의 중앙에서 직진하면 저 마을이 있고,
다시 직진하면 `필라`가 나와.
일직선인 대로가 있어 마을과 `필라` 사이에
다른 마을들도 여럿 있어서 중요한 곳이라 그래.
그래도.. 라이거 영지의 제 2의 도시라고
불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지.."
"몬스터 수는 창의 마을과 비슷합니까?"
"비슷하긴 한데.. 오크와 오우거의 수가 많아.
사람의 군대로 따지면 여기가 본진이라고 보면 돼."
"여기도 몬스터들이 후퇴라는 작전을 썼던 걸까요?"
나와 칠흑 기사들은 다른 방법을 택했지만,
토벌의 작전은 창의 마을이든 방패의 마을이든 같았다.
성벽 아래 수많은 몬스터 사체와 안타깝게도
눈에 들어오는 병사들의 시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후퇴 후 병력 보충이라는 방법을 쓴 것 같아."
"창의 마을의 일이 우연이 아니라
그들이 진화한 것이라 봐야겠군요.."
"자만했어.. 안일했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관문이 열립니다!"
"음?"
아버지와 제 1,2 기사 단장이 선두에,
그들의 뒤로 호리페와 아이젝을 포함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었다.
"주군과 저희들,
그리고 창의 마을에서 전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줄곧 대화를 이어가던 카시오스가 아닌
묵묵히 앞만 보고 있던 리아가 뜻밖에 먼저 입을 열었다.
"누가 보고했든 창의 마을 전투에 대해 보고 했을 겁니다.
창의 마을에서는 주민은 물론 늦게 온 덕분이지만
결과적으로 병사하나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봐야 같이, 여긴 이미 많은 병사를 잃었고..
그들 사이에 기사의 갑옷을 입은 이도 보입니다.
주군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시는지 모르고,
저희는 주군의 명만 따를 뿐이지만..
저들은 라이거 기사단의 위신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평민이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힘이 있는 기사와 그들보다 더 힘이 있는 귀족들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평민뿐만 아니라 노예들도 그렇게 생각하죠.."
리아의 말을 카시오스도 인정했다.
"맞는 말이야. 긍지의 자존심이 아닌..
쓸데없는 자존심이 강하지.."
나도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주군이 다르다는 겁니다. 아무튼,
의 마을 전투를 경험하고 들은 기사단이 주장했겠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런 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병사를 뒤로 뺀 것이다?"
"전투에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 생각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희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
희생 없는 전투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병사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늦게 온 덕분에 산 병사들보다
훨씬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 너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한 게 아니냐고
묻지 못하는 내가 웃기네.."
핏줄을 이은 자식까지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귀족이라
병사의 목숨을 자존심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다는
리아의 말에 아니라고 잘라 말하지 못했다.
"이미 죽은 병사들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쓸데없는 자존심이 저들의 목숨을 살렸네.."
"주군! 기사단이 먼저 움직입니다!"
"일단 지켜본다."
토벌의 승리는 의심하지 않았다.
몬스터가 후퇴라는 방식으로 보충했다면,
토벌군도 잃은 병사 대신 ,
그보다 더 강한 기사 30여 명이 합류했다.
말을 타지 않은 기사와
말을 타고 있는 기사로 나눈 것으로 보아
창의 마을이 교훈도 승리의 확률을 높였다.
멍청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남부로 온 이유는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와 칠흑 기사단의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방패의 마을로 향한 병사들을 구할 수는 없다.
호리페와 아이젝을 둘째치고,
아키 단장이 1군에 합류했기에
아버지가 상처를 입을 확률이 줄었다지만
확신이 없기에 남부로 온 것이었다.
과정과 이유야 어쨌든 남은 병사들은
토벌에서 빠졌다는 것이
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하기에 충분했고,
이제는 아버지의 부상에만 신경 쓰면 될 일이었다.
"창의 마을에서보다 훨씬 낫군요."
말을 타지 않은 기사가 돌격해
고블린과 늑대를 상대하는 동안, 말을 탄 기사들이
좌,우로 돌아들어 와 오크들을 상대했다.
"주군. 저희가 도우면 더 빨리 끝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토벌이 라이거 가문의 일이지만..
이번 전투는 아버지의 전투이기도 해."
"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오러 홀을 열어 놓고 있으라고 전달해."
"충!"
"오우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오우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움직인 감이 없진 않지만
더이상 몬스터들의 후퇴와 보충이 없음을 확신했다.
오우거들이 움직이자 이를 확인한 아버지를 시작으로
기사 단장 둘과 다섯의 기사가
오크들을 버리고 오우거 쪽으로 달려들었다.
"주군. 그때도 궁금했던 것인데..
주군 형님의 말처럼 오우거부터 처리하면
더 쉽지 않습니까?"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지.
고블린과 늑대 오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덤비는 이유에
배고픔도 있지만.. 오우거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앞만 보고 오는 이유도 있어.
만약에 오우거를 먼저 처리하면
대장을 잃은 몬스터는 도망치게 돼.
그럼 또 언제, 몇 마리나 쳐들어올지 예상할 수 없게 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군은 상주 할 수 밖에 없지.
즉. 토벌의 기간이 길어진다는 거야."
"확실하게 마릿수를 줄이려는 방법이기도 하군요."
"그렇지. 잠깐!"
"어? 잘 싸우다가 뭐하는 거죠?"
아버지와 기사 단장들이 빠진 자리를 맡아
오크들을 상대했어야 할 호리페가
말 고삐를 돌려 오우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호리페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다른 기사들과
그 뒤를 따라 뛰는 흥분한 오크들.
"주군! 난전이 될 겁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고블린과 오크가 섞인 난전 따위야 아버지가 있고
두 기사 단장과 기사들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크과 오우거가 섞인 난전은 다르다.
오크를 상대하는 동안 뒤통수를 내려친 고블린은
잠깐 무시할 정도가 되지만,
오우거를 상대하는 동안 오크가 내려친 뒤통수에 의해
순간 휘청이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위험이 된다.
`알고 있던 것과 달라지긴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가 힘들어지기는 하는 구나..`
위험에 빠진 기사를 돕다가 다친 아버지와
오우거와 흥분한 오크들과 난전을 펼쳐야 하는 아버지.
결국, 미래는 완전하게 비켜가지 않았다.
"주군!"
"칠흑 기사단을 들어라!
우리는 오우거를 향해 가고 있는 오크들만 상대한다!"
""충!""
"죽어도!"
""살아라!""
뿌우~뿌우~
뿔 나팔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
원래대로라면 가장 앞에서
고블린과 늑대를 상대 해야 했을 병사들은
성벽 방어라는 명을 받아 성벽에 올라가
긴장을 유지한 채 성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창의 마을보다 두 배가 많은 병사를 관리하는 병사장은
살아 있음을 기뻐하지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 안도하지도,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고
담담히 기사들이 몬스터와 싸우는 것을 보는 병사들을 보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병사를 징집병으로 시작했기에
이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귀족들의 일이고 귀족이 하는 일이라 모르지만,
창,검,방패의 마을에서 상주 병사라 불리는
일반 병사를 제외한 병사가 없기에
일 년에 한번 있는 토벌을 위해 병사를 모집하고,
지원한 병사로 모자랄 때 징집을 한다.
올해 징집되어 토벌 후 살아있다면,
최소 3년은 징집에서 제외되지만,
이들에게는 죽임이 고작 3년은 유예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장은 살아있으나 3년이라는 시간이 유예되고
그 후로는 살아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자신은 살아 있으나 얼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농작물을 수확하던 친구는 죽었고
그 시신 마저 가족에게 전할 수 없는 마음.
생과 사의 경계에서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병사장님!"
"왜?"
"저기 멀리 까만 점이 보이지 않습니까?"
"뭐!?"
마력과 오러로 시력을 강화한 카온과 칠흑 기사단과 달리
병사장과 병사들의 눈에는 카온 일행이
멀리 있는 까만 무언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병사 다섯을 줄 테니 성벽을 따라 이동해 정체를 파악해!"
"네!"
보냈던 병사가 숨을 얼마 후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헉..헉.. 정체는 알 수 없으나.. 헉.헉..
검은색 갑옷을 입은 자들입니다!"
"갑옷? 몬스터는 다행이 아니.. 뭐?! 검은색 갑옷?!"
병사장 기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창의 마을에서 엄청난 전투를 벌인 검은 갑옷의 기사,
그리고 그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라이거가 백작가의 둘째 카온 라이거.
"그들이 왜.. 도와주러? 그럼.. 왜 참전하지 않고.."
"병사장님! 오우거들이 움직입니다!
"역시 백작님과 기사 단장님도 끝을 보려고 하시는구나!"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백작님과 기사들을 위해
병사들을 다독여 소리라도 지르라 말하려는 순간,
병사장의 눈에 이해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백작님과 기사 단장들이 오우거를 상대하는 동안
오크를 상대해야 하는 기사들이
오우거를 향해 뛰기 시작하고, 그 선두에는
라이거 가문의 첫째 호리페 라이거가 있었다.
"뭐야? 어..어? 오크들은 왜 따라가고 지랄이야?!"
병법에 대해 잘 모르는 병사장도
무언가 완벽히 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 창을 들어! 똥꼬에 힘 팍! 주고 있어!
나도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 순간.
뿌우~뿌우~
검은 점이 있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나팔 소리와 함께
점이 인영으로 변하고, 인영이 기사로 변했으며,
검은 망토과 붉은 망토가 남기는 잔상이
핏빛의 줄기를 그리며 오크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자비한 검이 오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털썩. 덜덜절
힘겹게 버티고 있는 병사장과 달리
핏빛의 잔상이 지나간 곳마다 솟구치는 피와
쓰러지는 오크에 멀리서 겨우 볼 수 있었음에도
병사들은 엄청난 공포에 주저앉아 떨고 말았다.
"미쳤다.. 저들은.. 미쳤어.."
이미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나
오크의 존재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은 한 순간이었다.
병사장은 보고 싶었다.
비록 멀리 있어 정확히는 보이지 않겠지만,
저들이 오우거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램일 뿐이었다.
오크를 모두 처리한 검은 갑옷의 기사들은
백작님과 기사 단장, 그리고 오우거와의 전투를
그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는 듯 벽을 형성해 버렸다.
"아.."
병사장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라이거 가문에 바람이 불겠구나.."
*
아버지와 오우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오크들의 측면을
그대로 관통하며 반을 죽인 우리는
다시 반대로 달리며 나머지 반도 처리했다.
나와 칠흑 기사단의 등장과 동시에 몰살된 오크의 사체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타고 있는 나와 칠흑 기사단을
호리페 형님이 잠시 노려보더니
이미 전투가 시작된 아버지 쪽으로 달려갔다.
멍하게 우리는 보고 있는 호리페를 따랐던 기사들.
"제 2 기사단 인가 보군."
"네!"
뺨을 후려치고 무슨 생각으로 정해진 위치를 벗어났는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 그래 봤자 뭐하겠냐..
너희들은 안가냐? 죽자고 형님 따라가더니?
뭔 생각인지 모르지만, 형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은데?"
고개를 휙 돌려 오우거를 상대하기 시작한 호리페를 보고
기사들이 뛰기 시작했다.
"병신들.."
말은 모른다 했지만, 형님의 생각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창의 마을에서의 모든 공이 나와
칠흑 기사단의 것이 되었,고 몬스터 부산물 대부분이
내 몫이 되어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이곳, 방패의 마을에서조차 공을 세우지 못하면
호리페는 토벌에 참여한 장자라는 것 말고는
얻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가 오우거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본 호리페는
기사들이 자기를 따라올 것이란 생각은 못 한 채,
자기 한 명 빠져도 충분히 오크를
몰살시킬 수 있다 판단하고 위치를 벗어났을 것이다.
한 번만 귀를 열고 뒤를 돌아봤었다면,
한 번만 눈을 열고 전장을 살폈더라면,
최악의 수는 두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자
멍청하다는 생각을 넘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주군.."
생각에 잠긴 카온을
카시오스가 걱정스럽게 불렀지만 리아가 손을 들어 말렸다.
고개를 세차게 털고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아버지는 이미 두 마리의 오우거를 처리하고
세 마리째를 상대하고 있었고,
아키 단장도 두 번 째 오우거의 숨통을 끊고 있었다.
폴리오 단장과 기사 하나가 무릎을 꿇은 오우거의
목과 심장에 검을 찔러 넣고,
기사 셋이 오우거 한 마리를 정석대로 처리하고 하고 있었다.
나머지 오우거는 셋.
그 셋의 오우거를 뒤에 합류한 기사들이
난도질하기 시작했으며,
그들 사이에 호리페 형님이 껴있었다.
이미 결정 난 승리.
말머리를 방패의 마을 관문으로 돌렸다.
"끝났다. 가자."
""충!""
숙소로 잡은 여관에서 씻고 나오니
아버지의 이름과 기사단을 연호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주군. 나가보시지 않아도 됩니까?"
"나가긴 할건데.. 우리가 갈 곳은 따로 있어."
칠흑 기사단과 함께 향한 곳은 병사와 주민들이
몬스터의 해체하고 있는 관문 밖이었다.
"이봐! 여기 총 책임이 누구지?"
"라이거 가문의 제 1 기사단 소속 기사 아미르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 도련님을 뵙습니다!
"아! 포션?"
창의 마을에서 나에게 포션을 받았던 기사 중 한 명이었다.
"네!"
"몬스터의 사체는 해체하고 태울 것이고..
죽은 병사들은 이번에도?"
"네.."
"몇이나 되지?"
"총 147명 전사했습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부..부탁이라니! 하명하십시오!"
"병사들의 시체를 저곳으로 모두 옮겨 줄 수 있겠나?"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것이.."
그가 총사령관이자 자신의 주군인 아버지의 지시와
내 부탁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 질 테니 부탁하지."
"추..충!"
"고맙네."
기사가 멀어지고 그에게 알려준 곳에 도착해
카시오스와 아담을 불렀다.
"카시오스.
1조를 데리고 가서 불에 잘 타는 것들을 모두 모아오고,
네 키만 한 철 기둥 네 개만 구해와.
수레 같은 건 마을 대표에게 말하면
몇 개든 내어 줄 거야."
"네!"
"아담은 2조를 데리고 마을의 대장간으로 가서
오우거 네 마리가 나란히 누워도 될만한 얇은 철판에
손바닥만큼의 간격으로 주먹만 한 구멍을 뚫어 달라고 해.
이해했지?"
"네!"
머리에 피가 나도 침 바르면 낫는다는 아담이라
조금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간단한 작업이라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기다리는 동안 평민들이 자주 먹는 술을
넉넉하게 사서 같이 싣고 와."
아담에게 금화가 든 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네! 주군!"
칠흑 기사단이 마을로 다시 향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그 자리에 앉아 묵묵히 내 옆에 서 있는
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리아.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호리페 형님은 이제 수단과 방식을 가리지 않을테고..
아이젝도 후계 경쟁에 뛰어들었지..
둘의 대립을 봐야 하는 이자벨 부인은
모든 원인을 나라고 생각할테고,
이들의 뒤에는 있는 페페 자작이 본격적으로 움직일거야.
결국, 라이거 가문은 피바람이 불겠지."
이미 창의 마을의 일은 전해졌을 것이고,
방패 마을의 소식도 영주성에 닿을 것이다.
"주군이 가시는 길에 제 목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야! 네가 죽으면 내 등은 누가 지키냐?"
리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급히 내려왔다.
"너 웃었지?"
"아닙니다."
"아니네?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아닙니다."
"크크 그래 아니라고 치자."
"치자가 아니라 아닙니다."
"그래그래 아니야.
리아. 내가 걸어가는 동안 내 등은 너에게 맡길 거니까
다시는 죽니, 내놓겠니 하는 말은 하지 마."
"네. 주군"
다시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온 입꼬리를
이번에는 못 본 척 하며 말을 돌렸다.
"곧 눈이 오는 시기가 오겠네..
리먼이 잘 준비하고 있으려나.."
"카온 도련님!"
병사들의 시체가 실린 수레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