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나의 기사가! 모욕을 당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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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의 기사가! 모욕을 당했다!
비웃으며 다가오다가
리아의 검을 확인한 폴리오가 주춤거렸다.
폴리오가 머뭇거리는 순간
리아의 검이 검집에서 뽑혔다가 돌아왔다.
툭.
"으아아악!"
폴리오의 떨어진 왼쪽 팔목과 비명.
리아는 이런 폴리오에게 등까지 보이며 돌아서
거리를 다시 벌린 뒤 돌아섰다.
"이 년이! 죽여버리겠어!"
악에 받쳐 뛰어든 폴리오를 단 한 발짝 이동해 피한 리아가
다시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가 넣었다.
툭.
"아파아파아파! 아아악!"
어깨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간 폴리오의 왼쪽 팔.
그대로 심장에 검을 꽂아 넣으면 끝날 기사전이였지만
리아는 또다시 등을 보이면서까지 거리를 벌렸다.
"카온 도련님. 이제 그만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저 기사의 실력을 인정했을 겁니다."
"크크크 아키 단장님.
리아는 아직 폴리오 단장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이고..
형님도 폴리오 단장에게 일어서라고,
리아를 죽이라고 소리치고 있지 않습니까?"
표정을 굳히고 아키 단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리아가 받은 모욕은 어떻게 보상받습니까?
단장님이야 눈을 감아서 못 봤겠지만..
리아가 옷을 벗을 때 흉물스러운 물건을 흔들던 것이
폴리오였습니다."
"아.."
"그러니 단장님이 저와 리아.
여기 있는 칠흑 기사들의 화를 받아 주지 못할 것 같으면
가만히 계세요."
폴리오 단장이 고통에 비명만 지르고 있을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리아가 폴리오 단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리아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폴리오 단장의 뒤에서 나타났다.
"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소리와 함께
상체가 뒤로 넘어가는 폴리오 단장.
리아의 검은 이전과 달리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리아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폴리오 단장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동안 검에는 점점 더 선명한
흰색의 오러가 넘실거렸다.
쩌억. 펑!
리아의 오러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다 못해
터져버린 검.
리아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던져버리고
칠흑 기사단을 향해 손을 뻗자
카시오스가 챙겨 놓았던 리아의 검을 던졌다.
휘릭 휘리릭 푹.
바닥에 꽂힌 검을 리아가 뽑자
이제는 시리다는 느낌이 나는 새하얀 오러가 피어났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폴리오 단장을 향해 휘두른
단 한 번의 검.
예전에 내가 도적들의 중요 부위를 잘나 내듯
리아는 갑옷 채 정확히 그곳을 자라 버렸다.
"으악! 항복! 항복! 살려줘! 으아아악!"
검에 오러를 해제한 것도 모자라 오러 홀마저 닫은 리아가
돌아서 연무장의 중앙에 섰다.
폴리오 단장은 죽는 것보다 더 치욕적인 모습으로
바닥을 기며 시름 하고 있을 뿐,
아직 죽은 것이 아니기에 기사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제 기사전을 끝내는 방법은
호리페 형님의 항복 선언 뿐이었다.
"카온. 리아가 왜 저러는 거니?"
잔혹하다면 잔혹한 상황 속에서
꿋꿋이 두 눈을 뜨고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물었다.
"리아가 저를 위해 오지랖 부린 겁니다. 어머니."
리아가 기사전의 승리의 영광을 나에게 돌린 것이다.
"제 2 기사단은 저년을 죽여라!"
그리고 내가 기다기던 말이 호리페 형님의 입에서 나왔다.
"카시오스! 아담! 도리아!"
""충!""
이미 격돌한 리아와 제 2 기사단이 있는
연무장으로 뛰어든 칠흑 기사들과,
집사부와 총관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
도리아와 두 명의 여기사.
"모두 멈추지 못할까!?"
아버지의 명을 이미 페페 자작에게 충성한 제 2 기사단과
나의 명에만 따르는 칠흑 기사들이 따를 일이 없었다.
"제 1 기사단은 영주님을 보호하라!"
아키 단장의 명을 들은 제 1 기사단 소속 기사들은
단상을 향해 달려왔다.
이들 중에 세 명이 칠흑 기사의 검에 목이 떨어졌다.
기사단과 기사단의 충돌이라는 것이 믿기기 않을 만큼
제 2 기사단 30명과 칠흑 기사단 20명의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무기를 버리고 살려달라고 빌었던 넷 중에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 그 한 명이
제 2 기사단에서 유일하게 목숨이 붙어 있는 자였다.
집사부에서 여섯,
관부에서 두 명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비명들이 잦아들고 상황이 정리되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누군가는 두려운 눈빛, 누군가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
누군가는 분노하는 눈빛, 그런 눈빛들을 눈에 담으며
뫼비우스 고리를 천천히 회전시켰다.
"저에게 충성을 맹세한 내 기사가!
많은 사람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는 나의 검이며!
나의 갑옷이며! 나의 투구이며!
나의 팔과 다리이며! 나의 몸이며 머리다!
그런 나의 기사가! 모욕을 당했다!
수치스러운 모습임에도 오로지 주군인 나를 위해
옷을 벗었던 나의 기사가 모욕을 당했다!
주군을 위해 행동한 기사를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는 자를 베었으며!
눈을 감지 않은 자를 베었다!"
저벅 저벅.
내 발걸음은 조금씩 이자벨 부인과 호리페 형님,
아이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카시오스!"
순식간에 달려온 카시오스가 검을 건넸다.
건네받은 검에서 피어오르는 검붉은 핏빛의 오러.
"카온!"
"카온 도련님!"
아버지와 아키 단장이 말릴수록
내 기세는 더욱 거세져 갔다.
"아아젝! 너도 히죽히죽 잘도 웃더구나!?"
"네 이놈! 당장 멈추지 못할까?
네가 그러고도 살아남을 것 같으냐?!"
내 목표가 아이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자벨 부인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네. 이자벨 라이거님.
저는 살아남습니다. 아니 살아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젝은 죽습니다."
"형님!"
"리아의 몸을 본 너의 두 눈을 파낼 것이며!
리아의 몸을 기억하지 못하게 너의 머리를 박살 낼 것이다!"
"형..님... 형님!."
"카오온!"
이자벨 부인이 아이젝과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여보! 백작님 어서! 어서 저놈을 말려 주세요!"
"카온! 멈추거라!"
조금씩 옮겨지는 발걸음.
그리고 천천히 올라가는 검.
"주군!"
"카온아!"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어머니와 리아의 목소리였다.
가슴 위에 두 손을 마주 잡아 올려놓고
눈을 질끈 감은 어머니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졌는 리아.
"아이젝. 너는 내 어머니의 기도와
네가 모욕했던 이의 눈물의 용서로 산 것이다."
들었던 검을 내린 나는 호리페를 바라봤다.
"호리페. 아직 기사전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냐?"
"으드득. 내가 졌다."
아공간에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카시오스에게 던졌다.
"저 새끼 다리만 붙여줘."
"충!"
"승자의 자비더냐?"
"크크 자비 같은 소리 하네."
지난 삶에서 폴리오가
어머니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는 내가
그에게 죽음의 평온 따위를 줄 리가 없다.
죽여달라 애원해도 살려 놓으며
지옥을 맞보게 해 줄 것이다.
정확한 답을 주지 않고 뒤 돌아서자
제 1 기사단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페페 자작의 권력과 돈이란 감옥에 갇혀있는 아버지,
이번 토벌과 기사전에 의해
더욱 등과 어깨가 좁아진 아버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아버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버지의 꺾인 날개,
내가 반드시 고쳐줄 것이다.
"기사전은 제 승리로 끝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논공 회의가 끝나고 하자꾸나..
기사전은 끝났다! 모두 해산 하도록!"
시신 처리를 위한 인원들을 제외한 이들이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내가 준비하려 했지만,
형님이 모든 것을 준비해준 이벤트가 끝이 났다.
*
각각 다른 표정의 세 명이 이자벨의 방에 모여 있었다.
"호리페. 이번에 실망이 커구나."
호리페를 라이거 백작가의 후계자를 넘어
백작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후계자까지 한 발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미끄러진 아들을 착찹한 마음으로 보는 이자벨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경솔했습니다."
아직도 분노에 차있는 호리페가 이자벨의 말에
분노를 삼키며 답했다.
"이 어미도 화가 나고 미칠 듯이 짜증이 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
그들의 능력이 의심되는 되는 것, 그에 따른 추론의 합당성,
별채에 이미 수습 기사들을 보내고 기사전까지는 좋았어.
나도 집사장도, 폴리오 단장도,
스물하나 밖에 되지 않은 여자가 소드 익스퍼트라는 것보다
아티팩트의 힘이라는 너의 말이 더 설득력있었으니까..
내가 실망한 것은 기사전의 패배가 아니라..
시작 전 네 행동 때문이야.
그 여기사의 옷이 의심되었더라도..
지막 선은 넘지 말았어야 했어."
이자벨은 죄를 추궁받는 귀족이 아닌 여성이
나체가 되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여성을 귀족의 자제가 벗어라. 명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리아는 일반 평민이 아닌
비록 작위가 없는 귀족 자제에게 받았지만,
서임을 받은 기사의 신분이었다.
기사의 신분이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 상황이 모두가 지켜보는 기사전이라는 것도 큰 문제였다.
결국, 광기에 사로잡힌 호리페는 한 명의 기사를 무시함으로써
기사단의 신임을 잃었고,
한 명의 여성을 모욕했기에 기사의 도리는 물론
스스로 귀족 자제로서 해야 할 도리까지 저버려
총관부와 집사부의 신임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호리페. 지금 케인 집사장도 같은 보고를 하고 있을 테니만..
이 서신을 네 할아버지께 전해 주고
당분간 할아버지와 함께 있거라."
이자벨은 회의실을 나선 후
카온과 라이거 가문을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아버지인 클로스 페페 자작에게 보낼 서신을 써 놓았었다.
"어머니!"
호리페가 벌떡 일어나 소리치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이젝이 입을 열었다.
"형님.. 주제넘은 말이지만.. 그러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너는 닥쳐라!
어차피 너 또한 내 자리를 노리는 놈 아니더냐!"
"여.자.기.사를 모욕해서 모두에게 신임을 잃고!
형님에게 지급되는 돈은 물론
이번 토벌에서 얻은 얼마 되지 않은 전공마저
기사전에 의해 카온 놈에게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형님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네! 저도 후계자가 되고! 백작도 되고 싶습니다!
저라고 욕심이 없겠습니까?
잠잠해질 때까지 할아버님 옆에 있으면서 배우기도 하고!
실력도 더 키우고! 세력도 만들어서 형님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싶은 마음에
기껏 생각해 말해 줬더니.. 참.."
카온이 들었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이야기였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후계자 경쟁을 하는 경우도
분명히 어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고 현실이 말해 주 듯
후계자 경쟁에는 두 가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하나 이길 수 있는 것이 없어
스스로 후계자에서 물러나 의지하는 것과
온갖 술수를 쓰고 경쟁자를 이겨 후계자가 되는 것.
호리페와 아이젝의 경우는 얼마 전까지 전자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후자에 가깝다.
"그만! 아이젝 말에 지나침이 있구나."
"죄송합니다.."
호리페가 기대했던 호통의 말이 아니었다.
아이젝이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어머니의 말에
호리페는 페페 자작령으로 가는 제안을
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이자벨과 그녀의 두 아들이 대화를 나눈 동안
영주의 집무실에서는 펠리스 백작과 케인 집사장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케인 자네의 말은 호리페를 일단 장인어른의 영지로 보내라?"
"네. 백작님.
토벌에서의 일은 실수로 볼 수 있고
또 전공은 다음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전으로
호리페 도련님이 잃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스스로 자만하고 스스로 망가겨 잃은 것이 아니더냐?"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호리페 도련님은 라이거 가문의 장자이십니다.
근본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지요."
토벌에서의 행동도
아직은 어리기에 한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으나,
그 이후의 행동은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하지만 호리페 또한 자신의 피를 이은 자식이기도 했다.
기사의 가문에서 기사의 신임을 잃었고,
집사부와 총관부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할 것이 분명했다.
당사자가 가장 힘들고 괴롭겠지만,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버지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하.. 이자벨 부인이 허락하면 그렇게 하겠다."
"옳으신 결정입니다. 그리고.."
"무슨 말이기에 머뭇 꺼리는 것이냐?"
"카온 도련님 문제입니다."
"말해보라"
"아무리 충성의 맹세한 기사가 모욕을 당했다고는 하나..
나체를 보았다 하여 기사들과 두 가신부의 사람들을
죽인 것은 지나치다 생각합니다."
펠리스는 이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케인이 기사가 아니기에 기사의 예와 법을 모는 것도 있지만
오늘 본 카온의 모습과 칠흑 기사단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이
펠리스는 부러웠다.
아무리 기사라지만 주군의 명예를 위해 옷은 벗는 여기사와
충성을 맹세한 기사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나체를 본 모든 이를 죽이라 명한 카온.
그리고 대장인 여기사의 모습에 분노하고
카온의 명에 뛰어든 기사들.
펠리스가 꿈에서나 그리던 주군과 기사의 모습이었다.
"또한, 호리페 도련님의 말 중에 맞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마련하고 어디서 마련했는지 모르나
그만한 자금이 있었다면
분명 영지와 기사단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 말에는 펠리스도 동의했다.
그동안 샤를 부인에게 준 자금이 있기에
별채의 아티팩트 까지는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공간 아티팩트는 둘째치고,
천이 넘는 금화까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카온이 조금만 참고
수습 기사의 목을 벤 보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그 전에 토벌을 위해 사용하거나 영지를 위해
사용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인. 죽은 이들이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그들은 내 명을 듣지 않은 자들이며,
특히 제 2 기사단은 멈추라는 내 명이 아닌
이라는 호리페의 명을 들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창문 쪽으로 자리를 옮긴 펠리스는
케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지 못했다.
"금화에 관한 것은 그것은 논공 회의에서 다루도록 하지."
"네. 백작님."
창문을 열어 해가 지고 있는 영지를 바라보는 펠리스라
숙인 고개에 감춰진 케인의 미소 또한 보지 못했다.
"한 시간 뒤. 회의를 열겠다."
"네. 백작님."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더디게 느껴지게 할
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