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27화 (27/201)

〈 27화 〉 울며 웃을 것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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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울며 웃을 것입니다.

점점 기울어져 가는 해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아. 저 수레에 아무렇게나 실려있는 병사들을

바닥에 가지런히 내려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어?"

죽은 이였고,

이미 하루가 지나 부패가 시작된 시체들이었다.

하지만 리아의 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제가 다 하겠습니다."

"크크 같이 해"

내가 먼저 수레로 다가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남자 시체 하나를 들어

바닥에 내려놓고 바르게 뉘었다.

"도련님!"

병사들과 함께 수레를 끌고 왔던 기사 아미르가

기겁하며 불렀다.

"아미르. 너와 병사들에게 하란 말은 하지 않아.

그러니 방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무엇을 하시는지 모르겠느냐 방해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병사들은 뭐해! 어서 시체를 내리지 않고!"

""네!""

아미르와 이 10여 명의 병사들이 도와주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147구의 시체가

10명씩 줄을 이뤄 누워 있었다.

가장 앞줄의 첫 번째 시체의 품을 뒤져 명패를 찾아냈다.

"자네는 피토라 불리는 자였군.

내가 아는 어떤 분과 같은 이름이야..

참으로 훌륭하고 대단한 분이셨지..

자네 또한 훌륭한 아들이자

대단한 아버지였다는 걸 잊지 말게..

주신 포르테님의 품에서 편안하길.."

내 뒤에서 서 있던 리아에게 그의 명패를 넘기로

옆으로 이동했다.

"멜로. 자네는 어릴 때 친구들에게 놀림 좀 받았겠어?

하지만 그대의 가족이 큰 뜻을 가지고

지어준 이름이었을 거야.

내가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무책임한 약속을 하지 않겠네.

그러나 자네와 함께 포르테님이 계신 곳으로 가는

동료들의 이름이 영원히 잊히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주신 포르테님의 품에서 편안하길.."

메로의 명패를 리아에게 넘기고 옆으로 이동했다.

명패를 찾아 이름을 부르며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걸어 주는 카온의 행동은 계속되었다.

*

"주..군..?"

"쉿. 조용히."

카온의 명을 수행하고 돌아온 아담이

카온을 부르려다 멈칫하고,

먼저 와서 지켜보고 있던 카시오스가

아담과 칠흑 기사단 2조 기사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입으로 가리며 고개를 저었다.

"형님. 지금 주군께서 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저들은 왜 저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 겁니까?"

카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시작되고

얼마 후부터 울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아담이 물었다.

"무식한 내가 주군의 뜻을 어떻게 알겠냐만은..

죽은 자들의 영혼에는 위로를 주고..

살아 있는 자들에게는

허함을 달래 주시고 있지 않아 싶어.."

"주군은.. 알 가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끝나고 나면

더 존경하게 됩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마지막 병사군요."

카시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니

어깨를 들썩이거나 이를 악물거나 눈물을 흘리는

칠흑 기사단의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

마지막 한 명의 명패를 리아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느새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카시오스! 아담!"

""네. 주군!""

잔뜩 기합이 들어간 둘의 대답이 의아해

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쟤네 왜 저래?"

"저 같아도 그럴 겁니다."

"응? 뭐.. 일단 시간 없으니 나중에 생각하고.

카시오스는 1조와 함께 철 기둥을

아담이 가져온 철판에 맞춰 세우고 철판을 올려!

아담은 잘 들어! 2조와 함께 다시 마을로 가서

철이든 유리든 상관없으니까

네 머리 크기만 한 뚜껑이 있고,

물이 새지 않는 것들을 상인과 주민들에게 사와."

""충!""

기합이 바짝 든 둘이 기사들을 데리고 움직이자

아미르와 병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복귀 안 해도 돼?"

"끝까지 돕게 해 주십시오!"

이 대답은 기사인 아미르가 아니라

어느 한 병사에서 나왔다.

"음.. 좋아. 그럼 수레에 실려 있는 것을 내리고.

땔감과 불에 타는 것들은

지금 설치 되는 기둥 아래로 옮겨."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레로 달려가는 병사들.

"리아. 명패는 네가 잘 보관하고 있어."

"네. 주군."

카온은 어둠이 찾아와 칠흑 기사들과 아미르,

병사들이 어떤 눈빛이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

오로지 리아만 그들이 어떤 눈빛으로,

어떤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예상할 뿐이었다.

철 기둥 네 개가 설치되고

그 위로 작은 구멍이 수없이 뚫린 철판이 올려졌고,

그 아래와 주변에는 병사들에 의해 옮겨진 땔감과

불에 타는 것들이 쌓여 있었다.

내가 가지런히 누워있는 시체 하나를 들고

쌓여 있는 것들을 밟고 올라가

철판 위에 올려놓자 리아를 시작으로

모두가 시체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리아. 불을 가져와라."

"충!"

리아가 모닥불에서 가져온 불씨를

그대로 철판 아래로 던졌다.

점점 커지는 불길과 시체가 타는 역한 냄새.

"냄새가 역하거든 이곳을 벗어나라."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던 병사 몇이 급히 손을 내렸다.

"아담. 내가 명할 때까지 저 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

"충!"

"카시오스. 술통을 가져와."

"충!"

술통에 담긴 바가지에 넘치도록 술을 담아,

촤아!

타오르는 불길에 뿌렸다.

"다들! 고생하셨소!"

촤아!

"그대들이 죽고 나서야 이렇게 술을 대접해서 미안하오!"

촤아!

"그대들의 한과 원망은 나에게 풀고!"

촤아!"

"주신 포르테님의 품에 웃으며 안기시오!"

"으으윽"

"흑흑.."

병사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울지마라! 무엇하느냐!

그대들의 전우가 포르테님의 품으로 가고 있다!

술을 뿌려 위로하고! 술을 뿌려 축하하며!

술을 뿌리며 이별하라!"

들고 있던 바가지를 리아에게 건네고 뒤로 물러났다.

리아가 술을 뿌리고 고개를 숙여 나름의 예를 표하자

칠흑 기사단을 시작으로 병사들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

리아 다음으로 술을 뿌리고 내 곁으로 온 카시오스.

"주군.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죽은 병사들과 일면식도 없던 카시오스가

저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카시오스가 멍한 눈으로 불길을 바라보고 있는

아미르 같은 기사였다면

이런 슬픔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노래 한 곡 하지?"

"노래 말입니까?"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부른다면..

저들도 포르테님에게 가는 길이 즐거울 것이야."

"말이 거칠 수도 있습니다?"

"크크 오히려 저들에게 익숙하겠군."

"엄마 배를 박차고 나와~ 남은 건 불알 두 쪽 뿐~!

어제는 곡괭이 들고~ 오늘은 소똥을 치우네~!"

악을 쓰며 외치는 카시오스의 노래는

그가 살아온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하나뿐인 동생마저

험한 짓을 당하고 죽은 후 혼자가 된 카시오스.

팔려간 곳에서 곡괭이 질을 했고

또 어디론가 팔려가 소똥을 치웠던 카시오스.

카시오스의 한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내일은 검을 드리라~! 똥꼬에 힘을 주고 말을 타리라~!

오크의 고기로 배를 채우고~ 앞만 보고 달려 가리라~!

아아~ 모진 세상이여~! 아아~ 거지 같은 세상이여~

아아~ 한 많은 세상을 향해 오크의 고기로 배를 채우고~

앞만 보고 달려 가리라~!"

카시오스의 악에 받친 노래가 끝나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크크 좋은 노래를 들었어.

마셔라! 절대 취하지 말고 전우들을 배웅하라!"

""충!""

누군가는 카시오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데

분위기를 깨는 외침이 들렸다.

"모두 예를 갖춰라! 라이거 백작가의 주인이신

펠리스 라이거 백작님이다!"

아버지를 선두로 호리페 형님과 아아젝,

두 기사단장이 다가옴과 동시에 폴리오 단장이 외치자

나와 칠흑 기사단을 제외한 모두가 예를 갖췄다.

"그대들은 어찌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이냐?!"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의 예를 하지 않는

칠흑 기사단을 본 폴리오가 호통쳤다.

"이봐. 제 2 기사단의 단장 폴리오."

나의 자연스러운 하대에 폴리오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도, 아키 단장님도 가만히 있는데

어디 단장 따위가 나서고 지랄이야 지랄이!

그리고! 충성을 맹세한 기사가 자신의 주군이 아닌

사람에게 예를 올리는 경우는

국왕 전하와 왕족들 뿐이라는 거 안 배웠어?!"

"그만. 카온의 말이 맞다."

"죄송합니다."

"됐다. 물러나라."

"충!"

괜히 나섰다가 창피만 당한 폴리오를 아버지가 물리고

나를 바라봤다.

"밤이 깊은 시간입니다."

"너는 어찌하여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며

무엇을 하고 있었으냐?"

"이번 토벌에서 라이거 영지의 영지민이자 병사인 자들

147명이 주신 포르테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영지를 위해! 영지민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그들의 넋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

"허락을 구했다면..

그럴 필요가 있다, 없다를 따지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그동안 저들은 점점 더 썩어갔을 겁니다."

크게 타오르고 있는 불이 가져다준 빛으로

아버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의 행동에 노여워하거나 불만이 있는 표정이 아닌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눈빛에 가까웠다.

"그들의 넋을 잘 달래 주거라."

"네."

"아버지. 저도 잠시 여기 있다가 돌아가겠습니다."

형님의 갑작스러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가

아키 단장과 함께 돌아가고

형님과 아아젝, 폴리오 단장이 남았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했군."

"쓸데없는 짓이라 했습니까?"

"그럼. 귀족도 아니고 기사도 아닌 병사들의 넋을 달래?

웃기는군.

그 시간에 몬스터나 해체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야."

"여기에 병사들이 있고 다 듣고 있습니다만?"

"듣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내가 후계자가 되고 훗날 백작이 되면 아차피

내 눈치 보기 바쁠 것들이야."

"크크 이제 숨기지도 않는군요."

"이렇게 만든 게 너지."

"하하하 아니죠.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원래 그런거겠죠."

"됐고. 모레 영주성으로 복귀할 것이다.

도착 후 논공 회의에서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하고

자숙하라."

"자숙?"

"그럼 네가 익스퍼트에 올랐던 것과 저들의 실력을

그대로 믿을 것으로 생각했더냐?

너와 저년의 색이 있는 오러는

아티팩트로 눈속임 한 것이며!

저들 또한 너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가 아닌

가문과 나를 속이기 위해 데려온 용병이 아니더냐!?

저년의 얼굴을 본 기사에게 들었다!

고작 스물 안팎의 년이 익스퍼트?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시녀들에게 아티팩트를 준 너다!

저들에게 신체를 강화하는 아티팩트를 주고!

날카로운 검을 줘 모두를 속인 것이겠지!"

"생각하고 결론 내린 것이

고작 아티팩트와 용병이었습니까?"

"검에 재능이 없는 너와!

수습 기사나 할 나이의 여자가 검에 색을 입혔다!

아티팩트 말고 무엇으로 설명 가능하며!

라이거 기사단도 못한 일을 스무 명을 무슨 수로 설명하며!

가문의 후계자도, 장남도 아닌 너의 무엇을 보고

저들이 충성을 맹세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은 네가 토벌에서 공을 세우기 위한

연극일 뿐이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인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이라면 형님으로서는

망쳐버린 토벌에 대한 분풀이로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병신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인정하고 자숙하라?"

"잘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야.

모든 죄를 인정한다면 너와 별채의 안전은

내가 책임지마."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를 능멸하고!

라이거 가문과 페페 가문을 능멸한 죄를 물을 것이다!"

형님은 별채의 안전을 언급해서는 안 되었다.

"생각해 보지요."

미련없이 몸을 돌리는 형님을

아이젝과 폴리오 단장이 따랐다.

"주..주군.. 더 참아야 합니까?"

"아니. 저 정도 멀어졌으면

듣고 열 받아서 뛰어오지 않을 거야. 웃어도 돼."

"큭큭큭 푸하하하하"

카시오스의 폭소를 시작으로 기사단 전원이

참았던 웃음을 토해냈다.

"아.. 아 배야.. 죄송합니다 주군..

주군 형님의 말이라 웃으면 안 되는데.. 도저히.."

"크크 야. 나도 같이 웃었어!

밤하늘을 올라가고 있는 이들도 웃고 있겠지?"

"네. 그럴 겁니다.

그런데.. 주군..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내가 더 궁금한 부분이었다.

"음.. 아미르!"

"네! 도련님!"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솔직히 눈으로 봤지만 믿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호리페 도련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더 믿음이 갑니다..

그리고..

기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도 있고..

죄송합니다.."

"크크 죄송은 무슨.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믿기 힘든 것을 왜곡하는 것이 사람이니까..

크크크 영주성에 아주 재밌는 볼거리가 생기겠어. 하하"

"네?"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하.

아담! 이제 불을 끄고 기둥과 철판을

추운 밤바람에 식혀라!"

"충!"

불을 끄자 깜깜한 밤의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1월 2일.

눈물과 웃음의 밤이 지나 날이 밝자

우리 눈에 보인 것은

철판 위에 남은 병사들의 유골이었다.

"지금부터 웃는 것을 금한다!

저 유골을 잘게 부수고 147개로 나눠 담아

가족들의 품에 돌려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해야 할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러워야 할 것이다!"

""충!""

리아가 곁으로 다가왔다.

"저들의 가족들은.. 울며 웃을 것입니다."

"귀족들이나 그에 준하는 이들은 객지에서 운명을 달리해도

마법의 힘을 빌려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무덤을 만들지.. 하지만 저들은 아니야..

죽으라 싸웠던 고블린이나 해체되고 남은 몬스터들과 함께

불에 타고 몬스터의 뼈와 함께 땅에 묻혀 버리지..

저들의 가족들에게 데려다 주고 싶었고..

저들의 가족들이 썩어버린 육신을 보게 하는 것이 싫었어..

그리고 저렇게 전우들의 뼈와 같이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내 이기심이기도 하지.."

무엇이 옳은 것이며,

무엇이 저들의 가족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저들의 가족들은 바라지도 않는데 괜한 짓을 한 것인지,

내 이기심이 오히려 더 큰 아픔을 주지는 않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내가 지난 삶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죽기를 바랐던 것처럼,

저들도 고향으로 돌아가 묻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혼자만의 이기심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각기 다른 모양의 보관함에 담기는 가루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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